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가 충천하는 병오년, 우리 호린 피플들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경기는 어려운데 주식은 치솟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그렇고, 올해는 유독 불안과 화가 올라오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복잡한 때일수록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치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차를 더 찾게 되더라고요.
차 중에는 단순히 맛과 향이 좋은 차 뿐만 아니라 산지의 에너지와 생기를 머금고 있는, 치유의 힘을 가진 내공있는 차들이 있는데요. 이런 보석같은 차를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오래된 골동차들은 너무 비싸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불분명할 때가 많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희에게는 이 고민을 해결해주실 두 전문가가 있었어요. 중국 대학에서 차를 전공한 찻집 아르가의 노승희 대표님, 그리고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차를 찾는 20년차 명상가이자 차 전문가인 신기율님. 이 두 분이 합심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차' 2가지를 골라주셨어요. 어떤 차인지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구독자님, 이번 뉴스레터는 이런 내용으로 준비했어요!
- 명상가가 '치유'의 눈으로 차를 고른다면
- 믿고 마실 수 있는 차를 찾는다는 것
- 호린과 아르가의 차 큐레이션-백모단과 칠리향
- 호린 피플들만을 위한 특별 이벤트
20년차 명상가는 어떤 차를 고를까?

저는 호린의 디렉터 기율님과 차 마시는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차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거든요. 명상을 해본 분이라면 잘 아실 거예요. 명상을 오래 하면 몸과 마음의 감각이 점점 섬세해집니다. 같은 차를 마셔도 보통은 혀에 바로 닿는 맛과 향, 찻물의 색깔 정도를 보지만, 기율님 같은 20년차 명상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까지 읽어냅니다.
이 차가 어떤 기운을 품었는지, 그 기운이 내 몸속 어디로 흘러가는지, 마음을 가만히 가라앉혀 주는 차인지 아니면 기운을 북돋아 주는 차인지 같은, 아주 미세한 것들까지요.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차의 맛도 향도 더 깊어지죠.
그러던 지난 2월의 어느 주말, 저는 호린의 단골 찻집 ‘아르가’에서 기율님과 차를 마시고 있었어요.(아르가는 작년 9월 호린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죠) 이날도 선생님의 차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20년차 명상가가 오직 '치유'의 관점에서 차를 고른다면, 과연 어떤 차를 고를까?’
호기심 많은 저는 그 자리에서 기율님과 아르가 대표님께 제안했습니다.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속속들이 아는 정통 전문가, 중국에서 차를 전공한 아르가 노승희 대표님이 좋은 차를 1차로 추리고, 거기에 기율님이 '치유'의 관점으로 최종 두 가지를 골라 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리고 이렇게 큐레이션한 좋은 차를 우리끼리만 마시지 말고, 호린 피플에게도 소개하자고요.
말하자면 '만드는 사람의 눈'과 '마시는 사람의 감각'으로 좋은 차를 골라보자는 거였지요. 이렇게 호린 최초의 차 큐레이션이 시작됐습니다.
"내가 파는 차를 누가 만드는지 알아야 한다"
사실 여기엔 오래 차를 마셔온 사람으로서의 갈증도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좋은 차 고르기가 의외로 쉽지 않아요. 요즘 커피를 차로 바꿔보려는 분들이 늘면서 차 종류도 부쩍 많아졌는데, 정작 뭐가 좋은 차인지 알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죠.
게다가 차는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보니 파는 사람이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많고요. 저도 초보 시절엔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게 주고 산 차에 두고두고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산지가 어디인지, 누가 어떻게 길러 만들었는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차도 많아서, 믿고 마실 차 하나를 찾는 일이 늘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호린 피플에게만큼은 정말 믿고 마실 수 있는데 가격까지 좋은 차를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저와 기율님이 오래 곁에서 지켜본 노승희 대표님은 더없이 믿을 만한 분이었죠. '아르가(Argha)'라는 이름부터가 산스크리트어로 '신에게 바치는 맑은 물'이라는 뜻이에요. 귀한 손님에게 잔을 바치듯 가치 있는 차를 대접하겠다는 마음으로 노승희 대표님이 직접 지은 이름이죠.
노 대표님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몸에 무리가 와 다 접고, 쉬며 매일 드나든 곳이 차 도매시장이었대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공부하자 싶어, 48살에 중국 쓰촨농업대학 차학과에 지원해 덜컥 합격합니다. 3학년 편입도 가능했지만 굳이 1학년부터 시작했어요. 문과 출신이라 유기화학, 생물학, 고급수학까지 기초부터 제대로 익히고 싶었던 거죠.

