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안예지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여름마다 제가 34,029번째로 하는 ‘연기’가 있습니다.
“선생님, 아이스크림은 하루에 하나만 먹는 거죠오~~?”
“아유 그럼요~~ 아이스크림은 하루에 하나만 먹는 건데에~~~ 우리 땡땡이는 하루에 2개 먹었다고? 진짜? 그럼 안되는데에~~ 배도 아야아야하고~~ (후략)”
이렇게 더운 여름날, 시원하고 달달한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찾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죠. 다만 어른은 몸 상태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반면(그러신 거 맞죠? ^^) 아이는 스스로 절제하기가 어려워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의 체중이나 비만도가 관리가 필요한 지점에 와 있다면 더 신경이 쓰이실 텐데요.
오늘은 ‘어느 정도면 더 관리가 필요한지’ 기준과, 아이스크림 대신 줄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정리해드릴게요.
어느 정도면 통통한 거예요?
소아 비만은 성장도표의 BMI 백분위수로 봅니다. 85 백분위수부터가 과체중, 95 백분위수 이상이 비만입니다. 단순히 체중이나 BMI 숫자만이 아니라 백분위수를 보는 이유는, 아이는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을 두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키에 비해 체중이 상위 15% 안쪽에 들어온다면, 이때부터는 적극적으로 관리해주시는 게 좋아요. 그냥 둔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라, 나쁜 식습관이 고착되면 성장하면서 오히려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거든요. “다 크면 빠지겠지”는 통하지 않습니다.
우선 우리 아이 위치부터 확인해보세요. 소아과 정기검진 자료에 백분위수가 나와 있고, 정확히 모르시면 질병관리청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생년월일과 키·체중만 입력하면 우리 아이가 몇 백분위수인지 확인됩니다.
달달한 음료는 왜 안 좋을까요?
저는 ‘딱 하나,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것’을 꼽으라면 액상과당이 든 음료라고 말씀드리는데요.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당은 온몸의 세포에서 에너지로 쓰입니다. 그런데 과당은 조금 달라요. 거의 대부분이 간에서만 처리됩니다. 그래서 액상과당이 든 음료를 매일 마시면 간이 그걸 계속 감당해야 하고,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으면 남는 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간에 저장됩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어린이 음료, 요구르트 음료, 이온음료, 과일주스, 아이스크림, 젤리 등에 액상과당(또는 그 계열의 당)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에요. 하나씩 보면 대단한 양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하루 종일 누적되면 훨씬 많아집니다. 또 이런 단맛에 익숙해지면 점점 담담한 음식을 잘 못 먹기도 하고요.
요즘 초등학생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는 비율이 점차 높아진다고 하지요. 액상과당의 문제는 단순히 ‘비만이라 보기 안 좋다’를 넘어, 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몇 개까지는 괜찮은가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딱 잘라 말할 기준은 없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액상과당이 든 음료, 시판 아이스크림, 설탕이 든 과자를 아예 안 먹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어린이집에서도 나오고, 할머니 댁에서도 주시고, 친구 생일파티에서도 먹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완벽하게 끊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지금 아이가 먹는 양에서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음료 한 잔이었다면 이틀에 한 잔으로. 하루 아이스크림 하나였다면 이틀에 하나로. 이 정도 조정만 꾸준히 이어가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럼 오늘 당장 무엇부터 할까요?
진료실에서 제가 정말 자주 짚어드리는 게 있어요.
아이가 자꾸 찾는다고 ‘미리 사서 쌓아두는 습관’입니다.

“우리 애가 좋아하니까”, “여름이니까 얼려두면 편하지” 하면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음료수, 서랍에 과자를 계속 채워두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아이는 눈에 보이면 계속 찾습니다. 없으면 덜 찾아요.
미리 쌓아두는 습관을 멈추는 것 자체가 관리의 시작입니다. 아이가 찾을 때마다 마트에 나가야 한다면, 귀찮아서라도 자연스럽게 횟수가 줄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대체할 옵션을 집에 함께 두세요
시원한 걸 아예 못 먹게 하긴 어렵죠. 그래서 ‘다른 옵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요즘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홈메이드 간식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첨가물 없이 5~10분이면 준비되는 것들이에요.

얼린 과일 그대로. 가장 간단해요. 수박, 포도, 바나나, 딸기를 한입 크기로 잘라 얼려두면 그 자체가 시원한 간식이 됩니다.
요거트 바크. 넓은 트레이에 종이 포일을 깔고 플레인 그릭 요거트를 얇게 편 뒤, 위에 냉동 과일이나 견과류를 올려 3시간 이상 얼립니다. 얼면 손으로 조각내어 먹이시면 되고요. 좀 더 달게 하고 싶으시면 잘 익은 바나나를 으깨서 섞어주시면 좋아요. 인스타에서 “요거트 바크”로 검색하시면 사진이 많이 나오니 참고하세요 ^^
홈메이드 과일 셔벗. 냉동 과일(망고나 바나나)을 우유나 요거트와 함께 믹서에 갈면 아이스크림 같은 식감이 나옵니다. 과일 자체가 달아서 설탕을 넣지 않아도 충분해요.
핵심은 집에 처음부터 다른 옵션이 있어야 아이 손도 그쪽으로 간다는 점입니다. 없으면 사달라고 조르지만, 있으면 그거라도 먹게 돼요.
이럴 땐 한 번 진료를 봐주세요
다음 신호가 보이면 집에서의 관리와 별개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BMI가 95 백분위수 이상 (비만 범위)
-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 목이나 겨드랑이에 검게 착색된 부분이 보인다
- 여아 8세 이전, 남아 9세 이전에 사춘기 신호가 나타난다
마지막 두 가지는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나 성조숙증이 시작됐을 수 있는 신호라 확인이 필요해요.
오늘 저녁, 냉장고 문부터 열어보세요
아이가 지금 먹는 것에서 조금씩 줄이고, 다른 옵션을 함께 두고, ‘쌓아두는 습관’만 멈추셔도 아이 몸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 냉장고 문을 한 번 열어보시고, 지금 뭐가 들어 있는지부터 살펴봐주세요. 거기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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