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요즘 몸과 마음이 괜찮으신가요? 저는 5월에 들어서면서 이상하게 두통이 자주 올라오고 불안감이 커졌어요. 환절기라 그런가 했는데, 호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기율님께서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60년만에 돌아오는 병오년인 올해는 화기(火氣)가 가장 강력한 해인데, 그 중에서도 5월은 화기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사월(癸巳月)이라는 것이죠. 다음 달이면 화기가 정점에 이르는 갑오월(甲午月)인데요 오는데요. 이렇게 5월과 6월, 두 달에 걸쳐 뜨거운 화의 기운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5~6월이 정신적으로 좀 힘드실 수 있어요. 자꾸 상기(上氣)가 되고, 머리가 뜨거워지고요. 평소에 본인이 '불의 기운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던 분들은 아프실 수도 있고, '물의 기운이 많다'는 분들은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많이 힘든 달입니다."
기율님은 그 때문에 요즘 ‘가장 많이 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명상이죠. "명상은 오행으로 치면 무엇에 해당될까요? 수(水)의 기운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뜨거운 시기일수록 명상을 많이 해주셔야 됩니다."
뜨거운 5~6월, 몸과 마음의 갈증을 잠재울 수 있는 한 모금의 시원한 물, 그게 명상이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여러분이 명상을 더 잘 하실 수 있도록 지난 몇 달 동안 호린 피플과 기율님이 명상 수업에서 직접 주고받았던 생생한 즉문즉답 노트를 공유합니다. 명상 초보들이 궁금해했던 질문들만 모아봤으니 한번 읽어보시고 새로운 영감을 받아보세요!
구독자님, 이번 뉴스레터는 이런 내용으로 준비했어요!
- 심란할 때 명상이 더 안 되는 이유
- 짜증과 조급함은 왜 멈추지 않을까
- 분노와 우울을 잘게 쪼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일하는 뇌와 명상하는 뇌, 두 가지를 다 굴리려면?
- 명상의 1단계는 '참 애쓰고 있구나' 알아주는 것
심란할 때 명상이 더 안 되는 이유
"선생님, 명상이라는 게 심란하고 힘들 때 잘 되어야 도움이 되는 건데, 오히려 그럴 땐 명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평온하고 차분할 때 명상이 더 잘 되는데, 이것도 넘어야 할 단계인가요?"
호린 피플 중에서도 명상 하면서 이런 비슷한 고민해보신 분들 많을 거예요. 회사에서 일이 꼬이거나 누군가와 부딪힌 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앉아도 호흡은 거칠어지고 머릿속은 더 시끄러워지죠. 반대로 주말 아침 햇살 좋은 날 가볍게 앉으면 명상이 잘 되고요. 명상이 정말 필요한 순간엔 안 되고, 굳이 필요 없을 때만 잘 되는 모순. 기율님은 이 질문에 명상의 발달 단계를 빌려 답하셨어요.
"처음에는 명상이 무정(無情)이에요. 아무 감정 없이 그냥 호흡을 바라보고, 좀 평온해지면 편안해지네 정도.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반복이 되다 보면 무정에서 유정(有情)이 돼요. 명상이라는 의식 자체에 정(情)이 붙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좋을 때도 명상을 하게 되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명상을 하게 돼요. 감정이 생겨버렸기 때문에요."
여기서 기율님의 한 가지 비유를 들려줬어요.
"필요할 때만 찾으면 친구죠. 정이 붙으면 애인이 되는 거예요. 결혼하신 분들은 아시잖아요. 좋거나 싫거나 같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좋음과 싫음의 감정이 다 붙어 있는 게 애인이고 부부입니다. 헤어지기는 어려워요."
명상이 '심란할 때 잘 안 되는' 상태는 결국 명상이 아직 '필요할 때만 찾는 친구' 단계라는 신호였던 거예요. 평온할 때만 찾는 가벼운 도구. 정이 더 붙는 '애인' 단계까지 가면, 마음이 가라앉든 흔들리든 가리지 않고 명상을 하게 됩니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같이 있어야 되니까. 헤어지기 어려운 사이가 되었으니까요.
이 비유가 와 닿았던 건, 결국 명상도 일종의 ‘관계’라는 점이었어요. 처음엔 가볍게 만나다가 시간이 쌓이고 정이 들면서 일상의 동반자가 되는 관계. 올해의 화기에 마음이 흔들릴수록, 명상을 친구에서 애인 사이로 한 발 더 끌고 가는 시기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잘 안 된다고 그만두지 않고, 그저 같이 앉아 있어 보는 것. 어쩌면 그게 '정'이 붙는 첫 시작일지도 모르니까요.

