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이번 호는 공연 리뷰와 현장 기사들을 모아 전해드리는 리뷰&뉴스 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2025 두산아트랩 선정작 중 이수민 작가의 연극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글림컴퍼니의 연극 <지킬 앤 하이드>, 국립정동극장 판소리 뮤지컬 <적벽>, 라이브러리컴퍼니의 뮤지컬 <라이카>, 극단 미인의 연극 <아들에게>까지 총 다섯 편의 공연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기사로는 국립극단의 연극 <그의 어머니>로 연극 무대에 돌아오는 배우 김선영 씨와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 기획공연에서 <헤다 가블러>로 맞붙게 된 이혜영, 이영애 씨 소식=, 올해 주제를 ‘지역’으로 선정하고 공연과 전시, 강연을 준비하고 있는 두산인문극장 소식과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 시리즈’로 처음 내한하는 라트비아 오르가니스트 이베타 압칼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천 화백의 자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에서 9명 감정위원의 소견이 적힌 감정서에는 진작 의견이 4명뿐임이 드러나 오랜 법정 싸움에서 전환점을 맞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허시어터 이번 호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꽃 피는 4월에는 더욱 재미있는 공연 소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가슴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성에 대하여 두산아트랩 공연 2025, 이수민 연극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5.03.12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날은 연극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가 3일간의 쇼케이스를 마무리한 날이기도 했다. 무대 위로는 가슴을 연상시키는 봉긋 솟은 그것과 안젤리나 졸리의 얼굴이 무대 조명 속에서 반쯤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작가 이수민은 리서치와 다수의 인터뷰,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희곡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젊은 나이에 유방암 판정을 받고 가슴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건’의 대상이 된 가슴에 대해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략)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성 유방암 발생을 우려해 유방절제술을 했다. 그리고 재건 수술을 통해 여전히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할리우드 배우로 돌아왔다. 졸리는 2013년 6월 14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이것을 세상에 알렸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게 당당하고 아름답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무대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감동적인 칼럼과 함께 가슴에 넣은 실리콘 보형물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젤리나 졸리도 넣었다는 실리콘 보형물은 가슴을 잃은 여성들에게 여성성의 회복과 평화로운 미래를 약속해 줄까? 연극은 단순히 가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생명을 대신해 잃은 것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충돌, 연극 ‘지킬 앤 하이드’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5.03.20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일부러 나쁜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연극 시작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한 남자는 단언한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잘 차려입은 옷. 그는 나쁘거나 악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며 신뢰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는 굳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1인극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연극 ‘지킬 앤 하이드’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대학로 TOM 2관에서 3월 4일 국내 초연 무대를 갖고 있다. 이 연극은 몇 가지 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활약하는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이 젠더 프리로 캐스팅되었다는 것. 한 명의 배우가 극 속 모든 인물을 연기하는 ‘퍼포머(Performer)’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다. (중략)
연극의 주인공은 지킬이 아니다. 지킬의 절친이자 그의 변호사인 ‘어터슨’이 주인공이다. 연극은 어터슨의 시점에서 친구 지킬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터슨은 야심한 밤에 벌어진 국회의원 살인 사건에 하이드가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킬이 유산 상속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바로 ‘하이드’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어터슨은 지킬이 하이드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고 생각하고, 하이드와 관계를 끊을 것을 조언한다. 어터슨은 하이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하이드가 사라진 문을 감시하는 등 온갖 노력을 한다. 하이드를 만나게 된 어터슨은 지킬과 하이드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역사 위 세워진 새로운 세계, 판소리 뮤지컬 <적벽> 진보연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25.03.25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2천여 년의 세월 위에 세워진 새로운 세계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붉은 천에 새겨진 ‘적벽’이라는 글자가 관객을 압도했다. 2025년 3월 20일의 정동과 위ㆍ한ㆍ오 삼국시대의 경계는 얇은 장막 하나로 충분했다.
<적벽>이 <적벽가>를 재해석 한 방식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조조 등 유명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캐릭터 중심이 아닌 서사 중심의 흐름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배우들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있으나, 모두 소리꾼으로서 무대에 서며 맡은 캐릭터와 코러스를 오가며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 앙상블이 된다.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공연되는 판소리의 특성에 따라 젠더프리 캐스트로 진행되는 것 또한 <적벽>의 특징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위나라의 ‘조조’ 역은 이승희, 추현종이 함께 분하며, 한나라의 인자한 군주였던 ‘유비’는 정지혜, 이건희가 맡아 배우별 색다른 해석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중략)
적벽대전을 한나라의 승리로 이끄는 ‘공명’ 역에는 임지수, 뛰어난 무예 실력과 용맹함을 지닌 ‘자룡’ 역에는 김하연이 초연부터 이번 6연까지 같은 역할로 <적벽>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임지수의 공명은 엄동설한에 동남풍을 불러오겠다는 호언장담이 허풍이 아닌 진실로 느껴지게 하는 차분함과 냉철함을 보여줬다. 더불어,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김하연의 자룡은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렸던 자룡의 이미지를 말끔히 지울 수 있게 했다. 김하연이 등에서 부채를 꺼내거나 부채 2개를 이어 곤봉처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건장한 체격의 장수로 막연히 상상했던 조자룡은 사라지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대군을 홀로 무찌르는 새로운 조자룡을 만날 수 있었다.
