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이 돌아왔어요. 저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영화제 일정을 소화했는데 그 기록은 아래 갤러리 코너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아카데미 프로그램 신청을 받은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외에도 EBS 다큐멘터리영화제(EIDF),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등 굵직굵직한 주요 영화제들도 앞두고 있는데요. 물론 돌아오는 새 학기 MT로 함께 할 부산국제영화제도 있죠.
돌이켜 보면 영공 MT로 갔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제 인생 첫 영화제였는데요. 그 이후로 영화제라는 축제와 극장이라는 장소,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과 소리에 푹 빠져 수많은 전국 곳곳의 영화제를 탐방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쉴 새 없이 다니다 문득, 영화제가 뭐길래 싶기도 해 지네요. 여러분도 그럴 때가 있으신가요? 왜 영화를 보는지, 왜 영화에 대해 쓰는지, 왜 영화제 숙소를 찾아보고 있는지... 잠시 멈춰 생각해 보면 꽤 영화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이 작지 않다는 것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을 테지요.
어쩌면 저는 개강을 위해 충전 중이었던 걸지도, 쉼의 한 방식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FEELM 편집장 박민제
🎥 영공소식
📰 <구석구석 필름 텍스트 페어> 참가

기간: 8월 22일 ~ 8월 28일
운영 시간: 11:30 ~ 23:00
장소: 매버릭 하우스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5길 3, 3층)
가격: 4,000원
* 입장 시 음료 주문 필수
영공 부원들이 기고한 총 6편의 글들이 실린 미니 문집 "서강영화공동체 (숨지못한) 문집"이 매거진 너드의 <구석구석 필름 텍스트 페어>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페어 기간 동안 행사 현장에서 열람과 구매가 모두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한 여러 필진과 매체가 참가하여 영화와 관련된 글들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인만큼 편하게 참석하셔서 유익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84기 예정 행사

영공은 절찬리에 신입 모집 중!
주변에도 아래 링크를 널리 알려서 모두와 함께하는 84기를 만들어 나가요!
돌아오는 2학기에 예정되어 있는 행사는 아래와 같은데요. 이외에도 더 많은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기대 많이 하셔도 좋습니다. 함께 즐겁고 알찬 한 학기 활동 시작해봐요!
구체적인 일정은 매달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공유되는 일정표와 캘린더를 참고해 주세요.
- 동아리 거리제 (공지방에서 운영진 모집 중!)
- 개강총회
- 정기 감상회 (매주 월, 목)
- 부산국제영화제 MT (시네필 배지도 잊지 마세요!)
- 제작단 워크숍
- 작은영화제
- 종강총회
🎥 [특별기획] 영(공)사(람)기(록)
지난 학기 임원진과 함께 처음 등장한 '영사기' 코너. 개강과 84기의 시작을 앞두고 새로운 구성원들을 소개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개강총회를 비롯한 본격적인 영공 84기를 만들어 갈 임원진을 먼저 만나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특별히 이번 호에서는 소개와 더불어 방학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어요.
회장 조유나
안녕하세요! 84기 회장 조유나입니다. 완전 영.알.못 머글의 눈을 가진 제가 서강영화공동체 회장을 맡게 되었는데요, 영화에 대한 것은 훌륭한 안목을 가지신 부원분들과 임원분들께 맡기고 저는 오직 동아리의 재미, 쾌락만을 목표로 한 학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크크… 잘 부탁드립니다!!
부회장 김준범
82기 때는 제작단장을 하고…. 83기 때 감상단장을 하면 84기 때는 뭘 해야 할까요? 바로 부회장입니다! (아닙니다.)
영공 84기 부회장 김준범입니다.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십시오)
총무 신채윤
안녕하세요 ^_^ 84기 총무를 맡게 된 신채윤입니다 ^///^ 전임 총무님의 은혜로 인생에서 처음 맡아보는 중책에 임명 되었는데, 쫓겨나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들 잘부탁드려요~////
감상단장 김가일
안녕하세요! 82, 83기 총무를 맡았고 이번에는 감상단장을 맡게된 김가일입니다!
