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방송3법, 시민을 위한 방송으로 가는 “큰” 첫걸음

💌 뉴스레터 115호

📸 인디&임팩트 115호는 지난 8월 개정된 '방송3법'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알아봅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 편성의 자율성 강화라고 하는데요.

🔎 과연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그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님의 기고글을 통해 살펴봅니다!
🔊 방송3법 개정을 시작으로 시민의 소통권과 참여가 더 확대될 수 있길 바라며! 인디&임팩트도 꾸준히 함께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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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 시민을 위한 방송으로 가는 "큰" 첫걸음

방송3법, 민주주의 회복의 시험대

지난 8월 18일은 한국 방송의 민주화를 위한 여정에서 큰 첫걸음을 내딛은 날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방송법을 포함한 이른바 방송3법 공포안을 의결하였다. 방송3법 개정안은 앞서 2023년과 2024년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모두 폐기된 바 있다. 윤석열이 거부한 법이라면 방송의 독립과 민주화에 기여하는 법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쨌든 험난한 법 개정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고, 방송 개혁이 본격화되었다. 지체된 방송 개혁의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정권에 있지만, 되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개혁의 적기를 놓친 경험이 있다. 그 실패의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과 내란적 방송 통제였고, 지금도 그 상흔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3법은 미룰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민주주의 회복의 시험대였다고 할 수 있다.

92개 언론·시민단체로 꾸려진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지난 8월 4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3법의 차질없는 국회 본회의 처리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3법 개정의 주요 내용

그렇다면 방송3법은 무엇이기에 이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가. '방송3법'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세 가지 법률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편성 자율성 강화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방송3법은 우선,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개정되었다. 지금까지 공영방송 이사는 대통령과 여야 정당의 추천을 거쳐 임명되어 왔다. 이 구조 속에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자기 편으로 만들거나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개정안은 이를 바꾸어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고, 추천권을 국회뿐 아니라 방송·미디어 학계, 시청자위원회, 방송노동자 대표, 법조계 등으로 다변화하였다.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둘째, 사장 국민추천제 도입을 제도화하여 공영방송을 명실상부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였다. 지금까지 공영방송 사장은 정권과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나 우호적인 인사가 선출되곤 했다(김건희 여사의 '파우치 발언'으로 유명한 박장범 KBS 사장을 보라). 개정안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신설하여 성별·연령·지역을 고려한 무작위 시민 100명으로 구성하고, 이들이 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도록 했다. 이후 이사회가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 제청하는 방식이다. 이는 공영방송의 주인이 시민임을 제도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다.

아울러 개정안은 방송사의 내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편성·제작 자율성을 강화하였다. 방송사업자가 편성규약을 제정·공표하는 것은 현행 제도에도 있었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단이 없었다.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를 사업자와 종사자가 동수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편성규약 준수 여부와 자율성 침해 여부를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편성 규약 미준수와 편성위원회 미구성에 대해서는 벌칙과 과태료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제를 도입하여 보도책임자는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도록 해, 내부 구성원의 민주적 견제와 공정방송 의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였다. 또한, 개정안은 시청자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였다. 시청자위원회가 방송 편성과 운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권한을 확대하고, 방송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하도록 했다. 이는 시민 주권의 원리가 방송 편성 현장까지 이어지도록 한 조치다. 요컨대 방송3법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방송3법의 의미

이러한 방송3법 개정의 의미는 단순히 공영방송 개혁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개정안은 내란 종식 후 이루어진 언론 개혁의 신호탄이자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정치 개혁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12·3 계엄 시도와 방송 장악을 통해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만들려 했고, 제도는 이를 가능케 한 측면이 있었다. 방송3법은 이러한 왜곡된 구조를 되돌리고, 시민이 주인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언론과 정치 개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방송3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동안 이어져온 공영방송 독립 요구를 실현한 첫 성과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에 기대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좌절되었지만, 결국 이재명 정부에서 이루어낸 것이다. 드디어 한국 방송 개혁의 큰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3법이 곧 언론개혁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유튜브, OTT, 포털 등에서 넘쳐나는 극우적 혐오와 조작 공론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더 강화된 언론미디어 민주화를 위한 시민 참여 제도의 확대, 방송 노동자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추가 조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제도를 견인하기 위한 헌법적 차원의 '소통 기본권' 확립 방안 마련 등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래서 방송3법 개정은 시민의 알 권리·표현의 자유·차별로부터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언론개혁의 “큰”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