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개미처럼 작은 자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야 할 때

김근주읽기 뉴스레터 3호_이광하

2023.07.10 | 조회 2.0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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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지붕위에서 Tradition! 이라고 외치는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무너져가는 권위의 상징” _‘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 5월 24일 10일차 읽기 소감 중에서

이광하 목사님 (일산은혜교회 담임목사, 복음과상황 이사장)_김성일 제공
이광하 목사님 (일산은혜교회 담임목사, 복음과상황 이사장)_김성일 제공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유대인 아버지 티비에는 딸들에게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이를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 비결이 전통(Tradition)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지붕 위에서 Tradition! 이라고 외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영화에서 전통을 강조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미 무너져가는 권위의 상징입니다. 진정한 권위란 작은 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그들이 스스로 지붕 위에 올라가서 외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주어야 합니다. 숨죽이며 목소리를 잃은 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게 해야 합니다. 묻혀버린 기억들을 되살려서 정의가 회복되도록 해야 합니다. 작은 자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서 말하게 하는 권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을 읽으며 부활이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정의와 회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개미처럼 작은 자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야 할 때라고요.

청년 김근주의 첫 만남

1989년 대학기독신문 과월호에서 김근주라는 이름을 처음 보았습니다. 대학기독신문은 <복음과상황>의 씨앗 같은 타블로이드판이었는데, 방황하던 제 이십 대에 한 줌 빛을 비추었습니다. 지금은 그때 대학원생이던 김근주 편집주간의 이니셜만 기억에 남았지만, 대학기독신문에서 읽은 하나님나라’ ‘정의’ ‘평등이라는 단어는 종이를 뚫고 나올 것처럼 살아있는 목소리로 다가왔습니다. 글도 김근주라는 이름도 제 마음을 뜨겁게 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 속에서 신학적 응답을 찾고 애쓰는

신뢰의 신학자 김근주

이후 김근주 목사님은 다양한 글로 저에게 빛을 비추는 등대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몇 가지 말하면 예수원 대천덕 신부님이 가르치셨던 희년 사상과 구약 율법의 공평과 정의가 예언자들의 핵심 메시지라는 점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더불어 <레위기>거룩이 얼마나 공적인 책임과 이웃사랑을 향해 철저한가를 밝혔습니다. 나아가 예언자들의 메시지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가 일맥상통하다는 점을 명쾌하게 가르쳤습니다. 김근주 목사님은 꾸밈없는 진실함과 철저함으로 신뢰할만한 신학자라 생각합니다.

편집장과 저자로 만나

김근주 교수님은 연구실에서만 공부하는 분이 아닙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 속에서 신학적 응답을 찾고 애쓰는 분입니다. 2009<복음과상황> 편집장으로 일할 때 저는 김근주 교수님께 예언서를 오늘의 상황에서 해석하는 글로 써달라 요청했습니다. 이 연재글은 이후 특강 예레미야(IVP)로 출간됐습니다. 이 책은 공동체적 삶의 회복과 오늘의 현실에서 예언서를 이해하도록 돕는 신학서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한국 교회의 현재와 시대의식을 반영한 새로운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제 기대와 생각이 김근주 교수님의 책을 통해 확인된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환한 벚꽃 웃음, 봄날의 호수공원에서 (왼쪽부터 이광하, 김근주, 김준재 목사님)_김준재 제공
환한 벚꽃 웃음, 봄날의 호수공원에서 (왼쪽부터 이광하, 김근주, 김준재 목사님)_김준재 제공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공론장에서 대화하고 토론하지 않을까요.”

 

김근주읽기 제안을 받았을 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김근주 읽기가 공공재로서 김근주를 이해하고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겨졌습니다. 당시 김근주 교수는 몇몇 보수 교단으로부터 탄압을 받았습니다. 교회 강단에 서지 못하도록 교류 금지 조치를 하고, 신학 사상에 대한 이단성을 의심하고 시비로 삼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한 개인에 대한 종교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행위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사회와 교계의 분위기였습니다. 특정 교리를 믿는 종교 내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고, 교계도 교단 내부의 결정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것이 김근주 교수의 주장과 동성애 이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함부로 진행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공론장에서 대화하고 토론하지 않을까요. 김근주읽기는 기독 시민들이 만드는 공론장이고 공공재로서 김근주를 보호하는 울타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속도와 색깔에 맞는 섬광을 비추는 일

 

목회는 등대의 섬광 같아

목회란 등대의 섬광 같은 사역이라 생각합니다. 등대의 불빛은 먼 바다로 나가는 배를 자신에게로 불러들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등대의 역할은 배가 자신의 항로를 바로 잡는 참조점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인천 월미도의 등대는 자기 속도와 색깔로 초록 섬광을 51섬광(Fl G 5s) 비춥니다. 김근주 목사님만 아니라 모든 사역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속도와 색깔에 맞는 섬광을 비추는 것. 일종의 존재의 사명이지요. 목사에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면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담임목사에게 부여된 특별한 책임이 있다면, 모두가 자신의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가꾸는 책임이라 할까요. 누구나 숨쉬기 편한 숲을 만들어가는 일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이광하 목사님 성경 (일산은혜교회 본당 강대상)_김성일 제공
이광하 목사님 성경 (일산은혜교회 본당 강대상)_김성일 제공

