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10호
🌡5월 첫째주, 인디&임팩트 10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호는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일명 DEI)' 특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는 미디어 업계에서도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는데요. DEI 개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개념부터 연구 동향, 콘텐츠 제작지원기금과 조직 경영 사례까지 자세하게 풀어보았습니다. 영화에서부터 언론, 방송, OTT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업계에 부는 새 바람에 여러분도 적극 동참해주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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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집] DEI가 대세?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위한 미디어
2. [특집]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의 DEI 전문 연구
3. [특집] 미국 공영방송 PBS의 DEI 실험
4. [특집] 넷플릭스가 다양성, 포용성에 베팅하는 이유 - 넷플릭스 포용성 보고서 리뷰
#1. [특집] DEI가 대세?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위한 미디어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의 단식이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연령·인종·장애·종교·성적지향·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었지만, 사회적 합의 등을 이유로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 제정되어 있다.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지 15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 내에서도 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제정 요구가 뜨거운 지금, 최근 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부각되고 있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살펴본다.
DEI가 뭐지?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는 DEI는 최근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한 경영철학이자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2021년 업계 최초로 포용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DEI를 콘텐츠 및 조직 운영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는 2017년부터 매년 DEI 보고서를 발간하고 DEI 관련 중장기 플랜을 수립한 바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DEI 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조직 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DEI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다양성은 미디어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논의가 되어온 개념이지만, DEI 관점에서 다양성(diversity)은 특정 분야의 종사자들 사이에서 과소 대표되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인종, 성별, 종교, 성적 취향, 민족, 국적, 사회경제적 지위, 언어, 장애, 연령, 종교적 신념 또는 정치적 관점을 포함하는 차이의 공존을 의미한다.
형평성(equity)은 제도나 시스템에 의한 절차 및 분배에 있어서 정의, 공평, 공정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평성은 사회 또는 조직 내 격차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대하는 평등(equality)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포용성(inclusion)은 사회에서 배제된 다양한 사람들이 실제로 조직 또는 커뮤니티 내에서 이해와 존중을 받으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 및 프로그램이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개인들이 조직이나 그룹 내에서 의사결정 과정 및 기회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는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포용은 배제된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커뮤니티 안에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커뮤니티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상태인 통합(integration)과는 다르며,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오늘 밤 남기고 싶은 두 단어가 있습니다. 인클루전 라이더”
2018년 3월, 제69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수상소감에서 밝힌 두 단어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해당 키워드 검색이 급증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도 낯선 개념이었던 이 말은 한국어로는 ‘포용 계약’ 정도가 되는데, 배우들이 영화의 출연진과 스태프 구성의 다양성을 일정 수준 이상 반영하도록 계약서에 포함할 수 있는 요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협상 중인 A급 배우가 ‘인클루전 라이더’를 활용하여 영어가 아닌 제3세계 언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를 요구하거나 출연진의 성별 비율을 요청할 수 있다. 아직 이 아이디어가 영화 현장에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영화계에서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에 대한 #MeToo, 타임즈업 운동과 더불어 새로운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 스토리를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선언이나 말 이상의 것, 새로운 규범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핵심가치로 하는 새로운 경향은 영화산업은 물론 방송 분야, OTT, 기금, 정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특히 미디어 산업은 인력 구성의 DEI가 곧 콘텐츠 측면의 DEI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 등을 통해 입증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유색인종 영화제작자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 제작지원을 비롯하여 조직 내부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 계획을 마련하였다. 영국 방송사 ITV는 콘텐츠 다양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다양성 커미셔닝 펀드(Diversity Commissioning Fund)’를 조성하고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등 유럽 내 소수 인종과 장애인이 이끄는 제작사들이 만드는 콘텐츠에 지원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매년 ‘다양성·포용 플랜’을 발표하고 있으며, 성평등 재현을 위한 ‘50:5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다큐멘터리협회 IDA는 보다 공평한 다큐멘터리 커뮤니티를 위한 새로운 기금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IDA의 개발 및 파트너십 이사를 맡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지나 정은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러를 위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가치 기반의 기금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특히 이러한 기금 모델은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기금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유대를 강화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기금 지원이어야 하며,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해체하는 데 필요한 영화인들에 대한 훈련 지원 등을 포함한다.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위한 국제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선댄스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민족, 성별, 장애, 성적 정체성 및 지리적 차원에서 창작자와 관객의 다양한 참여와 지원을 강화하고, 제출된 영화 프로젝트의 다양성을 늘리는 데에도 관심이 기울이고 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미국 드라마 및 다큐멘터리 영화의 모든 감독(1,000명 이상)의 민족과 인종을 조사한 보고서 <독립영화의 인종과 민족>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극장에서 개봉된 500편의 최고 수익 영화의 데이터와 독립영화 데이터를 비교하고, 과소 대표되는 그룹의 영화 창작자들이 직면한 장벽에 대한 인터뷰도 담겨있다.
