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주 주간기록

(1) 애초에 블록체인이 필요한 이유는?

이 글은 Hyle 프로젝트의 파운더가 발표한 영상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Hyle은 zk settlement 레이어를 지향하는 프로젝트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고 있는 중이다.

블록체인을 오래 보다 보면 모든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무의식적(오랜 시간 노출로 인한) 혹은 의식적(업계 생태계 내 생존을 위한) 충동이 생긴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 자체가 ‘쿨하지 않다’, 혹은 ‘디젠스럽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신뢰 없이 협업할 수 있는 거대한 월드 컴퓨터’로 비유하곤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상태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며, 이 컴퓨터 내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코드로 표현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나는 정말 이런 시스템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조금 더 정제하자면,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처럼 거대한 월드 컴퓨터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굳이 새로운 월드 컴퓨터가 더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정도의 결론이 된다.

(2) 블록체인이 잘하는 것은?

이 글은 전 델파이 리서처이자 현 드래곤플라이 캐피털 소속인 Robbie Petersen이 작성한 글로, 블록체인이 어떤 기능에 강점을 가지는지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 시스템의 일종이자, 자산 원장(asset ledger)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을 발행하고, 이동시키고, 자산에 로직을 입히는 것에 강점을 가진다. 이를 기반으로 작성자는 블록체인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개인적으로는 1번과 4번에 가장 공감이 되었다. 특히,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MBS(주택저당증권)와 같이 유동성이 낮은 자산군을 증권화하는 데 있어서 블록체인의 역할이 가장 기대된다. 다만, 위 다섯 가지 기능만을 수행하기 위해선 별도의 '월드 컴퓨터'는 다소 오버스펙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 단순하고 효율적인 '자산 원장' 정도가 오히려 적절해 보인다.

(3) 코인베이스의 Verified Pools

코인베이스는 최근 ‘Verified Pool’이라는 새로운 유동성 풀을 공개했다. 이는 Coinbase Verification credential을 통해 KYC 인증이 완료된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으며, Uniswap V4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수익 최적화를 위해 Gauntlet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기반 체인은 Base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DeFi의 파이가 점차 기업들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나는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DeFi’라는 단어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코인베이스는 KYC 인증, 블록체인 인프라, 지갑, 그리고 기관 및 리테일 고객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코인베이스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플레이라고 본다. 코인베이스 외에는 로빈후드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로빈후드는 최근 골드 멤버들에게 크립토 예치에 대해서 추가 1% 이율을 더 준다거나, 예측 시장 서비스를 지원한다거나, 재밌는 것을 많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