독서광,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책을 읽어

제가 책을 많이 읽으니 그냥 책벌레로 알려진 듯합니다. 저는 틈만 나면 책을 읽는 편이지만, 책 선정에는 저만의 까다로운 기준이 있습니다. 핏기없는 책은 읽지 않습니다. 될수록 관념적인 글을 피하자는 뜻입니다. 모두가 직면한 현안을 외면하는 책, 시류를 따르고 대세를 좇는 책도 읽지 않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면서 읽는 책은 피할 수 없는 책입니다. 반드시 누군가는 풀어내야 할 문제를 다루는 책입니다. 이것이 김근주 교수님의 글을 읽었던 이유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예언자들의 메시지를 부록처럼 여겼는데, 김 교수님은 모세와 예수를 연결하는 중심 메시지라고 주장합니다. 복음의 공공성은 우리 시대의 교회가 왜 무너지고 있는가를 이미 예견한 예언자적 통찰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번 김근주 읽기를 통해서 다시 확인한 바이기도 합니다.

 

"다시 교회는 하나님나라의 지상 에이전트로서, 공적 책임을 회복해야"

 

유배당 오늘의 교회, 공부가 필요한 이유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자녀들에게 전환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칩니다. 공부입니다. 아버지가 유배되고 집안이 무너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공부해서 실력을 키우라고 당부합니다저는 지금 교회가 유배당한 처지라 생각합니다. 전환시대에 유배당한 그리스도의 교회에 필요한 것은 바로 공부입니다.

제 나름대로 세운 두 가지 공부의 기준이 있습니다. ‘생명공공성입니다첫째, 생명입니다. 모두가 생존하는 길을 찾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특별히 한 사람도 파산하지 않고 자살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생존과 생명의 문제에 대한 공부가 절실합니다. 둘째, 공공성 회복입니다. 저는 교회가 자신을 너무 작게 생각하고 사적인 모임으로 축소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 봅니다. 교회를 사유화하고, 기업화하였습니다. 다시 교회는 하나님나라의 지상 에이전트로서, 공적 책임을 회복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광하 목사님 (일산은혜교회 담임목사, 복음과상황 이사장)_김성일 제공
이광하 목사님 (일산은혜교회 담임목사, 복음과상황 이사장)_김성일 제공

김근주읽기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

김근주 읽기를 제안한 강경희 님과 함께 읽기 카톡방에서 섬겨주시는 강미경 님과 황상수 님 그리고 함께 읽기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입니다. 김근주 목사님의 책을 여러 번 읽은 저로서는 함께 읽기를 통해서 매번 새롭게 책을 다시 읽는 것처럼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함께 읽기에 참여한 신학자 못지않은 평신도의 글을 볼 때입니다. 책 요약과 질문을 읽으면서, 신학적 문제의식과 깊이는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런 현실에서 단련된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습니다. 이름만 알고 있는 분들도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습니다. 엄야샤르 님, 소한재 님, 이은주 님, 이지연 님……. , 너무 많아 다 적을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분들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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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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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상수

    2
    over 1 year 전

    고통의 시간에 힘겹게 찾은 일산은혜교회 새벽기도.. 그리고 우연히 참여하게 된 첫번째 김근주 읽기 오프모임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에서 낯선 저에게 선뜻 본인의 책을 선물로 주신 이광하 목사님의 따스함에 일산은혜교회에 등록하게 하신 계기가 된 거 같습니다. 힘겹게 혼자서 고민하며 살아온 시간이었는데, 너무도 귀하고 좋은 분들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 많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운영위원으로 두 분 집사님께 정신적(?) 도움만 드리고 있습니다만 ^^ 자리를 지키고, 열심히 참여함으로 귀한 모임의 밀알이 되어보려고 다짐해 봅니다.

    ㄴ 답글
  • 강미경

    3
    over 1 year 전

    이광하목사님 글이 너무나 감동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몸소 알려 주시는 목사님, 고맙습니다. 늘 배웁니다. 일산은혜교회를 통해 이광하목사님 김근주목사님을 큰 선물로 만나서 행복합니다🩷🙏

    ㄴ 답글
  • 서윤이랑

    1
    about 1 year 전

    저는 이광하 목사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김근주 목사님을 청년부 목사님으로 세우시는 담임 목사님이라...얼마전, 영상으로 평신도 집사님에게 주일 설교를 맡기시는 것도 보고 놀랐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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