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행부입니다.
며칠 전 러닝 앱을 보다가 새삼 놀랐습니다.
누적 2,512km.
서울에서 부산을 세 번쯤 왕복한 거리였어요.
숫자를 보고 있자니
처음 달리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1km 남짓 달리고 정신이 아득해진 날.
발바닥이 아프다가 호흡이 턱까지 차고,
세상이 형광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잘못됐다.'
바로 알 수 있었죠.
급하게 가로수 밑에 주저앉았습니다.
부끄럽지만 토했거든요.(많이는 아니고 조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다시는 안 뛴다.' 싶었지만,
며칠 뒤 다시 달렸습니다.
아마 오기가 발동했을 거예요.
나약한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그렇게 몇 달 동안은 나와 싸우려고 달렸습니다.

왜 달려요?
어느 날은 폰을 안 챙겨 나갔습니다.
챙기러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그냥 달려봤죠.
노래도 안 듣고, 페이스도 안 보고,
코로만 호흡할 수 있는 속도로 자분자분하게요.
의외로 그날,
이제 나와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목표도 속도도 잠시 잊자 느껴지는 게 있었거든요.
몸을 스치는 바람.
길가의 가로수 냄새.
발바닥에 닿는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한발 한발 내딛으며 달리는 즐거움.
폰을 두고 나간 그날 목표도 두고 나갔지만,
돌아올 땐 달리는 즐거움을 챙겨올 수 있었습니다.
목표는 방향
만약 처음부터
2,500km를 목표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진작에 포기했을 겁니다.
1km도 못 뛰는 사람이 2,500km라니요.
걸음도 떼기 전에 결승선부터 보는 격이죠.
대신 매일 하루만 달렸습니다.
어떤 날은 거북이처럼,
어떤 날은 달팽이처럼.
쌓이는 줄도 모르게 느릿느릿 차곡차곡.
그러다 어느 날 깜짝 놀랍니다.
이렇게나 많이!? 하면서요.
인생도 똑같습니다.
우리는 몇 살에는 뭘 해야 하고,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이런저런 목표를 세웁니다.
그런데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표가 집착이 되기도 합니다.
매일을 또박또박 사는 게 아니라
겅중겅중 살게 되죠.
삶은 오늘
그렇게 현재를 희생하며 도착한 미래에도
다시 현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언제나 지금뿐이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목표를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목표는 지점이 아닌 방향,
지도가 아닌 나침반이라고요.
이 방향이 맞나? 싶을 때만 꺼내보면 되는 나침반.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함께 걷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가 매 순간 해야할 건
사실 이런 것들이니까요.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보다,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성공하기 위해 현재를 견디는 삶보다,
지금 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
가만히 보면
그런 사람들이 더 멀리, 더 오래 가더라고요.
매일 오늘만 달리는 사람들이요.
오늘의 질문
구독자님은 요즘,
목적지만 바라보느라 놓치고 있는 오늘은 없나요?
행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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