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벤처스 김철우 대표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 대학 졸업 이후 중고 거래 서비스 ‘셀잇’을 창업해 카카오에 엑싯했어요.
- 이후 셀잇은 번개장터와 합병했고, 김철우 대표님은 번개장터에서 CPO를 맡았고요.
- 번개장터 역시 2020년에 사모펀드에 성공적으로 매각되었습니다.
- 현재는 셀잇을 초기 투자했던 VC 더벤처스에서 대표를 맡고 있어요.
📕 이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 더벤처스는 어떤 사람들에게 투자할까요?
- 더벤처스에게 투자 받으면 좋은 건 뭘까요?
🕵🏼♂️ 창업가 인터뷰
Q. 어떤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것 같나요?
“저 사람도 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해야 창업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Q. 그런 용기는 어떻게 갖게 되나요?
성향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직접 자동차도 만드는 사람이었거든요. 사업도 여러번 하시고요. 지금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도 아버지가 직접 만들었어요. 사업을 하고 풍파를 겪는 과정 자체가 제게 낯설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그런 용기를 갖고 시작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셀잇 초기에도 실패가 많았고요.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그때는 30대 초반 이니까 인생에 리스크가 별로 없다고 느꼈어요. 하다가 안 돼서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면 그냥 취직한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이것도 용기일 수 있는데 어디든 취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Q. 더벤처스는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창업가에게 투자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면을 매력적이라고 보시나요?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망하더라도 그 사람의 의지와 시도를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그 사람의 선함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태에서 투자한 경우에는, 이 대표님이 제대로 했을까 계속 의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 보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는지요. 남들 다 아는 것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투자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 분이 특이한 사람인지를 보려고 해요.
Q. 창업가들에게 자주하는 질문이 있나요?
인생에서 제일 빡세게 살았던 구간이 언제인지,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정도로 다시 할 수 있는지를 많이 물어봐요.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을 만났을 때, 좋은 평가를 하게 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그 학교를 가기 위해서 엄청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에요. 물리적으로 시간을 많이 때려 넣어서 집중했던 경험이 있다는 걸 좋게 생각하는 거예요. 스타트업이 그렇게 해야 되거든요. 살면서 어떤 임계치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인풋을 넣어봤던 경험이 있는지를 보려고 해요.
Q. 첫 창업을 할 때 열심히 일 하셨던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조금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거든요. 아예 안될 것 같았으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어떤 회사가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투자가 꼭 필요한 사업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번째는 승자독식 형태의 사업이요.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이기는 사업인거죠. 두번째는 연구 개발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고요.
Q. 셀잇은 투자 받기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그 비즈니스는 투자 안 받으면 동력을 못 만드는 비즈니스였어요. 제품을 위탁하고 매입한 다음, 재판매하는 비즈니스였거든요. 자본이 없으면 속도를 못 내는 엄청 천천히 가거나, 오퍼레이션이 불가능한 그런 비즈니스였어요.
Q. 투자금을 받고 나서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셀잇을 카카오에 엑싯하면서 유상 증자를 해 줬어요. 법인 계좌에 수십억이 딱 생겼잖아요. 이게 내 돈처럼 느껴져요. 지금까지 고생했던 거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많은 직원들도 그렇게 느끼고요. 사실 투자금은 “지금까지 잘했으니까 이 돈으로 축하해”가 아니에요. “너희 지금까지 하는 거 보니까 잘할 것 같아. 이거 가지고 더 빨리 성장해” 인데, 큰 돈이 들어오면 착각하기 쉬운거죠. 그게 정말 어려운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Q. 더벤처스에 투자 받는게 좋은 이유는 뭔가요?
직접 창업을 해본 사람들이 줄 수 있는 심리적인 위안이 있다고 생각해요. 더벤처스에 투자를 받고 호창성 대표님을 만나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창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지만, 그냥 평범한 사람이구나 느껴졌거든요.
“내가 못나서 뭐가 안 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원래 어렵고, 느리고, 고통스럽고, 사람들 다 자기 멋대로고 왔다가 떠나가는거구나.” 해본 사람들만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기본적으로 투자사가 스타트업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방해만 안 하면 다행인거죠.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자신감 있는 창업자들이 있어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대표니까, 제게 이야기 하는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Q. 조언도 잘 안하는 편인가요?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제 경험과 생각을 물어보면 이야기하죠. 확신하고 싶어서 물어보거나,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걸 거에요. 답은 알아서 찾아야 되는 것이고, 그 판단을 직접 해야 동력이 생긴다고 봐요. 그래서 제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하지만, 항상 마지막에는 알아서 하시라고 이야기 해요.
