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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8 4B movement, 가부장제 참여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동

2024.12.01 | 조회 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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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헐리버리

‘헐리버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성 뉴스 큐레이션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Welcome to ‘HERLIVERY’. This is NEWS HERLIVERY, a women’s news curatio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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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11월 세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깊이와 관점이 있는 기사와 칼럼을 모은 REPORT EDITION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온라인에서 여성혐오 표현이 폭증한 현상과 미국 젊은 여성들이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여성주의 실천 운동인 4B 운동에 주목하고 있는 흐름을 소개합니다. 또한 지난호에 이어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를 중심으로 한 여대 관련 의제 기사들을 모아 읽으며 현 시대에 여대가 여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의미를 살펴봅니다.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법조계 의견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뉴진스 멤버 하니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종결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대해 아이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화제 속에 종영된 드라마 <정년이>가 남긴 메시지를 원작 웹툰과 비교하고 드라마의 흥행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여성국극의 흥망사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웹툰 <이세계 퐁퐁남>이 네이버웹툰 공모전에서 최종 탈락했습니다. <이세계 퐁퐁남>의 공모전 출품으로 촉발된 네이버웹툰 불매 운동에 대한 여성작가들의 시각을 알아보고 네이버웹툰이라는 플랫폼을 비롯해 창작자, 독자, 언론 각각의 책임을 돌아보았습니다. 경향신문 시리즈 기사 “‘얼빠아니고 야빠인데요를 통해 여성 스포츠팬에 대한 뿌리 깊은 성편견을 조목조목 짚어보았습니다. 배우 정우성 씨의 혼외자 인지를 통해 정상가족을 탈피하는 비혼 출산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남성의 얼굴로 대표되는 비혼 출산이라는 프레임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여성주의 시각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뉴스 헐리버리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난호에서 소개해드린 의제 기사들과 연결해 읽으시면서 여성주의 관점을 정비하고 깊이를 더하는 계기로 삼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다음 호는 여성 인물 기사들을 모은 PEOPLE EDITION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소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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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 나의 선택”…미 대선일 이후 폭증한 여성 혐오 표현

미국 대선일 이후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괴롭힘과 학대, 혐오 표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지 시각 8일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틱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엑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언급은 4,600% 늘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써 ‘멍청이’라 부르는 등 혐오 표현도 대선 당일에만 4만 2,000여개 계정에서 6만 4,000회 이상 언급됐습니다.

‘너의 몸, 나의 선택’이란 말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의 의미로 패러디한 것입니다. 주방을 언급한 것은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며 여성의 위치로 가정 내로 제한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 백인 민족주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가 초기 선동가 중 한명으로 보인다고 ISD는 분석했습니다.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 쓴 그의 엑스 게시물은 3,500만회 이상 조회됐습니다.

페이스북에서도 ‘너의 몸 나의 선택’ 문구는 현재 인기 키워드를 알려주는 ‘트렌딩’(trending)에 올랐고, 틱톡에선 여성 이용자들 계정에 이 문구를 쓴 댓글이 무더기로 달린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틱톡 크리에이터는 여러 남성이 이 문구를 쓰며 성폭행을 위협해 영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repeal the 19th’)도 다시 등장, 전주보다 446% 늘었습니다.

여성 괴롭힘이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학교 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딸이 대학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고 페이스북에서 전했습니다. 한 레딧 이용자는 캠퍼스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복장의 남성 무리에게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재생산권이나 성평등 요구에 대한 승리로 해석, 더욱 대담해진 영향으로 ISD는 보고 있습니다.

ISD는 “(매노스피어가) 여성 권리 제한에 대한 서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공격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허가 구조로 선거 결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귀수, KBS뉴스, 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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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결혼·출산 거부"…트럼프 당선에 美여성 '4B' 열풍

성범죄 이력과 여성 혐오 발언 등을 이유로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이에 좌절한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여성주의 '4비(非) 운동'(4B movement)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주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미국의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4비 운동'이 주목받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4비 운동은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성관계를 의미한다. WP는 "4비 운동은 한국에서 2010년대 중·후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이라며 "'비'(非)는 영어로 'No'를 의미한다. Bi-hone(비혼)은 no marriage 또는 willingly unmarried"라고 설명했다.

