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하은 디자이너

김하은 디자이너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UXUI 디자이너 김하은입니다. 웹디자인으로 일을 시작해서, 조금 더 논리적으로 프로덕트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UXUI 디자인을 하게 된 지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현재는 클라우드 솔루션 SI에서 재직 중이며,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기획자이기도 하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Q. SI 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성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소프트 스킬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TFT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데요. 면대면 대화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도 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본적으로 두괄식으로 말하려고 하고, 원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 프로토타입을 그리거나, CSS3 애니메이션 코드를 간단히 작성해보거나, 관련된 레퍼런스를 찾아오는 식입니다.

또한, 비언어적으로도 기초적인 질문이 오고가지 않도록 디자인을 꼼꼼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마다 디자인 시스템을 미리 구축하거나, 화면으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은 디스크립션을 덧붙이는 식으로요.

그리고 개발자가 "안돼요"라고 할 때 그 이유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상황이 여의치 않다', '개발하기 귀찮다', '내가 할 줄 모르는 거다' 같은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이후에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명확해지더라고요.

소소하지만 하드 스킬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큰 장점은 디자이너 동료가 있다는 점인데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막힐 때마다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 동료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보면서 그들의 장점도 배우고 있어요.

Q. 협업하면서 어려움이 있으셨을텐데 극복하신 방법이 궁금해요.

다양한 도메인과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쉼 없이 진행되는 SI의 특성상, 디자이너로서 업무의 한계가 명확했어요. 예를 들어, 짧은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비율이 9:1이니까요. 개발 중심의 회사다 보니 UI보다는 기능 구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개발자가 안된다고 하면 이유도 모른 채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이전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디자인만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았죠. 그리고 항상 새롭게 조합되는 TFT로 인해 매번 프로젝트마다 메인 개발자의 성향에 맞추느라 규칙 없이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째로, 디자인팀만의 규칙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디자이너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던 컴포넌트 용어부터 맞추고, 각자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공유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공통화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피그마 내에서 컴포넌트는 페이지를 따로 만든다, 모달/레이어/토스트 팝업 구분 규칙, 아이콘은 폰트 아이콘을 쓴다, 폰트는 웹폰트가 가능한 폰트 중에서 사용, CI 요구는 받지 않는다 등 세세하지만 반복되는 것들 위주로 규칙을 세웠죠.

두 번째로, 구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일단 검색해 봤어요. 이 기술이 뭔지, 왜 안된다고 하는지, 대체제는 없는지 등을요. 검색하고, 비슷한 아티클을 찾고, 검색어를 구체화하고, 아티클을 읽고, 동의어를 검색하고, 또 아티클을 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디자이너들끼리 공유해가며 조금씩 밀도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도 어렵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천천히 개선해 나가려고 합니다.

Q. 개발 중심 조직이었기 때문에 협업하는 것에 대해 더 강점을 키우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강점을 만들어 가셨는지 설명해 주세요.

대화방법을 아무리 바꿔봐도, 개발자의 답변을 제가 못 알아들으면 그 대화가 깊이 없이 흐지부지 끝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개발 지식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내에서 개발 스터디가 열리면 일단 참석했어요. 개발자가 쓰는 단어 자체가 저에겐 어려워서 대부분은 못 알아듣더라도, 직접 물어보거나 검색해보면서 얄팍하게나마 개발 지식을 쌓아갔던 것 같아요. 

스터디가 없을 때는 아티클 큐레이션 서비스(서핏, 프롬 뉴스레터, 인프런 뉴스레터 등등)를 돌아다니며 아티클을 읽었어요. 쏟아지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제목과 이미지만 보는 경우도 많았지만요. 이렇게 하다 보니 휘발되는 내용이 많았고, 근원적인 이론을 알아야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해서 전공 수업을 수강하기로 했습니다.

Q. 습득하신 개발 지식이 디자인을 하거나 협업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셨나요?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작업물을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어요. 백엔드 데이터를 보고 UI로 어떻게 가공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구조를 설계하려고 노력해요. 또한, 프론트에서 구현 가능한 인터랙션을 구성해서 수치값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죠.

추가로, 화면설계서를 작성할 때 ‘사용자 액션에 따른 상태 변화 조건을 상세하게 쓴다’거나, 레퍼런스를 찾을 때 사이트의 코드를 보고 개발 구조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판단력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Q. 프로젝트에 따라 기획 업무도 담당하시는데요, 마인드셋의 다른 점이 있나요? 

