[남사장]
비즈니스의 기본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영업이라 하고, 어떤 이는 고객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아이템 또는 돈이라고 한다. 비즈니스는 복합예술의 결정체라 기본이 딱 하나일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딱 한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지체없이 "불편함"이라 하겠다. 비즈니스는 기존에 있는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이라 믿고 있기에 내가 고른 아이템의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나에게 또는 우리 사회에 당면한 불편함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독일에 있는 한인 스포츠 커뮤니티가 그 시작과 달리 지속가능성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 되는 "불편함"을 인지하여 한인 지역 스포츠 커뮤니티에 재정적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독일 하노버에 있는 한인 축구팀 'KFV'에 공식적으로 유니폼 후원을 시작하였고, 나 역시 이들과 한팀을 이루어 축구를 하고 있다.
한인 스포츠 커뮤니티의 불편함
- 유학생으로 구성된 경우 지역에 계속 머무리지 않아 회원 유지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축구처럼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욱이.
- 후원이 많은 독일 스포츠 커뮤니티가 워낙 저렴. 한달 4번 10유로대.
- 한인 커뮤니티의 막연한 선입견. "외국에서는 한국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
- 부족한 행정. 어떤 종목이든 한경기는 가능하나, 리그나 토너먼트 같은 지속적인 스포츠 요소를 만들기 어렵다.
- 지역간 경쟁 부족. 경쟁이라는 스포츠 요소 부족.
이 팀은 매년 8월 독일에서 열리는 광복절 기념 행사 체육대회에 참가를 목적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체육대회 속 축구대회를 진심으로 준비하였다. 코로나 전까지 나름 독일 유일 전국 단위 한인 축구대회라 했고, 최소 10여개 도시 한인 축구팀이 참가한다고 하니, KFV는 지난 1여년 시간을 오직 이 대회를 목표로 훈련을 했다. 코로나 이후 다시 열리는 첫 축구대회. 정말 많은 팀들이 참가할 것이란 기대와 열심히 준비한 KFV의 실력을 보여줄 마음으로 2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에도 불구하고 행사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축구대회에 등록한 팀이 오직 하노버밖에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하노버는 체육대회 전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축구팀은 그 먼곳까지 가서 어이없게 자체 경기만 하고 첫 대회를 마무리 했다. 알고 봤더니 축구팀 참가모집을 신문 지면광고를 통해서만 진행했고, 많은 도시에서 이 대회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예전 대회에 참가를 했던 다른 지역 사람은 참가팀의 수가 10여팀이라는 것은 과장된 것 같다고 했다. 축구팀 운영진은 운영진 나름대로 체육대회 운영진의 어설픈 행정에 불평을 토로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축구대회에 대한 불편을 접수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축구 하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왜 축구 비즈니스를 고르지 않았을까? 사실 지금까지 취미로 독일팀 소속으로 독일에서 축구할 때 단 한번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이미 잘 갖추어진 독일 리그에 참가하는 것이라 그런 것도 있고, 운영진들의 남다른 노력으로 편안하게 축구를 했던 것 같다.
이제 한인팀에서 축구를 시작하면서 축구 대회에 대한 불편함을 경험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작은 지역 대회로 시작하여 독일 최대 규모 한인 축구대회를 만들고 싶어 이미 계획은 다 짰다. 여사장과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벌써부터 재미있다. 물론 이 과정도 전부 메일리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여사장]
축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전세계 곳곳에 훨씬 더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국체축구연맹(FIFA)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축구팬은 35억~40억 명이며, 직접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2억 6500만 명 이상이다. 이에 비해 농구팬은 8억 명, 야구팬은 5억 명, 골프팬은 4억 50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독일은 월드컵에서 4번의 우승을 거머쥘 만큼 축구 강국이며, 국민 스포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축구 문화를 자랑한다. 지역마다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축구 팬들과, 정기적으로 열리는 경기들을 통해 독일 시민들의 여가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너는 아이돌 그룹 중에 누구 팬이야? 라고 묻는것 처럼 독일 학교에서는 너는 어느 축구팀, 어느 선수 팬이야? 라고 묻는다.
이런 독일에서 축구는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을까?
사실 독일의 국민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라 체조였다고 한다. 질서를 강조하는 독일 정서에 맞게 체조야 말로 독일을 대표하는 고급스러운 스포츠라고 여겼다. 그런데 19세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부터 정적으로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 변화를 지켜보던 독일 김나지움 (인문계 중 고등학교)의 교사가 영국의 축구라는 스포츠를 독일 학생들의 건강과 신체활동을 위해 처음 도입했다고 알려진다. 콘라드라는 교사가 처음 축구라는 스포츠를 독일로 들여왔을 때, 독일 사람들은 이것이 단지 옆나라 영국에서 들어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못마땅해 했고. 무엇보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 모습이 전혀 질서 정연하지 않다는 이상한 이유로 축구를 매도하려 온갖 음모론을 갖다 붙였다고 한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독일의 학생들은 축구를 너무나 즐거워 했다고 하는데. 이에 확신이 생긴 콘라드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축구라는 종목을 독일에 정착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체조 연맹의 반발과 전 국민적 반발에 맞서 대응하기 위해 했던 작업이 과연 무엇일까?
바로 문서 작업이다.
축구라는 것이 어떻게 정의되는 것이고, 게임의 규칙은 어떠한지 문서로 정리한 뒤에야 국가적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여기에서 바로 독일의 국가적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은 문서로 정리된 자료를 가지고그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중요시 한다. 아무리 사소한 안건도 문서로 남겨놓는 것을 선호하며, 이 때문에 이메일을 통한 서면 소통이 업무에서는 일반적이다. 여러 채팅 어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업무 내용은 이메일이 기본이다. 전화 통화도 이메일로 먼저 서면 확정을 받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독일 행정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독일 생활 전반이 괴롭고 불공정 하고 비효율적이며 그저 짜증이 날 뿐이다.
위의 남사장이 언급한 축구 행사는 YTN에서 취재를 올 만큼의 화제성이 있는 규모있고 전통있는 한인 행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참여자가 거의 없었고,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진 이유는 행정이 미비해서다.
아이템은 훌륭한데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 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전 클래식 마스터클래스 행사를 통해 독일 행정에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이제는 남사장의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기존에 있던 아이템을 우리의 행정력으로 개선시켜 내어 놓을 일만이 남았다.
자, 이제 경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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