“알아서 하셔요. 존중합니다. 도덕적으로 이상한 것만 하지 마세요"
Q. 먼저 해본 경험으로 조언해주는 건 도움이 되지 않나요?
당근과 번개장터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당근이 처음에 나왔을 때 제가 곧 망할 거라고 얘기했어요. 중고거래를 잘 아는 사람의 문법으로 보면 당근마켓은 바보 같은 중고거래 형태였어요. 중고 거래의 핵심은 유동성이잖아요. 노출 반경을 제한시켜버리면 매칭될 수 있는 매물이 무조건 떨어지죠. 엄청 어려워지는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제한을 두니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더라고요. 중고 거래를 안 하던 사람들이 중고 거래를 하게 되고 안 팔 물건들을 팔게 되었어요. 엄청 싸게 물건이 나오고, 득템의 성지가 되었죠. 커머스적인 성격보다는 콘텐츠 커뮤니티적인 성격을 갖게 된 거에요. 제 판단이 틀렸던거죠. 잘 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의 이야기에는 이런 함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Q. 특정 버티컬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시드 투자에만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버티컬을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 단계에서는 특정 카테고리의 전문성을 가진 게 투자 검토에 도움이 별로 안 돼요. 특정 카테고리에 전문성이 있으면 오히려 투자 못 하게 되죠. 방금 당근 사례를 말씀드린 것처럼요. 선입견 같은 게 생겨서요. 얼리 스테이지를 그런 이제 지식과 전문성을 가지고 보면 볼수록 다 어설퍼 보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거죠. 그래서 분야를 떠나 창업가를 보려고 해요.
✏️ 더벤처스를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인터뷰] 엑시트를 경험하고 VC로 돌아왔다
Q. VC로서는 어떤 팀에 투자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의미로 돌아이가 좋다(웃음). 일반적이지 않은 성향과 방향성을 가진 창업가에게서 창의적인 솔루션이 나온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또한, 팀과 대표의 인간적인 매력이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이분이 이끄는 팀에 취업하고 일하고 싶은가?”와 “우리 회사 멤버를 뽑으면 이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와 같은 창업가의 기준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은 성공하려면 좋은 인력을 많이 채용해야 하는데, 사람 자체의 매력이 뛰어나야 좋은 인력이 많이 붙는다.
Q.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셨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는 높은 확률로 틀릴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대로 해서 억지로 하면 그 분위기가 구성원들에게 전해진다. 한창 성장해야 할 기업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다. 성공하는 데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닌데, 인터넷으로 배우면 하나의 길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길을 싫은데 꾸역꾸역하면 불행해진다. 하고 싶은 걸 하셔라. 대표님들은 꽤 높은 확률로 답을 갖고 있다.
어느 중고거래 선수에 관한 장편 보고서 (셀잇 창업 여정)
4학년 여름방학에 자취방에 모여 첫 사업계획서를 썼다. 처음에 구상한 아이템은 ‘소셜데이팅’이었다. 학교에서 약간의 지원금을 받고, 창고같은 공간 한쪽 빌려서 창업을 했다. 이 아이템은 ‘개발상의 이슈’로 금세 접었다. 곧바로 ‘리뷰 공유 서비스’를 구상했다. 어떤 물건의 정보를 텍스트로 나열하기보다는 시각화해 보자는 취지였다. “'위닝일레븐' 게임 보면 선수들 능력치가 다각형으로 나오거든요. 이렇게 리뷰를 표준화시키면 좋겠다 싶었죠.”
이 서비스도 잘 안 됐다. 30명 남짓한 사람들만 내려받았다. 포기해볼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대현 대표는 “(스타트업에서는) 원하는 대로 주도적으로 일해볼 수 있었고, 이왕 시작한 거 흔적은 남겨보고 싶었다”라고 스타트업에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연이은 실패에 낙담한 김대현 대표는 모든 걸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공장에 들어가서 취업하려고 했다. 그러다 다시 김철우 이사를 만났다. ‘그 동안에는 왜 실패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은 ‘모르는 걸 덤벼서 실패했다’였다. ‘그럼 좋아하는 게 뭐냐’는 생각까지 뻗었다. ‘아는 건 뭐냐’는 자문에 ‘중고거래’라는 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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