DEI, 변화는 가능하고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고착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엄격한 노력과 조치가 필요하다. 다양성·형평성·공정성(DEI)은 사회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DEI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DEI 보고서를 내고, DEI 담당자를 선임하는 등의 변화들이 고무적이지만, 이러한 보고서들이 현재적 진단이나 선언 정도에 머무르거나 사업적 성과를 잘 포장하기 위한 개념적 활용 정도에 머무른다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적으로도 DEI 펀드를 편성하고 조직 내부 구성원 및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DEI 훈련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10년 116개로 나뉘어져 있던 평등 관련 법규정들을 한 개의 법률로 통합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률인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제정한 영국에서는 2016년부터 BFI 영화기금으로 지원하는 모든 사업(기획개발, 제작, 배급, 영화제 지원 등)의 실질적인 ‘다양성’을 위하여 <BFI 다양성 표준>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영국 평등법에서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나이, 장애, 인종, 종교, 결혼과 파트너십, 임신과 육아휴직, 성전환, 성별, 성적지향)과 지역・사회경제적 배경에 있어서 과소 대표되는 집단들의 재현 및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영화기금을 받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스토리에서 캐릭터 및 주제, 핵심 스태프의 구성, 관객 개발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지원사업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BFI의 ‘다양성 표준’이 영화에서 재현 주체의 다양성 및 영화산업 내의 다양성, 그리고 관객 다양성을 증진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공정책과 공공기금은 DEI를 가장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기제이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국가가 운용하는 미디어기금들이 다양성·형평성·공정성(DEI)의 원칙에 기반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직접적으로 미디어 분야별 DEI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DEI를 위한 마법 같은 솔루션은 없다. DEI는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이성애주의, 능력주의 등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은 억압적인 문제들을 조직, 커뮤니티 내에서 명명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커뮤니티가 진정으로 다양하고 포용적이며 평등할 때 우리 모두가 이로 인해 혜택을 받고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과 이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2. [특집]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의 DEI 전문 연구
빈곤과 불평등, 기후 위기, 인권 침해 등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에 관한 요구들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미국 USC 대학에서 추진하는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USC Annenberg Inclusion Initiative)의 작업은 가장 선도적인 사례 중 하나로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다양성과 포용성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온 이 전문연구기관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업계 내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 개발과 정책 개입 활동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를 넘어 OTT업계로도 조사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의 주요 연구영역과 핵심 연구결과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스크린 안팎에서의 젠더, 인종/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연령별 포용성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의 가장 핵심적인 연구영역은 흥행영화를 대상으로 스크린 안팎에서의 젠더, 인종/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연령별 불평등 또는 포용성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다. 2020년 9월에 발간한 미국 흥행영화 불평등 보고서(원제는 2007-2019년 흥행영화 1300편에 나타난 불평등: 성별, 인종/민족별, 성소수자 및 장애인의 묘사 검토 Inequality in 1,300 Popular Films: Examining Portrayals of Gender, Race/Ethnicity, LGBTQ & Disability from 2007 to 2019)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그해 가장 흥행한 영화 약 100편을 모아 영화 속에 나타난 등장인물과 스토리텔링, 창작 인력들의 포용성 현황을 분석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영화 1300편에서 대사가 있는 57,629명의 등장인물 중 여성 캐릭터는 평균 