최초 우주 탐사견 모티브 뮤지컬 '라이카'…박진주 '믿보배' 자리매김 정수영 기자, 뉴스1, 25.03.24
지난 14일 개막한 뮤지컬 '라이카'는 1950년대 미·소 냉전 시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파견된 지구 최초 우주 탐사견 라이카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라이카는 사실 1957년 11월 3일, 발사 5~7시간 만에 고열과 공포, 스트레스에 휩싸인 채 쇼크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라이카는 우주의 작은 행성인 B612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어른이 된 '어린 왕자', 장미, 바오밥 등을 만나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한다.
라이카와 왕자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라이카에게 인간은 곧 캐롤라인과 다름없는 존재. 우주 탐사견들의 보조 관리인이었던 캐롤라인은 라이카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건넨 사람"이자 라이카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사람"이다. 그랬기에 라이카는 그녀를 "나의 사랑, 나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 작은 개에겐 인간을 미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왕자는 드러내놓고 인간을 증오한다. "인간은 하찮은 욕망으로 지구를 지옥으로 만든다"며 "누구도 더는 다치지 않도록 인간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가 지구를 폭파하려는 계획을 세운 이유다.
독립운동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한 여인의 삶 <아들에게>(부제: 미옥, 앨리스 현) 필립 리 에디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공연리뷰, 25.03.25
연극 <아들에게>는 '여성', '노동', '공산주의' 등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국 근서 세상의 기억이나 기록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여성운동가를 찾아낸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의 잃어버린 삶을 재조명한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와 해방의 시기를 겪으면서 개인과 국가 사이의 정치적 이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여성의 삶이 어떤지 100년 후의 관객에게 보여준다.
개인적 신념이 있지만 국가적 상황에 묻혀 어떻게 해야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앨리스 현. 하지맞서 자신의 신념을 향해 달려갔던 신 지식인. 여성이 해방되는 꿈을 꾸며, 남성과 사대부에 굴복할 수 없다는 정신을 가지고 독립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도 헤쳐나갔던 현미옥의 생애에서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중략)
연극 <아들에게>는 1900년대 초반 암울한 시대상을 등에 업고 자신이 길을 찾길 바랐지만 이념과 신념을 쫓아 월북한 전문직 여성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극단 미인은 "가정과 사랑에서 실수와 실패한 그녀가 자신을 항변한다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고백하고 싶었을까?"라는 질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역사 속에서 실존했던 인물을 탐구하며, 약간의 살을 덧붙여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략)
100년이 흐른 지금도 각종 서로 다른 정치 이념으로 혼동의 강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따를 수 있는 환경은 보장돼 있으며, 자신의 길을 걸으려는 여성의 길은 예전과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그런데 아직도 100% 보장된 안정적인 시대에서 이들이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이것은 어머니 못지않게 기구한 생을 살다간 아들(정웰링턴)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아들에게>라 제목을 지었다 말했지만 정작 숨은 의도는 아직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후세의 아들에게 되묻는 것은 아닐까.
범죄자 아들 마주한 어머니의 심리는…김선영의 '그의 어머니' 황희경 기자, 연합뉴스, 25.03.19
10대 아들이 하룻밤 새 3명의 여성을 강간했다. 아들이 사실상 가택 연금된 상황에서 언론은 수년 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까지 들춰내 보도하고 집 밖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지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형량이 낮은 청소년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애쓴다. 어머니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어디까지 지키고 옹호할 수 있을까.
국립극단이 4월 2∼1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연극 '그의 어머니'는 끔찍한 현실에 맞닥뜨린 어머니의 맹목적인 모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범죄자의 어머니인 브렌다역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연 못지않은 조연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 김선영이 맡았다. (중략)
"하룻밤에 여성 3명을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대하는 여자가 겪는 갈등, 아들을 비난하는 마음, 연민,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나 하는 죄책감, 숨겨진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어 뭔가 끈을 잡고 싶은 마음, 세상이 왜 이렇게 욕을 하지 하는 억울함, 이런 감정과 생각에 대해 아직도 공부하는 중이에요. 연극은 결국 문학이고 대본에 답이 있는데 정답은 알 수 없어서 대본을 하염없이 보고 또 보고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을 텐데(웃음)…." (중략)
연극에서 다루는 가해자 부모의 시각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소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류주연 연출은 "고통을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피해자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는 엄청 고통스럽고 끔찍하겠구나 상상하게 된다면 가해자 부모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사람도, 부모의 입장도 아주 난처하다"면서 "상상하기 힘든 그 심리를 쫓아가서 파헤쳐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배우 이영애·이혜영, ‘헤다 가블러’서 서로 다른 연기 펼친다 김세운 기자, 민중의소리, 25.03.13
배우 이혜영과 이영애가 각각 국립극단 무대와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라 '헤다 가블러'를 연기한다.
