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52 | 리뷰&뉴스 편] 성범죄 가담자 캐스팅 공연 보이콧 外

2024.01.26 | 조회 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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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1월 넷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리뷰와 뉴스를 모아 인사드립니다. 넷째 주에는 공연 리뷰 외에 창작자 혹은 배우 인터뷰, 공연과 관련된 기사, 칼럼, 영상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모아 전해드렸는데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올해부터 리뷰 외 소식은 모두 뉴스로 묶어 전해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윤상은 안무가의 두산아트랩 선정작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 극단 미인이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보인 <아들에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설유진 연출 신작 <이런 밤, 들 가운데서>, 극작가동인 괄호의 신작 <다른 부영>, 국립오페라단 <나부코>까지 다섯 편의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뉴스로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시스터즈> 소식, 작곡가 진은숙 씨의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 소식을 함께 전해드리고,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전 대표의 출연으로 논란이 되었던 극단 서울공장의 <두 메데아> 공연 취소 소식, 연극 <와이프> 공연 도중 일어난 불법촬영 사태를 정리했습니다.

위클리 허시어터에서 준비한 공연 리뷰와 함께 지난 관극에 대한 감상을 나눠보시고 또한 공연 윤리와 안전한 공연 환경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허시어터는 다음 주 뮤지컬 공연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보기 위한’ 발레가 아닌 입을 가진 존재들의 ‘하기 위한’ 발레: 윤상은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 윤단우(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4년 1월호

윤상은은 자신의 작업을 발레와 발레가 아닌 것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 설명했는데, 여기서 다시 짚어야 할 것은, ‘발레가 아닌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발레가 아니라고 결정하는 것은 또 누구인가라는 것이다(니진스키가 1912년 파리에서 고대 그리스 혹은 이집트 벽화에서 움직임 모티브를 가져온 <목신의 오후>를 처음 선보였을 때 ‘이것은 발레가 아니다’라는 반발과 맞닥뜨렸음을 기억하자). 윤상은이 보여준 ‘비-코펠리아’의 움직임은 <라 바야데르>와 <목신의 오후>의 특정 안무를 수행하는 가장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시종일관 몸에 힘을 뺀 무겁지 않은 것이었으나, 그들이 몸을 통해 던진 질문은 그 어떤 전막 발레보다 무겁고 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발레의 권위와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놓치기 쉬운 ‘주어’가 무엇인지 먼저 떠올려야 하는데, 이 ‘주어 찾기’는 어쩌면 윤상은의 다음 작업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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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의 역사화가 탁월한 작품: 김수희 연출의<아들에게> 김건표(연극평론가) <매일신문> 24.01.25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현 앨리스의 비극적인 삶이 역사 인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림자로 처리된 시대를 은유하는 감각적인 방식 덕분이다. 현 앨리스라는 한 여성의 일대기 이상으로 전체를 돋보이게 했다. 극의 마지막 장면은 손자(정 웰링턴)을 그리워하는 이 마리아와 현순 목사가 나누는 담담한 대화이다. "나도 태평양을 건넜고 앨리스도 태평양을 건넜어요. 티비타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요? 우리가 그 아이의 땅이 돼줄 수 있어요. 아이가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해봐요." 현 앨리스의 반세기 동안 청진해역으로부터 한강 물줄기를 따라 태평양까지 흘러온 좌우 이념의 물길은 여전히 지금도 흐르고 있기에 이념을 넘어선 주체적 자유의 땅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밖에도 현 앨리스와 현순 목사가 편지를 주고받는 장면, 일본웨이터의 희화화된 동작으로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 물에 빠진 현 앨리스의 어린 딸이 익사에 이르는 장면을 영상 촬영 각도를 이용해 배우들의 퍼포먼스로 표현한 장면 등은 역사의 내용을 진지한 태도로 바라보면서도 연극적 효과를 극대화시킨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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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극장 한가운데서 다시 만난 당신: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설유진 신작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이의자(연극in 리뷰필진) <연극in> 제249호