31.1%이고 이 수치는 2007년 29.9%에서 2019년 34%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할 때 영화 속 세상과 영화 밖 세상에 괴리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한편 흥행영화에서 여성이 주연이나 공동주연을 맡는 비율은 2007년 20%에서 2019년 43%로, 여성 유색인종이 주연이나 공동주연을 맡는 비율도 2007년 1%에서 2019년 17%로 크게 증가한 반면, 45세 이상의 여성 주인공이나 여성 캐릭터를 흥행영화에서 찾아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지면상 여기에서는 젠더 분석 결과 중 일부만 소개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인종/민족, 성소수자, 장애, 연령 등 다양한 요인별로 흥행영화에 나타난 등장인물과 주인공들의 포용성 현황을 시계열로 분석하면서 문제 상황과 변화 지점을 지속적으로 체크해 나간다. 보고서는 또한 스크린 밖에서 미국 흥행영화들을 만든 창작인력들의 포용성 현황도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설정하면서 스크린 안에서의 포용성과 스크린 밖에서의 포용성이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총 19개의 포용성 지표를 제시하고 2019년 배급작을 대상으로 할리우드 주요 배급사들의 포용성 현황을 평가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가장 높은 포용성을 보여주는 스튜디오는 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였고, 흥행 면에서 여성 주인공이나 유색인종 주인공을 포함한 스토리텔링으로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준 것은 디즈니의 작품들이었다.
딱 5명만 추가하기 전략 “Just Add Five”
엔터텐인먼트 업계의 불평등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가 가장 강조하는 해법은 각 기업별로 포용성 달성 목표를 세우는 것과, 딱 5명의 여성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엔터테인먼트 창작자들이 불평등을 초래하게 되는 기존의 업무 절차 자체를 바꿔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이나 조직마다 포용성 달성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포용성 문제를 조직적 차원에서 매우 의식적이고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5명의 여성 캐릭터를 추가할 때 전략적으로 이 여성 캐릭터들을 교차적 정체성(가령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가진 캐릭터들로 배치한다면 포용성 현황은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창작 인력을 고용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적용하는 것도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이니셔티브가 제안하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는 흥행영화와 할리우드 주요 배급사뿐 아니라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등과 같은 주요 영화시상식과 비평계, TV 시리즈, 스트리밍 플랫폼, 음반업계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스크린 안팎의 포용성 현황과 파이프라인을 분석한다.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4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와 창작 인력들의 포용성이 할리우드의 경우보다 나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영화감독 포용성 보고서 참조). 이는 포용성에 대한 요즘 관객들의 기대와 요구를 스트리밍 기업들이 더욱 적절하게 수용한 결과로 포용성의 가치가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도 필수 사항이 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넨버그 포용성 이니셔티브의 연구 작업들 원문 보기
2007년부터 2019년까지 흥행영화 1300편에 나타난 성별, 인종/민족별, 성소수자 및 장애인, 연령별 불평등을 등장인물과 창작인력 분석 등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
미국 영화비평가 포용성 보고서(2018.9) 원문 보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흥행영화 300편에 관해 비평문을 발표한 영화비평가들의 성별, 인종민족별 포용성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15년간 매년 가장 많은 관객 수치를 기록한 약 100편의 흥행영화 1388편을 연출한 1542명 감독의 성별, 인종민족별 포용성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흥행영화에서의 무슬림 실태보고서(2021.6) 원문 보기
2017-2019년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흥행 순위로 선별한 총 200편의 영화를 대상으로 등장인물들의 무슬림 재현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3. [특집] 미국 공영방송 PBS의 DEI 실험
다양성 영화 제작자 지원 발표
미국 공영방송 PBS는 지난 1월, 유색인종 영화 제작자에게 360만 달러를 약속하고 새로운 내부 다양성 계획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PBS는 흑인과 원주민, 유색인종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지원하는 조직인 Firelight Media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중견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360만 달러(약 45억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자금은 Firelight의 William Greaves Fund를 통해 운영되며 공모를 통해 선정·지원할 예정이다.
