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동아시아 연대와 교류를 위한 씨앗으로의 다큐멘터리

💌 뉴스레터 114호

🌏 지난 7월, 한국독립영화협회 주최로 '동아시아 다큐멘터리 교류 상영 포럼 - SEEAD'가 열렸습니다. 인디&임팩트 114호는 동아시아 다큐멘터리 창작자들과 함께 한 여정을 이원우 다큐멘터리 감독을 통해 소개합니다.

🕯️계엄과 대선을 거친 시기에 진행된 포럼이라 더욱 뜻 깊었는데요.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상영 포럼의 열띤 과정을 인디&임팩트와 함께 살펴보아요!

📽️ 동아시아 다큐멘터리 창작자들과의 연대가 꾸준히 이어지길, 인디&임팩트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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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연대와 교류를 위한 씨앗으로의 다큐멘터리

- <동아시아 다큐멘터리 교류 상영 포럼 SEEAD>의 의미와 전망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응원봉을 들고 처음 만나는 해외 감독 마중을 나가 서 있었다. 일본, 홍콩, 중국, 대만의 감독들은 각기 다른 날짜, 시간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우리들의 미팅 포인트 홍대입구 공항철도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영화제도 아니고 학회도 아닌 이 국제 행사는 무엇인가. 왜 하게 되었는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올 여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하였다. 여러 번 하였지만 다시 또 이렇게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명확히 잘 해보겠습니다. 과연...

▲ SEEAD는 Solidarity and Exchange of East Asia Documentary의 약자로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 씬에서는 유독 본인상 부고가 많다고 느껴지는 몇 년이었다. 그리고 올해 3월, 신나리 감독이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은 내가 사는 곳에서 꽤 먼 곳이었고, 3월인데도 눈이 내렸다. 작년 ‘반짝다큐페스티벌’ 매표소 자원활동을 하셨던 신나리 감독 얼굴이 생생해서 모든 낯섦이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혼자 가서 처음 본 다큐멘터리 감독과 합석해 육개장을 먹고, 함께 지하철을 타고 왔다. 장례식장은 그런 곳이니까. 그리고 연락을 받았다.

작년에 나는 ‘홍콩한국교류상영회’라는 특별한 상영회에 참여를 했었다. 무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의 촛불 집회를 다룬 단편 <난시청>으로. 오래된 영화가 다시 호명되는 기쁨도 특별했지만, 연남동 어느 식당의 위층 빈 공간에서 줌 화면 다섯 개를 띄우고, 진행된 상영회는 한 번도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형태였다.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TIDF) 다녀온 남아름, 홍다예 감독이 그곳에서 만난 홍콩 다큐인들과 교류하며 이 상영회를 조직했다. 홍콩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은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는 시간을 굉장히 은밀하고 밀도 있고 소중하게 만들었다. 영어, 한국어, 광둥어 등의 언어들이 순차 통역이 되고 작은 화면 너머의 사람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며 최고로 집중한 상영의 시간이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이자 감독은 신나리 감독 장례식장에서 홍다예 감독을 만나 작년의 상영회를 확장하여 노무현재단에서 하는 단체지원사업에 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분과 운영위원인 나에게도 이 사업에 합류 제안이 왔다. ‘홍콩한국교류상영회’의 감동이 식지 않은 나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상상하지 못하고 덜컥 큰 바다로 가는 작은 배에 올라탔다. 그렇게 남아름, 홍다예, 이원우 세 명이 한국독립영화협회 이름으로 지원서를 내고, 서류 통과 후 PT를 하고 선정되었다. 지원서를 낼 때는 한국에 대통령이 없었고, 상영회 한 달 전에는 대선을 치렀다.

어떤 형태의 상영과 대화의 자리가 되길 원하는가를 치열하게 의논했고, 각자의 경험을 나눴다. 재량적, 수치적 평가나 결과를 측정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종종 해외 영화제를 어떤 성공의 지표로 쉽게 이해한다. 특히 권위(?) 있는 해외 영화제들은 북미와 유럽의 영화제들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백인들이 대부분인 이들 영화제 어딘가로 도착해서 주목 받는 영화에 박수를 쳐왔다. 멀리멀리 가는 것이 업적이었다. 하지만 지척의 아시아를 아는가. 아시아가 시시한가. 지금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 보고 있는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해외 교류의 성격을 갖지만 아시아에 집중하자. 그리고 아시아에서 특별히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검열, 정치적 상황에 대한 것을 중점으로! 꽤 추상적인 가이드라인인데 연결이 된 각국의 관계자 분들도 찰떡 같이 마음을 알아줘서 좋은 작업과 감독들과의 연결이 마침내 하나하나 성사되었다. 각 국의 스크리너를 공수하여 영화들을 열심히 보았다. 그리고 감독들을 초청하였다. 처음 치러지는 작은 행사에 비행기를 타고, 누군가는 비자를 오래 기다려서 한국에 오게 되었다. 단 한 번의 상영이지만 영어로 이메일을 수차례 보내고, 줌으로 시간을 맞춰 다 같이 사전 만남을 진행했다. 남아름 감독의 아이디어로 우리는 2025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 ‘응원봉’을 들고 마중을 나갔다. K-pop은 잘 모르지만 다행히 응원봉은 잘 아는 다큐 감독들.

