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107 | 리뷰&뉴스 편] 발레단 85년 역사상 첫 여성 리더십 外

2025.04.25 | 조회 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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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뉴스레터 허시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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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리뷰&뉴스 편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도 다양한 공연 리뷰와 현장의 흥미로운 기사들을 모아 전해드립니다. 먼저 리뷰로는 전통예술의 동시대성을 고찰하게 하는 국립정동극장 <적벽>과 국립창극단 <보허자>, 국립무용단 미인, 연극은 가해자의 가족에게 초점을 맞춘 국립극단 해외초청작 <그의 어머니>와 극단 작은방의 <견고딕걸>, 마녀사냥의 비극으로 현대사회를 비추는 <시련>까지, 총 다섯 편의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기사로는 취임 1년을 맞이한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인터뷰와, 단체의 85년 역사에서 첫 여성 예술감독으로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단원들과 함께 내한하는 수전 재피 감독의 기자간담회 소식,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생애를 스크린으로 옮긴 신작 영화 <마리아> 개봉 소식, P21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신민 작가의 개인전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천 화백의 자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허시어터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이며, 공연 레이스가 더욱 가속화되는 5월에도 더욱 재미있는 공연 소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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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역사 속에 여성의 자리 만들기: 국립정동극장 <적벽> & 국립창극단 <보허자> 윤단우 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5.04.05

<적벽>은 초연부터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다. 판소리라는 장르가 원래부터 성별 구분 없이 소리꾼 한 사람이 모든 배역을 연기해 온 데다, 원전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또한 걸출한 여성 소리꾼이 여럿 있었음을 떠올리면 젠더프리 캐스팅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할 일이 무엇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판소리가 창극으로 발전하며 공고화된 배역의 성별 역할 분담을 깨트린 것, 그리고 그 작품이 전쟁 영웅들을 다루는 남성들의 서사인 <적벽>이라는 점은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니다.

원작에 여성 인물이 거의 없다 보니(원작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은 유비의 아내 미부인 정도다) 기존대로라면 남성 소리꾼으로 대거 채워졌겠지만 젠더프리 캐스팅을 통해 여성 소리꾼이 다수 등장하는 극이 된 것은 <적벽>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다. 주요 인물 가운데 공명과 자룡은 이제 여성 소리꾼의 배역으로 굳어졌고, 임지수와 김하연은 각각 공명과 자룡으로 공연을 거듭하는 동안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외에도 유비와 장비, 조조, 정욱, 주유, 서서 등의 주요 인물에 여성과 남성을 더블 캐스팅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젠더 벤딩으로 성별에 따른 역할을 바꾸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역할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시도다. 이번 공연에서도 유비, 조조, 정욱, 주유 등을 여성 소리꾼으로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장비, 정욱 등의 남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소리꾼 정지혜가 이번 공연에서 유비로 변신해 처음으로 여성 유비를 보여주고, 조조를 맡은 이승희는 두 번째 여성 조조로 나선다. 강나현과 이진주는 4연에 이어 다시 한번 정욱과 주유로 분해 더욱 무르익은 소리와 연기를 선보인다.

이 같은 젠더프리 캐스팅의 의미는 그동안 남성에게 주어지던 배역을 여성이 연기한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대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성별을 뛰어넘은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통해 남성의 얼굴로 대표되었던 인간의 이야기에 질문을 던진다. 남성이 ‘인간’을 연기하는 동안 여성은 왜 ‘여성’으로 머물러야 했는가라는 이 새삼스러운 질문은 여성도 ‘인간’이라는(‘여성’이 아니라) 더욱 새삼스러운 답을 도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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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의 또 다른 얼굴을 그리다, ‘그의 어머니’ 김세운 기자, 민중의소리, 25.04.07

연극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여성 세 명을 강간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대가 시작되면, 범죄를 저지른 첫째 아들 매튜가 가택연금 중인 집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집이 나온다. 여기에 게임기를 들고 집안을 총총총 돌아다니는 둘째 아들 제이슨과 그런 둘째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 어르고 달래는 엄마 브렌다의 모습이 추가된다.

