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이대로면 곤란합니다. 약을 드셔야겠어요."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떠시겠어요?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번 편지는 몇년 전 느낀 어이없음에서 자라난 이야기입니다.

술담배도 안 하고, 야식도 군것질도 안 먹고,
꾸준히 달리고, 잠도 충분히 자는데.
아, 명상도 매일 하는데, 고지혈증이라고?
억울해서 직접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몸 상태가 안 좋은건지 좀 확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걸요.
작용이 있다는 건 부작용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약을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었어요.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쓰느냐였죠.
그런데 며칠 뒤,
동창 모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교도 약이구나.
너도나도 복용 중인 비교
직장 자랑, 재산 자랑, 가족 자랑.
언제부턴가 자랑 잔치가 되어버린 모임이었습니다.
다들 한마디씩 보태는 동안, 저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의지를 불태웠을 거예요.
'두고봐. 성공해서 코를 납작하게 해줄테니까.'
그런데 그날은 그런 마음이 잘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다들 약을 먹고 있구나.'
비교라는 약을.
남이 아닌 나와의 경쟁
"인생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비교 때문"
처음 이 말을 듣고는 내적 야호~를 외쳤습니다.
너무 맞는 말 같았거든요.
곧 모든 비교를 거부하며 되뇌었습니다.
'비교하지 말자. 나답게 살자.'
달리기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과 경쟁하는 대신
나의 작년 기록과 비교하기로 했죠.
그 비교는 나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운 쪽이었어요.
나와의 경쟁이 답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마저도 조금씩 불편해졌습니다.
왜였을까요.
기준 전환
'과거의 나보다 나아져야 한다'
그것도 어느 순간 또 다른 채찍이 되었습니다.
남에서 나로 기준만 바꼈을 뿐이었어요.
결국 문제는 집착이었습니다.
남과의 비교를 밀어내는 것도 집착
나와의 비교에 매달리는 것도 집착
집착이 달라붙지 않은 비교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과거를 돌아보며 내 존재의 흐름을 기억합니다.
비교를 통해 나를 더 선명하게 인식하는 거죠.
하지만 비교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될 때,
내 존재는 희미해집니다.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가려진채로.
오늘의 질문
내가 선명해지는 비교와 내가 희미해지는 비교.
구독자님의 비교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행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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