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12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불법계엄으로 국헌문란을 겪고 있는 내란 시국에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매달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여성들의 소식을 모은 PEOPLE EDITION으로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이 시국과 관련해 여성들이 어디에 있고 어떤 행동을 하며 또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계엄군이 국회 침입을 시도하고 있던 긴박한 순간 무장군인의 총구를 막아선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운 국민의힘 의원들이 줄줄이 본회의장을 퇴장한 가운데 가장 먼저 돌아와 표결에 참여한 김예지 의원의 인터뷰도 준비했습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방첩사 비서실에서 작성된 계엄 사전 모의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추 의원은 계엄 시 대량살상을 대비해 병원시설까지 확보한 정황도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단장을 추 의원에게 맡겼습니다.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에 나경원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계엄 직후 임명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의 쿠데타와 독재에 대한 과거사 인식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처형이기도 합니다.
이번 내란 시국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연예인 이엘, 고아성, 고민시, 레이디제인, 신소율, 이채연 씨 등이 관련해 의견을 표출하거나 시위 참가를 인증하고 독려하는 등 행동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대구 북구갑 박정희 지역위원장은 대구·경북에서 진행 중인 “티케이(TK) 콘크리트, 티케이(TK) 딸이 부순다” 챌린지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탄핵 집회에서 '응원봉 문화'가 조명받고 있는데요, 윤석열정부의 안티페미니즘 정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2030 여성청년들이 집회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와 이동약자를 위한 단체 ‘계단뿌셔클럽’ 박수빈 대표의 영국 BBC 방송 ‘올해의 여성 100인’ 선정, 군수 분야 첫 여군 장성이 된 육군 군수사령부 김진희 준장 진급 예정자, 최초의 행시 출신 여성 부이사관이 된 국세청 전지현 정보화기획담당관 소식도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 뉴스 헐리버리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독자 여러분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뉴스 헐리버리는 오는 20일 여성의제 기사들을 모은 TOPIC EDITION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긴박했던 6시간, 내가 총구 앞에 선 이유
3일 밤, 한국에서 45년 만에 긴급계엄이 선포된 후 혼란에 빠진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국회로 향한 의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휴대폰을 켜고 현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인터넷에서 몇 가지 영상은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계엄군의 검은 총구 앞을 가로막은 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사람들은 무장한 군인이 국회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총구 앞을 가로막고 선 인물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일단 막아야 된다, 이걸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영상의 주인공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안귀령 씨다. 그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전했다. (중략)
안 씨는 계엄군은 밀고 들어오고, 국회의원 보좌진과 당직자, 시민들은 이들을 막으려는 대치 상황이 계속되다가 순간 빈틈이 생겼고, 계엄군은 그사이를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막았던 것 같아요...그 과정에서 (군인들이) 제 팔을 잡고 막고 하니까 저도 (군인을) 밀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의식적으로 총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라며 "붙잡는 팔을 뿌리치면서 막 이렇게 뭘 잡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안 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그런 계엄군을 처음 봐서 좀 무서웠다”라며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특히 국회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계엄군과 대치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보고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유나·최정민, BBC뉴스 코리아, 24.12.04)
'탄핵 투표하러 가장 먼저 돌아온' 국힘 김예지 단독 인터뷰
"마음이 무거웠고 긴장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어제저녁, 탄핵 투표에 참석한 것에 대한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8일 BBC 코리아에 다른 여당 의원들과 퇴장했다가 먼저 돌아왔던 연유를 최초로 밝혔다.
"우리 당이 만들어서 세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는 안건에 대해서 표결을 해야 된다는 정말 무거운 마음이 하나 있었고, 당론을 어긴 것에 대한 두 번째 무거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7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줄줄이 퇴장한 가운데 가장 먼저 뛰어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그는 피아니스트 출신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으로 비례대표로서 재선한 인물이다. (중략)
김예지 의원은 왜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당론을 어기면서까지 투표에 참여한 것일까.