숨막히고 불편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집안 분위기가 일상적인데?'라고 생각할 즈음, 무대 안팎의 분위기들은 무서운 속도로 인물들의 공간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엄마 브렌다가 듣고도 회피해 버리는 의문의 전화들과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의 플래시 효과와 셔터 소리가 매섭게 파고든다. (중략)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아들 매튜가 도대체 왜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느냐'가 아니다. 연극은 아들의 범죄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머니 브렌다에 돋보기를 댄다. 어머니라는 역할에, 절대적 사랑이라 여겨졌던 모성애에 충격이 발생하고 균열이 드러났을 때, 여성의 내면은 어떤 비명을 지르는지 보여준다.

그간 만나보지 못했던 모성의 또 다른 얼굴과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아들을 향한 열렬한 사랑과 치열한 저주스러움, 부모로서의 죄책감과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보호, 책임감과 무력감이 팽팽하고 촘촘하게 무대를 채운다. 무대에 표현된 낯선 사랑의 얼굴은 어떤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오직 '그의 어머니'라는 무대, 어머니를 연기한 김선영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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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가해자의 가족이 되어버린 ‘견고딕걸’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5.04.09

2년 전, 수민은 쌍둥이 동생 수빈이 전철을 기다리던 한 사람을 철로로 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잘나가는 작가이자 강사인 엄마는 딸의 죽음을 유추할 수 있는 모든 흔적들을 없애려고 한다. 수빈의 사건은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공소권은 소멸되고 만다. 자식이 죽었지만 온전히 죽음을 애도할 수 없는 가해자의 가족, 피해자이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피해자의 가족. 이들은 모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살아간다. (중략)

모범생 딸의 죽음의 이유를 찾는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 알아채지만, 엄마의 통곡에는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애도는 없다. 엄마를 대신해 가해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수민의 아픔은 무엇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 수민의 사과는 피해자의 죽음 앞에 가닿을 수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중립은 없다.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는 충분히 애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또 다른 문제다. ‘견고딕걸’은 뜻하지 않게 가해자의 가족이 되어버린 견고딕걸 김수민을 통해 답을 찾으려 한다. 진정한 사과란 무엇이며,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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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마녀사냥의 비극이 무대로 '시련' 김소연 기자, 한국경제, 25.04.17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리고 자기 뜻과 맞지 않은 사람들은 척결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기득권층. 마을 소녀들이 늦은 밤 조용한 숲에 모여 몰래 춘 춤은 어느 순간 악마를 불러들이는 의식이 됐다. 춤을 춘 것만으로도 의심받고, 손가락질받으며 기절한 척까지 해야만 했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악마를 봤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눈엣가시 같던 마을의 정적을 처단하려는 목사, 땅을 빼앗으려는 지주, 잘못된 결정이라도 이를 굽히지 않는 오만한 법관까지 더해지면서 마을 전체에 피바람이 몰아친다.

일단 불붙기 시작한 광기는 빠른 속도로 마을 전체로 번져간다. 근거 없는 의심과 두려움에 정치적인 조작이 개입되면서 무고한 사람들도 희생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동을 거는 사람도 '악마'로 몰릴 뿐이다. "자백하던가, 교수형을 받던가" 악마로 몰린 이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중략)

밀러는 '시련'이 지니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의 의미가 사라진 다음에도 이 작품이 지속해서 공연되는 건 질서의 허약함이라는 유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신유청 연출은 "옮음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힘든 세상에서, 이미 정해진 틀에서 스스로의 옳음이 증명되는 견해만을 옮음으로 여긴다"며 "나와 다른 견해의 말은 손쉽게 차단한다. 반대를 향한 내 안의 시기심은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며 나의 반대는 언제나 악, 나는 선이다"고 사고하는 현대인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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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한국춤, 국립무용단 <미인> 진보연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25.04.18

