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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째주: Blend와 Tempo, Lightspark Grid, Stripe

크립토보다도 더

2026.05.11 | 조회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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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lend와 Tempo의 다른 듯 같은 문제의식

최근에 재밌게 본 Blend와 Tempo는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다. 공통된 문제의식은 이렇다. 금융에서 유저 자산을 하나로 풀링한 뒤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유저별 상태를 재구성하는 패턴은 이상적이지 않고, 유저별 격리를 인프라 자체에 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통 금융에서 이 패턴의 대표적 사례가 FBO(For Benefit Of) 계좌 구조다. 은행이 아닌 핀테크가 고객에게 계좌를 제공하려면, 파트너 은행에 하나의 마스터 계좌를 열고 자체 원장으로 유저별 잔액을 추적한다. 문제는 이 서브원장이 은행의 실제 잔액과 항상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일치가 발생하면 재앙이 된다. 2024년 Synapse 붕괴가 정확히 이 시나리오였다. Synapse가 운영하던 원장과 파트너 은행 Evolve의 실제 잔액 사이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불일치가 발생했고, 수십만 명의 사용자 자금이 동결됐다. 인프라 레이어에서 유저별 격리가 보장되지 않고, 그 책임 주체마저 불명확하면 이런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다.

Tempo의 Virtual Addresses는 이 문제를 다르게 접근한다. FBO + 서브원장 구조 대신, 블록체인 자체가 원장 역할을 한다. 각 고객은 메인 유동성 풀에 매핑되는 전용 가상 주소를 받기 때문에 별도의 외부 원장이 필요 없고, Tempo 인프라 자체가 source of truth 역할을 수행한다. 불일치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윕(개별 지갑에서 마스터 지갑으로 자금을 모으는 작업)도 프로토콜 레벨에서 자동화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0.001 미만)으로 처리된다.

DeFi 쪽에서도 비슷한 구조적 문제가 반복된다. 네오뱅크들이 DeFi 수익률 상품을 도입할 때 가장 흔한 접근법은 ERC-4626 볼트에 유저 자금을 모으고, 유저별 포지션은 온체인 데이터를 파싱해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가능은 하지만,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유저 수에 비례해서 쌓이고, 풀 아키텍처상 한 유저에 대한 조치를 다른 유저와 분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 않다.

Blend의 접근법은 유저별 Gnosis Safe(스마트 어카운트)를 컴플라이언스 경계로 사용하는 것이다. 네오뱅크는 Blend의 SDK/API와만 상호작용하고, 그 아래에서 각 유저의 자금은 독립된 Safe에 격리된다. DeFi 프로토콜과의 상호작용은 Safe 아래에서 일어난다. 전통 금융의 비유로 설명하면, Schwab(수탁)과 BlackRock(운용)의 분리와 같다.

언뜻 보면 두 프로젝트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Blend는 DeFi 수익률 인프라의 컴플라이언스 경계 문제를 풀고, Tempo는 결제 인프라의 계좌 격리와 정산 문제를 푼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두 프로젝트 모두 유저별 격리를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의 재구성(서브원장, 데이터 파이프라인)에서 인프라 레이어의 네이티브 기능(스마트 계정, 프로토콜 네이티브 가상 주소)으로 내린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BaaS 붕괴가 증명한 것은 "풀링 후 재구성" 모델이 규모에서 깨진다는 점이다. Blend와 Tempo는 각자의 도메인에서 같은 교훈을 적용하고 있다. 유저별 격리는 인프라 위에 쌓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에 내장되어야 한다.

2. Lightspark Grid: 플랫폼은 왜 금융 인프라를 직접 소유해야 하는가

David Marcus가 Lightspark를 통해 Grid Global Accounts를 공개했다. PayPal CEO를 거쳐 Meta의 Libra/Diem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인물인 그의 핵심 주장은 플랫폼이 금융 인프라를 임대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모든 플랫폼(마켓플레이스, 긱 이코노미, 크리에이터 네트워크)은 사실상 같은 일을 한다. 프로덕트를 만들고, 양면 시장을 구축하고, 거래가 일어날 조건을 만든다. 그런데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순간, 플랫폼은 제어를 잃고, 결제 프로세서, 은행, 카드 네트워크, FX 제공자들이 각각 한 조각씩 가져간다. 이 중개자들은 고객을 확보하지도, 프로덕트를 만들지도 않았음에도 연간 $2.5T의 수익과 거의 모든 거래 데이터를 가져간다.