제가 대표님을 신뢰하는 진짜 이유는 그 다음이에요. 아르가의 차는 도매시장에서 사 오는 법이 없습니다. 쓰촨농대 시절 만난 동기와 연구생 상당수가 대대로 차 농사를 짓는 집안이었는데, 그 인연으로 대표님은 차를 들일 때 산지에 며칠씩 묵으며 직접 확인하고서야 가져와요.
"내가 파는 차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누가 만드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게 대표님의 원칙이거든요. 게다가 중국의 이름난 차 산지는 대학이 오래된 차나무에 일일이 고유번호를 붙여 관리할 만큼 산학협력이 촘촘해서, 함부로 농약을 칠 수도 없다고 해요. 산지가 분명하고, 누가 어떻게 길러 만들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차. 제가 그토록 찾던 게 바로 그런 차였습니다.
그렇게 지난 3월, 호린과 아르가 최초의 차 시음회가 열렸습니다. 아르가 대표님이 1차로 골라 준비한 열 가지 차를 기율님이 전부 시음했고, 그 가운데 가장 좋았던 두 가지를 호린 피플들에게 소개하기로 했어요. 하나는 지친 몸을 가라앉혀 하루를 내려놓게 하는 차, 하나는 식은 마음을 데워 하루를 여는 차입니다.
하루를 내려 놓는 저녁의 차, 2019 백모단(白牡丹)
백모단은 백차(白茶)예요. 백차는 찻잎을 비비거나 덖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차입니다. 그래서 어린 잎에 난 흰 솜털(백호)이 그대로 남아 희끗희끗 보여 '백차'라 불러요. 기율님은 이 차의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홍차가 한낮의 태양이라면, 백차는 저녁에 은은히 비치는 달 같은 차"라고요. 담담하지만 결코 밋밋하지 않은, 우아한 맛이야말로 백차의 매력이죠.
이번 백모단은 중국 복건성 복정(福鼎) 관양촌, 해발 800m 식수원 보호구역에서 자랐어요. 4대째 가업을 잇는 심씨(沈氏) 가문의 차밭에서, 70~80년 된 노차수의 잎을 따 2019년에 만든 차입니다. 올해로 딱 7년의 시간을 머금었죠.
백차에는 중국에서 오래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어요. "1년은 차, 3년은 약, 7년은 보물(一年茶, 三年藥, 七年寶)". 오래 묵힐수록 그 깊이가 더해진다는 뜻으로 전해지는 표현인데, 마침 이 백모단이 올해로 딱 7년 차, 옛말로 치면 이제 막 '보물' 소리를 듣기 시작한 차라는 점이 재미있죠. 백차는 예로부터 여성에게 좋고, 특히 항염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2015년 메르스 무렵엔 중국에서 백차의 이런 효능이 새삼 주목받으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소개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기율님은 오래된 백차를 집에 항상 두고 아이가 배앓이를 할 때마다 끓여서 먹이곤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오래된 백차는 예나 지금이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차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2019년도 백모단도 그렇습니다.


백모단의 맛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첫 향은 말린 풀과 은은한 꽃향. 첫 잔은 맑고 부드럽게 입에 닿고, 중반으로 갈수록 은근한 단맛과 편안한 깊이가 차오르다가, 마지막엔 깨끗한 단맛이 입안에 오래 남아요. 오래 묵은 백차 특유의 은은한 약재 같은 향(목향)도 함께 올라오고요. 기율님이 직접 우려 마시며 남긴 말이 이 차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아요.
"담담함 속에서 깊이 안으로 파고드는 맛이에요. 깊이 흡수되는 느낌이 있고, 온기가 목을 중심으로 천천히 퍼집니다."
카페인이 적은 편이라, 하루를 다 보내고 지친 몸을 가만히 내려놓고 싶은 늦은 저녁에 곁에 두기 좋습니다. 한 번 우리고 끝이 아니라 일고여덟 번까지 우려 마시고, 마지막엔 주전자에 끓여보세요. 우릴 땐 못 느꼈던 진한 약재 향이 새로 피어오릅니다. (한 봉지로 같은 차의 여러 얼굴을 만나는 셈이에요.)
저는 사실 이전까지 진한 보이차를 주로 마셨는데 이 차를 마시며 백차의 새로운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이전까지 백차는 저에게는 조금 밍밍했거든요. 그런데 이 차는 제가 두 달간 거의 매일 마셨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맛이 고급스러운데다 마음을 맑고 편안하게 정화해주는 느낌입니다. 명상을 할 때 함께 마시면 깊이 있는 맑음과 담담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명상과 참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순한 차입니다

