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는 것만으로 반갑고 따뜻합니다."
우리의 만남 이야기
부산으로 출장을 왔습니다. 바다 한번 지긋히 볼 시간도, 시원한 밀면을 맛볼 여유도 없이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무턱대고 연락을 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고 졸랐습니다. 거짓말처럼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습니다. 밀알 님도 아마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안녕하세요. 뵙고 싶었어요."
우리는 똑같이 말하며 동시에 웃었습니다. 북두칠성 도서관 한 켠에서 오랜 친구처럼 다정히 이야기했습니다. 이곳은 분명 부산이었지만, 광주여도, 미국이어도 상관없을거 같았습니다. 두런두런 행복하고 살가운 20여 분이 흘렀습니다. 시계의 초침을 붙잡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발걸음은 이미 기차역을 향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영도가 보이는 흐린 바다를 뒤로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엔 최윤희 님과 같이 만날까요?"
"네. 좋아요. 기다릴께요."
기차에 탑승하는 저를 보며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어줄 걸 그랬다며, 밀알 님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꽤 근사한 플랫폼 이별 장면 같았습니다. 트랙을 빠져나가는 7호실 객차에 앉아 헛헛하고 뭉클한 오늘을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만남을 몇 번이나 가질 수 있을까요. 그냥 보는 것만으로 반갑고 따뜻합니다. 부산에서의 번개 같은 만남을 자랑하냐고요. 네, 자랑합니다.^^
사람과 사람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살 수 없지만, 어떤 만남은 물리적 제약과 환경을 뛰어넘기도 합니다. 우리는 조건과 배경을 떠나서 살아갈 수 없지만, 어떤 스침은 그 형편과 내력을 몰라도 진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다른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인격과 인격이 마주하는 일입니다. 정보덩어리, 데이터로 요약된 인간, 손익 계산과 이익의 가치로만 환원되는 만남이란 얼마나 삭막한가요. 해서 사회적 배경과 지위, 권력과 위세 따위의 조건과 판단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그런 날을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그날을 꿈꿔봅니다.
대전역이 가까웠을 때 톡이 울렸습니다.
"곧 대전이겠네요. 바다 사진이 필요하시다고 해서요. 이기대 옆에 오륙도가 보이는 사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송정 바다 풍경을 보냅니다. 조심해서 가시고 다음에 또 봬요. 그리고 요청드린 것도 꼭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제 시간표까지 섬세하게 챙겨주시는 고마운 분, 오늘의 부산행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입니다. 밀알 님 감사합니다.
"우리, 다시 또 만나요."
지구 밖에서 본 지구
1968년 아폴로 8호가 달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어스 라이즈 the Earthrise)을 전송했습니다. 이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푸른 별의 지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아폴로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들은 달의 궤도를 돌며 창세기를 읽었다고 합니다. 몹시도 아름다운 지구별을 보며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하나님을 찬송했을 겁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별인지를 증거한 사람들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시인과 역사가, 화가와 음악가, 생물학자와 지질학자, 점성술사와 천문학자, 그리고 누구보다 종교인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생명의 광휘와 신비로 가득한 곳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축복의 세계인 이곳을 우리가 함께 다스리고 가꾸고 지켜야 한다는 신의 메세지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 욕망에만 골몰하느라, 진실을 알리는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하나님의 메세지"
아폴로 8호가 보낸 한 장의 사진은 소련(러시아의 옛이름)을 능가하는 우주강국임을 떨치고 싶었던 미국의 야심에서 비롯됐지만, 로켓 과학의 성과를 으스대던 미국의 의도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대와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신을 향한 인간의 겸허한 두려움과 무한한 경외와 사랑의 맹세는 피조물인 인간이 구할 당연한 의무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엔지니어, 과학자, 그리고 정치인들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측량하고 예상할 수 없는 신비의 섭리 안에서 살아갑니다. 고단한 현실, 좌절과 실패, 캄캄한 삶의 무게가 우리를 압도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당신의 역사를 쓰고 계십니다. 창조의 다스림으로, 약속의 언어로, 사랑의 손길로 우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때문에 우리는 전송된 사진을 보고서야 탄성을 지르는 역사의 관람자여서는 안되겠습니다. 매일의 순간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창조 역사에 동참하고, 신음하는 존재들을 구하고 살피며, 내 몸과 같은 이웃에게 예민하게 다가가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야겠습니다.
