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은 하루 동안 어떤 콘텐츠를 보시나요? 저는 출근길에는 책을 읽고, 일하면서는 레퍼런스 삼을 만한 뉴스레터나 블로그를 찾아봐요.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는 얼마 전에 본 영화 얘기를 하고, 퇴근길에는 유튜브를 보거나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책 읽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퇴근길에는 책을 볼 체력과 정신력(?)은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스레 팟캐스트나 숏폼,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게 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 이해하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하지 않아도 대략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있으니까요.
콘텐츠는 아침에 보나 저녁에 보나 내용이 달라지진 않았을 텐데, 제 컨디션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른 게 새삼스럽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팀원들이 콘텐츠를 읽을 만큼의 여유가 없는 시기에, EX팀은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해 봤습니다.
전월실적 4호에서는 팀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에 저희는 어떤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는지 말씀드려볼게요.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엔 유난히 바쁜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학생들 중간고사/기말고사 기간인데요. 학생들이 시험 대비를 하니 선생님들도 시험 대비의 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팅커벨(사내 뉴스레터)이나 밀티스(전사 소식지)는 알림함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 ’이것만 끝내고 팅커벨 읽어야지…’라며 쌓인 일을 해치우다가 깜빡할 수도 있고요. 퇴근길에 읽으려다가도 결국 흐린 눈으로 알림을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이런 시기에 조금 더 재밌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를 담아 콘텐츠를 발행해요. 예를 들어 팅커벨은 어렵지 않은, 가볍고 쉬운 주제로 발행합니다. 클릭해 볼 수밖에 없는 제목을 붙이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정보들을 똘똘 뭉쳐서 휙! 던지는 것보단 분명히 좋은 방법이 있고, 그걸 찾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게 '팀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목적에 더 효과가 있고요.
저는 이번 달에 아래 세 가지 방법으로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봤어요.
- 4컷 만화로 만든 전사 소식지 밀티스 발행
- 팀원들 관심도가 높은 ‘야구’로 사내 뉴스레터 팅커벨 발행
- 사내 뉴스레터 팅커벨에 팟캐스트 부록을 추가
밀티스는 각 본부가 한 달 동안 해온 일을 목적과 필요성, 주요 내용, '발전'한 점*, 다른 본부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점까지 담아내는 전사 소식지예요. 그러니 간결함보다는 최대한 많은, 자세한 정보를 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밀티스를 통해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팀원 간 정보 차이를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요.
*발전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핵심가치에요. 이 업무가 핵심가치 실천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물어보는 항목입니다. 사소한 업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한 일이 어제보다 발전한 오늘의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를 만들었다면 핵심가치를 실현한 거니까요.
이전까지는 맥락상 설명이 부족하거나,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라면 제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분량은 늘어나더라도 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담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보가 많다’는 게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반대로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내신 기간에 긴 글을 읽기는 여러모로 부담일 테고요.
그래서 6월에는 <만화카페 밀툰> 컨셉으로 밀티스를 발행했어요. 각 본부 소식을 한 권의 만화책이라 생각하고 4컷 만화로 만들었거든요. GPT를 사용해 그 소식을 4컷 만화로 기획한 다음 프롬프트를 입력했어요. 그러고는 완성된 만화 아래에 자세한 내용을 글로 추가했고요.
저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이라 약간 걱정을 했습니다. 4컷 만화로 만들면 어쩔 수 없이 글이 줄어들 테니 내용과 맥락이 많이 생략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은 (다행히도) 틀렸습니다.
발행 후 데이터를 살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거든요. 만화를 본 뒤 오히려 본문까지, 조금 더 오래 읽어봤다는 거예요! 지난 호(링크)에서 간단히 설명해 드렸던 히트맵에서는 색깔로 체류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데, 파란색보다 초록색 구간이 시선이 더 오래 닿았다는 뜻이거든요. 위 사진을 보면 팀원들이 4컷 만화와 함께 본문까지 꽤 꼼꼼하게 읽어줬다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팀원들의 댓글이 어느 때보다 많이 달린 것도 좋은 피드백이었어요. ‘후루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거나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는 댓글을 보니 제 기획이 팀원들에게 잘 닿았다고 볼 수 있었고요.
흥미로운 포인트도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후루룩,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지만, 오히려 지난 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밀티스를 읽었다는 거예요. 페이지 체류 시간이 1.8배 길어졌거든요. 이전 체류시간이 2분이었다면, 이번에는 3.6분 정도 되는 거죠.
결국 텍스트가 곧바로 정보가 되지는 않으니, 이걸 잘 풀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또, 정보전달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굳이 기존 방식을 고집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깨달음도 있었어요.
언젠가부터 슬랙 곳곳에 야구 구단 이모티콘이 등장하고 팀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라운지에 앉아 야구 얘기를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주말에 야구 직관을 갔다 왔다는 얘기도 들리더라고요. 내신 기간과 함께 야구 시즌이 돌아온 거죠! 이번에는 그런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팀원들에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 팀 자랑, 최근 경기 결과에 대해 인터뷰하고, 그걸 팅커벨에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다양한 직무의 팀원들에게 인터뷰를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두 분을 무작위로 섭외해서 티타임을 가져봤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라도 공통 관심사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야구라면! 접점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신 기간이니 간단하고 재밌는 주제로 팅커벨을 기획했지만, 그럼에도 ‘경계 없이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방해물 제거하기’라는 EX팀 미션을 담았어요.
그 결과, 역시 야구팬들끼리는 대화를 나누는 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오시는가 하면, 수집한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이리저리 챙겨와서 보여주기도 했어요. 여담이지만, 사실 지난주 야구 경기에서 이 두 분이 같은 줄에 앉았다고 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라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는데, 이제는 야구장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인사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보통 팅커벨을 쓸 때는 팀원들을 직접 만나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인터뷰하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팀원들 업무 스케쥴을 고려해서 서면 인터뷰를 받아보았어요. 사전 질문 3가지 정도를 보내드리며 간단하게 써주셔도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들 섭섭지 않은 분량으로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팅커벨은 길게 쓰지는 않다 보니 정성껏 보내준 인터뷰를 전부 담기가 어려웠습니다. 팀원들이 시간 내서 써준 내용들인데…🥹 알뜰하게 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걸 팟캐스트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구글 노트북 LM의 오디오 오버뷰 기능을 사용하면 스크립트를 팟캐스트로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인터뷰 전문을 살짝 다듬은 다음 “야구 중계 위원이 해설하는 톤으로 팟캐스트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랬더니 그럴싸한 7분 분량 팟캐스트가 완성됐답니다. 그리고 그걸 부록으로 팅커벨에 담아 보냈습니다. 팀원들이 잠시 한숨 돌리는 동안, 아니면 팅커벨을 읽은 뒤 약간의 여운(?)을 즐기며 들을 수 있도록요.
6월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AI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덕분에 이전보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니 유용하기도 했는데요. 동시에 현명하게 AI를 사용하는 방법도 고민됐습니다. '너무 AI에 의지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제 경우, 콘텐츠를 만들 때는 AI를 쓴다고 일이 더 줄어들거나, 빨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예전이었다면 만화, 팟캐스트 기획은 아주 큰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다만, 제가 가진 1차 정보를 어떤 맥락과 포맷으로 만들어낼지 고민하는 일은 (아직까지는) 제가 해야만 했어요.
AI 덕분에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이 조금 더 매끈해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지만,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생겼다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현명히 사용하는 방법을 계속 다듬어봐야겠어요.
그럼 구독자 님, 전월실적 4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잊지 않고 물도 많이 마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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