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레터>는 책과 영화를 아끼는 구독자 님께 띄우는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의 ‘읽고 쓰고 공유하기’ 활동 일지입니다. 온라인 레터 서비스를 통해 텍스트 사이에서 건져 올린 문장과 생각을 소개하고, 인터뷰 모임으로 작가와 독자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조직합니다. 질문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대화를, 멈춤 없는 글쓰기를 시작할 당신 작은 용기의 모티브가 되고 싶습니다.
구독자 님,
2016년 12월 20일에 시작된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이
2026년 7월 27일,
‘265회-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많은 ‘클러버’들이 그러셨을 듯한데요,
저도 마지막 에피소드를 선뜻 재생하지 못하고 있다가,
7월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금요일 오전에서야
남쪽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방송을 틀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날 <필름클럽>의 최다은 피디는 자신이 쓴 책 『비효율의 사랑』 속 일부를 읽으며 끝말을 시작했습니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필름클럽>의 연출인 동시에 출연자였던 그는 “울지 않은 진행자가 없었다”라는 말을 몸소 증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듣고 있던 저도 그 순간만큼은 조금 울고 말았습니다. 세 분이 안녕!이라고 말할 때 저도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었어요. 그렇게 고속버스에 실린 채 혼자 눈시울 붉히며 아무도 없는 차창 밖으로 손 흔드는 사연 있는 여자가 되어….
만든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저는 왜 눈물이 났을까요? 열렬한 사연을 보내거나 애타게 ‘영업’을 하기보단 그냥 <필름클럽>이 거기 있음을 아는 사람,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찾아가고 관심 없는 작품을 다루면 슬쩍 건너뛰기도 하는, 따지자면 무뚝뚝한 청취자였을 뿐인데 말이죠.
하고 생각하다가,
어떤 것들은 부재할 때 비로소 그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고, 지금이 그렇구나, 깨닫습니다. 10년이나 가꿔온 채널을 멈춰야 하는 마음. 회고할 시간의 분량. 이런 것들을 헤아려보며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던 것도 같습니다. 이제 6개월 차, 초보 팟캐스터인 저로선 어쩌면 영영 알 수 없는 심정일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론 어떤 일에 점점 익숙해져, 마침내 이 일이 내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겠죠.
『비효율의 사랑』은
2010년 SBS 라디오 PD로 입사해 다양한 라디오 프로를 연출한 최다은 피디의 첫 번째 에세이집입니다. 최다은 피디는 '듣는다'는 행위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 시간을 들여 세상을 궁금해 하고, 모르는 얼굴에 응원과 위로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자신부터 '듣는 사람'인 최다은 피디는 세상의 모든 듣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맘 먹고 쓰는 손편지처럼, 라디오에 보낼 사연을 쓰듯 꾹꾹 담았습니다.
듣는 일, 듣는 사람, 듣는 생활, 듣는 방법. 책의 총 네 개 챕터의 제목들입니다. '듣는 일'은 라디오와 <필름클럽> 팟캐스트를 꾸린 이야기입니다. '듣는 사람'은 그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따라 '가리워진 길'을 걷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듣는 생활'에는 너무나 굳건해서 흔들릴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자기 삶의 기반을 재점검하게 되는 어떤 시간에 관해 썼습니다. 마지막 '듣는 방법'은 공부하듯이 꼭꼭 씹어서 소화하고 싶은 챕터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음악의 말을 알려줄 수 있을까,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음악 언어 해석하기 기초편! 입니다. 저는 최다은 피디님의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 이야기 듣는 게 좋아서 더욱 꾸준히 <필름클럽>을 듣는 청취자였는데요, 좋은 음악을 내 일상에 남기고 싶은데, 저처럼 소리 외의 언어로 번역하기에 곤란한 경험을 해본 적 있는 독자라면 무척 반가워하실 겁니다.
듣는 사람, 듣는 일
최다은 피디는 음악을 사랑해서 작곡을 공부했고, 듣는 일이 좋아 라디오 피디가 되었습니다.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 라디오 프로를 열심히 만들었고, 만드는 방송에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 이야기를 싣고 싶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김혜리 기자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의 영화 이야기를 실컷 듣고 싶어서 당시 만들던 <에프엠진>에서 라디오로선 파격적인 두 시간짜리 영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님의 이야기 끝에 시간이 남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최다은 피디는 ‘짜투리 영화음악실’이라는 영화음악 코너를 직접 진행하기로 합니다. 마이크 앞에 서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에프엠진>이 폐지됩니다. 마지막 녹음을 끝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혜리 기자가 말합니다.
