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0

Andrea, c’est ma meilleur amie.

2024.02.10 | 조회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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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우쟁

파리로 떠난 우정의 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반 년 만에 재회

재즈바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브라질인 안드레아가 올 겨울, 또 한 번 파리를 방문했다. 작년보다 나아진 나의 불어 실력에 한 번, 그리고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우리는 크리스마스 날에 만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마켓이 한창인 튈르히 공원을 걷다가 달짝지근한 뱅쇼를 마시며 근황을 나눴다. 반 년 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안드레아는 여전히 활기차고 기운 넘치는 에너지를 풍겼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다가 언제나처럼 재즈바로 향했다.

붕어싸만코 반씩 나눠먹기
붕어싸만코 반씩 나눠먹기
튈르히 정원에서 뱅쇼와 샌드위치
튈르히 정원에서 뱅쇼와 샌드위치
루브르 박물관 건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
루브르 박물관 건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

 


파리, 바게트, 아무르+재즈

안드레아에게는 청소년기의 아들이 하나 있다. 평소에는 아들과 둘이 살다가 방학기간이 되어 아들이 아빠네 집으로 가면, 그 기간을 틈타 파리를 방문한다. 여행하는 시간 만큼은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를 즐겼다. 매일 파리 시내 테라스에 앉아 맛있는 와인과 바게트를 먹고, 밤이 되면 재즈 공연을 감상하고, 그보다 더 늦은 밤이 되면 스윗한 연하남들과 동시다발적인 연애를 하는, 그 모습이 삶을 찐하게 사는 듯해 좋아보였다.

맛…있…어….
맛…있…어….

반년 전까지만해도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오로지 재즈였다. 재즈바에 가고 싶은데 혼자 가기 심심할 때 서로를 부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멋있는 바에서 비싼 술을 시켜놓고 깊이 있는 대화나눴다. 항상 대화는 아무르로 시작했다. 그녀의 연애는 사흘만 지나도 많은 일들이 업데이트되어 얘기가 쌓여 있었다. 마치 로맨스 드라마 한 편씩 챙겨보는 느낌으로, 나는 매번 만나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그 친구는 그때 데이트 잘 됐어?” 예고편도 없는 현재 진행중인 드라마라서 늘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 뒤에는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주고 받았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관계라서 그런가 속 이야기를 꺼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Cafeau de la huchette
Cafeau de la huchette

캬악테테텔, 맛들이면 안 돼

파리에는 다양한 투어 서비스가 존재한다. 대체로 자전거 투어, 선상투어, 버스투어를 하는데 찐 여행자들은 프랑스식 맛집 투어, 초콜릿 투어, 커피 투어 등을 찾아 즐긴다. 안드레아는 그 중 칵테일바 투어를 다녀왔다. 하루 저녁에 바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칵테일을 맛보는 코스다. 대체로 현지인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곳을 가는데, 한국으로 치면 을지로 골목에 숨은 술집을 찾아 가는 것과 비슷하다. 

안드레아는 투어에서 다녀온 칵테일바를 점찍어 놓고 나를 데려갔다. 하나같이 타코나 피자를 팔고 있는 평범한 음식점으로 둔갑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다른 세상이 숨어있었다. 어두컴컴한 조명부터 재즈풍의 음악, 고급스러운 메뉴,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잘생긴 바텐더가 만들어준 칵테일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맛있었고, 비.쌌.다. 

썅떼(Santé)
썅떼(Santé)

그녀는 가난한 나를 위해 칵테일 뿐 아니라 재즈 공연비와 곁들인 와인까지 돈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내지 못 하도록 화장실에 가는 길에 혹은 내가 담배피러 나간 사이에 미리 계산했다. 부동산업을 하고 있어서 자신에게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아가 쓴 돈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지만 나의 최선은 해피아워에 주문한 술을 계산하는 정도였다…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

 

신과 함께, 친구와 함께

그녀가 떠나는 날, 기분이 묘했다. 마지막으로 한식당으로 초대해 점심을 샀다. 그리고 찐하게 포옹을 하며 헤어졌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잡은 손을 놓지 못 하고, 포옹도 여러 번 주고 받고서야 안드레아를 보내주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울렁였다. 한국에서 출국할 때 엄마랑 인사를 나누던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헤어진 직후, 그녀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Don’t forget that everything in life requires effort, don’t give up and always remember to put energy into what you want! Because for dreams to come true we first need to desire and when we desire and when we desire strongly, life opens door. 

(인생의 모든 것에는 노력이 필요해.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쏟아. 절대 포기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꿈을 꾸는 거고, 우리가 그 꿈을 끈질기게 쫓으면 문이 열릴 거야.)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적었을 안드레아의 글에서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나도 마음을 담아 긴 답장을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그 사이, 이전 보다 더 긴 메시지가 왔다.

When i was little, when people asked me what i wanted to study, i said arts in paris. But life took different directions because i didn’t believe in my dream and i couldn’t live here, things were much more difficult before. And i always said paris is the city i love most. And when i separated, i started a project every year to travel with him(son) to a city i love and i started with paris. When i arrived in 2022 with him, i was so happy that he said to me: Mom, i’ve never seen you so happy in a place. And that week that i was with him i remembered my dream of studying art history in paris. And i said now i can’t take the course yet but in the meantime i’m learning french which gives me great pleasure. I don’t know if i’ll be able to do it but i’m putting my energy in this direction. I tell people and especially i tell the universe. I never imagined doing what i do, coming to paris alone. And im those years that i came. And that year that i came with him i asked the universe a lot to always return and i am making a reality. 

(어렸을 적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냐고 물으면 파리에서 미술을 하고 싶다고 답했어.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지. 내가 나의 꿈을 믿지 못 했거든. 지금보다 살기 힘든 시기이기도 했고. 대신 항상 파리를 사랑한다고 말해왔어. 그리고 내가 이혼했을 때, 매년 아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그 첫 시작이 파리였어. 2022년 파리에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그때 아들이 내게 말하더라. ”엄마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봐.“ 그때 아들과 여행을 하면서 내 꿈이 파리에서 미술을 배우는 거였다는 걸 다시 기억해냈어. 비록 지금은 미술 공부를 시작할 수 없지만 언제가 할 수 있을 날이 올 거라 믿으면서 불어를 공부하고 있지. 불어 공부는 내게 큰 기쁨이야. 과연 내가 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 방향으로 계속 에너지를 쏟을 거야. 사람들에게, 그리고 특히 신에게 내 방향을 계속 말할 거야. 아들과 여행하던 때만해도 나홀로 파리에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 했지만 봐, 여기 내가 있잖아. 그때 파리 여행을 꿈꾸고 신에게 기도를 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나는 내 삶을 만들어 가고 있어.) 


 

2023년 여름
2023년 여름
2023년 겨울, 다음은…?
2023년 겨울, 다음은…?

친구란 무엇일까. 어쩌다 파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안드레아를 만나게 된 걸까. 에너지는 에너지를 알아보는 것일까. 안드레아와 함께 한 순간들이 모두 감사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녀는 파리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내 모습 또한 그렇게 보였을까. 아무 계획도 없었을 때 이 친구를 만나서, 각자 현재 진행 중인 삶을 공유하고, 서로의 미래를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이게 친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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