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관한 짧은 필름’은 예전에 월간 <PAPER>에서 일할 때 연재했던 한 페이지짜리 영화 칼럼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써본 첫 칼럼이었는데, 그걸 본 대표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백 명 중에 세 명이 좋아할 글이라고. 그 대신 세 명인 미친 듯이 좋아할 거라고.
그 뒤 정말로 세 명(!)한테 팬레터 비슷한 메일을 받아서 기분이 참 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한 명은 글을 보고 울다가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쳤다고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학보사 기자로 저를 인터뷰까지 하러 찾아왔습니다. 제 인생에서 인터뷰어가 아니라 인터뷰이가 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요.
그런 걸 보면 영화를 본다는 건 개인적이면서도 심오하게 공적인 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어떤 영화를 이야기나 주제가 아닌 ‘순간’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생각도 들구요. 예를 들면 머리끝에 일렁이는 불빛, 와인의라벨, 누군가의 뒷모습 같은 것들이요.
아무튼 잡지사를 나온 후에도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쓰거나, 나중에라도 쓰려고 조각을 남겨 놓은 게 꽤 많이 모였네요. 그래서 어떻게든 내보내고,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뉴스레터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어떤 글은 상대적으로 집요하고 아카데믹한 칼럼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글은 지극히 사적이고 가벼운 에세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다분히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제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글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참, 스포일러는 절대 조심하지 않습니다)
멤버십 구독을 신청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정기적으로 영화 외의 다른 글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일종의 보너스 콘텐츠라고 할까요. 여기서는 좀 더 이상하고 충동적인 글들을 써보려고 해요. 정크 메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제가 이야기하는 영화들의 누군가의 인생 영화가 되는 걸 상상해봅니다. 이런 것도 꽤 흥미로운 상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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