“그냥 우리끼리 할까요?”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필름클럽>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어쩌다 생긴’ <필름클럽>
『비효율의 사랑』은 ‘어쩌다 보니’ 생긴 <필름클럽>이라는 이 작은 공간을 성실하게 가꾸는 한 직장인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주차장 완비한 대형 갈비집이나, 만인이 우러러보는 '작품'이 되려 온 힘을 쏟아붓지 않는 마음을 준비합니다. 누구나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골목 어귀 작은 선술집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관해 씁니다. 때론 시간의 힘을 믿고 때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방송 준비를 위해 주말을 기꺼이 쓰며, 응원도 날 선 반응도 누구보다 먼저 받으며, 그렇게 영영 알게 될 줄 몰랐던 진행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며, 상처도 받고 성장도 한 10년의 시간을 적어둡니다.

책장을 펼쳐 사연을 듣듯 글을 읽어내려갑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단골집, <필름클럽>의 10년이 타임랩스처럼 펼쳐집니다. 그곳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들러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바람이 있습니다. 그 마음, 그 바람은 영화와 음악과 우리들의 이야기를 불러 모읍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여름처럼 함께 자라납니다. 함께 자라며 <필름클럽>에 초록빛 무성한 풀숲을 만들고 작은 꽃을 피우고 매미 우는 나무를 키웁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욕심 많고 조급한 청취자였습니다. 김혜리 기자님의 영화 이야기, 최다은 피디님의 영화음악 이야기만 쏙쏙 골라 듣고 싶어서 청취자 사연은 스킵한 적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요, 그랬던 제가 <필름클럽>으로 모여드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은 아, 정말 세상엔 수많은 이야기가 있구나, 감탄하거나 슬퍼했던 어느 날의 일입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사람에 대해,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구나. 다른 인생을 경청할수록, 다른 생각을 곱씹을수록 무겁고 커다랬던 내 안이 가벼운 바람으로 부풀어 오르는 듯합니다. 소리로 전달된 삶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몸. 그것은 가볍고 유연해, 물결 따라 흘러가기도, 바람결에 실려 가기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최다은 피디의 이야기도 더해봅니다.
듣는 일을 하는 듣는 사람에게
몇 년 전 이명이 찾아왔습니다. 소리에 누구보다 예민했던 그에게 24시간 사이렌처럼 귓속에서 울리는 소음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일상에 스미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의 곁에 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학창 시절, 음악 속에서 길을 잃었기에 더욱 전력 질주했던 라디오 피디 준비 시절. 그때처럼 온 힘을 다합니다. 노력하는 만큼 열린다고 믿어도 좋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삶은 이제 새로운 해법을 탐색할 것을 권유합니다. 작가는 당시의 상실감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꺼내 보입니다.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내가 잃어온 것들을 살피게 합니다. 잃고 난 후 만난 것들을 생각해 보게끔 합니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 그러니까 기꺼이 도움을 받는 법, 고민을 나누는 법, 끝내 가벼워지는 법을 담담한 문체로 들려줍니다.

소리 일기, 소리 시계
“이명 때문에 좇게 된 매미 소리, 그 매미 소리를 따라가다 발견한 또 다른 여름의 소리”를 일기로 기록하면서 작가는 자연 쪽으로 귀를 두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계절을 소리로 알아채게 되면서 ‘소리 시계’를 장착했다며 기뻐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비효율의 사랑』은 최다은 피디라는 ‘듣는 사람’이 쓴 지금까지 인생의 ‘소리 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계기로 글자의 형태가 되었을 뿐, 어쩌면 음악을 자신의 언어로 삼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쭉 해온 기록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구독자 님,
‘내 장례식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류이치 사카모토는 자신의 장례식을 위한 음악 서른세 곡을 직접 골랐고, 그의 유작 에세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에 그 목록을 실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장례식에서 그 음악들이 재생되었다고 하죠. 장례식이라는 정중하고 차분한 슬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들로 골랐다는 점에서 역시 영화음악가인가, 싶습니다만, 먼 미래(였으면 하는) 장례식을 상상하는 저의 입장에서 장례식 플레이 리스트는 한 사람 인생의 소리 일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비효율의 사랑』마지막에 최다은 피디는 사카모토의 <Funeral Playlist>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리스트 열 곡을 “절반은 삶에서 의미 있는 몇 장면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나에게 중요한 곡”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리스트의 열 번째 곡은 임주연의 <Radio>입니다.
지금 그가 쓰고 있는 소리 일기에서 음악과 라디오라는 듣는 사랑은,
아무래도 그의 인생 이야기인 것입니다.
[인터뷰&레터] 시즌2, 8월엔
최다은 피디와 그의 에세이집
『비효율의 사랑』을
만납니다.
INFO!
영화와 음악과 우리들의 이야기
- 듣는 사랑, 그 곁에서 이야기하는
최다은 피디를 인터뷰하다.
날짜와 시간: 8월 22일 (토) 오후 4시
장소: 망원동 바 사뭇
* 구글폼을 제출하신 후 입금 완료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 완료가 됩니다. (매진 시 구글폼 자동 종료) 모임 참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2~3일 내에 메일로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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