김근주읽기 1주년 모임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쌓아가는 작은 목소리들이 아름다운 꽃과 풍성한 열매가 되는 상상, 신이 빚은 오묘하고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는 상상, 주님의 호흡에 맞춰 숨쉬고 커가는 빛의 존재가 되는 상상. 덜컹이는 기차가 저 달까지 우리를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하며 마음은 이미 10월 8일로 달려갑니다.
김근주읽기 1주년 모임
2022년 10월 9일 김근주읽기가 첫 단톡방을 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기로 참여하셨고, 격려와 애정의 길벗이 되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김근주읽기는 목사님의 책 4권을 읽었습니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성서유니온), <복음의 공공성>(비아토르),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뉴스앤조이), <하나님 나라로 읽는 구약의 숲>(대장간)을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읽었습니다. 혼자였으면 결코 배울 수 없는 귀한 지식과 지혜를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진지한 신학의 대화에 참여하고 신앙의 지평이 확장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특별히 한 권을 마무리 할때마다 북토크를 통해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동안 진행과 대담을 이끌어주신 장혜영 님(일산은혜교회 전전도사), 최경환 신학자(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 오수경 대표님(청어람ARMC), 전성민 원장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과 말과 삶의 일치를 통해 신앙의 길잡이이자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의 모범을 제시해주시는 우리의 김근주 목사님께 존경과 감사를 올립니다. 김근주읽기는 계속 읽고, 쓰고, 함께 사는 공공의 가치와 연대를 추구할 것입니다.
오는 10월 8일 저녁 7시 30분 김근주읽기로 함께 하신 분들이 첫 모임을 가집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모두 반가운 얼굴로 뵙기를 기대합니다. 김근주읽기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1주년 모임 많이 참석해 주세요!"
아래 신청폼 안내
김근주읽기 1주년 모임 '후토크 줌토크'
▷일시 : 10월 8일 저녁 7:30-9:30
▷방법 : 온라인 줌 (zoom) l 신청자는 당일에 링크 공유
▷자격 : 김근주읽기 참여자&관심있는 분들
▷주제 : 읽고 쓰고 함께 노는 평신도들 : 우리들의 신앙 이야기
▷프로그램
<1부> 읽고 쓰고 함께 노는 평신도들
1. 발표 : 이범진 ('복음과상황' 편집장) : 읽는 기독교인
1. 토론 : 고낙임 (IVF미디어사역팀 간사)
2. 발표 : 진상협 (연동교회 집사) : 크리스천의 글쓰기
2. 토론 : 황상수 (일산은혜교회 집사)
3. 발표 : 이은주 (동안교회 집사) : 기독인의 참된 놀기
3. 토론 : 정진아 (글로리채플교회 집사)
<2부> 우리들의 신앙 이야기 : 참여자와의 대화
"자유로운 대화와 나눔"
▷문의 : 강경희(010-4580-8027) ㅣ일산은혜교회(031-901-5012)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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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경
오~반가운 사람과 기쁜 만남을 가지셨네요! 두분의 얼굴에서 행복한 만남이 보입니다 ㅎㅎ 부럽습니다. 읽기모임 1주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이범진님, 진상협님, 이은주님, 고낙임님, 황상수님, 정진아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벌써 궁금합니다! 또한 참여하시는 분들을 통해 어떤 즐거운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될 지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은 분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기쁨을 주네요^^ 곧 뵐께요💕사진도 멋지네요. 부산에 가봐야지 싶습니다☺️
김근주읽기 (280)
강미경 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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