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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넷째주: 도메인, 토요타, 결제 네이티브 체인

블록체인을 최적화하기보다는, 그 대안을 새롭게 설계하자

2025.08.25 | 조회 3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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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버 by 모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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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메인, 혁신은 관점의 변화에서부터

해당 글은 내가 속해 있는 Delta의 Founder가 작성한 글인데,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글의 핵심은 블록체인을 더 이상 최적화하려 애쓰기보다는, 아예 그 대안을 새롭게 설계하자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블록체인은 모든 상태를 글로벌 합의로 처리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업계는 줄곧 더 높은 TPS, 더 싼 가스비, 더 빠른 파이널리티를 두고 최적화 경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 글에서 제안하는 관점은 다르다. 굳이 블록체인을 범용의 세계 컴퓨터처럼 설계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특정 목적과 맥락에 맞게 검증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제시된 domain(도메인)은 블록체인의 현실적 대안이다. 도메인은 블록체인처럼 네트워크 전체가 모든 연산을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각 도메인이 스스로 규칙을 정의하고, 발생한 상태 변화 중 꼭 필요한 것만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글로벌 원장에 기록한다. 즉, 도메인은 여전히 verifiable system이라는 큰 틀 안에 있지만, 범용 합의 모델을 강제하지 않고 각 도메인에 맞는 규칙 집합을 적용할 수 있어 훨씬 더 유연하게 작동한다.

  • 연산 방식: 블록체인은 모든 트랜잭션을 네트워크 전체에서 재현하지만, 도메인은 특정 맥락에 맞는 연산만 처리한다.
  • 상태 기록: 블록체인은 모든 상태를 글로벌하게 합의하지만, 도메인은 필요한 최소 상태만 검증 가능한 형태로 글로벌 원장에 남긴다.
  • Event-driven: 블록체인은 사용자 트랜잭션에만 의존하지만, 도메인은 센서 데이터, API 호출, 시간 이벤트 등 다양한 외부 이벤트를 트리거로 활용해 상태 변화를 기록할 수 있다.

결국 이 글은 “체인을 최적화하는” 낡은 경쟁에서 벗어나, verifiable system이라는 상위 개념 아래에 domain이라는 새로운 하위 범주를 두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단일한 월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각 도메인이 자체적으로 정의한 맥락 속에서 동작하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글로벌 차원에서 검증 가능한 결과를 공유하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발상이다.

(2) 토요타의 모빌리티 x 블록체인 파일럿

토요타 블록체인 랩은 지난해 모빌리티를 하나의 계정 단위로 추상화했던 MOA(Mobility Oriented Account) 개념을 발전시켜, 이번에는 네트워크 자체에 초점을 맞춘 MON(Mobility Orchestration Network)을 제안했다. 그 배경에는 왜 블록체인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예로 들어보면, 제조사는 A, 법적 소유주는 B, 당일 운전자는 C, 보험사는 D, 정비사는 E일 수 있다. 차량이라는 실체는 혼자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기관과 개인이 얽혀 만들어낸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관계망은 기관별 사일로, 산업별 단절, 국가별 제도 차이로 분절되어 있다. 등록 기록은 행정기관에, 정비 이력은 OEM과 정비소에, 보험은 보험사에 흩어져 있으며, 국가를 넘어서면 처음부터 증명을 다시 거쳐야 한다. 토요타가 보기에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은 중립적인 네트워크 레이어로서의 블록체인이었다.

MON은 이를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첫째, 제도적·기술적·경제적 증명을 묶어내는 Trust Chain을 통해 조직 간 신뢰 단절을 메우고, 둘째, 금융 네트워크와 모빌리티 서비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Value Cycle을 통해 자본의 흐름을 촉진하며, 셋째, 각국의 제도와 생태계를 존중하면서도 공통 프로토콜로 묶는 Connecting Ecosystems를 통해 국경 간 단절을 해소한다.

프로토타입 구현에서 토요타가 Avalanche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철학과 맞닿아 있다. Building locally, collaborating globally라는 MON의 비전을 시험하기에 Avalanche의 멀티체인 구조와 네이티브 메시징 기능은 합리적인 무대였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Delta의 모델이 MON의 철학을 구현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단일 글로벌 상태: Avalanche처럼 서브넷 간을 이어줄 별도 브리지나 릴레이어가 필요 없다. 모든 도메인이 하나의 공유 상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가 단순하고 리스크가 줄어든다.
  • 증명 우선 설계: Delta의 밸리데이터는 오직 zk-증명만을 검증한다. 따라서 MON이 강조한 제도적·기술적·경제적 증명(Trust Chain)을 각 도메인에서 정의하고, 이를 압축된 증명 형태로 베이스 레이어에 집계하기에 자연스럽다.
  • 이벤트 기반 검증: Delta 도메인은 단순한 사용자 트랜잭션뿐 아니라 센서 데이터, API 호출, 시간 이벤트까지 포함해 검증 가능한 상태 변화를 기록할 수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 V2G/VPP, 동적 금융 같은 모빌리티 사례에 특히 적합하다.

결국 MON이 지향하는 바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도, 완전히 닫힌 프라이빗 체인도 아닌, permissioned but public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Delta는 바로 그 경계 위에서 MON의 철학을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본다.

(3)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이 결제 인프라에 중요한 이유

Simon Taylor는 지금의 결제 인프라를 “AWS 이전의 클라우드”에 비유한다. 결제 네트워크는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고, 각 사업자가 똑같은 스택을 반복적으로 구축한다. 정산은 느리고 비용은 높으며, 스케일업도 어렵다. 그런데 만약 AI가 결제 볼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돈이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가 된다면, 지금의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이 강조하는 지점은 바로 결제 네이티브 체인의 등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블록체인들은 결제에 특화되기보다는 범용성을 지향해왔다. 솔라나는 빠르지만 밈코인과 토큰 발행 등 각종 트래픽이 얽히며 피크타임에는 불안정해지고, 이더리움은 처리량 자체가 부족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EC2 for settlement, S3 for receipts, IAM for compliance keys” 같은 기능이 네이티브하게 내장된, 결제만을 위한 체인이다. 이는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개발자 속도와 오퍼레이터의 워크플로우 효율을 좌우하는 인프라다.

Stripe와 Paradigm이 결제 중심 블록체인을 준비한다는 소문, 그리고 Circle이 직접 Arc 체인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Arc는 USDC로 가스비를 지불할 수 있고, 규제기관에 ‘뷰키(view key)’를 제공하며, 담보·마진·크로스보더 FX까지 온체인으로 처리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Stripe 역시 단순히 “가장 싼 프로세서”를 지향하기보다, 환불·재시도·정기 결제 같은 숨겨진 결제의 복잡성을 풀어주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모해왔고, 이제는 그 인프라 자체를 체인으로 commoditize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

결국 결제 네이티브 체인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빠르고 저렴한 인프라가 아니라, credibly neutral, 즉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누구나 안심하고 올릴 수 있는 공용 레이어가 되어야만 경쟁은 인프라 소유권이 아니라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레벨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결제 인프라는 다시금 벤더 락인과 중앙집중의 함정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고, “AWS of Money”라는 비전 역시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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