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과거에는 F1의 겨울방학 시즌이 참 길게 느껴졌지만, 시즌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길어진 요즘은 휴식기라고 느끼기도 어려울만큼 금방 다음 시즌이 찾아올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그랑프리에서 일어난 일들 보다는 조금 외부적인 요소들로 뉴스레터를 꾸며봤습니다.
재밌는 이야기들 많이 담았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그랑프리 레이스 주말 밤은 사실 24시간 2교대 근무?
프레데릭 베스티는 조지 러셀과 키미 안토넬리가 레이스 주말 동안 잠자리에 들 때, 비로소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메르세데스의 리저브 드라이버인 베스티는 영국 브래클리에 위치한 시뮬레이터에서 밤을 지새우며 다음 경기 날을 위한 W15 머신의 셋업을 최적화하는 것인데요. 그랑프리 개최지의 모든 사람들은 잠 들었지만, 본사에서는 어떤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했던적이 있었는데, 베스티가 한 인터뷰하 내용을 가져와봤습니다.

베스티는 트랙의 상황과 동시에 시뮬레이터 작업을 진행했던 카타르 주말을 회상하며 "정말 흥미진진한 야간 근무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팀과 실시간으로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스 주말의 밤샘 작업을 정말 좋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업무 프로세스는 빈틈없이 짜여 있습니다. 트랙에 있는 팀이 금요일 연습 세션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영국으로 보내면 작업이 시작됩니다. 베스티는 "금요일에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을 지원한다. 우리는 금요일 밤새도록 작업을 이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토요일 아침, 트랙에 있는 엔지니어와 드라이버들이 일어났을 때 해결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베스티는 "그들은 주말 동안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셋업 제안과 실행 방법에 대한 우리의 보고서를 받게 된다. 꽤 짜릿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실 대 시뮬레이터: 오직 데이터만이 정답
오늘날 시뮬레이션 기술은 현실에 매우 근접해 있습니다. 실제 프리 프랙티스 세션에서 메르세데스 차량을 직접 몰아본 베스티는 이를 확인해주었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상관관계(correlation)에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에 실제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조향 감각, 브레이크는 물론이고 실제 F1 차량처럼 모노코크 섀시와 헤일로까지 갖춰져 있다."
하지만 느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대 F1에서 데이터는 유일한 진리입니다. 베스티는 "정말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일치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틀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면 발전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일치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카타르 그랑프리의 예시가 그 노력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조지의 스프린트 예선 랩을 시뮬레이터와 완벽히 일치시켰다. 그의 셋업, 스티어링 휠 설정 등 모든 것을 똑같이 맞췄고, 온보드 영상을 보며 그와 똑같이 주행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상관관계 확인이 완벽하게 끝난 뒤에야 비로소 성능 향상을 위한 작업이 시작됩니다. 베스티는 "모든 조건이 동일한지 확인한 후, 몇 시간 뒤부터 셋업 작업을 시작한다. 그래서 대부분 꽤 긴 밤을 보내게 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마지막 0.1초를 향한 추격
시뮬레이터에서의 과제는 다양합니다. 특정 코너에서의 기어 선택 같은 주전 드라이버들의 구체적인 질문부터 엔지니어들의 기술적인 요구 사항까지 다룹니다. 메르세데스 주니어 드라이버인 그는 "하지만 주된 목적은 퍼포먼스다.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마지막 0.1~0.2초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볼 때 시뮬레이터 드라이버는 특별한 감정을 느낍니다. "밤새도록 일한 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실제 차량에서 그 성과를 목격할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정말 즐거운 일이다."