임기 내내 부원 여러분께 좋은 영화를 소개해줄 수 있는 감상단장을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이번 학기 드디어 감상단장이 되어보네요. ㅎㅎ 재미있는 영화 많이 많이 소개할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스포주의! 이번 감상회 선정 기준은 “눈이 즐거운가?” 라는 소문이?
감상단장 박민제
문집부원으로 한 해 반을 보내고 감상단장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게 된 박민제라고 합니다. 영화에 있어 언제나 소리의 영역이 평가절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기울여 들을 만한 영화를 매주 목요일마다 상영할 계획입니다. 특히 여러분에게 더 나은 상영 환경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추가로, 정기 감상회 이외에 영화제나 외부 상영회 등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꾸준히 정보를 전달해 보려고 하니 주의 깊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 아니, 잘 들어주세요!
제작단장 김세진
안녕하세요! 81기부터 서강영화공동체와 함께하고 있는 김세진입니다. 이번에 제작단장을 맡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화와 배우를 좋아하고 영화관을 좋아하는 전 꼭 대학생이 된다면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항상 영화와 드라마의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대로 매 학기마다 제작단에 지원하여 계속해서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이번 학기에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작단장 문현수
안녕하세요! 이번 84기 서강영화공동체 제작단장을 맡게 된 문현수라고 합니다. 영화뿐만 아닌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작물을 사랑하는 학생이자, 매번 그 창작물의 중심에 서 보고 싶었던 학생이었습니다. 이러한 상상 속에 있던 소망들을 제작단 안에서 하나식 이뤄나가고 있으니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은 제작단에 한 번 발을 들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콘텐츠팀장 박진서
안녕하세요, 서강영화공동체 84기 디자인콘텐츠 팀장 박진서입니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에도 팀장 자리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변명을 하자면) 지난 학기의 디콘팀 운영은 쏟아지는 행사 일정들에 치여 참 정신없이 지나간 감이 있는데요, 이번 학기에야말로 정말 정신 꽉 잡고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영공인스타의 부흥을 위하여…
행사기획단장 김현민
안녕하세요!! 이번 84기 행사기획단장을 맡게 된 김현민입니다. 이번학기 재밌는 행사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많이 많이 참여해 주세요 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행사기획단장 류세인
안녕하세요. 지난 학기에 이어 행사기획단장을 맡게 된 류세인입니다. 이번 학기도 영공의 부흥을 위하여 김현민 행사기획단장님과 함께 열심히 일해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집부장 이상현
안녕하세요! 민제 님에 이어 문집부장을 맡게 된 이상현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매력에 빠져 점점 애니메이션 보다 영화의 비중을 높여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 못 본 영화가 많더군요. 열심히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동안의 뉴스레터보다 부족하지 않은 문집이 되도록 열심히 움직일 테니 기대해 주세요!
저희 84기 임원진은 개강 후 개강총회에서 다시 한 번 인사 드리겠습니다. 개개인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전달하는 자리이니만큼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 문집부장의 (마지막) 영화제 갤러리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6회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네마프)

사진 |박 민 제
➗ 나누다
이번 '나누다' 섹션에서는 가장 먼저 윤준영 에디터가 <호프>를 둘러싼 반응과 논란을 감상과 함께 들려줍니다. 이어서 이상현 에디터가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트로피>의 핵심 감상 포인트를 미리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박선화 에디터가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통해 존재의 목적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호프>와 평점 논란에 대한 평론

<호프, 2026>
감독 : 나홍진
SF/스릴러/액션 · 한국 · 2시간 36분
우리가 외계인 영화를 볼 때 대체로 스토리 전반부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후 외계인과 조우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반면, <호프>에서는 외계인의 존재를 영화 중반부 이후에 밝힌다. 필자는 <호프>가 외계인 영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봤기에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초반에서는 외계인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과 관객들이 처참한 재난에서 가질 수 있는 리얼한 감정과 대응 태도에 철저하게 집중한다.
