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면 주말에 나가고 싶은데, 시끄럽고 번잡한 곳은 약간 부담스럽죠. 이럴 때 나만의 아지트에서 조용히 혼자 차를 마시는 내 모습, 상상만 해도 너무 힐링되지 않나요?
그러기에 마침 딱 좋은 공간이 있습니다.
혼자가도, 친구랑 가도 어색하지 않은 곳.
중국차를 잘 몰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곳. 소박하고 편안하지만 품격이 있는 곳.
제가 소중한 구독자님을 위해 저희 호린 크루들이 너무나 애정하는 '비밀의 공간'을 최초 공개합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차, 그리고 주인장의 따뜻한 인심이 살아있는 연희동 찻집에서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앞으로도 호린은 '호린 라이프스타일' 섹션을 통해 여러분의 영성 웰니스에 도움되는 보석같은 공간과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드릴게요.
구독자님, 이번 뉴스레터는 이런 내용으로 준비했어요!
1. 중국차 전문 찻집 아르가의 특별한 매력
2. 48세에 중국 농대에서 차를 전공하다
3. 한국인들은 모르는 최고의 중국차 찾는 법
4. 주인을 닮은 아르가의 '시그니처 차'는?
연희동 골목에서 발견한 '비밀 아지트'
제가 찻집 아르가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봄이었습니다. 연희동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른 골목에서 발견한 중국차 전문 찻집이었죠. 평소 보이차를 좋아하는 저는 호기심에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테이블이 2개뿐인 6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들어서자 차향처럼 은은한 미소의 사장님이 환대해줬습니다.
두 종류의 차를 청해서 마셔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도 훌륭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 작은 공간이 주는 고요함과 편안함이었죠. 옆자리에 손님이 있을 때도 주인장과 단 둘만 있을 때도 신기할 정도로 편안했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흐르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했지만 침묵의 순간조차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너무 좋아 저는 호린 크루들과 함께 종종 이곳을 찾게 됐습니다. 그 뒤로 혼자 힐링하러 오는 크루도 있고,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들렀다 가는 열혈 팬들도 생겨났습니다. 저 역시 주말이면 저도 모르게 아르가를 떠올립니다.
은은하게 중독돼 버렸다고나 할까요? 기분 좋은 차향과 아름다운 기물들, 그곳에서 나누는 정겨운 말들이 방전돼 있던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부드럽게 채워줍니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힐링되는 듯한 느낌이죠. 이 작고 소박한 공간 어디에서 이런 특별함이 나오는 걸까요?
아르가(Argha)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에게 바치는 청명한 물’이라는 뜻입니다. 찻집의 주인인 노승희님이 직접 지은 이름이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신에게 잔을 바치듯 귀한 손님들에게 가치 있는 차를 대접하겠다는 주인의 마음이 머무는 내내 느껴집니다.
가게 곳곳에 숨겨진 100종 넘는 차들
이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그가 정성스럽게 내놓는 한 잔의 차입니다. 저는 거의 10년 넘게 차를 마셔왔습니다. 우연한 인연으로 차를 접하게 됐고 그 인연 덕에 시중에서 구하지도 못하는 귀한 차들을 많이 마셔보았죠.
차의 산지나 이름은 잘 몰라도 입맛만큼은 고급입니다. 그런데 아르가의 차들은 하나같이 훌륭했습니다. 오래된 골동 보이차부터 대만 오룡차까지 가격이 비싸지도 않은데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냅니다. 주인장의 큐레이션 능력이 대단한 거죠.
게다가 종류도 다양합니다. 메뉴판에 보이는 차들은 이 찻집이 가진 차들 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취향을 얘기하면 주인장이 메뉴에 없는 차들을 꺼내 대접합니다. 어림잡아도 100종 넘는 차들이 이 작은 공간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차에 대한 안목과 열정이 예사롭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르가 대표 노승희님은 중국 쓰촨농업대학교(四川農業大學)에서 정식으로 차학(茶學)을 전공했습니다. 그것도 48살의 나이에 다시 시작한 늦깎이 공부였죠.
48살에 쓰촨농대에서 차를 전공한 이유
“중국에서 매장 몇 개 열고 사업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와서 다 접었습니다. 그때 쉬면서 매일 갔던 곳이 중국 차 도매시장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차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이 참에 제대로 차를 공부하고 싶어 쓰촨농대에 무작정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18학번 신입생이 됐죠.”

차학과는 3학년으로 편입도 가능했지만 승희님은 1학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문과 출신이었기에 배운 적 없는 유기화학, 생물학, 고급수학 등을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생활 중국어 실력으로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쓰촨지역은 방언이 워낙 심해 수업을 녹음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 와중에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고급수학과 유기화학 진도를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담당 교수가 승희님을 불러 “요새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참았던 울음이 터졌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날 이후, 교수님은 학생들 중 5명을 뽑아 그의 과외선생 역할을 맡겼습니다. 거의 30살 가까이 차이 나는 학생들은 그의 집에 살다시피 하며 든든한 학습코치가 되어주었죠.
이웃집 차학과 교수님과 절친이 되다
마침 중국에서도 케이팝과 케이푸드가 유행이라 학생들은 그가 만든 떡볶이와 김밥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덕분에 무시무시한 과목 시험들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죠.
쓰촨농대 시절의 인연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차학과 교수님과 친해져 매주 그 집에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차를 판별하는 전문가의 집이니 좋은 차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 분으로부터 좋은 차를 판별하는 실전 노하우도 원 없이 전수받았습니다.
승희님은 교수님들 덕분에 쓰촨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들을 심사하는 심평회(審評會)에도 여러 번 참석했어요. 심평회는 정부지원을 받는 그 지역 최고의 차를 뽑는 큰 행사인데, 선발된 30가지의 차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죠.
원래 학부생은 참석을 못하는 자리인데 교수님들의 배려로 차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과 인연들은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작년에 아르가를 오픈하는데 엄청난 자산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르가에서 판매하는 차를 도매시장에서 사본 적이 없어요. 쓰촨농대 시절 알게 된 연구생, 동기들이 대부분 집안 대대로 차사업을 했거든요. 그 친구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교수님이 연결해준 차 산지에서 며칠씩 묵고 나서야 차를 사옵니다. 내가 판매하는 차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라고,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대학시절 인연으로 만난 중국차의 장인들
중국의 차 산업은 산학협력이 아주 긴밀합니다. 유명한 차 산지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인 대학교수들이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오래된 차나무들은 고유번호를 다 붙여놓을 정도로 대학에서 철저히 관리하니 농약을 칠 수 없습니다.
그런 교수님들과 함께 차산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 사람은 닿기 힘든 무형문화재급의 차 장인들과도 인연이 닿게 됐습니다.

