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loud Clearing: 정산을 하나의 최적화 문제로 풀면
Stripe의 Mason Reeves가 작성한 Cloud Clearing이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간략하게 말하자면, 크로스보더 결제에서 돈이 새는 구조를 분석하고, 그걸 단일 최적화 엔진으로 통합하는 아키텍처를 제안한다.
지금 결제 인프라의 문제는 각 레일이 하나의 비용 차원만 최적화하는 고립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 Visa는 카드 거래를 상계하지만, FX는 보지 않는다.
- ACH는 시간 비용을 줄이지만, 환율은 고려하지 않는다.
- CLS는 FX 결제 리스크만 제거한다.
- Fedwire는 확실성을 최대화하되 비용도 최대화한다.
예를 들어, 한국 SaaS 회사가 미국에서 카드로 50만 달러를 받고 독일에서 SEPA로 30만 유로를 받으며 AWS에 12만 달러를, 독일 외주에 8만 유로를 지급할 때, 4개의 파이프라인이 각각 독립적으로 돌아가면서 카드 수수료, 환전 스프레드, 중계 은행 수수료, SWIFT 수수료가 각각 중복으로 빠진다.
왜 지금까지 이걸 하나로 못 묶었는지에 대한 Reeves의 설명은 간결하다. 금융시장에서는 거래 상대가 나보다 뭔가를 더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은 환율 전문가가, 금리는 금리 전문가가, 신용은 신용 전문가가 각각 따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상업 결제의 경우, 금융 시장과 다르게 공급업체에 보내는 5만 달러는 인보이스 발행 시점에 금액이 정해진 고정 채무로써, 거기에 숨겨진 정보 같은 건 없다. 숨겨진 정보가 없으면 전문가를 따로 둘 이유도 없고, 하나의 시스템이 모든 비용을 한꺼번에 최적화할 수 있다.
일단 무엇을 최적화하려는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결제 하나에 동시에 붙어 있는 비용 차원은 다섯 가지다:
- 신용: 돈의 형태에 따른 리스크로, 어떤 형태의 돈으로 정산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위험이 달라지고, 그 차이가 비용으로 반영된다. 현재는 카드 네트워크가 인터체인지 안에 이 리스크를 묶어서 받는다.
- 시간(금리): 정산이 지연되는 동안 묶이는 자금의 기회비용으로, T+2 카드 정산이면 가맹점은 이틀치 자금을 못 쓴다. 가맹점은 이 비용을 따로 보지 못한다. 정산 대기 중인 돈으로 프로세서가 이자를 버는 식으로 흡수되거나, 처리 수수료 안에 녹아 있다.
- 통화(FX): 환전 비용. 크로스보더 거래에서 중계 은행이나 FX 브로커가 붙이는 스프레드다. 위의 한국 SaaS 회사 예시에서 환전만 4건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면서 각각 0.4~0.5% 스프레드를 내고 있다.
- 유동성: 상계로 실제 이동 금액을 줄일 수 있는 정도로, 반대 방향 흐름이 많을수록 상쇄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CLS는 FX만으로도 99% 압축을 달성한다. 현재 각 레일은 자기 네트워크 안에서만 상계하기 때문에 교차 레일 상쇄 기회를 전부 놓치고 있다.
- 운영비: 레일별 고정 수수료로, 같은 금액을 이동시켜도 어떤 레일을 타느냐에 따라 비용이 수십 배 차이난다.
기존에는 이 다섯 가지를 각각 별도 시스템이 따로 가격을 매겼지만, Cloud Clearing에서는 하나의 목적 함수 안에서 동시에 최적화한다.
다음은 위 변수들을 최적화하는 4가지 방법이다:
- 상계(netting): 반대 방향 채무를 서로 상쇄한다. A가 B에게 10만, B가 A에게 7만 보낼 때 차액 3만만 남기는 식이다. 비용이 거의 0이라 최우선으로 실행된다.
- 자금 이체(gross settlement): 상계하고 남은 잔액을 실제로 레일을 통해 보낸다. Fedwire, SWIFT, 스테이블코인 전송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레일 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 일시 차입(bridge financing): 돈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나가야 할 때, 잠깐 빌려서 시차를 메운다. 은행의 당좌대월이나 중계 은행 신용 한도가 현재 버전이다.
- 채무 인수(novation): 제3자가 채무를 대신 떠안는다. 무역금융에서 은행이 수출업체의 매출채권을 사들이는 것(팩토링)이 대표적이다.
앞의 한국 SaaS 회사 예시로 이 엔진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자.
같은 시스템에 BerlinApp(독일에서 40만 유로 수취, 미국에 20만 달러 지급)과 TexasSaaS(미국에서 60만 달러 수취, 독일에 25만 유로 지급)가 함께 있다고 하자.
- 상계: 먼저 각 회사의 같은 통화 유입과 유출을 상쇄한다. KoreaTech는 달러 유입 50만에서 유출 12만을 빼면 순 38만 달러가 남고, 유로는 30만 유입에서 8만 유출을 빼면 순 22만 유로가 남는다. 그 다음 참가자끼리 맞춘다. BerlinApp은 달러가 필요하고 KoreaTech는 달러가 남으니 서로 상쇄하고, TexasSaaS는 유로가 필요하고 BerlinApp은 유로가 남으니 역시 상쇄한다. 마지막으로 달러↔유로 교차 흐름까지 삼각으로 상쇄한다. 여기까지 비용은 거의 0이다.
