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2026.05.07 | 조회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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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어떤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보도블록 틈새에 피어난 내가 기특하다는 듯 어머~ 하며 탄성을 냈다. 이런 척박한 곳에 살고 있다니 안쓰럽다고도 했다. 내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불쌍하게 보는 건 달갑지 않았다.

 

나는 보도블록 사이 가느다란 틈으로 줄기를 내고 살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보도블록 아래는 흙으로 가득해 내가 원하는 만큼 넓고 깊게 뿌리를 뻗을 수 있다. 게다가 보도블록이 덮여 있어 수분이 증발하지 않아 물도 마음껏 머금을 수 있다. 그 덕에 내가 피우는 꽃은 색이 선명하고 꽃잎의 크기도 고르다. 그래서 틈새를 비집고 겨우 피어난 모습 때문이 아니라 내가 피운 꽃이 예뻐서 사람들의 시선을 더 끄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바람을 타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비옥한 흙 밭에 무리를 지어 살던 동료들이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잡초 취급을 받으며 뿌리째 뽑혀 버려지거나 그나마 운이 좋으면 햇빛에 말려져 약재가 됐단다. 데쳐져 소금과 멸치액젓을 뒤집어쓰고 반찬이 되기도 했다. 어느 쪽도 내가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다.

 

그들의 비보를 듣고 나니 나를 내려다보던 사람의 연민 섞인 감탄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이해하지 못한 그 연민 덕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내딛었을 발을 거두어 나를 피해 가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블록이 덮인 땅과 연민의 시선을 비롯한 모든 것을 나를 위해 이용하기로 했다. 좋은 것은 좋은 그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 않은 채로 두고, 나는 그저 내 홀씨를 퍼뜨려야지.

 

퍼져나간 홀씨는 제2, 3의 내가 될 것이다. 더 많은 내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안나

 

 

 

 


📖감상 한마디

 

 

글 곳곳에서 민들레를 구성하는 내·외부적인 요소들을 보여주며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점이 돋보이는 글이었습니다. 글의 초반에 냉소적이었던 꽃의 성격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글 전체를 희망찬 엔딩으로 이끈 점도 좋았습니다.                                                    

-박현경

 

 

민들레가 가진 강인한 생명력을 적당한 비유와 표현력으로 나타낸 것 같아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의인화된 민들레를 통해 맹목적인 생존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민들레를 검색해 보고는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읽어보니 공감이 더 잘 됐습니다.

-오광락

 

 

그냥 스쳐 지나쳤을 특별하지 않은 모습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발전시킨 상상력과 발상이 빛나는 글이었습니다.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재미있지만 재미만은 아닌 표현과 문장들 덕분에 결국 민들레에 투영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여러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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