▲ 2025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 ‘응원봉’을 들고 마중을 나갔다.

집회에 참여하고, 행진을 하고, 현장을 촬영하는 연대를 해왔지만, 다큐멘터리스트로 할 수 있는 ‘국제연대’가 우리의 도전이자 과제가 되었다. 일본의 ‘다큐아탄’은 미얀마의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고, 영상 교육을 하고, 후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이다. ‘다큐아탄’의 토루 감독이 만든 <경계의 저항자들>은 미얀마의 영화, 영상인들이 쿠테타 이후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줬다. 12∙3계엄의 충격이 생생한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벌어졌을 일들의 묵시록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토루 감독이 조심스럽게 행사장에서 후원 모금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GV를 진행하는 동안 극장 안에서 후원 계좌를 띄우고 있었다. 만약 후원금이 입금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봤다면 극장 안의 사람들도 놀랐을 것이다. (내적 비명을 정말 크게 질렀다.) 1시간도 안되어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토루 감독이 떠나는 날, 167만 원을 우린 건넬 수 있었다.

▲ SEEAD에서 상영된 <경계의 저항자들> 토루 쿠보타 감독이 GV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안전, 보안은 검열과 붙어있는 개념이다. 각국의 상황이 다르고 각자의 처지가 다른 것이 이 상영회를 진행하는 데에 가장 큰 걱정 중의 하나였다. 특히 홍콩, 중국, 대만 세 나라의 감독들이 더욱 그러했다. 내가 경험한 홍콩과의 교류 상영회에서 느꼈던 긴장과 비밀스러운 열정은 홍콩에서 온 작품에서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영화는 코로나 때의 국가 주도하의 통제와 단속에 관한 것으로, 대만에서는 상영도 하고 수상도 하였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상영이 불가한 작품이었다. 대만에서 작업하는 두 감독님들은 원래 홍콩 출신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광범위하고 공격적인 홍보를 할 수 없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WDN(여성감독네트워크)로만 공식홍보를 했고 나머지는 다 알음알음으로 연락을 했다. 대부분이 영화 관계자인 관객들이었고 그들의 주머니에서 이런 후원금이 모였다는 것에 엉엉 울 것 같은 마음이었다.

상영회에 이은 포럼에서 사진, 녹음, 녹화가 불가하다는 것을 숨 쉬듯 말하는 사이사이 이곳은 안전지대라는 믿음으로 모두 각자의 곤경과 어려움의 상황을 공유했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한국의 한국독립영화협회도 시작은 검열에 반대하는 역사를 가졌다는 것을 나눌 수 있었다. 서로의 국가 주도 검열과 통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행사 기간 중 아시아 감독들은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시작으로 한국의 민주화 관련 장소를 찾아가고, 광주에 간 감독도 있었다. 우리의 연결되어짐은 연대로, 연대는 이해와 응원으로 눈덩이처럼 바위처럼 단단히 커져 갔다. 그리고 상영회에 중국, 홍콩, 미얀마, 일본의 관객들도 찾아 왔다. 한국의 작품은 계엄으로 시작된 광장에서 기록으로 연대한 비상행동 미디어팀 활동가들의 옴니버스 단편이었다. 그나마 안전지대로 생각해온 아시아 민주주의의 보루에서 벌어진 ‘계엄’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버티고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같이 고민하고 싶었다.

각자의 상황과 지역은 다르지만 우리들의 시차는 비슷했다. 다양성을 혼자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모여 다양성이 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아시아라는 지리적 위치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더 넓고, 깊게 알아가는 것. 그것이 얼마나 방대한 지와 또 걱정보다는 쉬운지도 알 수 있었다. 씨앗은 심어졌다. 함께 마음 열고 현장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SEEAD는 다큐멘터리로 좁혀진 세계에서 크게 연결되는 숲을 앞으로 기대한다. 🌏

🐾 글쓴이 이원우

필름메이커.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을 만들어 왔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 분과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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