이혜영은 1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국립극단 '헤다 가블러'에 출연한다. 그는 201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헤다 가블러'에서 헤다를 연기해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에도 이혜영은 헤다를 맡아 연기한다. 그는 "13년이 지났는데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새 신부 역할을 또 맡았다. 이 역할을 맡을 결심이 선 것은 정말로 이 자리에 지금 함께하는 동료들 덕분이다.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중략)
이영애는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르는 '헤다 가블러'에 출연한다. 이번 무대는 이영애가 32년 만에 연극 작품에 복귀하는 무대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아트센터의 '헤다 가블러'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제작된 작품으로 전인철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이영애를 포함해 배우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이정미, 조어진 등이 출연한다.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주제는 ‘지역’…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 장지영 기자, 국민일보, 25.03.25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지역(LOCAL)’이다. 두산인문극장은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부터 하나의 주제를 공연·전시·강연으로 선보이는 통합 기획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2025년 두산인문극장은 ‘지역’을 주제로 공연 3편, 전시 1편, 강연 8회가 4월 7일부터 7월 12일까지 열린다.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의미를 들여다보고 지역 불평등, 소외, 소멸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공연은 연극 ‘생추어리 시티’(4월 22일~5월 10일), 연극 ‘엔들링스’(5월 20일~6월 7일), 뮤지컬 ‘광장시장’(6월 17일~7월 5일)이 무대에 오른다. 이민자의 갈등과 방황을 다루는 ‘생추어리 시티’는 미국 극작가 마티나 마이옥의 희곡으로 이오진이 연출한다. 한국의 나이든 해녀들과 미국 극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엔들링스’는 캐나다 영화감독 겸 극작가 셀린 송의 대표작으로 이래은이 연출을 맡았다. 인간과 지역의 정체성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두산아트센터가 대전예술의전당, 제주아트센터와 협력해 공동제작한다. 서울 초연에 이어 대전과 제주에서도 공연된다. 마지막으로 광장시장과 종로 5가 일대를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광장시장’은 극작가 윤미현과 작곡가 나실인 그리고 연출가 이소영이 창작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베타 압칼나 "오르간 음악이 주는 감정의 바다에 몸 맡기세요" 김주희 기자, 뉴시스, 25.03.25
"관객들이 선입견이나 특정한 지식을 가지고 (공연장에)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열린 마음과 열린 귀로 즐긴다면 자신 만의 하이라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라트비아 출신 오르가니스트 이베타 압칼나(49)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공연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방법을 추천했다.
압칼나는 4월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이 준비한 '오르간 시리즈'의 첫 주자다.
압칼나는 200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끄는 베를린필하모닉과 연주하며 데뷔한 후 바이에른 교향악단,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왔다. 2017년부터는 독일을 대표하는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중략)
이번 무대에서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부터 자국 라트비아 출신의 현대 작곡가 페테리스 바스크스까지 이어지는 폭넓은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압칼나는 "이런 조합이 다소 이색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20세기 작품과 낭만주의 시대 작품, 현대 음악 모두에서 바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천경자 미인도는 진짜’라던 검찰, 수사기록엔 “감정인 9명 중 4명만 진작 의견” 최혜린 기자, 경향신문, 25.03.25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관련 민사 재판에 작품을 감정했던 감정인 9명의 의견이 담긴 검찰 수사기록이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위작 여부를 살폈던 검찰은 감정 결과 “진작(진짜 작품) 의견이 우세했다”며 불기소 결정했는데, 이 수사기록에는 정작 감정위원 절반 이상이 ‘진작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점이 드러났다. 수십 년간 진행돼 온 법정 싸움도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25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법무부는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에 2016년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9명 감정위원의 소견이 적힌 감정서’를 제출했다. 이 재판은 천 화백의 자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이다. 1심은 2023년 7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서 천 화백의 미인도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했는데, 그림을 본 천 화백은 이 작품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미술관은 작품 유통 경로까지 공개해가며 진작이라고 맞섰다. 2015년 천 화백이 숨지자 김 교수는 미술관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작품 감정을 진행한 뒤 “진작 의견이 우세했다”며 불기소 결정했다. 이에 김 교수는 “검찰의 불법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당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언급된 9인의 감정의견이 각각 어떤 것이었는지 밝힐 증거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그간 ‘문서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감정서를 공개하라는 유족 측 요구를 거부해왔다.
법무부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당시 감정서를 보면, 9명 감정인 중 ‘진작 의견’을 낸 건 4명뿐이다. 나머지 3명은 ‘위작’, 2명은 ‘판단 불명’ 의견이었다. 9명 중 과반인 5명이 진작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 문서에서도 구체적인 감정 소견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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