WP는 이어 "미국의 일부 여성 네티즌들이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4비 운동에 대해 소개하거나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글을 SNS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지난 6일 하루에만 20만명이 구글에서 이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WP 뿐 아니라 가디언, NBC, CBS 등 주요 언론도 잇따라 보도를 내놓으며 4비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WP는 한국에서 있었던 '탈코르셋' 운동에도 주목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남성 우위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반항과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여성성'을 문제 삼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중성적인 옷차림을 하며, 화장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으로, 일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꾸밈'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 내면을 채우고, 자기 계발에 힘쓰자는 취지다.

4비 운동은 여기에서 나아가 남성과 관계를 맺는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와 성관계마저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평등, 여성 혐오, 성차별, 성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하수영, 중앙일보, 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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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대가 필요한 이유…“성평등 이뤄지면 소멸하리라”

국내 최초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이화여대 전신)은 여성이 남성과 같은 공간에서 교육받을 수 없던 시절인 1886년 설립됐다. 당시 이 학교를 찾은 이들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부양하기 힘든 딸을 데리고 온 엄마, 부모를 잃고 오갈 데 없어진 어린 소녀 등이었다. 여대 탄생 배경에는 열악한 여성 인권 환경이 존재한 것이다. 1948년 제헌헌법에 성평등을 명시하고 1950년 초등교육이 의무화되면서야 여성의 교육 기회가 법적으로 보장됐다.

여대의 정체성 변화는 여성 인권 상황과 긴밀히 연동돼 왔다. 전통적 성역할에 부합하는 교양·직업 교육에 치중한 시기를 거쳐 ‘남자 못지않게 뛰어난’ 여성 리더십 및 직업 교육이 강화됐다. 1960~1980년대엔 여성노동자 양성이 필요했던 정부·기업 이해관계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여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 수요도 늘었다.

한때 26곳에 달했던 여대는 1990년대를 거치며 대폭 줄어든다. 정부가 1987년 졸업정원제를 폐지하고 1995년 대학 설립 기준을 완화하면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기획연구위원은 “1990년대 (신입생 유치에 불리한) 수도권 바깥 지역의 여대가 공학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생존한 여대들의 공학 전환 고민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의미다.

동덕여대 쪽은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대해 “대학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했으나, 교육계에서는 입학생 모집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손쉬운 대책으로 ‘공학 전환’ 카드를 검토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광주·덕성·동덕·서울·성신·이화·숙명여대 등 4년제 7곳, 한양·배화·경인·숭의·수원·부산여대와 서울여자간호대 등 전문대 7곳 등 모두 14개다. 그중 12곳은 수도권에 있다. (중략)

2009년 두 남성이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여성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해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2018년 또 다른 남성이 교육부가 이화여대 등 여대 4곳 약대 정원을 320명으로 정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낸 헌법소원 등은 이러한 인식을 대표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두 사건 모두 여대의 역사적 전통성(경험·자산), 대학 자율성 등에 중점을 두고 남성이 받는 불이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대학가에 퍼져있는 ‘반페미니즘’ 기류는 ‘여대=페미(페미니스트)’라는 낙인으로 이어졌고,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여대를 조롱하거나 폄훼하는 표현 역시 확산됐다. 2023년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여대 출신 이력서는 (페미니스트 가능성이 있어서) 거른다”는 대기업 소속 이용자의 글이 올라와 고용노동부가 해당 기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기도 했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기획연구위원은 “여대에 대한 ‘불호’가 최근에 생긴 건 아니지만, 여성·페미혐오와 함께 가는 건 최근에 도드라진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실·정인선·고나린, 한겨레, 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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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사태로 본 '여대'의 의미

“여성들에게 법적, 제도적인 기회는 다 열렸는데 무슨 이유로 여자 대학이 필요한가? 라고 물어볼 수 있어요. 그런데 공식적으로 기회는 열렸지만 그것이 결과적인 평등으로 가진 않았어요.”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기회의 평등이 곧 결과의 평등으로 펼쳐지지 못했으며, 여전히 통계적으로 여성 차별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정치 및 경제계에서 여성들의 아이디어, 니즈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여성들이 어떤 그 비판을 의식하지 않고도 그들의 생각과 니즈, 관점을 사회적 목소리로 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전성'도 여대의 필요성 중 하나로 꼽혔다.

