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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z ~~~~ !!

2024.02.06 | 조회 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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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우쟁

파리로 떠난 우정의 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Quarts de finale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시기에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떴다. 그후 이강인은 진짜 파리에 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당연히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 한해서지만, 그들은 ’강이‘, ’긍이‘, ’캉인‘…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이강인을 부르며 칭찬했다. ”작은 체구의 한국인인데, 의외로 잘 하는 것 같아.“

이강인 직관, 순간 순간이 어찌나 짜릿하던지!
이강인 직관, 순간 순간이 어찌나 짜릿하던지!

이때가 기회다! 하고 작년 가을 이강인을 보러 혼자 축구 경기장에 다녀왔다. 60유로(약 9만 원)이란 거금을 들였지만 투자할 만 했다. 이강인이랑 음바페가 골을 넣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거기에 프랑스인들의 응원 문화도 접하고, 그들 사이에 껴서 같이 환호도 하며 2시간을 맘껏 즐겼다. 경기를 마치고 같이 맥주마실 친구가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역시 나는 혼자서도 잘 놀아!‘

티켓 인증
티켓 인증

그 후로도 고래랑 데이트겸 유럽의 챔피언십 경기를 챙겨봤다. 파리 생제르망에서 뛰는 이강인, 뮌헨 바이에른에서 뛰는 김민재, 토트넘 훗스퍼에서 뛰는 손흥민. 이들은 각자 유럽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날라 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활약할 때면 고래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더욱 국뽕이 차올랐다. 따로 뛰던 이 세 사람을 한 경기에서 오늘 또 볼 수 있다니!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그닥 예쁘진 않았음. 경찰들이 엄~~청 많음.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그닥 예쁘진 않았음. 경찰들이 엄~~청 많음.

 


우승보다 더 중요한 건

매 경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4강 진출이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16강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그땐 김, 이, 손을 제외한 선수들에게 비난과 질타가 난무해 이게 스포츠가 아니고 지면 죽어야 하는 전쟁인가 싶었다. 이후 4강까지 진출하면서 그나마 덜해졌지만 잘난 놈들이 되지 못 하면 버려져야 하는 한국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 경기와 같단다.“ ”예, 선생님.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 아니. 그런 시합은 있을 수 없다.

J.D.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바에서 맥주마시면서 축구 보기
바에서 맥주마시면서 축구 보기

혹여나 이기지 못 했다면 얼마나 많은 화살들이 쏟아졌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스포츠는 오로지 우승만을 목표로 하는 건 이해한다. 선수도 감독도 팬들도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지는 순간, 응원하던 팬들이 갑자기 평론가로 돌변해 선수와 감독을 저격하기 시작한다. 야구는 가족처럼 아껴주던데… 비난이 심한 축구팬들을 보면 씁쓸하다. 앞에선 아무말 못 할 거면서… It’s a lame.

내 장갑을 훔쳐간 놈이 누군지를 알았다면, 아마 난 그 사기꾼의 방에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 장갑 돌려주지 않을래?” 그러면 그 나쁜 놈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순진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을 것이다. “장갑이라니?” 그러면 난 옷장 같은 곳을 뒤져서 장갑을 찾아낼 것이다. 이를테면 덧신 같은 데 숨겨놓은 걸 말이다. 난 장갑을 꺼내서는 그놈에게 흔들어 보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럼 이건 뭐지?” 그러면 그 사기꾼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지어보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처음 보는 거야. 그게 네 거라면 가져가면 되겠네. 나도 그런 거 가지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러면 나는 아마 한 5분 정도 가만히 서 있을 것이다. 장갑을 손에 든 채, 그 녀석의 턱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면서….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난 그저 그렇게 서서 무서운 얼굴을 해보이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신랄하고 빈정거리는 투로 그 자식에게 욕을 퍼부어 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턱을 날려버리는 대신 말이다. 내가 그렇게 욕을 해대면, 그 자식은 아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와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봐 콜필드. 그럼, 내가 도둑이라는 거냐?” 그러면 나는 ”그래, 그렇다 이 지저분한 도둑놈아!“라고 말하는 대신,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네 덧신에서 내 장갑이 나왔다구.”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그놈은 내가 자신을 때리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고는 이따위로 말할 것이다. “똑바로 하자구. 그 말이 내가 도둑이라는 말 아니야?”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무도 도둑이라고 말한 사람 없어. 난 그냥 네 덧신에서 내 장갑이 나왔다고만 했지.” … 겁쟁이라는 건 정말 재미없는 일이다. … 싸우면서 주먹질을 할 때 제일 나를 두렵게 만드는 건 상대 녀석의 얼굴이다. 문제는 내가 다른 자식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둘 다 눈을 가리고 싸우라고 한다면 나을 것 같다. 정말 우습지도 않은 걸 겁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지금 난 농담하는 게 아니다. 도둑맞은 장갑을 생각하다 내가 겁쟁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점점 더 절망스럽게 느껴졌다.

J.D.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중꺾그마

그래서 더, 축구선수의 정신력은 존경스럽다. 팬들의 손가락질뿐 아니라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거대한 야유를 들어가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골을 넣지 못해 좌절하다가도, 겁나 아픈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다가도, 다시 일어나 뛰고 또 뛴다. 마지막 1분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니 나는 조그보다 훨씬 작은 풋살장에서 겨우 10분만 뛰어도 목에서 피가 나올 것 같던데…)

축구선수 오뚝이가 시급합니다
축구선수 오뚝이가 시급합니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누구나 이기는 시합만 할 수는 없다. 못 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지. 엉!?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지치지 않는 의지로 될 때까지 뛰는 이름 모를 그 선수들의 모습이 진짜 멋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 이, 손 이름밖에 모르지만…!!^^^ 우승 안 해도 나는 축구를 계속 좋아할 거다. 물론 김, 이, 손 셋이 뛰는 걸 계속 보고 싶지만…!!^^^ 아무튼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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