실비아 버그(Sylvia Bugg) PBS 최고 프로그래밍 책임자 겸 총괄 관리자는 “미국 전체를 반영하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PBS 작업의 핵심이며 이러한 계획은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확대하려는 PBS의 노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면서 과소 대표되는 제작자의 작업을 계속 발전시키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PBS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신진 제작자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유색인종 영화 제작자와 경영진을 위한 임원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할 것을 함께 발표했다.
Firelight Media의 Marcia Smith 사장은 "PBS의 이 자금은 우리가 소수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대중 미디어 시스템에서의 통합을 지원하여 영화 제작자를 방송국과 연결하고 모든 수준에서 멘토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지원이 공공 매체를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다양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PBS, DEI 보고서 발표 - ANNUAL REPORT ON DIVERSITY, EQUITY & INCLUSION FY 2021
유색인종 제작자에 대한 콘텐츠 제작지원 발표 이후, 지난 3월 PBS는 공영 텔레비전 시스템 전반에 걸친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데이터를 매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PBS는 ‘DEI 애뉴얼 리포트, 2021’을 통해 PBS 콘텐츠의 출연자와 주제, 스태프의 구성 등을 분석해 제시했으며, PBS 내부 구성원 및 이사회 등 리더십 구성의 다양성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PBS의 2021년 황금 시간대 다큐멘터리 프로그래밍 시간 563시간 중 56%는 유색인종이 출연하거나 유색인종 제작자가 제작한 다양성 관련 주제를 탐구했다. PBS 전국 배급을 위한 황금 시간대 다큐멘터리 콘텐츠의 33%는 유색인종 제작자가 총괄 프로듀서, 프로듀서, 감독 또는 작가 역할로 제작했으며, 이는 전년도(18%)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79시간의 추가 증가를 나타낸다.
PBS Digital Studios의 경우, 시리즈의 64%가 다양한 성격의 주제를 다루었으며, 주연급의 75% 가량이 유색인종이었으며, 68%는 유색인종 제작자가 제작했다. PBS KIDS를 통해 전국적으로 배포된 29개 시리즈 중 20개는 다양한 민족 또는 인종 배경의 인간 캐릭터가 주를 이루었고 나머지 9개 시리즈는 주로 동물과 같은 비인간 캐릭터를 특징으로 했다.
PBS 내부의 유색인종 직원은 신규 고용의 51%로 전년도보다 증가했으며, 승진의 40%는 유색인종 직원으로 이 역시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1년 PBS 시니어 리더십의 38%는 여성이었고 유색인종은 리더십 팀의 31%를 구성했으며, 2021년 6월 30일 현재 27명의 PBS 이사회에는 14명의 여성과 8명의 유색인종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PBS는 DEI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화면에 반영된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한다. 또한 이를 위해 PBS 내에 DEI 위원회를 만들고 직원교육 및 DEI 전담 사무실 설립하는 등 DEI를 조직의 모든 측면에 통합한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 논의를 확장하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영방송을 향한 제작자들의 목소리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유색인종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집단 Beyond Inclusion은 공영방송인 PBS가 유명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Ken Burns의 콘텐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다양성 콘텐츠에 대한 PBS의 노력을 촉구했는데, 이들의 공개서한이 전달된 뒤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PBS가 다양성 콘텐츠 제작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작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관련 기사 보기
Filmmakers Condemn Lack of Diversity at PBS and Critique Overreliance on Ken Burns, April 6, 2021
#4. [특집] 넷플릭스가 다양성, 포용성에 베팅하는 이유 - 넷플릭스 포용성 보고서 리뷰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세계의 다양성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을까?
