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6 | 196호 | 구독하기 | 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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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정과 좋은 결과는 같지 않다.
조직에서 결정은 대개 결과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성과가 좋으면 좋은 결정으로 남고, 결과가 나쁘면 잘못된 결정으로 평가된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때 방향을 잘 잡았다”고 말하고, 사업이 실패하면 “처음부터 판단이 틀렸다”고 말한다. 리더는 성과로 평가받고, 조직은 결과를 통해 생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좋은 결과가 언제나 좋은 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나쁜 결과가 언제나 나쁜 결정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어떤 리더는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시장이 도와줘 성공했다. 또 어떤 리더는 위험까지 따져 신중히 판단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실패했다. 조직은 전자를 ‘과감한 리더십’으로, 후자를 ‘잘못된 판단’으로 기록한다.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문제는 우리가 과정을 평가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결과를 통해 과정을 다시 해석한다는 점이다. 결과가 좋으면 부족했던 검토는 신속한 실행력이 되고, 무시했던 위험은 도전 정신이 된다. 반대로 결과가 나쁘면 같은 행동도 성급함과 준비 부족으로 해석된다. 결과는 과거를 다시 해석한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결과 편향(outcome bias)과 관련이 있다. Baron과 Hershey(1988)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의 질을 평가할 때 과정보다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1]. 같은 수준의 판단이라도 결과가 좋으면 더 좋은 결정으로 평가된다. 회의실에서도 이 말은 자주 들린다. “그때 그 결정이 결국 맞았네.” 그러나 같은 결정을 다시 내려도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성과가 좋으면 과정은 새로운 기준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실제로 타당했는지 검토하지 않으면 조직은 잘못된 것을 학습한다. 운이 좋았던 결정을 실력으로 오해하고, 우연히 맞아떨어진 방식을 반복 가능한 전략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Kahneman과 Klein(2009)은 직관적 판단이 신뢰할 만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2]. 환경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하고,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습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 환경은 종종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의 성공을 보고 “역시 감이 좋았다”고 평가한다. 운은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운을 실력으로 학습한다.

그래서 좋은 결정은 좋은 결과와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좋은 결정이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결정이 아니다. 당시 이용 가능한 정보와 조건 속에서 가장 타당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결과는 평가의 대상이지만, 학습은 과정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평가해야 할까.
첫째, 정보와 대안이다. 결정에 영향을 줄 핵심 정보를 빠뜨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비교했는가이다. 많은 결정은 실제로는 선택이 아니라 확정에 가깝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그 답을 지지하는 정보만 찾는다. 좋은 결정은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선택을 의심해본 결정인 경우가 많다.
둘째, 가정이다. 모든 결정은 보이지 않는 가정 위에 서 있다. 고객이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는 가정, 시장이 이 속도로 움직일 것이라는 가정, 내부 역량이 충분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가정을 분명히 한 결정은 실패해도 학습으로 이어진다. 어떤 가정이 무너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이 실패했을 때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틀렸는가”가 아니라 “어떤 가정이 틀렸는가”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설명할 수 있는가. 어떤 정보를 검토했고 어떤 정보는 제외했는지, 어떤 대안을 비교했고 왜 이 대안을 선택했는지, 어떤 가정 위에 결정을 세웠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할 수 있는 결정은 성공하면 반복할 수 있고, 실패해도 학습할 수 있다. 반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은 성공의 이유도, 실패의 원인도 남기지 않는다. 좋은 결정의 기준은 결국 설명 가능성으로 수렴한다.
결과가 좋으면 그 결정을 축하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물어야 한다. 이 성공은 실력에서 나온 것인가, 운에서 나온 것인가. 같은 방식으로 다시 결정해도 괜찮은가. 그리고 결과가 나쁘면 책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그러고 물어야 한다. 당시의 정보와 기준으로 볼 때 그 결정은 타당했는가.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판단 과정을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좋은 리더는 결과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결과만 보는 조직은 운이 좋았던 성공을 반복하려 하고, 운이 나빴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것을 놓친다.
결과는 통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결과는 리더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판단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힘이다.
[1]Baron, J., & Hershey, J. C. (1988). Outcome bias in decision evalu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4), 569–579.
[2]Kahneman, D., & Klein, G. (2009). Conditions for intuitive expertise: A failure to disagree. American Psychologist, 64(6), 51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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