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바쿠의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고 F1도 한 주 쉬어가고 있습니다.

맥라렌의 독주가 잠시 숨을 고르고, 모두가 이제 끝났다는 예상을 뒤엎은 레드불의 백투백 우승은 나름 꽤 충격적이라 남아있는 그 여운과 함께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막스 베르스타펜은 어떻게 무적 같았던 맥라렌을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요? 레드불이 지난 몬차에서부터 가지고온 업그레이드는 시즌 후반 부 정말 맥라렌을 저지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에서 보여준 레드불의 모습과 맥라렌의 약점을 데이터와 함께 보고, 남은 시즌의 향방을 예측해 봅니다. 더불어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가득 담았으니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아제르바이잔 GP 리뷰 (현실적으로 레드불은 반격할 수 있을까?)
사실 막스 베르스타펜의 2연승은 다소 충격적이긴 합니다. 2025 시즌을 지배하던 맥라렌이 몬차와 바쿠에서 연달아 무너지면서 패독 전체가 어지러운 가운데, 챔피언십 선두인 오스카 피아스트리와 막스 베르스타펜의 점수 차는도 이제 69점 차.
이제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죠. "막스가 따라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압살당한 맥라렌?
바쿠 레이스 결과는 베르스타펜의 압승이었습니다. 랜도 노리스는 랩당 평균 0.56초나 느렸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어느정도 '착시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리스는 레이스 내내 '트래픽'에 갇혀 차량의 스피드를 단 한 번도 내 보지 못하고 레이스를 끝마쳤습니다.
데이터로 팩트만 본다면, 랜도가 잠시 방해 없는 상태로 달렸을 때 랩 타임은 베르스타펜과 랩당 고작 0.1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설픈 피트스탑으로 인해 유키 츠노다의 뒤에 갇히게 되었고, '더티 에어'의 영향이 시작되며,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그는 앞 순위로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실 토요일에 있었습니다. 노리스는 Q3 결정적인 랩에서 15번 코너의 큰 실수 한 번으로 0.5초 이상을 날려버렸습니다.
만약 그가 Q1이나 Q2에서 기록했던 자기 페이스만 유지했어도, 베르스타펜에 고작 0.2초 뒤진 2번 그리드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랬다면 레이스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겠죠.
결국 바쿠에서의 패배는 레드불이 강했다기보다, 실수 투성이었던 맥라렌 듀오가 스스로 무너진 측면이 훨씬 컸던 겁니다.

맥라렌의 유일한 약점? '최고 속도'가 전부인 서킷들
그렇다면 맥라렌은 왜 이렇게 고전했을까요? 사실 몬차와 바쿠는 맥라렌의 MCL39에게는 다소 맞지 않는 컨디션의 서킷입니다.
MCL39의 기본 철학은 '최대 다운포스'입니다. 코너링 성능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머신이죠. 하지만 몬차와 바쿠는 F1 캘린더에서 가장 긴 직선주로를 가진, '최고 속도'와 '엔진 파워'이 절대적인 트랙들입니다. 중고속 코너링이라는 맥라렌의 장점은 사라지고, 약점만 부각된 코스라고 판단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맥라렌이 2025 시즌 자랑하던 '타이어 관리 능력'마저 이곳에서는 완전히 봉인됐습니다. 두 레이스 모두 타이어 마모가 너무 적다보니 모든 팀이 다 타이어 걱정에서 자유로웠거든요. 맥라렌의 압도적인 장점은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보통의 팀(?)이 된 것이죠.
걱정 마세요, 🏰 '맥라렌 랜드'가 곧 돌아옵니다
자, 그럼 맥라렌 팬들은 이제 걱정해야 할까요? 기록지는 오히려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그랑프리인 싱가포르 서킷 코스를 보실까요. 긴 직선주로는 없고, 맥라렌이 가장 사랑하는 코너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작년에 노리스가 무려 20초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했던 바로 그곳이죠. 심지어 싱가포르는 베르스타펜이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황소 잡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그 뒤를 이을 오스틴, 브라질, 카타르 그랑프리도 맥라렌에게는 '속 편한' 트랙들입니다. 심지어 이 세 곳에서는 더 많은 포인트가 걸린 스프린트 레이스까지 열립니다.
물론, 만약 싱가포르에서 마저 맥라렌이 고전한다면... 그때는 모르겠습니다. 레드불 레이싱 헬무트 마르코 고문은 우승 경쟁 이야기를 꺼내는 언론에 '싱가포르에서 잘 한다면...' 생각해보겠다는 취지로 우승 경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매번 실패를 안겨준 싱가포르 GP 였기에 레드불도 의욕은 있을겁니다. 그들이 어떤 카드를 가지고 나올지 모르겠지만 사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 여전합니다. 레드불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맥라렌은 아직 많이 우월 합니다.
2. 한화 팬에 대한 존경심이 티포시로 옮겨가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보살'이라 불리는 한화 이글스의 팬들이 있습니다. 십수 년간 이어지는 팀의 부진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타 팀 팬들에게 존경심마저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F1에서 이들을 가장 닮은 팬덤을 꼽으라면 단연 페라리의 '티포시'일 겁니다. 그리고 요즘 페라리의 행보를 보면, 제 마음속 존경심이 한화 팬에서 티포시로 옮겨갈 것만 같습니다.

