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Note
이 문답은 강의 현장에서 오간 질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강의 이후 이해를 돕기 위해 사유의 맥락을 보충·정리한 기록입니다.
Q. 수강생 질문
강의 중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한숨 섞인 질문이 터져 나왔습니다. 국가적으로 AI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막상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이 챗GPT 같은 AI를 활용해 숙제나 수행평가를 해왔을 때 어디까지를 학생의 실력으로 인정해야 할지, 또 어디서부터 제지해야 할지 실무적인 매뉴얼이 전혀 없어 막막하다는 고충이었습니다. 선생님들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현장의 혼란이 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학에서 강의하시는 한 분이 현재 대학가에 정착 중인 구체적인 시스템을 공유하며 교육현장에서 AI활용 가이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A. 수강생 답변
"대학은 수업별로 강사가 AI 활용 수준을 직접 결정하는 '단계적 가이드라인'을 도입 중이며, 초중등도 최근 수행평가 지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꺼낸 수강생 분의 설명에 따르면,
대학 역시 학교마다 상황이 조금씩 달라서,
어떤 학교는 신호등 색깔처럼 단순하게 3단계로 나누어 관리하기도 하지만,
많은 대학이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4단계에서 6단계까지 세분화된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수강생분은 대학 현장에서 참고하는 'AI 활용 6단계 가이드라인'의 유래와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상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어 작문 수업이나 프로그래밍 기초 수업의 경우에는, 위 단계에 '문법을 교정해 주거나 번역하는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단계를 별도로 추가하여 운영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교수자는 강의 계획 단계에서 1단계(전면 금지)부터 6단계(창의적 활용)까지 중 해당 수업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단계를 선택해 학생들에게 미리 공지함으로써 혼란을 방지한다는 것입니다.
답답해하는 초등 교사 수강생님을 위한 희망적인 최신 정보도 덧붙였습니다. 아직 교육부가 고등교육(대학) 전반의 통합 가이드라인을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초중등 분야의 경우에는 바로 지난달(강의 시점 기준)에 '수행평가 시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이미 나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지침이 현장에 안착되면 선생님들께서도 훨씬 가시화된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A. 사유의 확장 (강의자)
“단계 도입은 단순한 허용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기술을 어떻게 사유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AI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기술을 다루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대응은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 전면 금지
- 사실상 방치
그러나 단계적 가이드라인은 이 둘을 벗어납니다.
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이 “AI를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수업의 목표에 맞게 AI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
로 바뀝니다.
이것은 기술을 외부의 위협으로 보는 태도에서
교육 과정 안으로 의식적으로 편입시키는 전략으로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단계를 나눈다는 것은 AI의 개입 수준을 가시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평가의 초점을 결과물에서 사고 과정, 탐색 과정, 수정 과정으로 옮겨서,
학생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묻겠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책임의 위치도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몰래 사용하면 ‘부정행위’였습니다.
그러나 단계제가 도입되면 책임이 이동합니다.
교수자는 허용 범위를 명시해야 하고
학생은 활용 범위를 고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윤리는 은폐의 문제가 아니라 명시의 문제가 됩니다.
더해서 이 제도는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AI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저항이 아니라 공존 전략을 택했다는 의미입니다.
교육이 기술을 거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사고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마지막으로, 단계를 나눈다는 것은
기술의 개입을 관리 가능한 변수로 다루겠다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묻게 됩니다.
사유는 단계화될 수 있는가? 질문은 허용 범위로 관리될 수 있는가? AI가 개입한 사고와 그렇지 않은 사고의 차이는 단순한 비율의 문제인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교육계의 단계적 AI 제도는
기술을 배제하는 대신 기술을 설계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유를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두려는 새로운 질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마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설계 안에서 우리는 인간의 사유를 어떻게 위치시킬 수 있을까.
권신경아(權申庚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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