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한 명의 리서처로서 현재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일한다는 사실은 꽤 신나기도 하고, 내가 혹시 부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하며, 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을 주기도 한다. Delta에서 일한 지도 벌써 약 7개월이 되었고, 최근에는 6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쳐 풀타임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Delta에 대해 크게 다루지 않았던 이유는, 첫째 인턴 기간만 채우고 끝날 수도 있었고, 둘째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회사가 아직 공개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김을 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풀타임으로 합류하게 되었고(언제 잘릴지는 미지수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더 많은 콘텐츠를 공개할 것 같아 이제 슬슬 Delta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글로는 우선 내가 어떻게 Delta에 인턴을 구하였는지부터 얘기해보려 한다.
도구로서 쓰임을 당하는 프로젝트
나는 꽤 오랫동안 ‘서브컬처로서의 온체인’ 가설을 지지해왔다. 이 가설은 세상이 이미 수천 개의 서브컬처로 파편화되어 있고, 각 서브컬처에서 파생되는 문제나 니즈만 충족시켜도 충분하다는 내용이다. 온체인 산업에 한정하면, 굳이 궁극의 매스어답션을 목표로 하거나 실생활 문제 해결에 집착하지 않고, 온체인 산업에서 발생한 문제나 온체인 유저들의 니즈만 충족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성공적인 크립토 프로젝트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며, 토큰은 그 브랜드의 플래그십 상품처럼 여겨진다. 비유하자면, 크립토 프로젝트가 애플이라면 토큰은 아이폰이나 맥북인 셈이다. 이 가설에서는 마인드셰어와 토큰 가격이 직접적인 경쟁력이 되며, 생태계 활성화, 기술, 파운더 등은 간접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2024년 후반기부터 나는 이 가설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2023년 포필러스를 떠난 뒤 학교에 복학해 블록체인 외의 것들을 공부하다 보니, 그동안 지나치게 온체인 중심이었던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서브컬처로서의 온체인’에서 경쟁하는 프로젝트들을 응원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이 이미 너무 포화 상태이며, 많이 사용된 플레이북이라 신선함이 떨어지고, 특별한 경쟁 우위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외적으로 Abstract와 같은 프로젝트는 이 가설을 기반으로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는데, 대표적으로 Brian Hong 님의 채널에서 팔로우하다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 나는 ‘정반합’ 관점에서 오히려 정반대 성격을 가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찾아보기로 했고, 그 대표적인 예가 Web Proof/zkTLS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브랜드라기보다는 ‘도구로서 쓰임을 당하는’ 성격이 강하며, 토큰이 없거나 토큰의 쓰임새가 명확하지 않아 투자 자산으로서 매력이 적은 경우가 많다.
Local-First Software
이 관점 변화와 함께 당시 나는 Local-first software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Local-first software란 Obsidian, Linear, Git, Excalidraw처럼 다른 컴퓨터의 상태가 내가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기존 웹서비스가 서버나 클라우드 상태에 의존하며 발전해온 것과 달리, Local-first software는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로컬 디바이스에 저장하고, 네트워크 동기화는 필요할 때만 하여 속도가 빠르고 네트워크 연결 상태에 의존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개념적으로 온체인 서비스와 Local-first software는 대척점에 있다. 온체인 서비스는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월드 컴퓨터에 집어넣어 같은 규칙을 공유하게 하는 반면, Local-first software는 각 서비스가 최대한 서로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한다.
글을 발견하다
이처럼 ‘도구로서의 블록체인’과 ‘Local-first software’에 관심을 갖던 중, 트위터 피드를 통해 “What Comes After the Web”이라는 글을 발견했고 즉시 매료되었다. 이 글은 온체인이라는 ‘정’과 Local-first software라는 ‘반’ 사이에 ‘합’을 제시했으며, 내가 당시 고민하던 주제와 매우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즉시 글쓴이에게 DM을 보냈다. 당시에는 Delta라는 이름도 없었고, 이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만드는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현재 Delta 파운더인 Ole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일자리를 구할 때는 DM을 보내라
그렇게 흐지부지될 것 같던 대화는, 내가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나는 졸업을 앞둔 2024년 말부터 일자리를 구했고, 해외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찾았다. 그런데 내가 지원하려는 포지션 자체가 매우 희귀하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구직 공고가 나지 않은 프로젝트에도 더 적극적으로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예전부터 흥미롭게 보던 프리-시드나 시드 라운드급 초기 프로젝트 파운더들에게 인턴 기회를 문의하는 DM을 보내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추린 프로젝트는 두 개였는데, 하나는 Delta였고, 다른 하나는 Seismic이었다.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나는 노션 페이지에 ① 내가 Delta를 좋아하는 이유, ② 보완이 필요한 점, ③ 내가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정리해 함께 보냈다. 다행히 이 방법이 통했고, 이후 과제와 면접을 거쳐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해 당시 보낸 노션 페이지를 공유한다. 물론 그 이후 약 7개월이 지났고 Delta의 방향성도 일부 바뀌었지만, 2024년 12월의 나는 어떤 점 때문에 Delta에 긍정적이었고, 어떤 팀을 온보딩시키고 싶었는지를 볼 수 있다.
다음편 예고
여기까지가 Delta 입성기다. 지금 돌아보면 상당한 운, 약간의 적극성, 그리고 그동안 해왔던 경험이 잘 맞물려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Delta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Delta가 기존 프로젝트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세상과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기에, 이 부분을 먼저 소개하고 다른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람을 찾습니다
현재 다음과 같은 팀/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 대체자산(PE 펀드, 사모대출 펀드 등) 토큰화에 관심 있는 증권사·자산운용사·토큰화 서비스 플랫폼
- Canton Network를 과거에 사용해본 팀
혹시 위에 해당하거나, 주변에 해당 팀을 알고 계신 경우, 또는 이 외에도 Delta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경우에는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samoyedali@지메일닷컴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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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A (인사빌런)
항상 글 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플레이버 by 모예드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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