영화 초반부에서, 등장인물들과 관객들은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실체를 볼 수 없다. 다만, 거대한 위협이 있다는 증거만 연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영화는 철저하게 원인이 아닌 현상에 집중한다. 재난의 원인인 외계인에 대한 암시는 물론 없고 괴물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소 사체를 시작으로 죽은 사람들, 파괴된 건물들이 목격된다. 폭발이 발생하고 차량이 날아온다. 이를 통해 외계인이나 괴물과의 갈등에 집중하는 대신,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놓였을 때의 감정과 태도에 철저하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 경찰로서의 책임감, 동료와의 연대감, 배신감, 자책, 주체할 수 없는 혼란과 공포, 적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복수심 등에 완전히 초점을 맞춘다. 또한, 비극의 원인을 드러내지 않았고 나타나는 현상이 전쟁이나 중대 재해 상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감정을 느끼다가 죽어갔을 누군가의 존재를 헤아리게 한다.
그러다 영화에서 괴물이 공개되며 괴물 영화가 시작된다. 괴물은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존재로, 앞서 나왔던 비참한 상황과 극한의 감정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나중에, 괴물에게는 자식을 잃은 외계인이라는 서사가 부여되며 SF 영화가 시작된다. 이 때, 극한 상황을 의미할 뿐이었던 괴물이 하나의 등장인물로 전환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호프>의 장르를 검색하면 SF, 액션, 스릴러, 크리쳐, 블랙 코미디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연속적인 장르 변화는 외계인이 침공한다는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 상황에 던져진 인간이 몰랐던 현실을 알아가며 겪게 되는 생생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산의 아름다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산기슭을 직접 올라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풍경과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 산행에서 본인이 경험한 풍경 또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풍경만이 이 산의 진리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백지에서 SF 영화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몰입이 된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호프>를 특색 있는 좋은 영화라고 보게 된다. 다만, <호프>는 결론적으로 SF 영화이기 때문에 산 정상에 도착해 내려다보며 외계인의 빈약한 서사와 납작한 캐릭터, 개연성 문제를 비판하는 관점도 타당하다. <호프>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과 이에 대한 토론은 우리가 영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돈을 받았다”거나 “영화를 모른다”며 다른 의견을 일축하는 순간 우리는 영화의 일부를 잃어버리게 된다.
에 디 터 |윤 준 영
부판에서 먼저 만난 12월 개봉 기대작

<트로피, 2026>
トロフィー
감독 : 손명아
드라마 · 일본 · 1시간 42분
제가 8월 뉴스레터에서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트로피(2026)>입니다. 아마 이 영화를 저와 같이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나보신 분들도 몇몇 계실 것 같네요! 아직 극장에서 정식 개봉을 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 리뷰가 될 수 있도록 작성해 보았습니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재일 조선인 14살 소녀 소희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동아리 활동으로 조선무용에 열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일본 학교와의 교류회에서 만난 친구 미라이와 K-POP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중, 두 소녀는 BTS 콘서트 티켓값을 마련하기 위해 집에 있는 물건들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팔기로 합니다. 거기서 비싼 값에 팔린 것은, 조선학교 교장인 아버지 상주가 간직해 온 북한 노래가 담긴 한 장의 CD였습니다. 거기에 재미를 들인 둘은 상주가 조국 북한으로부터 받은 ‘훈장’마저 팔아넘기게 됩니다. 영화는 이 일련의 사건을 다룹니다.

