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靑緣 - 푸른 인연)
나무들이 뿜어내는 진한 생기를 마시러 집을 나섰다.
쏴아아— 쏴아— 쏴—
짙은 푸르름을 쏟아내는 길을 걷다 마주하게 된
오십 해가 넘어 보이는 나무 아래 멈춰 선다.
절정에 다다른 찬란함을 조용히 눈에 담는 사이
문득 이파리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낯선 빛깔을 보며
여름과의 서글픈 작별을 예감한다.
실바람에도 눈부신 날이 훌쩍 달아나버릴까 봐
조금만 더 머물러 달라는 듯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시간의 끝자락을 온몸으로 붙잡는 것 같은 그 모습 속에서
서툴고 아팠지만 가장 빛났던 나의 여름날을 본다.
치열하고 위태로워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아득한 그 시절의 결핍,
미완의 아름다움은 두 번 다시 쥘 수 없기에
젊음의 언저리를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던 내 모습이 겹쳐 보여
나는 쉼 없이 셔터를 누른다.
계절의 한복판에서
지나가는 청춘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하나의 푸른 인연이 된다.
-조비온
📖감상 한마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쉬움을, 지나가는 젊음에 빗대어 표현한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나무 한 그루의 모습만으로 한여름의 생기와 계절의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 셔터를 누르는 행위로, 흘러가는 계절과 젊음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구체화한 점도 좋았습니다. 제목인 ‘푸른 인연’의 의미가 마지막 문장에서 완성되면서 하나의 정서로 연결되는 점에서 여운이 있었습니다.
-박현경
감각적인 묘사와 의인화를 활용해,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글인 것 같습니다. 완전하진 않았어도 가장 생명력이 넘쳤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 읽고나서 다시 돌아가 읽었을 때 또다른 새로운 것이 보여서 그 점도 좋았습니다.
-안나
계절이 바뀌면서 한껏 푸르렀던 나무가 색이 빠지고 잎을 떨구며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과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변화를 비교하고 비유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인연으로 연결시킨 점도 참 좋았습니다. 그 마무리 덕분에, 다소 서글퍼질 수 있는 마음이 훈훈해지며 따뜻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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