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은 아닙니다만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방금 전에 지난 편지를 읽어보았는데요, 참 화가 많고 서러웠네요.

사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이 감정이 뭐랑 비슷하냐면... 짧은 연애가 찝찝하게 끝난 기분...?

씁쓸하고 한편 짜증나고, 절대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덮어놓고 욕하기엔 좋은 면도 분명히 있는, 그래서 어쩌면 잘 풀릴 수도 있었을 것 같으면서도 그때로 돌아가도 결국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은, 백일도 채 못 넘겼지만 따지고 보면 연애는 맞는데, 어디가서 뭐 연애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그런 뒤끝 남는 이별 같은 거죠. 

그런 일이 있으면 일단 친구들을 만나서 썰을 풀어야하니까, 그런데 나는 지금 모두를 다 일일이 만나기는 어려우니까, 그래서 구독자에게도 구구절절 메일을 써서 보냈던 거에요. 

지난 편지로부터 3주 동안 뭘했냐면, 잘 놀았어요. 

주말마다 여행을 갔어요.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고, 새로운 친구랑도 놀러다니고. 맛있는 걸 먹고, 마시고, 수다떨고, 진지한 얘기도 했다가,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고. 그 결과, 그 사이사이 긴 시간 운전했던 남편이 몸져눕고 폭염과 폭우 겹치면서 최근엔 집에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주부터 프리랜서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어떻게 했더라, 머릿속과 온갖 폴더를 더듬더듬 짚으면서요. 업무 일정을 짜는 것도 나, 제안하는 것도 나, 초안도 내가 쓰지만 수정도 내가 하고, 농땡이도 내가 치고 출첵도 컨펌도 내가 합니다.  난 워라밸 좋은 1인 팀 리더로서 유일한 멤버인 나를 잘 챙기고 있어요.

또,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깊이는 아니고요. 세상에 여러 가지 인연이 있어서 기대만큼 당장 안풀린다고 연연할 필요 없구나 하다가, 또 반대로 곁에 남고 싶은 사람에게는 '친해지고 싶어요' 라고 용기있게 말해야겠구나 생각도 했어요. 주변 좋은 사람들에게서 받는 위로와 격려만큼 큰 힘이 없더라고요.

이번 편지로 구독자에게 제가 되찾은 안정감과 약간의 기대감이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렇게 당분간은 다시 잘 지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합니다. 

2024년 6월 24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