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곰처럼
답답한 마음이 확 밀려왔다. 좋아하는 영화 보기도, 열심이었던 글쓰기도 제대로 못 하고 시간을 축내기만 했다. 무기력한 이 마음을 벗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잘 살고 싶다고 막연히 바라기만 할 뿐이었다.
마음속으로 하소연만 하는데 술을 마시자며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와 대화를 좀 하면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을까 싶어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친구는 만나자마자 대뜸, 일하면서 돈 좀 모아서 해외도 나가보라고 했다. 나는 생활비 버는 것도 벅차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친구는 조금만 참아보라며 어떻게든 될 거라고 아주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가 부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혼자니까 어떻게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냐며. 친구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그에 비해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는 내 삶이 볼품없게 느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는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자유로울 때 더 즐기라고 나를 달랬다. 술자리가 고요해질 무렵 친구와 나는 말 없이 짠을 하고 술을 들이켰다. 친구의 가볍지만 낙관적인 조언이 나름 울림을 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분명 이 친구와 같이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결국 내 안으로 가라앉기만 했었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나는 점점 무기력함을 벗겨낼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약간은 부지런해지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겨울을 지나 봄이 다가오면서 따뜻해진 만큼 조금씩 온건해지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다. 조금만 상처를 받아도 정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대신 약간의 낙관적인 반응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내 삶의 방향을 잡을 힌트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기운은 밀어내고 좋은 기운을 최대한 챙겨야겠다. 내 인생이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내 삶이 완전히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무너지고 무뎌지는 상황이 반복되어도 이제는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마침내 봄날의 곰이 달콤한 꿀을 맛보는 것처럼 내 인생도 다디달아졌으면 좋겠다.
-오광락
📖감상 한마디
글을 읽으면서 겨울잠에서 깬 곰처럼 무기력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희망의 과정이 그려져 점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스스로를 볼품없다고 여기던 위축된 마음이 '내 삶도 완전히 나쁘지는 않다'는 긍정으로 변화하는 지점에서 글쓴이의 결심이 느껴졌고, 앞으로 좋은 기운을 챙기겠다는 그 다짐이 저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박현경
글이 전개되고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변화가 잘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친구와 함께한 가벼운 술자리에서 인생의 단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짧은 드라마를 본 듯 마음에 남았습니다. 막막한 문제 앞에서 너무 무거워지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안나
글의 시작인 첫 문장이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게 다가와서 강한 흡인력을 느꼈습니다.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들과 그 내용이 더 큰 공감과 전달력을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부정적으로만 느껴졌던 민감성이 긍정적인 영향력도 함께 발휘한다는 깨달음을 통해 전해진 좋은 기운 덕분에 제 마음도 봄날처럼 따뜻하고 달달해진 듯합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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