김 연구교수는 "온라인 상에서의 여성 혐오 발화, 화장실 불법 촬영, 성폭력 및 여성 살해 사건 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느끼는 안전 감각은 매우 높아졌다"며 “불안전을 느끼는 여성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불안전함을 가져오는 사회적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도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차별을 언급하며, 여대가 차별과 혐오로부터 안전한 논의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총학생회장은 "현재 여성 인권이 완전히 보장된 상태라고 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이 불평등과 혐오에서 벗어나 마음껏 교육을 받고, 자유롭게 성평등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현재 우리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문준아, BBC코리아, 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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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들의 질문에 사회와 언론은 답할 준비 돼 있나"

남녀공학 전환 문제를 계기로 극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 사태를 두고 언론이 한국 사회 내의 성차별과 페미니즘 백래시(반작용) 현상 등 사태의 본질보다는 '과격 시위' 양태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 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8일 '동덕여대 학생들의 질문에 사회와 언론은 답할 준비가 돼 있나' 제하의 논평을 내고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사회적인 의제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한국 사회는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자세가 돼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단순히 '남녀공학 전환'으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며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성차별 그리고 점점 심화하는 백래시 현상을 빼놓고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고 했다.

단체는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이란 단순히 물리적 거점만을 뜻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학생들의 우려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학이란 공간으로 한정하더라도 상황은 명확하다. '여학생회 존폐' 논란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총여학생회가 존치되더라도 규모가 줄어드는 등 목소리에 힘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이것이 현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라고 했다. (중략)

언론연대는 "동덕여대를 비롯한 학생들은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며 우리 공동체에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 질문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평가부터 내리고 있지는 않는가"라며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안 된 건, 학생들이 아니라 사회와 언론이 아닌지 이제라도 진지하게 자성해야 할 때가 아닐까"라고 했다.

(서어리, 프레시안, 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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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왜 거침없나...①소송 전망 ②위약금 ③'뉴진스' 상표권으로 본 계약해지 통보 사태

그룹 뉴진스가 28일 한밤의 기자회견을 열어 소속사 어도어에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우리 같은 사례는 없었다”고 스스로 말했을 만큼 초유의 일이다. 하이브가 최대주주인 어도어와 결별하기 위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정도의 대응을 예상했던 업계는 당혹스러워했다. 어도어는 “우리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전속계약은 기존 서류대로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다”며 방어적인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해 전속계약 효력이 정지됐으니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필요도,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다고 뉴진스는 주장한다. 어도어 소유인 뉴진스 상표권도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면서 "5명이 처음 만난 날부터 이뤄온 모든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이니 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어도어의 소송 제기 이후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뉴진스의 미래와 가요업계의 생태계 변화 여부가 달린 이번 사태의 쟁점을 정리했다.

뉴진스가 먼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원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활동이 제한되지만, 어도어가 소송을 내면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처분 신청 대신 계약해지 통보를 택했다는 해석이 있다. 뉴진스는 28일 기자회견에서 "29일부터 어도어 소속이 아니므로 앞으로 자유롭게 일할 것"이라고 했다.

'가수가 키워 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법조계 다수 의견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올법률사무소의 이현곤 변호사는 “갑을관계에서 을이 먼저 통지하는 것이 흔치 않을 뿐 갑만 계약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도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소송 결과에 따라 통보 시점부터 소급해 적용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는다는 건 (어도어가 낼 가능성이 있는 전속계약 확인) 소송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략)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전속계약은 해지 사유가 있을 때만 해지 가능하다. 법조계의 견해는 엇갈린다. 노종언 변호사는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뢰관계가 파탄된 경우라면 계약해지를 인정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어도어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노 변호사는 하이브 내부 문건의 “뉴 버리고 새판 짠다”는 문구가 뉴진스를 버린다는 뜻이라면 “아티스트 보호 의무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충분한 귀책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곤 변호사 역시 “신뢰관계가 파괴된 상태여서 이미 해지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고경석, 한국일보, 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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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니에게 제안한다, 아이돌 노조 만들자

지난 20일 고용노동부는 아이돌 뉴진스 하니(본명 '팜 하니')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종결했다. 하니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한 팬은 해당 라이브 방송을 보고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할 근로감독관이 배정될 예정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는 "사실일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 사이 하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의혹에 대해 증언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하이브의 과로사 은폐 의혹, 으뜸기업 선정 취소 청원 등의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이같은 버니즈(뉴진스 팬덤)와 대중, 국회와 시민사회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기계적인 법 해석을 내놓은 것.