첫 번째 주목할 점은 손명아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꽤 최근작인 <브로커(2022)>에서 감독 어시스턴트를 담당했습니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딸(소희)과 아빠(상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점은, 가족 내부의 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색채와 언뜻 비슷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고레에다 감독이 대표작들에서 독특한 가족 구성이나 해체, 결합 등 ‘가족의 구조’ 자체에 집중했다면, 손명아 감독의 <트로피>는 ‘한 소녀의 정체성 형성’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연출 역시 고레에다 감독이 외부에서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면, 손명아 감독은 소희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끌고 갑니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바로 ‘한국어’입니다. 학교와 가정 내 인물들은 일상에서 모두 한국어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한국어 대화 장면에서는 자막이 첨부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어니까 자막이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배우분들의 발음이 완벽하지 않다 보니 대사가 100% 명확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국 관객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적 거리감이 오히려 한국인으로서 재일교포와 북한에 대해 느끼는 아득한 거리감을 체감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주목할 점은 소희와 상주의 대조적 서사 구조입니다. 소희가 ‘아미 가입’과 ‘티켓 구입’이라는 정체성의 획득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상주는 ‘CD’와 ‘훈장’을 잃어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소희는 자신이 원하는 집단의 정체성을 입으며 선명해지지만, 상주는 자신의 핵심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가시적인 것을 잃더라도 비가시적인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본질적 정체성은 티켓이나 훈장 같은 물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예상 가능한 전개 속에서도 감독의 역량을 통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영공 부원들께 이 영화를 추천하며, 손명아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에디터 |이 상 현
“존재의 목적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제시되는 실존주의적 이야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
감독 : 박찬욱
로맨틱 코미디/드라마 · 한국 · 1시간 45분

우리는 왜 이 세상을 살아가는가? 무엇을 위해, 혹은 무엇을 해야 하기에 살아있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의문이다. 보통 이런 의문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상에 1인분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기인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걸쳐 해당 의문에 대해 고민하지만 명확한 정답이란 도저히 도출되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본인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며 존재의 목적을 찾아다니는 ‘영곤’이란 인물과, ‘영곤’의 곁에 머물며 그녀와 함께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일순’을 주축으로 전개된다. ‘영곤’은 자신을 ‘사이보그’로 정체화하며 온갖 (전기를 쓰는) 사물과 대화하며 밥 대신 건전지로 삶을 연명하려 한다. ‘일순’은 본인의 존재가 점차 소멸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가면을 쓰고 병동을 돌아다니며, 남들의 ‘무언가’를 도둑질한다. ‘정상인’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도저히 불가해한 두 인물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영화는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상인들이 보면 망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분열증적이며 독자적인 세계를 지닌 두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하고 현실적인 세계다. 그런 각자의 우주가 서로 통하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했다.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또 다른 면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정신분열증과 로맨스가 만나게 된 것”¹이라 인터뷰한 바 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상대가 겪는 비현실적 망상, 즉 거짓까지 품어주는 것이 사랑이냐고 물으며 영화의 스토리에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꼭 진실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가? 사랑하는 상대가 거짓에 빠져있다한들 그게 그(녀)만의 세계관이면 그런 세계관을 가진 너여도 난 괜찮다고 응답해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랑의 한 형태 아닌가. 내가 그 세계관을 믿어야 사랑하는 상대가 행복해진다면 기꺼이. 본인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곤’의 존재가 ‘사이보그지만 괜찮다’고 응답해주는 ‘일순’처럼.
이 영화에선 ‘존재의 목적’이란 말이 ‘영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출현한다. ‘영곤’은 본인이 사이보그로서 어떤 것을 해야 하며,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둔다. 어렸을 적 할머니를 잡아간 ‘하얀맨’, 정신병원 의사들을 모두 죽이고 동정심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철칙이 그 예시이다. ‘영곤’은 영화의 끝부분에서 본인의 존재는 핵폭탄이고 목적은 세계의 끝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세계를 끝장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영곤’이란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영곤’의 할머니가 말했던 ‘존재의 목적은...’ 뒤에 이어지는 말은 무엇일까? 영화에선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모든 게 환상처럼 불확실하게 지나가는 영화이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게 있다. 삶의 목적이고 뭐고…. 일단은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거추장스러운 희망이나, 목적 이전에 사람은 존재부터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세계 정신병원의 의사들이 ‘영곤’의 정신적 치료를 우선시 하기보단, 그녀에게 밥을 먹이는 데에 더욱 고군분투 하는 것, 정신병원의 환자들이 그녀가 밥을 먹기만을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 ‘영곤’의 주치의가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먹는 거야.”라고 말한 데에서 드러난다.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일단 ‘존재’부터 해야 목적을 정하든가 말든가 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²고 주장하는 실존주의 철학과도 상통한다.
