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과 현금흐름의 괴리
10월 30일 나스닥은 2.86% 급락하며 한 주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주간으로도 나스닥이 2.00%, S&P 500이 0.57% 하락한 가운데 커뮤니케이션과 기술 업종은 각각 5.32%, 2.03% 내렸습니다. 월요일만 해도 앤트로픽의 기업공개 신청을 계기로 AI 관련주가 상승했지만, 주 후반 빅테크 실적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AI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출하는 막대한 투자비를 언제부터 회수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알파벳의 실적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보다 103% 증가할 정도로 AI 관련 수요는 강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시장이 예상한 27억 달러 순유출보다 훨씬 큰 90억 7,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950억~2,050억 달러로 유지하면서 내년에도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자금도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현금흐름에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기존 검색 사업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습니다. 검색 매출은 전년보다 12% 증가했지만, AI 검색이 확대되면서 기존 광고 사업의 수익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클라우드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도 설비투자 부담이 계속되고 검색 사업의 이익률까지 낮아진다면 기업 전체의 수익성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12.6% 급락한 데에는 이러한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아마존에서도 AI 수요의 성장과 현금흐름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3분기 AWS 매출은 전년보다 39% 증가한 46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424억 달러 순유출로 전환됐습니다. AI 투자를 중심으로 순설비 취득액이 전년보다 948억 달러 늘어난 데다 올해 현금 설비투자 전망도 약 2,200억 달러에 달합니다. AWS의 성장세가 강해도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되면서 기업 전체의 현금흐름은 악화됐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현금 유출이 투자 수익성의 악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마존은 AI 관련 설비투자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이나 투자 회수 기간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투자 확대가 얼마나 높은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AWS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때 잉여현금흐름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인텔에서는 다른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CPU는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강했지만 PC 시장은 부진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공급 제약과 재고 조정이 PC 수요를 압박했다고 분석했고, 인텔 경영진도 이러한 둔화가 적어도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강한 수요에도 PC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4분기 비GAAP 주당순이익 전망은 0.25달러에 그쳐 시장 예상치 0.43달러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주가는 10월 30일 장중 약 30% 급락했습니다.
세 기업의 실적에서 나타난 문제는 서로 다르지만, AI 관련 수요가 강하다고 기업 전체의 수익성과 현금흐름까지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매출이 늘어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 있는 반면, 반도체와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은 투자 확대 과정에서 먼저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같은 AI 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투자 부담과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다른 만큼 앞으로 주가 흐름도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