노동부의 주장대로 뉴진스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그러니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제76조의 3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 조치)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특수고용프리랜서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사업주의 책임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조사를 이어가고,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입법부에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중략)

정부는 아이돌을 보호할 생각이 없다. 소속사는 보호는커녕 사내 정치에 가담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양산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몇몇 직군의 특수고용프리랜서노동자들은 이미 노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배달노동자로 이뤄진 라이더 유니온은 라이더 산업재해보험 전면 적용,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등 라이더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타투이스트로 이뤄진 타투유니온은 불법의 영역으로 내몰린 타투이스트를 보호하는 타투법 제정 활동을 하거나, 타투이스트 감염관리지침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을 결성해 파업 시위를 벌여 모션 캡쳐 배우 처우 개선(2016), 기본급과 플랫폼 재상영 분배금, AI로부터 배우 권리(2023)에 대해 교섭했으며 2024년 9월 라이엇 게임즈를 상대로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아이돌 노동자들도 이미 다양한 부조리를 경험하고 있다. 개인이 상품화돼 무리한 다이어트와 사생활 침해 등이 당연시된다. 심각한 노동 강도에 신체적·정신적 산재도 많다. 그리고 이 모든 부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한 당연한 과정 또는 성장 드라마로 그려지기도 한다. 불법·탈법적인 행위도 발생한다. 아이돌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연예기획사가 무분별하게 난립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연습생이 피해를 입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중문화예술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연예기획사를 등록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등록하지 않은 무허가 기획사가 당당히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만약 이런 무허가 기획사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그것 자체가 불법·탈법 행위의 감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조합의 설립은 소외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이번 하니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공론화된 것은 뉴진스가 많은 인기를 얻은 아이돌 스타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청자가 보는 라이브 방송, 스타들만 설 수 있는 시상식 무대에서 발언권을 얻기도 쉽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보호받지 못했다.

(최보근, 오마이뉴스, 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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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소리치는 웹툰과 침묵하는 드라마

1950년대를 풍자한 여성 소리꾼들의 공연 예술인 여성국극. 웹툰 ‘정년이’는 여성국극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반짝이는 열망과 갈등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기본적으로는 여성국극 배우가 돼 떼돈을 벌겠다고 큰소리치던 정년이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이야기지만, 모든 등장인물에게 여성국극은 각기 다른 이유로 소중하다. 상충하는 가치들 속에서 이들은 함께 성장한다.

인물들의 각기 다른 여성국극에 대한 사랑이 정점을 찍는 시점은 원작 속 마지막 무대인 ‘쌍탑전설’의 오디션 에피소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정년이’ 역시 ‘쌍탑전설’을 극중극으로 성실하고 절절하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그런데 원작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드라마에선 언급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쌍탑전설’ 극본을 쓴 여학생 ‘권부용’에 대한 것이다.

권부용은 여성 교육의 장인 여학교를 다니고, (1950~60년대 여성 동성 애인을 일컫는) ‘S언니’가 있고, 아버지 같은 극작가를 꿈꾼다. 그러나 부용의 극본은 정략결혼 상대 남성의 이름으로 대회에 제출돼 수상한다. 분노해 항의하지만, 돌아온 것은 모르는 체하는 약혼남과, 여학생의 긍지를 버리고 남자와 붙어먹었다는 오명뿐이다. 게다가 지금껏 아버지가 쓴 줄 알았던 모든 대본이 사실은 어머니의 작품을 훔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을 넘어서야 하는 주인공 정년이와 달리, 부용이 맞서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보다 크고 오래된 가부장제와 성차별, 동성애 혐오의 굴레다. 극본을 도용당한 그의 불행은 실제로 남성에게 공로를 빼앗겨 온 여성 문인들의 계보를 잇는다. 여학교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자유로운 학생이 아닌 누군가의 아내가 돼야 하는 비극 역시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된 위협의 역사다.

