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2 | 진짜 맛만 보셔, 어차피 두 스푼 밖에 못 드려

가을 맛보기스푼 2종🍂 정다은 「호명되지 않는 기쁨」, 「불 켠 사람」

2026.09.30 | 조회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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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선선한 밤바람과 함께 찾아온 가을, 잘 누리고 계신가요?

시라고 하면 괜히 어렵고 거창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하지만 깊은 해설이나 정답 없이, 그저 마음에 드는 구절 하나를 가만히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이번 호에서는 가을의 길목에서 부담 없이, 다정하게 음미하기 좋은 정다연 시인의 시 두 편을 준비해 보았어요. 가을맞이 맛보기 스푼으로 탄토 & 솔솔이 시를 어떻게 읽어내려가는지 살짝 훔쳐보고, 이번 가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집 한 권 읽어보시는 거 어떨까요? 👀✨

 

 

오늘의 박씨 ٩(๑❛ᴗ❛๑)۶ 차림표


🏉 탄토Pick! 맛보기 스푼  

정다연 「호명되지 않는 기쁨」,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 솔솔Pick! 맛보기 스푼  

정다연 「불 켠 사람」, 『여름 대삼각형』

 

 

 

 

🏉 탄토Pick! 맛보기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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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낯선 것을 친숙한 자리에, 친숙한 것을 낯선 자리에 곧잘 놓아둡니다. 누군가 그 생경함을 눈치채고 한 번쯤 뒤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 자리에 무엇이 놓일지 상상해 봐 주기를 바라면서요. 시의 그런 점을 참 좋아합니다.

정다연 시인의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비슷합니다. 익숙했던 것들이 자꾸만 낯선 자리에 놓여있는 듯한 감각. 마치 제가 사랑하는 동거 고양이들을 가만히 관찰할 때 느껴지는 감각과 닮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호명되지 않는 기쁨」은 읽는 내내 물처럼 바람처럼 마음을 홀가분하게 환기해 주는 시입니다. 덕분에 요즘처럼 가을 초입의 선선한 밤공기를 맞다 보면 슬쩍 떠오르곤 해요.

호명되지 않은 채 어둠 속을 걷는 일, 내가 뭘 입고 어떤 생각을 하든 그저 스쳐지나가는 타인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같은 집에 돌아오는 밤. 온통 ‘소외’나 ‘배제’, ‘외로움’으로 치환될 법한 익숙한 풍경들이 순식간에 ‘자유’의 자리에 놓입니다. 이름이 없어 호명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구름, 어디에도 가두어 놓을 수 없는 바람처럼요.

세상으로부터 호명되기만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외로움’의 자리에 놓아둔 시간이 길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진짜 바랐던 것은 세상의 호출이 아니라 ‘호명되지 않는 기쁨’ 그 자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어떤 명명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고 다정한 세상에서, 호명되지 않아도 상관없는 기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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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를 ‘솔솔~’하고 부를 때, ‘너는 이런 모습을 지녔지’ 하며 나의 특성과 습관들을 고스란히 짚어줄 때를 가만히 떠올리면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집니다. 그 이름으로 저를 부르기까지 상대는 나를 아주 오랜시간 응시하고 관찰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응시하는 시간만큼 응축된 애정을 받아먹듯 상대의 호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어떤 주제에 울컥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서투른지를 아는 상대가 저를 그렇게 불러줄 때면 그 호명 속에서 숨을 쉬듯 편안해지곤 했어요.

그러나 늘 편안한 호명만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숨 쉬고 움직이며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름은 저를 한 시점에 붙박아 놓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제게 ‘착하다’는 말은 때로 그런 호명 중 하나였어요.

그렇게 불릴 때면 저도 모르게 상대의 부름과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좋게 바라봐 준 이미지를 오래 지키고 싶다는 조바심도 함께요. 실수를 하거나 비틀대기라도 하는 날에는 크나큰 실망이 밀려와 저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날들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정다연 시인의 시는 그렇게 붙들렸던 발목을 풀어 주는 열쇠 같은 시였어요. 시원한 해방감은 바로 ‘호명되지 않’음에서 찾아왔습니다. 「호명되지 않는 기쁨」이라니! 제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았어요. 여기서 호명하지 않는다는 건 무관심보다는 인정에 더 가까웠습니다. 어떤 틀로 저를 해석하거나 규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응시하겠다는 결심이 빚어낸 인정 말이에요.

특별한 호명 없이도 서로의 주변에 머무르고, 서로를 인지하며,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백지가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것처럼’ 그저 ‘다만 백지를 바라봐’주는 마음이 가득한 세상이라면요.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서로를 대하며 ‘이름 없이 분류되지 않은 채 여기, 흘러가는 구름으로 머물’ 수 있지 않을까요?

 

 

 

 

 

 

🏉 솔솔Pick! 맛보기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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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시의 첫행부터 화자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나와 다른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고자 그의 방식을 내 삶으로 확장하는 태도라니요. 왜 그 사람은 불을 껐을까(혹은 불을 꺼야만 했을까)를 궁금해하다, 이내 ‘나도 불을 끄고 지내보겠다’ 결심하는 실천은 나 바깥의 존재에게 보일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방식을 몸소 실천한다고 해서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거예요. 더듬더듬 상대의 삶을 흉내 내는 과정은 저의 몸을 통해 실현될테니까요. 결국 제 안에 갇힌 감상과 장면들을 만날 뿐이겠지요. 화자도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된 것 같아요. 불을 끈 하루는 ‘쓸쓸할 줄 알았는데 편안’하다는 것을 느꼈을 뿐,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불 끈 사람의 마음은 만져지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맙니다.

결국 화자는 「불 켠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이 화자, 조만간 다시 불을 끌 것 같지 않나요? ‘단정할 수 없’는 불 끈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삶과 겹쳐보겠다는 선언이 마지막 행에서 단단하게 느껴졌어요.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저 역시 화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선 정말 쉽지 않네요. 최근에 산책을 하다보니 걸으며 바닥에 침을 뱉는 분들을 자주 만나는데요. 거리에 침 뱉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거리에 침을 뱉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그들의 마음을 알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실천을 찾아보아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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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을 진정으로 안다는 게 가능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을 알고 싶어 그 사람과 같은 자리에 기꺼이 나를 놓아보려는 다정한 노력. 시를 읽는 내내 등장한적도 없는 시어들을 잔뜩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사랑, 애착, 연결, 환대와 같은 단단하고 강한 단어들을요.

쓸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편안했다는 화자의 고백에는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어요. 늦은 밤의 고요에서 평안을 찾는 사람으로서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어둠 속에서는 어디를 꼼꼼하게 닦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더 오래 매만지고 조심히 내려놓았다는 대목 또한 그랬습니다. 완연한 어둠에 잠겼을 때는 저 역시 저도 모르게 더 조심스러워지곤 합니다. 하마터면 고양이의 꼬리를 밟거나 배를 걷어찰 뻔했던 경험이 많거든요. 의도가 없어도 무엇이든 쉬이 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좁은 자취방의 어둠 속에서 고양이들에게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불 끈 사람의 마음은 만져지지 않았다는 화자처럼, 우리도 타인의 어떤 부분은 영영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다만 그런 순간에 이해를 체념하고 공감을 포기하는 대신, ‘아, 누군가 불을 켜면 이토록 환해지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집니다.

저 역시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타인을 알기 위해 기꺼이 불을 꺼보고, 조심히 매만지며, 그의 얼룩을 단정짓지 않겠다는 제 나름의 다정한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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