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행부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은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걸음도 가볍고, 콧노래도 절로 나오고요.
그런데 수요일은
아무 일 없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하루 사이,
전혀 다른 날을 보낸 셈이었지요.
구독자님께서도 이런 경험 있으셨나요?

끌어올리려 할수록
예전의 저는 이런 날을 잘 견디지 못했습니다.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애썼지요.
아메리카노를 더 수혈해보고
기분이 살아날 만한 노래도 틀어보고요.
하지만 마음은
잠시 들뜨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시 가라앉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가라앉은 마음을 문제처럼 여겼습니다.
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금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여겼으니까요.
가만히 바라봤더니
어느 날은 그 상태로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어보았습니다.
명상을 하면서요.
괜찮아지려 하지도 않고,
벗어나려 하지도 않고,
그저
'아, 지금 마음이 가라앉아 있구나.'
하고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가라앉은 마음이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조금씩 가벼워지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가만보니 기분은 늘 변하고 있었습니다.
좋았다가 가라앉고
들떴다가 잠잠해지면서요.
마치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 같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힘든 건
감정 자체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빨리 바꾸려는
애씀 때문일지 모른다는 걸요.
달이 걸린 저녁
하루는 저녁 러닝을 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층층이 불이 켜진 아파트 위로
달이 조용히 걸려 있었습니다.
늘 보던 풍경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늘 달리던 길이었고, 늘 달리던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괜찮았습니다.
아니, 참 좋았습니다.
뭔가 달라져야만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구나.
있는 그대로의 저녁도,
있는 그대로의 나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구나.
안전한 이 땅 위에서,
이 저녁 시간에,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참 감사한 일이었구나 하고요.
지금도 괜찮다
우리는 자주 더 나아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더 좋은 상태,
더 안전한 상태,
더 완전한 상태를 위해서요.
그 방향이 틀린 건 아니지만,
때론 지금의 소중함을
자꾸 흘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마음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괜찮다고.
지금을 놓치지 말라고.
지금 여기에도
충분히 머물 만한 삶이 있다고요.
그런데도 저는
자꾸 다른 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어딘가에 더 나은 평온이 있을 것처럼요.
하지만 돌아보니
제가 그토록 찾던 평온은
늘 지금 여기에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더 보태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조금 더 온전히 머무는 것을
허락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이다.
— 에픽테토스
오늘의 질문
지금 구독자님의 마음에는 어떤 날씨가 지나고 있나요?
그 날씨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잠시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행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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