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은 내가 떠나온 곳이 아니라, 내가 가는 곳을 따라오는 존재다.” – 서도호
1. 집을 잃지 않기 위해, 집을 이동시키다
서도호(Do Ho Suh, 1962-)는 서울·뉴욕·런던을 오가며 작업하는 세계적 현대미술가입니다.
그는 늘 ‘집(Home)’, ‘정체성(Identity)’, ‘공간(Space)’이라는 단어를 반복합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낯선 환경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새롭게 정의해야 했습니다. 이민자의 감정, 문화적 충돌, 이동하는 삶—그는 이 불안정한 경험을 예술로 번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투명한 Fabric 건축물, 천으로 만든 집, 천으로 만든 복도, 천으로 만든 문과 창문입니다.
이 구조물들은 무게가 없습니다. 경계도 흐릿합니다. 손으로 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스치면 사라질 것 같은 ‘가벼운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그 속에서 서도호의 ‘천으로 된 집’들은 불안정하지만 공감 가능한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집은 우리가 떠난 장소가 아니라, 우리를 따라 다니며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2.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2013)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기념해 제작된 이 작품은, 거대한 크기의 천 건축물입니다.
가장 안쪽에는 → 서울 성북동의 한옥(작가의 어린 시절 집) 그 바깥에는 → 미국 로드아일랜드 유학 시절의 빌라형 주택 두 개의 ‘집’이 겹겹이, 투명하게, 기억처럼 흐릿하게 중첩되어 있습니다.
한옥은 ‘과거의 나’, 빌라는 ‘현재의 나’. 두 공간은 서로를 품고 끌어안으며, “기억과 이동”이라는 정체성의 서사를 시각화합니다.
재료는 실크와 폴리에스터. 빛이 스며들며 안팎의 경계는 사라지고, 문과 문 사이, 방과 방 사이의 거리는 마치 ‘개인의 시간 축’을 건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서도호의 집은 단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유동성 때문에, 그 투명함 때문에,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떠도는 정체성을 발견합니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이 작품은 그 질문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 꺼내놓습니다.
3. 《떨어진 별》(2011)

🎨 미국 UC 샌디에이고 공대 건물 옆에 설치된 작은 한옥.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건물 모서리에 살포시 걸린 듯한 모습입니다.
이 집은 충돌을 상징하는 듯 보이지만, 작가가 말했듯이 실제로는 “Soft Landing(연착륙)”의 이미지입니다.
이민자의 삶은 갑자기 낯선 땅에 떨어지는 경험과도 같습니다. 문화적 충돌, 언어의 벽, 익숙함의 상실하지만 결국 천천히 적응하고, 조금씩 변형되며 ‘새로운 나’를 만들게 됩니다.
집 뒤에 매달린 낙하산은 그가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붙잡았던 기억, 관계, 정서적 안정의 장치입니다.
떨어졌지만 완전히 부서지지 않은 집. 외부에 매달려 있지만 여전히 연결된 집.
이 집은 ‘이동하는 삶’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가벼운 동시에 강한 은유입니다.
📌 오늘의 질문
“나는 지금 어떤 집을 짓고 있나요?” “내 정체성은 어디에 닿아 있고, 어디를 향해 이동 중인가요?”
✍️ 오늘의 감정 저널
당신의 ‘떠 있던 순간’, 정체성이 흔들렸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그때의 공기·색·감각을 세 단어로 적어보세요.
“오늘의 나는 ____________, ____________, 그리고 ____________ 을/를 느끼며 나의 자리를 다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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