아부다비에서의 보상: 진짜 차에 오르다
수많은 가상 주행 끝에 베스티는 아부다비에서 열린 영 드라이버 테스트에서 다시 실제 운전대를 잡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베스티는 "시뮬레이터를 타는 것도 좋지만, 역시 진짜 차를 타는 것이 최고의 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의 테스트는 그에게 "일 년 중 최고의 시간"입니다. 이는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방향 설정이기도 합니다.
그는 "팀과 함께 많은 타이어 세트를 사용하며 충분한 테스트 시간을 가졌다"며, "비록 초점은 이미 2026년에 맞춰져 있지만, 이 테스트는 팀과 나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주된 초점은 시뮬레이터와의 상관관계를 확인하여 내년에도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포르투갈, F1 캘린더 복귀: 역대 최고의 명승부 5선
포르투갈이 2027년 포르티망과 함께 포뮬러 원(F1)으로 돌아옵니다. 과거 여러 차례 캘린더에 포함되었던 포르투갈 그랑프리의 역사 속 최고의 레이스 다섯 경기를 되짚어 봅니다.
상당히 놀라운 반전 속에 포르투갈이 2027년 F1 캘린더에 복귀합니다. 포르티망의 알가르베 인터내셔널 서킷이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2027년과 2028년에는 잔트포르트를 대신해 경기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태국,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F1의 거대한 계획을 고려할 때, 포르투갈의 복귀는 거의 예상치 못한 소식입니다.

포르투갈은 1950년대 보아비스타와 몬산토의 시가지 서킷에서 경기를 개최했으며, 1984년에는 굴곡이 심한 에스토릴 서킷을 통해 F1 캘린더에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에스토릴은 1997년과 1998년 캘린더 유지를 위해 필요한 보수 공사를 제때 이행하지 못했고, 1996년 마지막 그랑프리를 끝으로 포르투갈은 24년 동안 자국 그랑프리를 열지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의 복귀를 기념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이 땅에서 펼쳐졌던 최고의 레이스들을 다시 살펴봅니다.

1984년: 프로스트의 우승, 그러나 0.5점 차로 라우다에게 넘어간 타이틀
과서 서킷인 에스토릴에서 펼쳐진 맥라렌의 집안싸움이었습니다. 커리어의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던 두 드라이버의 대결이었습니다. 알랭 프로스트는 르노에서 3년을 보낸 후 맥라렌으로 복귀해 성공적인 커리어의 초입에 있었고, 니키 라우다는 갑작스러운 첫 번째 은퇴 후 복귀해 맥라렌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며 두 번째 은퇴를 1년 앞둔 시기였습니다.

두 드라이버는 일 년 내내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라우다는 프로스트의 실력을 알기에 처음에는 그의 합류에 냉담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드라이버 모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파트너십을 형성했습니다.
라우다는 프로스트보다 3.5점 앞선 상태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3번째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2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예선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라우다는 11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반면, 프로스트는 폴 포지션을 차지한 넬슨 피케 바로 뒤인 프런트 로에 섰습니다.
피케의 스타트 실수는 프로스트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듯했으나, 더 좋은 스타트를 보인 케케 로즈버그(윌리엄스)와 나이젤 만셀(로터스)이 첫 코너에서 두 선수를 모두 추월했습니다.
프로스트는 이후 만셀을 제치고 7랩에서 로즈버그마저 추월하며 선두로 나섰습니다. 그사이 라우다는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존 버나드는 당시 에스토릴 레이스를 두고 "라우다가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타협 없이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유일한 경기"라고 회상했습니다.
라우다는 스테판 요한슨, 에디 치버, 패트릭 탕베이, 데릭 워릭 등을 차례로 제치고 27랩에서 요한슨을 추월해 포인트권에 진입했습니다. 이어 미켈레 알보레토, 로즈버그, 그리고 33랩에는 아일톤 세나까지 추월하며 타이틀 경쟁에 복귀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당시 40초 가까이 앞서 있던 만셀이었습니다. 라우다는 격차를 좁히며 27초 차까지 추격했으나, 만셀이 다시 페이스를 올리며 차이는 30초 이상으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만셀이 브레이크 결함으로 속도를 줄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되었습니다. 이는 팀 감독 피터 워가 팀을 떠나는 만셀에게 더 큰 브레이크 패드 사용을 거부하면서 빚어진 결과였습니다.

