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은 너무 어려워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 직장인 이틀 차 아침에 편지를 씁니다. 수요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날입니다. 업무를 시작하는 10시 전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발송하는 것이 오늘 아침 목표입니다.

어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지난 인스타그램 기록을 보니까 3월 초에 이전 직장에서 마지막 출근을 했으니 거의 일년 만입니다. 9년 가까이 되는 커리어에서 세 번째 이직, 네 번째 직장입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업무를 시작할 때마다, '여기 딱 3년만 다녀보자, 그리고 나서 보이는 길로 가자'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 직장마다 평균 3년을 근속했는데, 허겁지겁 적응하는 첫 해를 보내고, '이 조직은 도대체 뭘까' 생각하게 되는 다음 해에 조직이 뒤흔들리고, 다시 한 해를 지나고서 눈 앞에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갈지, 남을지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단지, 마지막으로 열었던 문은 그대로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특이점일까요.

네 번째 첫 출근을 앞두고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서울이라면 모를까, 토론토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기도 했고, 한편으로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면 직장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그런 시큰둥한 마음도 있었고요. 

제가 일을 시작한 곳은 한국 테크기업의 글로벌 지사입니다. 현지에 프로덕트를 소개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본사 업력은 중견기업이지만 현지 포지션은 스타트업입니다. 입사를 준비하는 동안, 저는 이 회사를 들여다보면서 (회사 입장과 전혀 무관하게) '어쩌면 나랑 비슷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제 경력은 이제 관리자에 가깝지만, 현지에서는 경험이 없어서 신입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할 때, '페르소나'를 두고 '이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디서 뭘하고 어떤 생각하면서 살까' 라고 가정할 때가 있는데요. 한국 시장에서 아쉬울 것 없어보이는 이 회사는 왜 여기 와서 고생하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제가 만난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 올 생각을 했어요, 한국이 훨씬 좋은데' 하고 툭툭 질문을 던지던 것이 기억났어요.

사람이 인생에서 내리는 결단이 사업에서 내리는 결정과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 회사가 사람이라면 어떤 고민과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지 (다시 한번, 회사 입장과 무관하게) 이해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적 이해와 공감과 별개로, 일은 일이고 출근은 출근입니다. 첫 출근은 어려웠어요. 새로운 정보와 시스템도 계속해서 튀어나와서요.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스몰톡을 하는 것도, 그러다가 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안 해 본 것은 아닌데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첫 퇴근이 가까워졌을 때, 곧바로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걱정 말고 시간을 갖고 천천히 적응해나가라고, 잘 할거라고 믿고 있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준 좋은 동료가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첫 일주일을 잘 보내볼게요. 

이제 두 번째 출근합니다. 다음 주에 또 얘기해요

2024년 2월 21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