Marcus가 강조하는 건 중개 비용의 이중 구조다. 수수료는 눈에 보이고 직관적이다. 더 치명적인 건 데이터 유실이다. 모든 거래에는 맥락이 따라붙는다. 누가, 무엇에 대해, 얼마를, 어떤 패턴으로 벌었는지. 돈이 외부 인프라를 거치는 순간, 맥락과 현금이 분리되고, 맥락 기반 거래 데이터로 작동하는 AI 시스템 시대에 이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의 누수다.

Grid Global Accounts는 이 문제에 대한 풀스택 답이다. 플랫폼이 한 번 통합하면 유저에게 달러 계좌, Visa 카드, 65개국 이상 즉시 정산,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수익률, 인터체인지, FX 마진이 중개자가 아닌 플랫폼에 돌아간다.

AI 에이전트 위임 기능도 흥미롭다. Marcus는 Grid 계좌를 OpenClaw 에이전트에 연결해 한 달 넘게 테스트했다고 한다. 에이전트가 온라인 쇼핑, 다국 청구서 결제, 송금, 기프트카드 구매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유저가 에이전트용 펀딩 포켓을 만들고, 지출 한도와 승인 범위를 설정하면 지갑이 경계를 네이티브로 강제한다. Marcus는 12-24개월 내에 에이전트가 사람이 시작한 거래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3. Stripe는 크립토를 보이지 않게 만들려 한다

@snapcrackle이 Stripe Is Trying to Make Crypto Disappear라는 분석 글을 올렸다. 핵심 관찰은 Stripe는 크립토 회사가 되려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을 엔터프라이즈 결제 인프라 깊숙이 묻어서, 고객이 월렛, 가스, 브릿지 같은 단어를 쓸 필요가 없게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18개월간 Stripe가 조립한 스택을 보면 이 의도가 명확해진다:

  • Bridge: 스테이블코인 발행·오케스트레이션, $1.1B 인수
  • Privy: 임베디드 월렛, 1.1억 프로그래머블 월렛
  • Tempo: Paradigm과 공동 설립한 결제 전용 L1, $5B 시리즈 A
  • Bridge National Trust Bank: OCC 조건부 승인

여기에 Stripe 본체의 $1.9T 결제 볼륨과 195개국 머천트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 발행, 오케스트레이션, 월렛, 정산 체인, 트러스트 뱅크 차터, 머천트 유통을 한 궤도 안에 모두 넣은 회사는 없다.

Tempo가 존재하는 이유는 구체적이다. 한 메이저 블록체인에서 밈코인 투기 열풍이 불었을 때, Bridge 고객의 정산이 12시간 넘게 지연됐고 건당 가격이 35배 뛰었다. 기관 결제를 다른 어플리케이션과 블록스페이스를 공유하는 체인 위에서 돌릴 수 없다는 결론이 여기서 나왔다. Tempo는 네이티브 토큰 없이 스테이블코인 가스로 작동하고, 전용 블록스페이스 레인으로 speculation 트래픽과 결제를 격리하며, 밸리데이터를 Visa, Stripe, Zodia Custody(Standard Chartered 자회사) 같은 지정 금융기관이 운영한다. Ethereum보다 DTCC에 가까운 거버넌스다.

Bridge의 Open Issuance는 스테이블코인의 앱스토어 역할을 수행하는데, 준비금 수익의 대부분을 발행사에 돌려주는 구조를 통하여 Phantom, Klarna, Hyperliquid, MetaMask가 이미 이 위에서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Stripe가 모든 브랜디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이, 스테이블코인이 런칭되고, 수탁되고, 정산되는 플랫폼을 소유하면 된다.

이 글에서 가장 주목할 관찰은 Circle과의 비교다. Circle의 Arc는 Tempo와 거의 동일한 아키텍처에 독립적으로 수렴했다. 지정 금융기관 밸리데이터, 스테이블코인 네이티브 가스, 서브초 파이널리티, 결제 중심 설계. 두 회사가 독립적으로 같은 답에 도달했다는 건 퍼미션드 L1 + 금융기관 밸리데이터라는 아키텍처가 단일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카테고리가 되고 있다는 신호다.

Stripe의 자기 파괴 로직도 주목할 만하다. Stripe의 기존 사업은 카드 인터체인지에 기반한다. Tempo 위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카드 네트워크를 우회한다. 성공하면 자기 사업의 기반을 잠식하는 것을 직접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키텍처가 양쪽을 모두 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에이전트가 카드로 결제하면 인터체인지가 보존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Tempo를 거친다. 어느 쪽이든 Stripe 시스템 안에서 끝난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매출을 보호하고 신기술이 늦게 오길 바라지만, Stripe는 반대로 자기 카드 사업과 경쟁하는 것을 자기 타임라인에 맞춰 직접 만들면서, 새로운 플로우도 자기 시스템을 통과하게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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