조상 대대로 차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이들의 차는 맛과 향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승희님은 아무리 좋은 차를 계약해도 해가 바뀌면 다시 여러 후보들을 리스트에 놓고 꼼꼼히 따집니다. 매해 그 지역의 강수량과 일조량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렇게 그가 정성과 발품을 팔아 직접 큐레이션 한 차의 종류는 100종이 넘어갑니다.
“제가 아르가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소망한 게 있었어요. 중국차의 다양한 세계를 경험시켜 드리는 매개자가 되고 싶다고요. 한국에서 중국차는 보이차만 거의 알려져 있고, 그게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마셔보면 보이차가 몸에 맞는 사람도 있지만 안 맞는 사람도 있어요.
봄에 나오는 벽라춘(碧螺春)이나 봉황단총(鳳凰單叢)처럼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청차, 백차들도 무수히 많죠. 한 잔의 차가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인연들이 있나요. 이런 중국의 다양한 차 문화를 손님들에게 경험시켜 드리는 게 차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을 찾아가는 티 클래스
그가 다양성에 천착하는 이유는 손님들이 차를 마시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길 바래서입니다. 나에게 좋은 차란 무엇인가? 그걸 알기 위해서는 좋은 차를 많이 마셔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차 경험을 해봐야 남들의 기준에 흔들림 없는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승희님이 아르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다회, 티 클래스도 이런 차의 다양성과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차와 함께 문화를 나누기 위해 향, 수묵화, 화과자 명인들과 함께 콜라보 다회를 열기도 하고 4주 티 클래스에서는 청차, 황차, 녹차, 흑차 등 종류별로 차를 맛보고 역사를 배우며 차의 기본기를 익힙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똑같은 차, 똑같은 잔, 똑같은 온도의 물을 주고 똑같은 시간 동안 우려도 사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건 차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10년간 차를 마셔온 저도 아직 신기합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통제하는 조건이 다 똑같은데 오직 사람 때문에 차 맛이 달라진다니요.
고난 속에 늦게 자라는 차가 '최고의 맛'을 낸다
그런데 구독자님도 한번 집에서 실험을 해보세요. 진짜 달라집니다. 차를 잘 아는 섬세한 사람이 차를 타면 차 맛도 섬세해집니다. 반면 차를 잘 모르고 애정이 없는 사람이 차를 타면 맛이 맹물에 가까워지죠. 어쩌면 차를 내린다는 것은 찻물에 내 마음과 영혼을 섞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차를 내릴 때는 뜨거운 물과 도자기를 다루잖아요. 게다가 맛과 향, 색 등 오감을 자극하니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합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우려낸 차는 몸과 마음을 맑게 치유해줍니다. 그게 수천년 역사를 가진 차 문화의 힘이죠.”

실제로 승희님이 내어준 차를 마시면서 저는 에너지가 서서히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날 유난히 많이 걸어서 엄청 피곤한 날이었거든요. 마치 비타민 수액을 맞은 듯 풀렸던 눈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제 자신을 보며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가 내려주는 차는 주인을 닮아 기운 생동하면서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합니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운 편안함과 치유의 느낌도 바로 여기서 나왔겠지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아르가의 ‘시그니처 차’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운남 린창(臨滄)의 수령 200년된 차나무에서 딴 고수홍차(古樹紅茶)가 시그니처에요. 오래된 차나무일수록 뿌리가 깊고, 뿌리가 깊을수록 땅 속의 무기질과 미네랄을 많이 받아들이거든요. 또 해발이 높을수록 좋아요. 그러면 운무의 영향으로 천천히 성장해요. 어려운 환경에서 늦게 자라나는 차나무들이 심지가 굳거든요. 화려하게 한번 올라갔다 꺾이는 맛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만큼 끝까지 순한 맛을 내는 차들이 저에게는 가장 좋은 차예요.”
승희님의 고수홍차는 어쩌면 이리도 주인과 닮았을까요. 48살에 중국농대에 들어가 50대에 비로소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그의 심지야말로 맑고 향기롭습니다.
그런 주인장이 내려주는 순한 차 한 잔, 여러분도 마셔보고 싶지 않은가요? 호린 피플 여러분들도 시간 나실 때 아르가에서 편안한 치유의 시간을 경험해보세요. 단, 테이블이 두 개 뿐이니 미리 예약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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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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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N
네~ 한번 꼭 방문해보세요! 차향기가 정말 마음을 안정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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