그러나 부용은 펜을 놓지도, 결혼하지도, 죽지도 않는다. 매란국극단을 다시 일으킨 역작으로 평가받는 ‘쌍탑전설’을 집필하고, 결혼식을 뛰쳐나와 사랑하는 윤정년에게 달려간다. 부용은 오직 정년이를 생각하며 극본을 썼고 정년이는 오직 권부용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을 연기한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웹툰에서는 존재하던 여성의 목소리와 사랑이 TV드라마에서 삭제됐다는 사실은 레즈비언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픽션이어야 하고, 그것도 여럿이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시청각 매체 말고 혼자 읽는 만화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드라마 ‘정년이’가 남긴 아쉬움이 원작 웹툰의 전복적 가능성을 부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 웹툰이 삭제된 여성국극 문화와 퀴어 서사를 다루는 만큼, 드라마도 상업적 이익 추구를 넘어 퀴어 여성 서사 가시화라는 공익적 대의를 수행할 기회가 있었다. 웹툰은 소리치는데 드라마는 침묵한다.

(피라, 여성신문, 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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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

여성국극은 1950년대를 풍미하다 1960년대에 급격히 퇴조한 대중예술이다. 여성국극의 진귀한 세계는 여성학이나 공연 연구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뿐, 오랫동안 잊히었다. 2013년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의 개봉으로, 여성국극의 역사가 비로소 조명되었다. 문화기획집단 ‘영희야놀자’가 2007년부터 기획하여 2011년에 완성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국극배우 조금앵, 김진진, 박미숙, 허숙자, 김혜리와 여성국극을 따라다니던 여성 팬들의 생생한 회고담이 담겨 있다.

이들은 70~80대 할머니가 되어서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여성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막내 배우였던 67살 이옥천은 여전히 후진을 양성하려 애쓰고 있었다. 남역 배우들은 씩씩함으로 인기를 끌고, 무대 밖에서도 남장을 당연하게 여겼다. 신사복을 입은 여배우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 관객이 하객들과 함께 결혼식 사진을 찍었다. 배우들은 가족과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집을 나와 국극에 인생을 바치고, 팬들은 집안 패물을 훔쳐 배우에게 주고, 장사해서 번 돈 2억원을 국극단에 쏟아부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체 여성국극이 뭐길래? 이토록 퀴어-페미니즘이 넘쳐나는 공동체가 1950년대에 이미 존재했었고, 그것이 공공연한 대중문화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싹 없었던 일인 양 아무도 말하지 않게 되었다고? 헐, 이럴 수가! (중략)

여성국극은 왜 그토록 짧은 기간 흥하고 망한 것일까. 정수진의 ‘여성국극은 왜 무형문화재가 될 수 없었는가?’(2019, 아키스브리핑 제204호)를 참고하면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판소리가 여러명이 나눠 부르는 창극으로 바뀌고, 해방 후 국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국극은 남성 위주였고, 판소리를 제외한 연기, 대사, 율동은 예술적 완성도가 부족하였다. 1948년에 임춘앵, 박록주 등 30여명의 여성 국악인이 푸대접에 불만을 품고 여성국악동호회를 조직했다. 이들의 공연은 달랐다.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영향을 받아, 노래, 연기, 춤, 칼싸움, 반주 등을 통합시키고, 화려한 의상, 무대장치, 이국적 미장센을 활용하여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종합예술로 만들었다.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민족의 상상적 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외국 작품을 번안하기도 했다. 주제는 낭만적 사랑이었는데, 거침없는 애정 표현을 보여주며 관능을 자극했다. 남장 여성이 맡은 주인공은 영웅의 면모를 지녔으나, 사랑하는 여성에게는 순정을 바치는 꽃미남으로, 이성애적 욕망과 동성애적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인기를 끌던 여성국극이 급속히 쇠퇴한 이유는 뭘까. 영화와 텔레비전이 밀려든 것도 한 이유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판소리와 창극은 살아남았다. 어째서 여성국극은 존재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소멸한 걸까. 가장 큰 이유로 박정희 정권에서 무형문화재 제도가 법제화될 때, 여성국극은 기형적인 통속 문화로 치부되어 보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는 젠더 정치가 작동하였다. 여성국극의 인기에 밀려 혼성창극단을 접어야 했던 김연수 명창이 1962년 국립국극단이 창단되자 초대 단장이 되었다. 각종 협회는 남성들로 채워졌고, 문화재 지정 논의 결정권자 중 여성은 없었다. 남성 소리꾼을 비롯한 제도권 문화인들은 여성국극을 ‘여성들만의 사이비 예술’로 헐뜯었다. ‘순수한 원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적 지원과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황진미, 한겨레, 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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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남 논란' 속 여성작가들 "불매 아닌 네이버웹툰에 분노" 이유는…

공모전 출품작의 여성혐오 논란에서 촉발된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 지표도 감소세다. 11일 기준 네이버웹툰 일간 활성이용자 수(DAU)는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4일(461만 명)보다 약 11% 줄었다. 20대 이하 여성이 20%대의 이탈율로 견인한 수치다.