이 연극이 내내 아픔을 공감하는 데 주목한다면, 사람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그 태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사를 하기 전에 배우는 반드시 이름을 먼저 말한다. 고통을 견디는 수많은 이야기가 겹치지만 배우는 같은 이름을 외친다. 일인다역에서 겹치는 이름은 혼란만 줄 뿐이니 단역에게 배역 이름을 주지 않는 게 익숙했다. 그러나 당연한 건 아니다. 잠시 얼굴을 비치고 사라지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도 이름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불리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관객과 배우가 배역처럼 일렁이는 극장에서는 더더욱. 특정 서사에 고정되지 않은 이름은 물결이나 온기처럼 자각하는 것이지 기억의 대상이 아니다. 단차가 없는 객석 구조나 배우가 이름을 먼저 말하는 방식이나 두 기둥 사이 한글 자막은 극장에 좀처럼 오지 않는 당신을 위한 준비(barrier-free)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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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나: 극작가동인 괄호 <다른 부영> 성수연(연극in 리뷰필진) <연극in> 제249호

다른 부영과 부영의 화해는 다른 부영이 그동안 부영의 모습을 녹화한 캠코더 영상을 보여주며, 그 모든 모습들이 부영이라고 하면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무협영화에 오디션 콜을 받은 부영이 다른 부영과 씬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자신을 거울처럼 닮은 적을 만난 여자 주인공이 적과 대결을 한다. 부영과 다른 부영은 계속해서 대결 자세를 취한다. 결국 무너져있는 부영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른 부영, 자신과 싸워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부영>은 부영과 다른 부영의 대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대결에는 단일한 ‘나’ 혼자만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이 아닌 젠더와 ‘나’, 사회의 시선과 ‘나’ 사이의 마찰이 있다. 마지막 부영과 다른 부영의 대결 장면은 계속 반복된다. 영화 <와호장룡>에서 장쯔이와 양자경의 대결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모습은 승패를 겨루는 대결보다 마주하고 있는 상대에서 또 다른, 무수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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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부르는 노래에 신은 응답한다: 국립오페라단 <나부코>한혜원(음악칼럼니스트) <더프리뷰> 24.01.19

<나부코>는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를 오페라화했다. 유대 왕 시드기야의 두 눈을 뽑을 정도로 폭군이었던 왕이 감히 신이 되고자 하다가 진짜 신의 벌을 받아 7년 동안 짐승처럼 떠돌게 되고, 회개하고 신을 받아들이자 다시 왕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중략)

소프라노 임세경은 질투와 야욕의 화신 아비가엘레 그 자체였다. 2막 1장 ‘운명의 편지를 내가 발견했구나!’에서 ‘나 또한 마음을 기쁨에 열어둔 적이 있었네’로 이어지는 카발레타와 카바티나에서, 아버지 나부코에게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 아비가엘레의 분노와 고통이 배어나왔다. 드라마티코와 콜로라투라를 아우르는 깊이와 기교의 극치는 단연코 임세경만의 역량이다. 연출자는 아비가엘레의 마음 속 소녀를 등장시켜 그녀의 상처에 관객도 공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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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에 ‘시스터즈’...공로상은 ‘학전’ 전혜원 기자 <아시아투데이> 24.01.16

'시스터즈'는 15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은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한 창작 뮤지컬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어진다. '시스터즈' 는 함께 후보에 오른 '22년 2개월' '더데빌:에덴' '비밀의 화원' '순신'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년 9월 초연한 '시스터즈'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저고리 시스터즈'부터 1970년대 '희자매'까지 한국 원조 걸그룹 6팀의 치열했던 삶을 재현한 작품이다.

제작사 쇼노트는 뮤지컬 '멤피스'와 '이프덴'이 나란히 5관왕에 오르며 시상식 주인공이 됐다. 두 작품을 제작한 쇼노트의 김영욱, 이성훈, 임양혁, 송한샘은 프로듀서상을 받았다. '멤피스'는 작품상(400석 이상), 앙상블상, 연출상,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이프덴'은 여우주연상(정선아), 여우조연상(이아름솔), 음악상(오케스트레이션 부문), 무대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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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진은숙, ‘클래식계 노벨상’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 0장지영 기자 <국민일보> 24.01.25