그는 "어제 토요일 탄핵 표결이 있던 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도 주변 시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략)
김예지 의원은 "당원분들로부터의 정말 대응할 수 없을 만큼의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이 많은데 '이제 나가라', '사퇴해라' 등의 이야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명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순히 '나는 당론을 어길 거야' 해서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저는 항상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안에 있던 야당 의원들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좀 깜짝 놀랐던 것은 표결할 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야당을 위해서 온 건 아닌데하는 의문이 들었지만...다만 저는 감사를 받을 자격은 없고요.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분들을 대신해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습니다." (중략)
그는 계엄령이 장애인들에겐 얼마나 더 두렵고 절박한 상황이 될 수 있는지를 이번에 경험하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될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시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효정, BBC뉴스 코리아, 24.12.08)
추미애 "비상계엄 사전모의 문건 입수…여인형 지시 작성"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사전에 모의됐으며 이를 입증하는 사전 모의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방첩사 비서실에서 작성한 비상계엄 문건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는 계엄선포와 계엄사령관-계엄사령부, 합동수사기구 구성, 기타 고려사항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와 관련한 법적 절차, 계엄 사령관-계엄사령부의 역할, 합동수사기구의 구성과 역할 등 구체적 기획이 상술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사령관으로 합참의장 대신 각 군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며 “박인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지명된 것도 일치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인경, 이데일리, 24.12.08)
추미애 "尹, 계엄시 대량살상 대비 병원시설까지 확보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유혈사태에 대비해 병원 시설까지 확보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무사령부(방첩사령부)가 작성했다는 문건 중 없던 것 하나를 더 발견했다"며 "그 내용은 (비상계엄 당시) 병원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이어 "병원 시설은 왜 확보를 했겠느냐 생각하면 작전을 전개할 때 미리 대량의 살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대비했다)"며 "물리력을 행사하면 부딪히게 되고, 그걸 말리는 제 3자들이 다치게 되는 건데 그런 것도 개의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냥 병원에 모아놓으면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혈 사태에 대비) 할 수 있는 의사들이 빨리 복귀해야 되는데 의사들이 이미 사표 내고 그렇지 않았나"라며 "그러니까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 '복귀하라, 복귀 안 하면 처단한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뉴스1, 24.12.11)
민주, ‘12·3 내란사태특위’ 구성…조사단장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내란 진상조사단장은 추미애 의원이 맡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위원회의 약칭은 ‘윤석열 내란 특대위’다.
위원장은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맡기로 했다. 탄핵추진단장은 윤호중 의원, 시민사회협력단장은 정동영 의원이다. 계엄상황관련 정보단장은 안규백 의원, 국민홍보단은 강훈식 의원, 전략기획실은 천준호 의원, 공보지원단은 조승래 의원이 맡았다.
조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우리는 2차 내란이라고 규정한다”며 “2차 내란은 헌법, 법률적 어떤 근거와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자행해서 내란이라고 규정한 것”이라고 했다.
(문경근, 서울신문, 24.12.10)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에 ‘나경원’ 유력 거론
국민의힘이 차기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한 가운데, 나경원 의원이 유력한 인사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나 의원이) 현 시점에서 거론 되는 인물 중 가장 중립적이면서 전문성과 전투력을 겸비한 인사로 논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3선 이상의 경륜과 소통력, 전투력을 갖춘 인사로 원내대표 경력도 있다"며 "중립적인 인물로 친윤과도 두루 소통이 가능하다. 친한계와의 관계도 원만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처럼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중립적이면서 발언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나 의원 측은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마음이지만, 당장 본인이 나설 의사를 밝힌 바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유제니, 아시아투데이, 24.12.10)
신임 진실화해위원장 “5·16 막은 국민 있었나? 독재 왜 했느냐가 중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의 과거사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유튜브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군사 쿠데타와 독재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 때문이라며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난 6일 박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 방송기자 출신인 박 위원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군포로와 탈북민 등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처형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 ‘생생현대사’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을 보면 박 위원장은 “6·25가 나고 4·19까지, 한 50년을 엄청 혼란스럽게 지냈다. 모든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이젠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5·16 혁명이 일어났을 때조차도 국민은 반대하거나, 나와서 안 된다고 그러거나 가로막거나 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무혈입성했다”고 주장했다. 무장 군인과 탱크 등을 앞세워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에 대해 국민적 반대가 없었다고 강변한 것이다. (중략)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헌법 유린 반란수괴가 임명한 박선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란수괴가 임명한 진화위원장 박선영 반대 공동행동’은 “박선영은 윤석열 계엄을 동의하고, 사회관계서비스망에 댓글을 다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며 반란수괴에 동조했다”며 “박선영은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 군·경이 오인 실수해 죽였다며 군과 경찰의 민간인 학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선영은 편협된 역사 논리로 민간인 학살을 좌우 대결로 결론짓고, 이승만 정권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희석할 것이 자명하다”며 “역사 인식과 과거청산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가 진화위의 중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시은, 경향신문, 24.12.09)
"한국 구해야 해서" 고아성·고민시... 촛불 든 연예인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탄핵 정국에 목소리를 낸 연예인들도 있다. 지난 5일, 모교인 성균관대학교 제57대 총학생회 연석중앙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공유했던 배우 이엘은 7일 오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함께 "몸 좀 녹이고 재정비하고 다시 국회로"라는 글을 게재했다.
여의도 촛불시위에 참여한 배우들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배우 고아성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의 모습과 함께 "한국이 싫어서 X, 한국을 구해야 해서 O"라는 문구를 남겼다. 또, 1980년 5월 전국으로 계엄령이 확대됐던 시기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 출연했던 배우 고민시는 촛불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3시"라는 글을 썼다.