결국 라우다는 2위로 올라서며 프로스트를 단 0.5점 차로 따돌리고 자신의 마지막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1985년: 세나, 빗속의 기적 같은 주행으로 첫 승 신고
에스토릴에서 열린 두 번째 F1 레이스는 4월로 일정이 변경되어 브라질에 이어 포르투갈어권 그랑프리 2연전이 되었던 경기입니다. 봄철 포르투갈의 날씨는 수중전을 예고했고, 이는 아일톤 세나가 악천후를 뚫고 F1 첫 승을 거두며 전설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톨만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윌리엄스로 떠난 만셀을 대신해 로터스에 합류한 세나는 경쟁력 있는 97T 차량을 만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세나는 에스토릴에서 프로스트를 0.4초 차로 따돌리고 첫 폴 포지션을 차지했으며, 스타트에서도 프로스트보다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25세였던 세나는 F1에서 실질적으로 처음 선두를 달렸음에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첫 랩 만에 팀 동료 엘리오 데 안젤리스를 2.5초 차로 따돌렸습니다.
1984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이미 '레인 마스터'로서의 명성을 얻었던 세나에게 에스토릴은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기상 조건이 악화되자 세나는 경기 중단을 요청하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프로스트가 메인 스트레이트 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경기는 강행되었습니다. 세나는 알보레토를 제외한 모든 드라이버를 한 바퀴 이상 따돌리는 압도적인 주행 끝에 67랩에서 경기가 종료되자 붉은 장갑을 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습니다.
1989년: 만셀의 광기
1989년은 맥라렌 듀오 프로스트와 세나의 치열한 타이틀 경쟁이 화두였으나, 에스토릴에서는 페라리가 결정적인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세나는 타이틀 방어를 위해 폴 포지션을 차지했으나, 첫 코너에서 페라리의 게르하르트 베르거에게 선두를 내주었습니다. 그사이 나이젤 만셀은 페라리 이적 후 세 번째 우승을 노리며 맹렬히 추격해왔습니다.
8랩에서 세나를 추월한 만셀은 선두 베르거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9초 차이였던 격차를 줄여나간 만셀은 24랩에서 베르거가 백마커들에게 막힌 틈을 타 추월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39랩, 만셀의 피트 스톱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정지 위치를 지나친 만셀이 후진 기어를 넣어 차를 뒤로 뺀 것입니다. 이는 규정 위반으로 실격 사유에 해당했습니다.
피트 스톱 실수로 순위가 밀린 만셀은 이후 제시된 흑색기(실격)를 무시한 채 세나를 다시 압박했습니다. 결국 49랩, 만셀은 세나와 충돌했고 두 차량 모두 리타이어했습니다.

이 사고로 베르거가 우승을 차지했고, 프로스트는 어부지리로 타이틀 경쟁에서 점수 차를 4점 더 벌릴 수 있었습니다.
1996년: 빌네프, 슈마허 추월하며 타이틀 희망 살려
자크 빌네프는 1996년 타이틀 경쟁을 최종전까지 끌고 가기 위해 데이먼 힐보다 4점 더 많은 포인트를 획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 직후 힐에게 밀리고, 장 알레시와 미하엘 슈마허에게 잇달아 추월당하며 상황은 암울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16랩, 슈마허가 백마커인 미나르디의 지오반니 라바지에게 가로막혀 속도가 줄어든 순간을 빌네프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지막 코너에서 슈마허의 바깥쪽 라인을 타며 극적으로 3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이후 알레시가 피트 진입 실수로 순위가 떨어지며 빌네프는 2위로 올라섰습니다. 윌리엄스 듀오는 3스톱 전략을 구사했는데, 힐의 세 번째 피트 스톱이 8.8초로 지체된 반면 빌네프는 빠른 피트 스톱으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피트 출구에서 힐의 코앞으로 언더컷에 성공한 빌네프는 선두를 지켜내며 우승을 차지, 승부를 최종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2020년: 해밀턴, 극적인 스타트 후 최다승 신기록 수립
미하엘 슈마허가 2006년 중국 GP에서 91승을 거두며 세운 기록은 영원불멸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14년 후인 2020년, 루이스 해밀턴이 포르티망에서 그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하게 캘린더에 추가된 알가르베 서킷에서 해밀턴은 폴 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초반 내린 비로 인해 발테리 보타스가 잠시 선두를 내주고, 맥라렌의 카를로스 사인츠가 깜짝 선두로 나서기도 하는 등 혼전이 빚어졌습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타이어가 예열되자 메르세데스의 위력이 드러났습니다. 보타스가 다시 선두를 잡았지만, 해밀턴은 20랩 첫 코너에서 DRS를 활용해 바깥쪽으로 보타스를 추월했습니다. 이후 해밀턴은 독주 체제를 굳히며 통산 92승을 달성, F1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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