한국 작곡가 진은숙이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받았다. 독일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과 바이에른 예술원은 25일(현지시간) 진은숙을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인으로는 첫 수상이다. 진은숙은 상금으로 25만 유로(약 3억6000만원)을 받는다.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은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의 이름으로 바이에른 예술원이 수여하는 상으로,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노벨상이나 필즈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 작곡·지휘·기악·성악·음악학 분야를 통틀어 해마다 1명을 선정해 시상하며,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도를 수상자 선정 기준으로 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올리비에 메시앙,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등이 있다.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진은숙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제2의 고향인 독일에서 이렇게 중요한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전에 받았던 어떤 상보다 이 상을 받는 것을 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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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담자 보기 싫다"...공연 통째로 취소시킨 관객들 '도덕성 파워' 김소연 기자 <한국일보> 24.01.10

"이런 식으로 무대에 계속 서도 되나요. 진심으로 범죄 사실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은 성범죄 가담자가 뻔뻔하게 연극 판에 있는 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달 31일 한 연극 관객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의 파장은 컸다. 글이 겨냥한 것은 극단 연희단거리패 전 대표인 배우 김모씨. 그가 캐스팅돼 이달 1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던 극단 서울공장의 연극 '두 메데아'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글은 수십 회 공유됐고, 지난 6일 연극인들의 '두 메데아 보이콧' 공동 연명 성명으로 이어졌다. 600명이 넘는 연극인과 관객들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의 단원들 상습 성추행이 폭로되는 등 공연계를 '미투 운동'이 강타했던 2018년 초. 김씨는 이 극단의 대표였다. 그가 이씨의 성추행을 묵인·방조했다는 폭로가 나오고 비판이 거세지자 극단은 해체됐다. 김씨는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를 받고 성추행 수사 대상에 오르진 않았지만, 성추행 피해자들은 김씨가 극단 이름을 바꿔 일부 단원들과 공연을 계속해 온 것에 분노한다.

역시 연희단거리패 출신으로 최근 단원 상습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의 한 교육극단 대표가 이 연극에 그래픽디자이너로 참여한 것도 불을 질렀다. 연극인과 관객들이 집단적으로 '두 메데아 보이콧' 목소리를 내면서 극단 서울공장은 공연을 취소한다고 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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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범죄’, 연극 ‘와이프’ 불법 촬영 유감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24.01.12

사건(?)은 3시간여 대장정의 막바지에 벌어졌다. 데이지가 환복을 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카메라 셔터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앞자리 관객부터 여러 군데서 들리는 연속촬영 셔터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 사이 어떤 제재나 주의도 없었다.

다양한 ‘관크’를 경험했지만 그간 듣도 보도 못한 유형이었다. ‘관크’는 관객+크리티컬(Critical)의 합성어로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배우와 창작진, 관객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고자 하는 한국 고유의 공연 관람 문화는 그간 “소수의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문화”라거나 “시체관극” 등 논란거리가 되곤 했다.

하지만 이날의 ‘관크’는 논란의 여지도 없는 것이었다.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공연 저작권 및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사실 그 촬영 시점을 고려하면 ‘관크’라기 보다 범죄에 가깝다. 촬영 지점이 꽤 오랜 경력의 걸그룹 멤버인 배우의 환복 순간이었고 잠시나마 슬립차림이라는 걸 명확히 아는 듯한 손놀림들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사 글림컴퍼니는 “연극 ‘와이프’ 팀과 LG아트센터 서울은 관련 논의를 거쳐 앞으로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객석 내 하우스 인력 추가 배치, 객석 모니터링 위치 변경, 외국어 안내 멘트 진행 등의 이전보다 강화된 하우스 운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의 ‘와이프’는 긴 역사가 거듭되는 동안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내몰렸음에도 스스로를, 삶을 지켜낸 인물들의 절실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늘 여운이 길었다. 하지만 그날의 ‘와이프’는 배우 그리고 함께 관람하는 다수의 관객들에 대한 존중이라곤 없는 소수의 돌발행동으로 진중한 메시지는 퇴색되고 소름돋는 범죄의 현장에 내던져진 불쾌감과 씁쓸함이 뒤엉킨 풍경으로 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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