뺨을 때리면서 저를 세뇌시키는 느낌이랄까요? "나는 기획자다" 짝 "나는 기획자다" 짝

기획자일 땐 숲을 보고, 디자이너일 때는 나무를 보는 것 같아요. 기획 업무를 맡은 프로젝트는 목적, 기능 정의, 전체적인 플로우, 백엔드 데이터를 잘 뽑아오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기획서를 작성할 때도 GUI는 철저히 배제해요. 예를 들어, 아이콘은 ICO로만 표기하고, 색은 그레이스케일로만 사용하죠.

반면, 디자이너일 때는 훨씬 더 많이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요. 한 화면 안에서의 위계와 심미성을 많이 고민합니다. ‘쉽게 개발 가능한’ 것과 ‘사용자에게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특히, 데이터 시각화를 중심으로 가독성 좋은 레이아웃을 고민합니다.

Q.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포트폴리오 한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기획자로서 투입되었던 ‘Net Zero(탄소 배출 중립) 성과관리’ B2B 프로젝트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기획자로 인볼브 되었기 때문에 데스크 리서치부터 요구사항 수집, 기능 정의서 작성, 메뉴 트리와 유저 플로우 그리기까지 다 했죠. 고객사(갑, 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개발자와 조율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비 IT 직군인 고객사와 소통하기 위해 기획서에 모든 UXUI를 고려해서 작업했어요. 그래픽 요소를 제외하고는 컬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디자인 공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죠.

공식 PM은 아니었지만 서비스 기획자로서 세미 PM 역할을 경험한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로 SI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지만 요즘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실무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문제 정의와 해결법, 그리고 주 타겟층에 따라 추구해야 하는 사용성이 다르다는 것 등을 배웠죠.

돌이켜보면 가장 고생한 프로젝트가 가장 큰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Q. 디자인과 기획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요즘은 블루타이거라는 곳에서 기획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어요. 저는 게으른 편이라 혼자 공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강의나 세미나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기초를 짚어주는 좋은 초석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실무자라도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고, 진입장벽이 낮고 비교적 쉬운 과제들로 성취감을 얻기에도 좋거든요. 

Q.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혹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 물어볼 용기’와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깊이’를 목표로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왜?”라는 마인드셋인 것 같아요. 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결과가 도출됐을까? 하는 호기심과 이해하려는 마음이죠.

예를 들어, 이 브랜드의 키오스크는 왜 이렇게 단계가 많을까? 개발자가 이 기능이 왜 안된다고 할까? 일정이 부족한가? 투자 시간 대비 효용성이 너무 낮은 디자인인가? 클라이언트가 왜 이런 기능 추가를 요구할까? 추후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기 위함인가? 보편적인 사용성과 이 프로덕트 사용자만의 사용성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호기심과 이해심을 가지고 접근하려고 합니다.

Q. 프롬에서 3년 넘게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신데요, 그동안 하은님께 어떤 부분에 영향을 주었는지,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책을 읽는 습관 덕분에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많이 확장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완독하고 싶었는데, 의지박약으로 책장에 먼지만 쌓여가더라고요. 그래서 독서모임에 신청하게 됐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날을 잡고 모이면 책을 좀 읽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제 제 (작고 소중한) 책장에는 독서모임에서 읽었거나 추천받은 책이 반이 넘어요. 책을 읽는 법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고요. 또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의 의견이 나와 다를 때 쉽게 수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른 분들의 생각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와 자기계발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내향인 98%인 제가 타인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Q. 크루로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운영이라고 하기엔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멋진 크루 분들과 함께하고 있어 영광입니다. 올해는 자기계발서 위주로만 읽었었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으면서 다채로운 독서모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에서 같이 생각해 볼 문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에디토리얼 씽킹이라는 책에서 "양이 질을 만들고 노력이 쌓여 감각이 된다"는 문장이 정말 와닿더라고요. 이번 북클럽에서 읽었던 책인데, 부제가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이에요. 내용도 부제에 충실하고 가독성도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에게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그 문장이에요.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지만, 일단 작게라도 시도해보며 경험의 양을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낭비라고 느낄 정도로 실패한 경험이라도, 그 이후엔 조금 더 밀도 있는 경험을 선택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시도해보고 개선하면서 나선형 성장곡선을 그려나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Q. 프롬 디자이너 커뮤니티란 하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프롬은 IT계의 아랫목 같은 곳이에요. 프롬은 직군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커뮤니티잖아요? 보통 이런 경우 광범위한 타겟팅으로 지속성이 떨어지기 쉬운데, 연주님을 비롯한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벌써 8년째 이어지고 있네요. 저도 그 8년 중 반을 프롬에서 보냈으니 감회가 새로워요.

다양한 세미나나 스터디에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도 보람차고, 무엇보다 프롬만의 ‘같이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분위기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업무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힘과 삶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있어서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커뮤니티입니다.

에디터_M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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