문제가 된 작품은 정식 연재작이 아닌 아마추어 웹툰이지만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네이버웹툰의 심사 기준과 혐오표현 방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됐다. 네이버웹툰은 ‘불티나게 매입하기’ 등 불매 변형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는 지적에 뒤늦게 “불매운동 전 제작·공개된 게시물이 재발행 된 것으로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불매 운동 장기화 움직임에 작가들은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여성 독자 비율이 높은 작품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관된 작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작가들은 퐁퐁남 사태와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여성향 작품 등 주로 여성 독자를 상대로 하는 작가들은 회원 탈퇴, 쿠키(열람용 전자화폐) 환불과 같은 불매 방식의 항의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여성향 작품을 떠나 여성 독자들은 웹툰 시장에서 실질 구매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행본, 굿즈의 구매력도 높다. ​작가들은 ​수익 감소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용자들의 불매 행위 자체보다는 네이버웹툰의 대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직계약으로 작품을 연재 중인 A 작가는 네이버웹툰의 대응 방식이 불매운동을 오히려 자극했다고 본다. A 작가는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유료 수익이 줄어드는 데에 대한 걱정이 크고 지속적으로 작업하기가 불안한 상황이다. 여성 혐오를 반대하는 불매 운동임에도 여성향 작품 등의 여성 작가가 수익 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도 “불매운동의 원인은 독자가 아닌 네이버웹툰의 성차별적 행보에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항의를 조롱하고 회피하는 회사 측에 분노를 보이는 작가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중략)

작가들은 작품 규제의 일관성 문제도 지적했다. A 작가는 “남성 독자들이 ‘집게손가락’, ‘허버허버’,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별점 테러를 하고 작가를 모욕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네이버웹툰은 그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되는 표현을 고치고 작가 보호는 하지 않았다. 창작의 자유와 작품의 재미를 위해 표현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게 네이버의 원칙이라지만 사례마다 달리 적용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강은경, 비즈한국, 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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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웹툰 ‘이세계 퐁퐁남’ 사태가 남긴 질문

여성혐오적 표현과 내용으로 비판받은 웹툰 ‘이세계 퐁퐁남’이 지난 22일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2차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그간 혐오·차별 콘텐츠를 유통해 플랫폼의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받던 네이버웹툰 측은 2차 결과 발표 후 처음으로 사과문과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네이버의 사과로 ‘이세계 퐁퐁남’을 둘러싼 당장의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플랫폼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이번 논란은 ‘이세계 퐁퐁남’이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하며 불거졌다.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이 경제적 조건을 따져 결혼한 남성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퐁퐁남’은 주로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여성의 결혼 전 성 경험을 다른 남성이 ‘설거지’해야 하는 ‘문란함’으로 여기는 혐오 표현이다. ‘이세계 퐁퐁남’의 내용은 이러한 여성혐오적 사고인 ‘설거지론’과 혐오 표현들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여성혐오 웹툰과 이를 방치한 네이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매운동, 근조화환 시위가 이어졌고, ‘이세계 퐁퐁남’(이하 ‘퐁퐁남’)은 2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여성혐오적 발화와 맞물리면서, 혐오·차별 우려가 있는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묻는 질문도 이어지고 있다.

아동·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K-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이 높은 ‘미디어 기업’ 네이버 웹툰은 이미 혐오표현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번 ‘퐁퐁남’ 사태는 이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더한 사례가 됐다. ‘네이버 그린 인터넷 가이드라인’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타인의 인간존엄성을 해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혐오표현 콘텐츠로 보며, 이용자의 안전한 사용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웹툰 업계 일각에선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사전 검열로 작용해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플랫폼이 재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지난 25일 미디어오늘에 “웹툰·웹소설은 플랫폼에 PD를 두고 해당 콘텐츠를 관리하므로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고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콘텐츠 제작사가 자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은 회사가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자 회사 비전에 관련되는 것이고, 행정·사법적 제재가 아니기 때문에 검열이라는 주장은 호도하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중략)

김 교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투명하게 보이지 않으면 ‘과거 집게손가락 장면은 민원 없이 알아서 수정했더라’ 등의 이야기가 함께 퍼지며 기업 이미지가 여성혐오에 둔감하고 남성 이용자 민원에만 반응한다는 식으로 굳히게 된다”며 “투명성은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차별·혐오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려줄 수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유경, 미디어오늘, 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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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야구 보는 거야?” “네? 뭐라고요?”

