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2026.07.19 | 조회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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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행부입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오늘은
누구나 아는 말.
나는 절대 아니라고 밀어내던 말.
그러다 결국
나도 똑같다는 걸 인정한 날의 이야기입니다.


첨부 이미지

동생이 어쩐 일로 가족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생전 처음이라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바삭한 베이징덕 껍질을 한 점 집어
황설탕에 푸욱 찍었습니다. 
야무지게 입으로 넣고 있는데,
건너편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식구가 함께 앉아 
각자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

왠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 모습이기도 했거든요.

 

도망칠 곳은 많아졌습니다

술래잡기,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해 질녘까지 뛰어놀고
신발 속에 모래를 잔뜩 담아와서
어머니께 등짝 스메싱을 맞던 날들.

그때는 몰랐습니다.
친구들과 뒤엉켜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던
그 모든 시간이 성장이었다는 것을.

요즘 놀이터에는 흙도, 아이들도, 예전만큼 보이지 않습니다.
심심하면 놀이터로 뛰어나가던 아이들은
이제 화면 속으로 딸깍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으로, 태블릿으로, 노트북으로.
현실보다 화면이, 지루함보다 자극이 더 가까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불편함으로 키우는 마음 근육

"세상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어머니께서 혼잣말하셨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생존이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더 많이 갖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

다음 세대가 더 행복하길 바라며
자신을 갈아 넣으셨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게 되었죠.

하지만 풍요는
행복까지 함께 가져다주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 세대의 숙제는 다릅니다.
더 많이 갖는 법이 아니라,
풍요를 행복으로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부모님 세대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불편함을 견디는 힘을 키우기보다
불편함 자체를 없애려 합니다.

부모님 세대는 온실을 물려주셨고,
우리는 그 온실을 무균실로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기를,
상처받지 않기를,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며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란 마음은
작은 좌절과 지루함, 갈등과 외로움 앞에서도 쉽게 흔들립니다.

면역력이 세균을 만나며 생기듯,
마음도 불편함을 지나며 자랍니다.

 

낙원은 도망치는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이들만 보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불편한 현실로부터 계속 도망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화면으로, 일로, 술로, 쇼핑으로.
도망친 곳에는 잠깐의 위안이 있을 뿐,
오래 머물 낙원은 없었습니다.

낙원은 현실 반대편이 아니라,
불편한 오늘을 살아낸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의 질문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화면을 켜려고 할 때,
잠시 멈춰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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