넷플릭스는 2021년 2월, 오리지널 영화 및 시리즈 콘텐츠를 분석한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배역, 감독 및 핵심 인력의 성별/인종/장애 등에 대한 22개 포용성 지표를 검토했는데, 타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여성 및 흑인의 참여 비율은 높은 편이었으나 라틴, 중동, 선주민 및 장애인, LGBTQ 공동체는 콘텐츠에서 제대로 대변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이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카메라 앞의 포용성과 카메라 뒤의 포용성이 큰 상관관계’가 있으며 임원 및 제작진의 포용성이 향상될 경우 출연진에 대한 포용성도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포용성이란 채용과 노동과정에서 인종, 성별, 출신국가, 성적지향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며, 각기 다른 계층의 정체성과 문화가 조직 안에서 수용되고 대변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다양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구성원이 참여하여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크린의 포용은 우리 내부 커뮤니티의 포용에서 시작된다’는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서랜도스의 말에서 넷플릭스가 조직의 포용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 및 시리즈에 대한 다양성 보고서 보러 가기
넷플릭스, 업계 최초 포용성 보고서 발간
넷플릭스는 위 보고서 발간 한달 전인 2021년 1월, 포용성을 조직의 핵심적인 비전으로 제시하는 넷플릭스 포용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2020년 당시 넷플릭스 조직의 구성원 통계와 조직 내 포용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전략, 비전이 담겨있다. 그리고 1년 뒤인 2022년 2월, 1년 간의 개선 결과가 반영된 업데이트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넷플릭스의 중간 성적은 어땠을까? 최근 업데이트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여성 직원의 비율은 50%를 넘어섰으며, 미국 내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 라틴,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 출신 등 대변도가 낮았던 인종/민족에 소속된 직원의 비율 역시 50%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노력이 젠더/인종/리더쉽 포용성 증진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틴계, 원주민 등 소외된 계층의 채용 증대와 성별정체성, 장애, 성적 지향 등에 해당하는 직원의 대표성에 대한 조직의 인식 제고는 해결 과제로 진단되었다.
<수치로 보는 넷플릭스 조직 포용성>
넷플릭스에 포용이 뿌리내리다: 첫 번째 포용성 보고서 보러 가기
조직의 포용성을 높이는 방법
조직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넷플릭스는 먼저 포용전략팀을 구성하고 채용, 복지, 직원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채용담당자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채용 트레이닝 커리큘럼을 제작하고 교육하여 채용단계에서 다양한 그룹이 포함될 수 있도록 했으며 흑인 대학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등 그간 배제되어 온 그룹의 역량을 강화시켜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육성 트랙을 지원했다. 또한 대변되지 못한 계층을 위한 멘토와의 네트워크를 주선하는 등 실질적으로 다양한 구성원의 채용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채용 이후에도 직원이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반트랜스젠더 폭력 행위로 목숨을 잃은 트랜스젠더를 기리는 트랜스 추모의 날을 주최하기도 하고, 공정한 급여의 형평성을 검토하고 혼인여부, 젠더, 성적지향과 관계없이 육아지원제도를 지원하는 등, 포용성이 이름에 그치지 않고 실제 문화와 복지에 반영되도록 했다.
이 외에도 구성원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가 자신의 특권을 돌아보며 다양성의 개념과 내부의 불평등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여, 넷플릭스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포용성의 관점으로 조직을 바라보는 포용렌즈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넷플릭스의 성장 전략 : 포용성과 다양성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노력은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포용전략팀 VP 버넷 마이어는 넷플릭스가 포용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그것이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포용과 다양성을 통해 창의력과 혁신이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넷플릭스는 디즈니, 와챠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빅테크 및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수익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포용성을 위한 노력은 북미 및 캐나다 외의 시장을 발굴하고 넷플릭스만의 차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북미/캐나다에서의 가입자 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아시아를 비롯한 외부 지역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비주류 인종/국가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신선함을 앞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포용성을 위한 노력은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는 넷플릭스가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넷플릭스는 스크린 위에 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비주류 그룹 출신들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자 넷플릭스 창작발전기금을 설립했다. 창작발전기금은 5년간 미화 1억 달러가 지원되며 이 기금으로 원주민, 아랍 여성, 아시아 지역 제작자,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의 빠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 및 제작자의 포용성 향상을 위한 지원과 이를 위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21년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한국 제작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으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독립 제작자 및 공동체미디어를 위한 전략적 지원은 개선되지 않았다. 포용성과 다양성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로 이어진다는 넷플릭스의 성찰을 한국에도 적용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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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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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시의적절하고 좋은 내용 감사드려요! 널리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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