"8위, 축하해. 즐겨라?" - 또 나온 페라리의 '콩가루 집안' 논란
"상관없어, 고작 8위 싸움이잖아. 그래, 그 8위 실컷 즐기라고 해."
샤를 르클레르
팀 동료 루이스 해밀턴이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 팀의 지시를 사실상 무시하고 르클레르의 포지션을 돌려주지 않은 사건입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레이스 중반, 타이어 상태가 더 좋았던 해밀턴을 앞으로 보내주라는 팀의 지시에 르클레르는 순순히 길을 터줬습니다. 8위 해밀턴이 앞서가는 경쟁자들을 추격해주길 기대한 거죠. 하지만 해밀턴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고, 결국 페라리 패독에선 마지막 랩에서 다시 자리를 원위치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해밀턴은 분명히 속도를 줄였지만, 피니시 라인을 불과 몇 미터 앞둔 곳이었습니다. 르클레르가 다시 추월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과 거리였어요.
해밀턴은 "노리스에게 너무 집중하느라 순간을 놓쳤다. 내 판단 착오였고, 샤를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팀 감독인 프레드 바쇠르 역시 "루이스가 피니시 라인을 착각한 것 같다"며 일단은 드라이버의 편에 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이 피니시 라인을 헷갈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 드라이버들 끼리는 알거든요. 시뮬레이터를 포함해 같은 서킷을 수천번 탔기에 비가 내려 시야가 가려져도 눈 감고도 타는게 F1 드라이버잖아요.

사실 르클레르가 고작 8위 자리에 목숨 걸듯 싸우는건 아닙니다. 그가 레이스 내내 어떤 상황과 싸워왔는지 알면 왜 분노했는지 십분 이해가 됩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에너지 회수 문제로 고속 주로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언더컷을 막기 위한 이른 피트스탑으로 (이건 거의 매번 문제되는거 아닌가요? 바쇠르씨?), 거의 레이스의 대부분을 하드타이어로 버텨야만 했죠. 그런 상황에서 팀의 지시도 달갑지 않거니와, 양보 했더니 돌아온 것은 팀 동료의 어설픈 연기와 빼앗긴 순위였으니 분노가 폭발하는 건 어쩌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페라리의 진짜 문제는 토요일 퀄리파잉에서부터 시작됐죠. FP 연습 세션을 보면 그들은 분명 폴 포지션을 차지할 만한 좋은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이상하게 퀄리파잉에서는 상황에 완전히 말렸습니다. 해밀턴은 소프트 타이어를 십분 활용하지 못했고, 르클레르는 Q3에서 벽에 부딪히며 자멸했습니다. 결국 선두권의 기대에서 10위와 12위라는 퀄리파잉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아제르바이젠 그랑프리 이 후 컨스트럭터 챔피언십도 한 계단 하락한 3위가 되었습니다. (메르세데스가 2위로 상승)
이제는 페라리가 맥라렌과 메르세데스를 이길 수 있을까 보다, 티포시들의 인내심이 과연 한화 이글스를 이길 수 있을까가 더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3. 출이반이(出爾反爾) - 카를로스 사인츠 포디움 뒷이야기
'출이반이(出爾反爾)'는 자신의 행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윌리엄스와 카를로스 사인츠는 한 어린 팬과의 작은 약속을 지키며 F1 팬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래서인지 그에게 기적 같은 포디움이 선사되었습니다.


지난 9월 13일 윌리엄스 팀의 인스타그램에 (@williamsracing) 공개한 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유니콘 인형을 꼭 껴안은 한 어린 소녀 팬이 영상에 등장했고, 사인츠에게 자신의 유니콘 인형 이름을 골라달라고 한 뒤,
"혹시... 제 유니콘 스티커를 시즌 끝날 때까지 헬멧에 붙여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사인츠는 어린이의 부탁을 받아드리고 그 약속을 지켰는데요. 유니콘 부착 후 놀랍게도 사인츠는 2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이적 후 첫 포디움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네요. 😀

막스 베르스타펜도 사인츠 헬멧에 관심을 가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후 제임스 바울스 감독도 트로피에 똑같은 유니콘 스티커를 붙이고 나타나면서, 팀 전체에 유니콘 부적 맹신자들이 생겨납니다.
윌리엄스는 이제 이 유니콘과 시즌 끝까지 간답니다. 😘