짜증과 조급함은 왜 멈추지 않을까
두 번째 질문은 더더욱 '병오년스러운' 고민이었어요. 한 분이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선생님, 제가 좀 성급한 것 같아요. 뭔가를 했을 때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결과가 오기를 바라고, 그게 안 되면 좌절감을 느껴요. 그러면 다른 보상 체계로 먹는다든지, 누군가에게 화를 낸다든지 하는 행동이 습관이 돼버린 것 같아요."
기율님은 이 짜증과 조급함의 정체를 신경회로의 언어로 풀어주셨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게, 흔히 얘기하면 도파민 회로(dopamine circuit)가 발달한 상태예요. 빠른 보상을 원하니까 그게 안 되면 화가 나고요. 명상에서는 그 도파민 회로 대신 세로토닌 회로(serotonin circuit)를 활성화시키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세로토닌 회로는 '내가 보상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자꾸 가지셔야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로토닌 회로를 키울 수 있을까요? 기율님의 처방은 의외였어요.
"전통 명상에서 추천하는 건 침묵의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거예요. 일주일에 하루, 어렵다면 반나절이라도 좋아요.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시간. 가능하면 SNS도 보지 말고, 너무 자극적인 음식도 먹지 마시고. 남들 보기에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하루를 보내는 거예요. 거기서 세로토닌의 고유한 회로가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SNS에 중독된 아이들을 회복시키는 데 3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3일간 SNS도, 자극적인 음식도 차단한 채 의도적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하면, 그 지루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회로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보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상의 기준점 자체를 재조정하는 작업인 셈이죠.
신경과학적으로도 비슷한 결의 설명을 합니다. 도파민은 주로 '예측된 보상'에 반응하는 신경전달물질이고, 세로토닌은 '만족과 안정감'에 관여하죠. 빠른 보상에 익숙해질수록 만족의 기준선이 점점 올라가는데,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면 '이만하면 됐다'는 감각이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5~6월의 들끓는 화기 속에서 일주일에 반나절이라도, 의도적으로 '지루한 시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지루함이 의외로 가장 큰 위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분노와 우울을 잘게 쪼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 번째는 명상의 효용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명상으로 '통찰'을 얻는다고들 하잖아요. 그게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요?"
기율님의 답변은 의외로 수학적이었습니다. '미분(微分)'이라는 단어를 썼거든요.
"걷기 명상을 할 때 우리는 걸음을 잘게 쪼개서 관찰해요. '들음, 나아감, 놓음, 디딤.' 그냥 걸음일 때는 한 동작인데, 이렇게 미분해서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의 걸음이 됩니다.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들이 잔뜩 발견되는 거죠. 생각도 똑같아요. 분노나 우울이 일어났을 때, 그 덩어리를 하나하나 잘게 나눠서 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처음에는 그저 '나는 지금 화가 났다' 혹은 '나는 우울하다'는 덩어리만 보이는데, 미분하는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일어남과 사라짐, 어디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작은 단서 하나로 '이게 커서 우울이 되겠구나, 이게 커서 불안이 되겠구나' 하는 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것이 통찰이라고요.
"수학을 엄청 잘하는 사람이 긴 문제 앞에 한 줄만 읽고도 '답은 이렇게 되겠다'고 금방 알아차리는 거랑 똑같아요. 일상에서 사소한 신호 하나만 봐도 '이게 커서 어떻게 흘러가겠다'는 게 그냥 보입니다. 그게 직관이고, 통찰이에요."
통찰이 신비한 직감이 아니라 미세한 관찰의 누적이라는 게 가장 와닿는 답이었어요. 명상은 일종의 '감정 미분 훈련'인 셈이죠. 5월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달엔, 그 흔들림을 미워하기보다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삼아보는 것. 그게 명상이 가르쳐주는 통찰의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가 나면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잘게 쪼개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분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니까요.

일하는 뇌와 명상하는 뇌, 두 가지를 다 굴리려면?
네 번째 질문은 우리 모두가 깊이 공감했던 주제였어요. "일을 열심히 한 날일수록 명상하기가 정말 어려워져요. 일하는 모드에서 명상하는 모드로 전환이 잘 안 됩니다."