예린씨네 가족은 무려 3대째 기아의 팬입니다. 본가가 전남 여수인데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손을 잡고 광주의 기아 홈구장까지 갔다고 합니다. 스포츠 애호가 집안에서 자란 영향인지 중고교 시절 체대 입시까지 준비했었고요. 지금은 진로가 달라졌지만, 그에게 스포츠란 여전히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야구를 오랫동안 보면서, 아니면 직접 운동을 하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라고 느낀 게 많으셨나요?”

“야구 경기를 보러 가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야구계 관련 소식을 공유하잖아요. 그러면 주위에서 ‘쟤는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있었어요. 스포츠 경기의 주 시청자가 남성이니까 제가 그걸 매개로 이성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니, 집안이 3대째 팬인데. 얼마나 억울했는지 몰라요.” (중략)

스포츠를 스포츠로, 취미를 취미 그 자체로 즐길 수 없는 환경에서는 팬들이 실제로 특정 공간에서 ‘배제된다’는 감각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쇼타임’님은 여성 팬으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룰을 모르고 봐도 재밌는게 야구잖아요?

혼자 직관을 많이 가는 편인데, 일부러 사람들 없는 자리를 골랐단 말이죠. 근데 제 앞 혹은 뒤에 남자 무리들이 앉으면서 ‘아, 예쁜 여자 앉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야구장에 조금이라도 꾸미고 가면 ‘야구선수 보여주려고 꾸미고 가냐’ 고 핀잔을 듣기도 했어요.

성별이 바뀌었다면 들었을 말일까요?

오히려 저 같은 경우, 남성 팬들이 옆의 여자친구에게 과하게 설명하는 바람에 야구에 집중이 안될 때도 많았어요. 외야인데도 멀리 떨어진 투수를 보고 ‘저 공은 서클 체인지 업이다, 커브다’ 하는 식으로 가르치려 하더라고요.”

(김정화, 경향신문, 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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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이라는 매끈한 말

한국에서 최근 출간된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는 ‘모든 원치 않는 임신의 원인은 남자’(92쪽)라고 단언하는 책이다. 저자 가브리엘르 블레어는 여섯 아이의 어머니로서 ‘X(구 트위터)’에서 부단히도 임신중단 논쟁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여자는 자신의 난자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한편, 남자는 정자를 통제할 수 있고 어디에 둘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여자가 콘돔 없이 성관계를 하는 데 동의했더라도(그 동의 자체도 ‘콘돔을 쓰면 남자의 쾌감이 덜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거부 시 남성이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 등 때문에 오롯이 주체적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해당 여성이 무책임하다는 비난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임신 자체를 유발하는 것은 정자를 여성의 몸 속에 옮긴 ‘남자’라는 것이다. 자신의 오르가슴을 위해.

다음은 태어난 아이에 대한 ‘책임’의 영역이다. 정씨는 지난달 29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이라는 이름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당연히 아이를 키우는 데 최선이거나 유일한 방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결혼이 책임’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결혼이라는 ‘제도’로라도 돈으로만 귀결되지 않는 양육의 부담을 남자에게 강제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성에게서 쾌락만 취하고, 여성의 몸에 가한 침해적 행위와 이후 아이 돌봄 등은 나 몰라라 한 남성들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돈 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현실(한국의 경우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양육비 미지급자의 88.7%가 남성이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씨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확률은 0%에 수렴할 것과는 별개로.

결과적으로는 남성의 무책임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여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의 무게에 대한 집단적 분노가 “비혼 출산이라니”와 “결혼은 책임”에 담긴 함의이고, 나는 이것이 매우 일리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두고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며 비난했는데, 오랜 기간 남성의 무분별한 사정을 ‘본능’ 내지는 ‘배설욕’으로 감싸안은 이 사회야말로 비문명이 아닌지 묻고 싶다. 아니다. 이 역사야말로 우리네 ‘문명’인 게 현 주소다.

(이슬기, 여성신문, 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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