<미인>은 29명의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로만 채워진 작품이다. 60분간 2막에 걸쳐 부채춤ㆍ탈춤ㆍ칼춤 등 총 11개의 민속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막이 오르자, 여백의 미를 강조한 순백의 화폭을 배경으로 새카만 댕기머리를 한 무용수들이 서로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선을 면으로 만들었다. 놋다리밟기가 무용은 아니지만,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여성들의 민속놀이를 차용하며 공동체적 에너지로 시작을 알렸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어진 무대에서도 한국춤의 존재감은 매우 흐릿했다. 승무와 나비춤을 선보이던 무용수들이 퇴장한 자리에, 양정웅 연출이 이번 공연의 중심 모티프라 강조했던 달이 무대 중앙에 크게 자리했다. 이어 달 아래서 강강술래를 하며 원을 그리던 무용수들은 별안간 워킹을 선보이며 무대를 누볐다. 한국적 이미지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이겠다는 목적 외에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이를 왜 ‘국립무용단’ 공연에서 선보여야만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무용수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났지만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북춤, 부채춤, 칼춤, 살풀이, 탈춤 등의 무대가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이 가운데 ‘춤’이 중심이 된 무대는 부채춤이 유일했다. 작품에 활용된 11개의 민속춤 간의 유기성도 없었기에, 여성 무용수들만 출연한다는 점 외에 작품의 타이틀이 <미인>이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춤은 무대 전체의 미장센과 동선으로 활용되는 것이 대다수였고, 독무와 군무의 경계 또한 모호하여 산만하다는 인상도 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의상을 입고 등장했던 청년교육단원 18명의 활용도 매우 아쉬웠다. 이들은 주로 다른 무용수들을 서포트 하는 등 도구적으로 존재했는데, 안무 과정에서의 동선 때문인지 연출적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무용수를 ‘그림자’로 무대에 세워두며 필요할 때만 활용되는 방식이 게으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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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곁으로, 세계 앞으로"…'취임 1년'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김주희 기자, 뉴시스, 25.04.19

국립극단은 2012년에도 '헤다 가블러'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박 단장이 연출로 나서고, 배우 이혜영이 '헤다'를 연기해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13년 만에 다시 찾아온 '헤다 가블러' 역시 티켓 판매 일주일 만에 22회 전 회차 7144석 전량의 표가 모두 팔렸다.

박 단장은 매진 소식에 "너무 좋다. 밥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더 업그레이드된 '헤다 가블러'를 자신했다.

"이혜영 배우를 제외하고는 배우진을 새로 구성했습니다. 배우들의 조합이 재미있고, 새롭게 해석된 부분도 있어요.. 가장 재미있는 건 (원작을 쓴) 헨리크 입센을 좀 알겠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초연 때는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헤다 가블러'는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아온 공연이다. 박 단장 역시 지인들로부터 '헤다 가블러'를 다시 올려달라는 '압박'을 꾸준히 받아왔다.

박 단장은 "여태까지의 국립극단이 조금 먼 느낌이었다면, 관객들이 원하는 공연을 함으로써 '더 가까이 다가간다, 국립극단이 관객의 것이다'하는 상징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G아트센터도 다음 달 7일 이영애가 주연으로 나서는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톱스타 반열의 배우들이 비슷한 시기, 같은 제목의 공연에 출연하는 상황이어서, 관객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박 단장은 "공교롭게 (공연이) 겹치게 됐다"며 "사람들이 비교한다고도 하지만, 제 생각에 예술은 경쟁이 아니다. 그래서 연출이면 연출, 배우면 배우, 각자가 잘 구현해서 서로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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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남성 중심 발레계 새 바람...세계 최정상 ABT 13년 만 내한 이세아 기자, 여성신문, 25.04.22

이번 공연은 '다양성과 포용성, 이를 통한 혁신'이라는 ABT의 미학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ABT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 2022년 ABT 사상 첫 여성 예술감독에 오른 수전 재피(Susan Jaffe) 감독이 이끄는 변화다.