기율님은 '살리언스 네트워크(salience network)'라는 뇌 영역의 이름을 꺼내셨습니다. (이 용어는 신경과학자 윌리엄 실리가 2007년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 논문에서 처음 명명한 뇌 회로로, 외부 자극의 중요도를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일을 하는 동안 우리는 살리언스 네트워크를 '판단·비교·분석' 모드로 세팅해놔요. '이게 옳은가 그른가, 맞는가 틀리는가'를 끊임없이 따지는 거죠. 그런데 명상은 정확히 그 반대예요. 판단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분석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일을 너무 유능하게 한 사람일수록 그 전환이 어렵습니다. 민감도를 굉장히 높여놨거든요."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기율님은 ‘용량을 키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일을 한다고 스스로에게 알려주고 살리언스 네트워크를 일하는 쪽으로 쓰고, 명상할 때는 ‘지금부터 명상을 할 거야’ 라고 알려주면서 세팅 값을 두 개를 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두 개의 모드를 다 운영하려면 컴퓨터처럼 용량이 커야 돼요. 그 용량 키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바다 같은 마음을 만들려면, 물을 계속 쏟아주는 수밖에 없어요. 시간이 쌓여야 합니다."
그러자 또 다른 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일만 10년 한 사람은, 명상도 10년 해야 따라잡을 수 있는 건가요?" 기율님 답했습니다.
"결국 밀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일을 10년 하고 명상을 한 달 한다고 해도, 그 한 달 명상하는 밀도와 깊이와 진정성이 10년 일한 만큼이면 따라잡을 수 있어요. 진정성의 값이죠."
이 한마디는 제게도 위로가 됐어요. 저처럼 일만 하다가 마흔 넘어 명상을 시작하신 분들, 또 지금 막 시작하는 분들은 용량 키우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시간의 절대량뿐만 아니라 밀도와 진정성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새로운 용기를 북돋워주었습니다.

명상의 1단계는 '참 애쓰고 있구나' 알아주는 것
마지막 질문은 명상수업에 참여했던 호린 피플의 고백으로 시작됐습니다. 명상이 끝난 뒤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오늘 명상을 하면서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내가 늘 살려고 애쓰다 보니까 긴장돼 있었구나, 라는 걸요."
기율님은 조용히 듣다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명상은 긴장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걸 좀 알아주라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나를 위해서 참 애쓰고 있구나,라고 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 그것이 명상의 1단계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비유 하나를 들려주셨어요.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게, 사실은 끊임없이 '너 이거 해, 저거 해' 하는 거예요. 그런 친구가 현실에 있으면 되게 싫을 것 같지 않아요? 눈만 마주치면 와서 따지고, '왜 안 하냐'고 다그치고. 그걸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나를 지치게 하는 거예요. 그걸 다 꺼버려야 해요. 물론 일할 때는 켜놔야지요. 다만 하루에 20분이라도 쉼을 주십시오. 모든 판단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향한 잔소리꾼 친구. 그 친구를 잠시 끄는 시간이 명상이라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친구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가족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동료에게는 고생했다고 인사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참 애쓰고 있구나" 하고 알아주는 데 인색합니다. 머릿속의 잔소리꾼은 24시간 켜져 있는데, 응원해주는 친구는 한 번도 켜본 적 없는 거죠.
5~6월의 뜨거운 기운에 마음이 들끓을 때, 그 마음을 야단치거나 다그치기 전에 한 번만 "참 애쓰고 있구나"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보면 어떨까요? 그게 어쩌면 병오년에 가장 필요한 휴식일지도 모릅니다.
구독자님, 호린 명상 수업에서 나눈 다섯 개의 질문과 답이 어떠셨나요? 60년 만에 오는 병오년의 한가운데서, 마음이 자꾸 들끓을 때마다 명상은 친구에서 애인이 되어가는 관계라는 것, 도파민 대신 세로토닌의 회로를 천천히 키워야 한다는 것, 분노를 미분하면 통찰이 된다는 것, 시간보다 밀도와 진정성이 마음의 용량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명상의 1단계는 그저 "참 애쓰고 있구나" 하고 알아주는 것이라는 오늘의 이야기들이 작은 위로가 됐기를 바랍니다.
5~6월의 화기에 흔들리지 마시고, 하루 5분이라도 좋으니 조용히 앉아 호흡을 관찰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세요. 저희 호린은 매주 토요일 오전, 상암동에서 기율님이 직접 명상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관심있는 호린 피플들은 언제든 따뜻하게 환영합니다. 갑자기 더워진 초여름, 구독자님도 명상으로 건강과 일상을 잘 지켜나가시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