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추워지는 연말입니다. 저는 겨울을 싫어하다보니 매년 겨울마다 ‘겨울에 더운 나라로 여행 가기’를 투두리스트로 떠올리곤 합니다. 몇 시간의 비행으로 여름날로 돌아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죠. 오늘은 직접 떠나진 못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따뜻한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 은하맨숀 이백스물 두번째 이야기 ‘안경'입니다.
영화 '안경'은 일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으로,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 여성이 오키나와의 작은 섬마을에 머물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마을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과 ‘함께하는 여유’를 소중히 여기며 타에코를 점차 그 세계로 초대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돼요.
🌄 이들이 말하는 사색이란
이 영화에서 말하는 '사색', 일본어로 '타소가레루'는 황혼을 뜻하는 '타소가레'에 동사 어미 '-루'를 덧붙여 '생각에 잠기다'라는 뜻이라고 해요. '젖어들기'라고도 표현하는대요. 영화 속 인물은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배고파지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붉은 석양만으로 시간의 경과를 자연스레 체감하듯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어요. 감독은 우리에게 잊고 있던 여유와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떠올리게 해주죠.
🗑️계속 덜어내고 계속 비워내고
영화 안경은 끝날 때까지 제목에 대한 뚜렷한 의미나 해석을 강요하지 않아요. 그저 제목으로 머물 뿐이죠. 영화 속에서도 작은 소재들을 통해 비워내고 덜어낸 미니멀한 구성을 엿볼 수 있는대요. 대충 그린 약도, 손님이 몰릴까봐 작게 만든 민박집 간판, 거창한 재료 없이 만든 빙수까지. 이 영화는 어떤 복잡한 장치나 메시지보다 여유로운 순간을 방해 없이 온전히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더라구요.
💓 그들만의 '진심'인 것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사쿠라상의 빙수가게였어요. 정성껏 조려낸 팥조림, 빙수 잔과 스푼만 보관하는 앤티크한 찻장은 단정하고 청결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죠. 빙수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겐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사쿠라상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휴식이자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인거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건 많은 소음 속에서도 나 자신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요?
👍 한 해 고생많으셨어요!
가지면 가질수록 삶이 복잡해지고, 더 많이 가져야만 할 것 같아 불안해지는 것이 요즘 우리 모습인 것 같아요. 저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손이 가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공간을 비워내고 있는대요. ‘언젠가 쓰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과감히 비워내고, 나중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면 오늘 소개한 영화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비워내기’, 그리고 여행할 때는 여행지에서 그저 ‘살아보기’를 실천해 보길 추천드려요.
🎧 오늘의 음악 추천
여행에서 만큼은 서울에서 듣던 플리를 듣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제주 바다에서 케이시의 음악만 들었었는대요. 그 중 여러분 상쾌한 아침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곡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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