- 시차 처리: 상계가 끝나도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다. KoreaTech의 달러 유입이 내일인데 AWS 결제가 오늘이라면, 은행이 수취채권을 담보로 하루치를 빌려주고 유입이 도착하면 상환받는다. 고정 채무라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낮으므로 이자도 싸다.
- 자금 이체: 상계와 차입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순 잔액만 실제로 레일을 태운다. 이때 엔진이 SWIFT($25~50/건)와 스테이블코인 전송($0.01/건) 같은 선택지 중 가장 싼 경로를 고른다.
결과적으로, 환전 4건이 1~2건으로 줄고, 실제 레일을 타는 금액이 100만 달러 이상에서 약 52만 달러로 줄어든다. 참가자가 셋일 때 이 정도인데, 참가자가 늘면 상쇄 경로가 더 많이 발견되고, 효율은 더 좋아질 수 있다.
2. 스테이블코인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재구성하면
Bradley Freeman이 Nobody Cares About Yield라는 글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스테이블코인과 DeFi가 모든 앱을 은행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시점에서 경쟁의 축은 "수익률이 아니라 로열티 보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USDC 기반 로열티 포인트가 기존에 대형 신용카드사나 항공사만 가능했던 보상 네트워크를 아무 브랜드나 구축할 수 있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모든 소비자 앱이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수익률은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기본 사양이 된다. 단순히 수익률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왜 여기에 돈을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해진다.
스타벅스의 사례가 결정적이다. 리워드 프로그램에 18억 달러의 고객 예치금이 있고, 여기서 연간 약 1억 달러의 이자 수익을 벌지만, 3,200만 회원에게 돌려주는 수익률은 정확히 0%다. 고객은 수익률 때문에 돈을 넣는 게 아니다. 무료 음료, 등급 배지, 감정적 충성도 때문에 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열티 프로그램은 실패한다. 이유는 구조적인데, 보상을 모두 자기 마진에서 충당하는 제로섬 구조이기 때문이다. 너무 후하면 돈을 잃고, 아끼면 고객이 움직이지 않는다. 평균 미국 소비자가 17개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절반도 활발히 사용하지 않으며, 연간 100억 달러의 보상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다. 스타벅스가 작동하는 건 커피가 일상 습관이라 주 5회 매장을 방문하기 때문이고, 이 빈도 이점을 가진 사업은 드물다.
Amex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다.
Amex의 구조는 크게 봤을 때 삼자 간 가치 교환이다. 회원은 카드 사용으로 포인트를 적립하고, 파트너 가맹점(항공사, 호텔, 소매점)은 Amex의 프리미엄 고객 기반에 직접 접근하는 대가로 할인을 제공하고, Amex는 가운데에서 실제 비용 약 200달러짜리 보상을 회원에게 500달러 가치로 전달한다. 결과적으로 연 100억 달러의 회비를 기반으로 170억 달러 규모의 보상 네트워크가 돌아간다. 보상이 자기 마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파트너의 도매 할인에서 나온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는 Amex가 될 수 없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 기술이 복잡하다: 모든 파트너 연동이 개별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다. 파트너마다 데이터베이스, 카탈로그, 재고 시스템, 정산 레일이 전부 다르다. 포인트는 사실상 돈이기 때문에 버그는 곧 재무 손실이나 악용으로 이어진다.
- 자본 집약적이다: 발행된 모든 포인트는 밸런스시트에 미래 의무로 잡힌다. 회원이 언제 얼마나 사용할지 예측하려면 모델링이 필요하고, 상환 리스크에 대비한 자본 준비금도 필요하다. 대기업급 밸런스시트와 수십 년의 파트너십 축적 없이는 불가능한 모델이다. 대형 신용카드사와 항공사만 이 규모를 달성한 이유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다. Freeman의 제안은, 커스텀 포인트 화폐를 발명하는 대신 모든 포인트를 내부적으로 USDC로 담보하는 것이다. 사용자 앱에서는 여전히 브랜드 포인트로 보이고, 바뀌는 건 인프라다.
포인트를 USDC 기반으로 바꿨을 때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포인트가 달러로 1:1로 담보되어 있어서 포인트의 가치가 안정적이다.
- USDC의 경우 이미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 연동이 개별 엔지니어링에서 공유 표준 연결로 바뀐다.
- 모든 포인트가 발행 시점에 실제 달러로 담보되면, 헤지할 변동 부채가 없다. 준비금이 USDC 수익률(~3.5%)을 벌기 때문에 포인트는 밸런스시트 부채에서 자기 자금 조달 자산으로 바뀐다.
핵심은 프레이밍인데, 스테이블코인 로열티는 "크립토를 써서 포인트를 더 좋게 만든다"가 아니라, "Amex급 보상 네트워크의 진입 장벽을 구조적으로 낮춘다"로 읽어야 하고, 기술 장벽(표준화된 정산 레일)과 자본 장벽(자기 자금 조달 준비금)이 동시에 해소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단순한 포인트 토큰화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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