"그간 백인 남성의 목소리가 발레단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여성·유색인종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레퍼토리 작업에 적극 초대하고,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재피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현재 19개국 무용수들이 활동하는 ABT는 앞서 흑인 여성 수석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Misty Copeland) 선임으로 화제에 올랐다. 2024년 여성 안무가 헬렌 피켓(Helen Pickett)의 전막 발레 '죄와 벌' 초연으로 주목받았다. 또 동시대 감수성과 맞지 않는 일부 고전 발레 레퍼토리 장면과 스토리를 수정하거나 관객에게 주의 문구를 고지하는 등, 현대의 감수성에 발맞추려 힘쓰고 있다. (중략)

ABT의 한국인 무용수들이 총출동하는 공연이란 점도 매력을 더한다. 특히 ABT의 첫 동양인 수석 무용수로 올해 입단 20주년을 맞은 서희가 고국에서 펼치는 무대다. 발레 팬들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저희 발레단은 항상 '최초'라는 이름이 많이 붙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ABT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희는 "20년간 한눈팔지 않고 한 길을 오래 걸어왔다는 사실이 제 자존감을 높여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는 6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입단 20주년 기념 공연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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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프라노 퀸' 칼라스…그녀의 마지막 1주일 속으로 조동균 기자, 한국경제, 25.04.17

1977년 9월 16일,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생을 마감한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 차분한 피아노 반주 위에 칼라스가 부르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의 ‘아베 마리아’가 흘러나온다. 곧이어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칼라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용하던 반주는 점차 대편성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확대되고, 그녀의 목소리에도 점차 힘이 실린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영화 ‘마리아’는 ‘재키’ ‘스펜서’에 이어 세기의 여성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감독은 재클린 케네디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에 이어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디바로 기억되는 칼라스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칼라스 역할은 앤젤리나 졸리(사진)가 맡았다. (중략)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4막으로 전개되며 칼라스의 마지막 1주일을 재조명한다. 은퇴한 소프라노를 맨드렉스(코디 스밋맥피 분)라는 이름의 기자가 인터뷰하며 시작된다. 사실 맨드렉스는 칼라스가 복용하던 신경안정제의 이름. 기자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그녀의 환각 속 인물이다. 생애 마지막 1주일을 그린 영화 속 칼라스는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모습. 약에 취해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억을 조각처럼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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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하는 ‘검은 머리망’ ··· 부당함을 풀어헤치다 김신성 기자, 세계일보, 25.04.22

작가 신민은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 밀집된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거대 외국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에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검정 리본 머리망을 착용한 채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여성 노동자 군상을 만들거나 그려왔다.

‘우리는 왜 털을 징그러워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들은 위생을 위해 통제되어온 노동자의 머리카락에 초점을 맞춘다. 서비스직 노동자는 늘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을 유지해야만 한다. 간혹 음식에서 발견되는 머리카락이 혐오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는 머리망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자유롭게 머리를 기르지 못하는 두발 규제를 당한다.

작가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착용하는 머리망이 자본주의 사회가 여성 노동자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여성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여성성’과 이에 순응해야만 하는 이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자 한다. (중략)

작가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등 10년 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한 적 있다.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난 아니야, 너냐? 너 때문에 우리 매장 신뢰도 떨어지겠다. 별점 테러당할 거야’라며 서로 의심하고 경계하는 표정들을 짓게 돼죠. 솔직히 주문에 쫓겨 바쁘게 일하다 보면 동료들이 미울 때도 있어요. 난 꽤나 오랜 시간 참고 있는데, 화장실 자주 다녀오는 동료를 보게 되면 …·. 그래서 ‘나는 내 동료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글귀를 적어넣은 작품도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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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는 위작’ 천경자 딸, 국가배상 소송 2심도 패소 정대연 기자, 경향신문, 25.04.18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단한 데 반발한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도 패소했다. 유족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는 18일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위법했고,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김 교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수사가 위법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 소장하고 있던 미인도를 공개했다. 그러나 천 화백은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 맞는다고 맞섰다.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이주했고, 2015년 현지에서 숨졌다. 유족 측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16년 미인도가 천 화백 작품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과 전문가들의 안목감정 등을 거쳐 천 화백 특유의 작품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밝혔다. 또한 소장 이력을 추적한 결과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를 판매했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1980년 정부에 기부채납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유족 측은 위작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족 측은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에 낸 재정신청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에 유족 측은 2019년 ‘검찰이 위작 의견을 낸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감정위원에게 알려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가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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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yurep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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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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