마음을 데우는 아침의 차, 칠리향(七里香)
두 번째 차는 이름부터 마음을 끕니다. 칠리향. 향이 칠 리(七里)를 간다고 해서, 또 그런 향을 품은 마을에서 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칠리향은 정산소종이라는 품종으로 만든 홍차인데요. 여기서 호린의 인문학 본능을 잠깐 발동하자면, 정산소종은 16세기경 중국 복건성 무이산 동목관(桐木關)에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홍차이자 거의 모든 중국 홍차의 모태로 여겨지는 차예요. 차를 오래 마셔온 사람들은 정산소종을 '홍차의 클래식'이라 부르죠. 우리가 마시는 모든 홍차들의 족보(?)를 거슬러 오르면 결국 이 차를 만나게 되는 셈이에요.
이번 칠리향은 그 무이산 동목관 국가급 자연보호구, 해발 900m에서, 대나무와 야생 식생 사이에 선 50년 이상 된 노차수가 길러낸 차입니다. 안개가 많고 햇살이 귀한 고지대일수록 차나무는 더 강인하게 버티며 향을 응축하는데요. 워낙 소량만 나와 한동안 구하기조차 어려웠을 만큼 귀한 차라고 해요. 해발이 높아 일교차가 큰 산에서 자란 덕에, 우릴 때마다 피어나는 향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도 이 차만의 매력이고요.


맛은 이렇게 펼쳐집니다. 첫 향은 화사한 꽃꿀 향. 첫 잔은 맑고 청량한 고산운(高山韻, 높은 산에서 자란 차 특유의 깨끗한 기운)이 돌고, 중반은 부드럽고 깨끗한 단맛으로, 끝에는 은은한 목질총향(木質叢香, 나무와 수풀을 닮은 깊은 향)으로 여운을 남겨요. 흔히 떠올리는 정산소종의 강한 훈연 향과 달리 훨씬 맑고 깨끗하고, 잘 익은 열대 과일 향이 묵직하게 퍼지면서도 질감은 한없이 부드럽습니다.
그런데 이 차를 가장 잘 설명하는 건, 역시 20년 명상가, 기율님의 한마디였어요.
"칠리향이라더니, 향이 밖으로 칠 리를 가는 게 아니라 제 몸 안으로 칠 리를 파고드는 것 같아요. 다른 홍차는 머리가 뜨거워지거든요, 한여름 태양처럼. 그런데 이 차는 뜨거운 가슴을 갖게 해줘요. 화났을 때 마시면, 누가 꼭 안아주는 것 같아요."
향이 밖이 아니라 안으로 흐르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데워지는 차. 20년을 명상으로 살아온 사람이 '이 차가 가슴을 데운다'고 말할 때, 그건 그냥 시음평이 아니라 몸으로 검증한 한마디겠죠.
홍차이니 카페인은 있지만, 차 특유의 성분이 함께 어우러져 기운이 나게 하지만 어딘가 평화로운 균형감을 줍니다. 그래서 하루를 여는 아침 한 잔으로 특히 좋고, 늦은 시간엔 우유를 더해 밀크티로 즐기셔도 좋아요. 다만 맑은 꽃꿀 향을 살리려면 너무 오래 우리지 않는 게 비결입니다.
호린과 아르가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이렇게 두 분의 차 전문가들이 큐레이션한 차는 백모단과 칠리향입니다. 지친 몸을 내려놓고 싶은 저녁엔 백모단을, 식은 마음을 데우고 하루를 열고 싶은 아침엔 칠리향을 추천해요. 더불어 이 두가지 차를 호린 피플들과 직접 나눌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두 차 모두 산지에서 직접 들여와, 중간 마진 없이 소개하는 차예요. 각각 100세트 한정이고요. 공산품처럼 계속 찍어내는 차가 아니라 올해 난 만큼만 있는 차라, 지금 인연이 닿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판매는 6월 25일까지이지만 개수가 한정되어 품절되면 어쩔 수 없이 조기 종료해야 합니다:)
50g이면 한 번에 3g씩, 한 잔을 일고여덟 번 거듭 우려 마실 수 있으니 생각보다 오래 함께하실 수 있어요. 차는 아래 이미지의 노란 차통에 가득 담아 보내드리는데요, 차통 그대로 보관해주시면 됩니다. 차우리는 법은 구매 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꼭 살펴보세요!
(차에 대한 생생한 소개 등 더 자세한 정보는 오늘 밤 8시 유튜브 <신기율의 마음찻집>에 업로드 되는 차 소개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댓글 이벤트를 통해 선물도 드리니 꼭 참여해보세요!)
구독자님, 이번 주에는 차 한 잔을 천천히 우리는 그 느린 시간을 한 번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물을 올리고, 찻잎을 덜고, 잠시 기다리는 그 짧은 멈춤 속에서, 소란한 하루 바깥으로 잠깐 빠져나와 자기 자신과 마주해보시기를요. 그 한 모금의 고요가 구독자님의 지친 몸을 가라앉히고 식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기를 바랄게요. 앞으로도 호린은 우리 호린 피플들을 위한 이벤트를 종종 마련해보려고 하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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