그런가 하면 부결 당시의 심경을 토로한 이들도 있다. 가수 레이디제인은 "바깥엔 이 날씨에 모여 촛불 드는 국민들이 있는데 부결에 퇴장에… 이게 뭐야 대체"라고 한탄했고, 배우 신소율은 "투표해 주세요…어떻게 이래요"라는 글을 게재하며 여의도 촛불시위에 참석한 것을 인증했다. 배우 이천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며 "쪽팔린다 쪽팔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성, 오마이스타, 24.12.08)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정치 얘기할 위치가 아니라고? 정치 얘기할 수 있는 위치는 어떤 위치인데?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알아서 할게. 걱정은 정말 고마워. 우리 더 나은 세상에서 살자. 그런 세상에서 우리 맘껏 사랑하자.”
가수 이채연이 12월 8일 팬들과의 소통 앱에서 보낸 메시지다. 시위에 나간다는 팬들에게 “다들 몸조심하고 건강 챙겨가면서 해,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라고 하자, 누군가 “정치 얘기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데 답한 것이다.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라고 하자 “뭐요”라고 응수하며 “제가 정치인인가요, 왜 목소리를 내요”라고 받아 친 임영웅과는 상반되는 대응이다.
“정치 이야기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말, 그리고 “제가 정치인인가요, 왜 목소리를 내요”라는 두 발언을 한 자리에 놓고 살필 필요가 있다. 임영웅이 말한대로 연예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만이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정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란 무엇인가? 헌법상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누구나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우리 모두는 직업인이기 앞서 시민이고 국민이다. 그러므로 정치를 이야기하는 데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위치’를 자신의 ‘안위’로 바꾸어 말한다면, 그것은 성립 가능한 이야기겠다.
이채연 뿐 아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 출연한 배우 고민시는 SNS에 “3시”라는 집회 시간과 촛불 이모티콘을 함께 올렸다. 루셈블의 혜주는 소통 앱에 시위에 참여한 사진을 보내며 “누군가는 내가 의견을 밝히는 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난 아이돌이기 이전에 국민이기 때문에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해”라 말했고, 배우 박보영은 시위에 나가는 팬들에게 “봄이 올 때까지 서로 안아주고 응원하면서 잘 버텨보자”라는 응원의 말을, 배우 이주영은 시위 참여 사진을, 배우 고아성은 여의도 사진을 배경으로 “한국이 싫어서 X, 한국을 구해야 해서 O”라는 말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또렷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대체로 2030 여성들이다. 그들이 들고 나온 케이팝 아이돌 응원봉이 가지각색으로 시위 현장을 물들이는 가운데, 집회 참석자뿐 아니라 이름을 걸고 위험을 감수하며 소신을 밝히는 용감한 이들 역시 그들이다.
(이예지, 한겨레, 24.12.11)
“TK 콘크리트, TK 딸이 부순다”…여성들 챌린지 확산
“티케이(TK)의 콘크리트는 티케이(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 몇 년이 걸려도 반드시 부서질 것이다.”
지난 7일 오후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에서 화제가 가 된 한 대자보 문구의 일부다.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퍼지면서, 9일 대구·경북에서는 “티케이(TK) 콘크리트, 티케이(TK) 딸이 부순다”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박정희 더불어민주당 대구 북구갑 지역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티케이(TK) 콘크리트, 티케이(TK) 딸이 부순다”고 쓴 손팻말을 들고 찍은 여성들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이어 “시간은 우리의 편이다. 그래, 우리 티케이(TK) 딸들의 힘으로 벽을 넘어설 것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딸들의 염원이 여기(대구·경북)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썼다.
박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구·경북 지역 여성들의 분노가 이만큼 높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온라인 챌린지는 물론 오프라인 집회 현장에서도 이 손팻말을 들고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한겨레, 24.12.09)
“윤석열의 안티 페미니즘 정치가 2030여성 광장으로 불렀다”
윤석열 탄핵 집회를 형형색색으로 수놓는 응원봉 문화가 조명 받는다. 2030 여성들이 이렇게 광장에 쏟아져 나온 이유는 그간 윤석열 정부의 안티 페미니즘 정치에 대한 반발과 디지털 페미니즘의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었다. 선거 시기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불과 2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여성폭력 예산 대폭 삭감, 정책 용어에서 ‘여성’과 ‘성평등’ 삭제 등이 일어났다. 지난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은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반대하는가”를 묻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억울한 (무고)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략)
안티 페미니즘을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한 윤 정권의 말로가 쿠데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사회의 반페미니즘과 거기에 편승한 정치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어떻게 망치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철저한 복기가 필요하다”며 “지긋지긋한 집게손가락이 어떻게 기습 계엄까지 이어졌는지”라고 지적했다.