4. F1에 진심인 아우디, 캐딜락보다 기대되는 사람 손들어 🖐️

오늘은 아우디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2022년 8월, 아우디가 2026년부터 F1에 뛰어든다는 기사는 당시 큰 화제였습니다. 현 아우디의 게르노트 될너(Gernot Döllner) 회장은 당시 이 프로젝트의 가장 강력한 반대파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전략 책임자 시절, 될너 회장은 F1 참가를 아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아우디의 CEO가 된 지금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보다 F1 프로젝트에 확신을 가진 전도사가 됐는데요.
"어설프게 할 거면 때려치워!" - 100% 올인으로 바꾼 승부사
이사회를 통해 아우디의 F1 도전은 통과되었고, 될너 회장은 아우디에 와서 F1 프로젝트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들의 접근 방식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승부욕이 불타올랐다고 하는데요.
F1의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지 정확히 꿰뚫어 본 될너 회장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될너 회장은 그래서인지 기존에 아우디가 지분 75%만 인수하려던 계획을 뒤엎고, 자우버를 100% 인수 하는 것으로 계획을 틀어버렸는데요.
"우리는 진심이다"라는 메시지를 F1씬에 보여주는 강력한 한방이 되었습니다. 그리곤 발 빠르게 팀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어벤져스'급 팀 구성,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회장이 마음이 바뀌니 멈칫 하지 않고 곧 장 거물들을 불러들여 팀에 앉혔습니다. 페라리를 이끌었던 마티아 비노토 를 CTO 및 COO 자리에, 이어서 레드불의 핵심 인물이었던 조나단 휘틀리를 팀 총 감독 자리로 계약하며 데려왔습니다.
팀 드라이버 구성도 재빠르게 구축했습니다. 최고의 재능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게 칭찬하며 데려온 니코 휠켄베르크. 그리고 F2 챔피언인 가브리엘 보르톨레토를 발빠르게 영입하면서 팀에 장기적으로 적응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될너 회장이 진지하다는 느낌은 비단 팀 계약건에서만 느낄 수 있는건 아닙니다. "2026년, 우승에 대해 꿈꾸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건 단순한 겸손의 말도 아니고 자신감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하위권 팀 스스로에게 시간에 쫒기지 않는 오히려 마스터 플랜처럼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보여집니다.
아우디는 현재 독일 노이부르크(Neuburg)에서 하이브리드 파워 유닛(내연기관, 전기 모터, 배터리, 제어 전자 등) 개발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엔진은 이미 다이노(엔진 시험기)에 올라 지속적인 신뢰성 테스트와 성능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내년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춤 개발만 잘 진행된다면 섀시 개발에서는 쭉 해왔던 자우버의 스위스 힌빌(Hinwil) 공장이 가진 노하우가 오히려 신규 팀인 캐딜락 보다 한 수 위라 신생팀 경쟁에서는 우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타이틀 스폰서도 영국의 강력한 신생 금융 기업 Revolut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으며, 아디다스가 어패럴 파트너가 되는 등 나름 굵직한 후원사를 등에 업고 시작합니다.
5. 인디카 스타 콜튼 허타도 캐딜락 간다

조금 늦은 감이 있어 이미 많이들 아시겠지만, 아우디 뉴스를 보내드린 만큼 캐딜락 소식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인디카(IndyCar) 시리즈에서 9번의 우승을 차지한 25세의 미국인 스타, 콜튼 허타도 F1으로 향한다는 소식인데요.
기존 발테리 보타스 - 세르히오 페레즈 베테랑 조합으로 계약을 마친것으로 보도된 2026년 신생팀 캐딜락은 결국 콜튼 허타와도 계약했습니다.
물론 테스트 드라이버 자리입니다. 레이스 감각을 키우기 위해 F2 시트 자리까지 병행할 예정이지만, 이정도면 혹시 모릅니다. 정규 드라이버 자리 땜빵(?)으로 갑작스런 F1 데뷔를 할 지도요...
사실 몇 달 전만해도 사람들은 허타가 캐딜락 시트를 거의 확정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허타와 캐딜락은 의외로 다른 결정을 했는데요. 갸우뚱 할만 합니다. F2로의 이동이 화려한 커리어를 내려놓고 한 단계 아래로 '커리어 후퇴'되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허타는 캐딜락 팀 감독인 그래미 로우든과 상당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느껴지는 데요. 로우든 감독은 "도전을 두려워하는 드라이버는 우리 팀에 필요 없습니다. 허타의 결정이야말로 레이싱의 순수한 본질을 보여줍니다"라며 칭찬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허타의 F2 결정이 오히려 비장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꼭 포뮬러원에서 우승을 하겠다는 엄청난 결단처럼 말이죠.
어쨌든 허타는 2026년부터 F1 머신에 대한 적응을 하며, F2 레이스에 풀타임 출전합니다. 짧으면 2027년부터, 또는 2028년에는 허타를 볼 수 있을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캐딜락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근데 허타가 정규 시트 계약 했으면 믹 슈마허가 테스트 드라이버 시트 받았을텐데.. ㅎ)

허타의 미래는 모르지만 만약 인디카에서의 업적에 F1까지 섭렵한다면 거의 베르스타펜 정도의 칭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구독자님은 아우디와 캐딜락 두 신생 컨스트럭터 중 어느 팀이 더 선전 할 것 같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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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주변 F1 팬들에게도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될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도 더욱 다양한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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