따라서 박찬욱 감독은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존재의 목적을 거창하게 외부에서 찾는 것은 어렵거나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결국 존재의 목적은 존재 그 자체이고, 뭔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밥 먹고 씩씩하게 그냥 사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³고 언급한다. 외부에서 기인하는 희망만으로, 목적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는 영원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그러나 일단 ‘살아있는 것’은 희망을 버려도 힘을 내면⁴ 할 수 있는 일이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면 살아있을 수 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존재할 이유가 성립한다. 존재의 목적은 존재 그 자체니까.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외부에 의존하는 희망처럼 거창한 목적 같은 게 아니라 밥 잘 먹는 거. 그게 전부이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희망이라든가 목표라든가 그런 게 있어야만 자신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그런 거 없이도 밥만 먹으면 살 사람 다 알아서 잘, 사랑하며 산다고 말한다. 영곤이 느끼면 안되는 것(동정심, 설렘, 망설임 등)을 정해놓고 본인의 ’사용가치‘를 정해놓은 채 영화 내내 움직이다가 결국엔 그냥 밥 한 수저 떠먹고 나서 느끼면 안되는 걸 느끼면서도 잘 지냈듯이, 우리도 우리가 정해놓은 거창한 것들을 다 어긴다 한들, 존재의 목적이랄 게 무의미해진다 한들…. 아마 괜찮지 않을까. 밥만 잘 먹는다면.
(각주)
¹ 두 사람의 “소꿉놀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²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실존주의는 인문주의일까(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 (공개강연)
³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감독 인터뷰
⁴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에디터 |박 선 화
★☆ 영공2️⃣1️⃣
'영공21'에서는 최신 개봉작에 대한 영공 부원들의 평가를 나누어 봅니다. 8월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작 <오디세이>를 관람한 부원들의 별점과 한줄평을 받아 보았습니다.
⚓️ <오디세이> 🏹

크리스토퍼 놀란 |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로버트 패틴슨 | 8월 5일
| 이름 | 별점 (5점 만점) | 한줄평 |
|---|---|---|
| 김대해 | 4.5 | 고향으로 돌아가는 영웅 서사시는 망한적이 없다 |
| 모르그 | 1.0 | 마침내 신이 된 놀란. |
| 정진영 | 4.0 | AURA-memnon |
| 안정빈 | 4.0 | 고향에서 다시 목마로. 이제서야 문득 나를 품었던 그 모든 곳을 바라본다. |
| 이상현 | 4.5 | 놀란이 정복할 다음 장르만이 기다려진다 |
| 안태양 | 4.0 | 장거리 연애가 원래 힘들지 |
| 권민구 | 4.5 | 서사를 넘나드는 압도적 웅장함 |
| 강시형 | 4.5 |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누구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누구든 즐길 수 있게 |
| 윤현수 | 5.0 | 최고의 고전 |
평균 별점: 4.0
- 여기서 소개된 글은 2026년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으로 발간됩니다.
- 9월 기고는 다음주 중 공지 예정입니다.
- 기고 방법은 영공 카톡 공지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83기 영공 캘린더
🎪 9월 2일 (목) ~ 3일 (금) : 동아리 거리제
🎬 9월 11일 (금) : 개강총회
🍿 9월 14일 (월) : 84기 첫 월요일 정기 감상회
🍿 9월 17일 (목) : 84기 첫 목요일 정기 감상회
FEELM NO.21 만든 사람들
편집장 | 박민제
에디터 | 박선화 윤준영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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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
재밌게 잘읽었습 니당 박부장님 일년간 문집부장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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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은
댓글은 처음 남겨보지만, 매달 재밌게 읽고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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