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레터 시즌 9

199. 위임한 결정이 틀렸을 때 리더의 선택은?

2026.07.21 | 조회 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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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코칭

 

2026.07.21 | 199호 | 구독하기 | 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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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장이 구성원에게 협력업체 선정을 맡겼다. "이 예산 범위 안에서 당신이 판단해서 정하세요." 지난 글에서 말한 대로, 일이 아니라 결정을 넘긴 것이다. 구성원은 나름의 기준으로 업체를 골랐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납기가 밀렸고, 품질 문제로 뒷수습에 시간이 들었다.

 

팀장은 화내지 않았다. 다만 정리하는 자리에서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계약하기 전에 나한테 한 번만 보여줘."

 

합리적으로 들린다. 심지어 배려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한마디로 위임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결정 권한은 구성원에게 넘어갔다가, 첫 실패와 함께 조용히 리더에게 돌아왔다. 구성원은 다시 되묻는 사람이 되고, 리더는 다시 병목이 된다.

 

위임은 맡기는 순간이 아니라, 처음 틀리는 순간에 시험받는다.

결정을 나눈다는 것은 틀릴 가능성까지 함께 나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판단이 언제나 리더의 판단과 같을 수는 없고, 때로는 틀린다. 그 순간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위임의 실제 크기를 정한다. 위임의 범위는 권한을 넘겨줄 때의 말이 아니라, 실패를 다룰 때의 행동으로 정의된다.

 

회수는 온화한 얼굴로 온다.

주목할 것은, 위임이 회수되는 방식이다. 위임은 대개 화를 내며 거두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럽고 합리적인 언어로 돌아온다. "다음부터는 진행 전에 공유해줘." "당분간은 같이 보자." "중요한 건이니 이번엔 내가 챙길게." "점검 회의를 하나 추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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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이 위임을 거두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한을 뺏은 것이 아니라 보완 장치를 더했을 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면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 스스로 정해도 되는 범위였던 것이 승인이 필요한 범위로 바뀌었다. 결정은 다시 리더의 책상 위로 돌아 온다.

 

더 큰 문제는 이 회수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패한 구성원의 권한이 조용히 줄어드는 것을 지켜본 다른 구성원들은 학습한다. 틀리면 권한을 잃는구나. 그렇다면 애매할 때는 스스로 정하지 말고 물어보는 편이 안전하구나. 이렇게 조직 전체가 되묻는 쪽으로 기운다. 리더는 한 번의 실패에 대응했을 뿐이지만, 조직은 위임 자체가 철회되었다고 받아들인다.

 

여기에는 리더의 심리가 작동한다. 결과의 최종 책임은 여전히 자신에게 남는다는 압박이 있고, "내가 봤으면 막았을 텐데"라는 사후 확신이 있다. 그러나 리더는 결과 편향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그 위임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재해석하는 것은, 결과로 과정을 다시 쓰는 일이다. 물어야 할 것은 "위임하지 말았어야 했는가"가 아니라 "이 실패는 어떤 종류의 실패인가"이다.

 

모든 실패가 같은 실패는 아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드슨은 실패를 하나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며 스펙트럼으로 제시했다. 한쪽 끝에는 규정 위반이나 부주의에서 온 비난 가능한 실패가, 중간에는 복잡성 때문에 피하기 어려웠던 실패가, 다른 쪽 끝에는 새로운 시도에서 나온 지적인 실패가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관찰을 덧붙인다. 경영자들은 조직의 실패 중 진짜 비난받아 마땅한 실패를 2~5%라고 답하지만, 실제로 비난처럼 다루어지는 실패는 70~90%에 이른다는 것이다.[1]

 

이 간극이 위임을 무너뜨린다. 비난의 대상이 아닌 실패가 비난처럼 다루어지니, 구성원은 판단을 피하고 리더는 권한을 회수한다. 그래서 위임한 결정이 틀렸을 때 리더가 먼저 할 일은 권한의 조정이 아니라 실패의 분류다.

 

첫째, 경계의 실패인가. 구성원이 합의된 권한의 범위를 넘어 결정했는가. 그렇다면 바로잡을 것은 판단력이 아니라 경계에 대한 합의다.

 

둘째, 기준의 실패인가. 무엇을 중요하게 판단할지, 어떤 선을 넘으면 공유할지가 애매했는가. 이것은 위임 설계의 실패이며,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셋째, 정보의 실패인가. 당시 정보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는데 예상 밖의 변수가 결과를 뒤집었는가. 좋은 결정이 나쁜 결과를 만난 경우다. 여기서 권한을 회수하면, 조직은 "타당하게 판단해도 결과가 나쁘면 권한을 잃는다"는 것을 학습한다.

 

결과만 보면 셋은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분류 없이 대응하는 리더는 셋 모두에 같은 처방, 곧 점검 강화를 내리게 되고 그 순간 구성원은 실패에서 배울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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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위임을 회수하지 말고 경계를 다시 그린다. "다음부터 물어봐"는 권한 전체를 거두는 말이다. 대신 "이 범위는 그대로 당신이 정하고, 이 조건이면 결정 전에 공유해줘"라고 말한다. 실패의 교훈을 권한의 축소가 아니라 경계의 정교화로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누가 틀렸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틀렸는가를 묻는다. "왜 그렇게 했어?"는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방어를 부르고, "어떤 가정이 어긋났을까?"는 판단의 구조를 겨냥해 함께 원인을 보게 한다. 위임을 지키는 것은 뒤의 질문이다.

 

셋째, 틀려도 되는 범위를 미리 말해 둔다. 위임할 때 "이 안에서는 결과가 나빠도 괜찮다"를 함께 정해 두는 것이다. 허용 범위를 사후에 판단하면 감정과 결과 편향이 개입하지만, 사전에 정해 두면 기준이 된다. 내려보낸 결정에는 감당하기로 한 실패의 크기가 함께 따라가야 한다.

 

이제 스스로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 최근 위임 받은 구성원의 판단이 틀렸을 때, 나는 경계를 다시 그렸는가, 아니면 온화한 말로 권한을 거두었는가?
  • 나는 그 실패를 분류했는가? 경계의 실패였는가, 기준의 실패였는가, 정보의 실패였는가?

 

위임의 크기는 리더가 맡긴 일의 크기가 아니다. 리더가 감당하기로 한 실패의 크기다. 틀릴 권한을 주지 않은 위임은, 아직 위임이 아니다.

 


[1] Edmondson, A. C. (2011). Strategies for Learning from Failure. Harvard Business Review, 89(4), 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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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후 코치(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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