이런 안티 페미니즘 정치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여성 청년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여하고 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디지털시대의 페미니즘』 공저자 김미현씨는 “윤석열 정부는 안티페미니즘으로 당선되고 유지된 정권이다. 최근 페미니스트라고 폭행당하거나, 페미니스트는 취업에서 거른다는 이야기하는 사건들은 여성들이 이 정부가 정말 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신다인, 여성신문, 24.12.11)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것”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후 4시 정각에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작가는 검은색 이브닝드레스와 검은 파우치를 들고 시상식장 무대 왼편의 의자에 착석했다.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문학상이 네 번째로 호명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이 한강의 이름을 영어로 호명하며 “친애하는(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향하자 1500여 명의 청중이 기립 박수로 축하했다. 그는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고, 미소를 지으며 국왕과 악수한 후 청중에게 인사했다.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이자 소설가인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서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해 5분간 연설했다. 그는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취약하고, 나약하지만 또한 한 발 더 내디디고, 한 가지 질문을 더 하고, 한 장의 서류를 더 요구하며 생존자를 인터뷰하기에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며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략)
한강은 소감에서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시킨다. 이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고 있다. 그리고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행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중략)
한강 작가의 연설은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는 문학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과 아시아 여성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뿐만 아니라, 문학이 가진 본질적 의미와 힘을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박송이, 경향신문, 24.12.11)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김예지…"카리스마로 전세계 주목"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가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BBC가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BBC 2024년의 여성 100인' 명단에는 김 선수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계단뿌셔클럽'을 창립한 박수빈 대표 등 한국인 두 명이 이름을 올렸다.
BBC는 김 선수에 대해 "카리스마와 스포츠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로 올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면서 "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땄고, 그 몇개월 전에는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고, 기술뿐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태도와 깨지지 않는 집중력, 공상과학에서 영감을 받은 모습의 정확성을 높이는 걸 돕는 맞춤형 안경까지 칭송의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BBC는 김 선수가 여섯살 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쉬고 있다고 전하면서 김 선수의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회복탄력성과 팀워크, 투지를 보여주며, 이런 가치는 경기장을 넘어 더 넓은 사회변화를 고취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선수와 나란히 BBC의 올해의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박 대표는 휠체어나 목발 사용자 등 이동약자들을 위한 '계단정복지도'를 만들어 제공하는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BBC는 "휠체어 이용자인 박수빈은 서울에서 가려는 장소 중 많은 곳들에 접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는 전직 정보기술(IT)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기술을 활용, 이 문제를 부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휠체어 등으로는 이동할 수 없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경로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 이동약자들이 더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성 지도를 만드는 사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황철환, 연합뉴스, 24.12.03)
군수분야 첫 여군 장성 탄생…김진희 군수사 장비정비계획과장
올해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첫 군수 분야 여군 장성이 탄생했다.
육군 군수사령부(군수사)에서 장비정비계획과장으로 근무 중인 김진희 준장 진급 예정자가 그 주인공이다.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간호·정보·정훈·항공·작전·인사 등 분야(병과 혹은 직능)에서 여군 장성이 나온 적은 있지만, 군수 직능에서 여군 장성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수 직능은 보병 병과 장교에게 부여하는 특기 중 하나로, 전투준비 및 부대운영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보급·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1996년 여군사관 41기로 임관한 그는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1군지사)에서 군수계획처장과 8군수지원단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준장 진급과 함께 군수사 장비정비처장에 보직될 예정이다.
(김호준, 연합뉴스, 24.11.26)
'여성 최초·늦깎이'.. 작지만 강한 인상 남긴 부이사관 인사
지난 4일자로 국세청 부이사관(3급) 승진 인사가 마무리됐다. 3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승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과는 2명이었다. 부이사관은 반드시 정원을 채워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사권자가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승진 시기도 다른 정규인사와 달리 인사권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승진의 영광은 전지현 국세청 정보화기획담당관(75년·전북군산·행시46회)과 류충선 국세청 감사담당관(70년·전남화순·행시45회)이 안았다. '파격'으로까지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예상에선 살짝 벗어난 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략)
전지현 과장은 최초의 '행시출신' 여성 부이사관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행시 출신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2015년 승진한 이창숙 전 국세청 전산운영관리담당관(별정직 6급 특채)이 여성 최초의 국세청 부이사관이다. 하지만 승진 후 6개월 뒤 퇴직한 이창숙 부이사관과 달리 전지현 과장은 아직 앞날이 창창하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수년 내 고위공무원 승진이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경력을 바탕으로 국세청 내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계속해 써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이현재, 조세일보, 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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