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 지역영화 예산의 소멸

💌 뉴스레터 37호

🌰9월 넷째주, 인디&임팩트 37번째 뉴스레터입니다~

🍎내일부터 긴 추석 연휴가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문화예술계에서는 시대 역행적인 문체부 장관 선임 문제 뿐 아니라 현장과의 소통 없이 작성된 내년도 예산안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공동체라디오지원, 애니메이션영화종합지원, 영화제지원,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 등 많은 예산 문제들 중에서 이번 호 인디&임팩트에서는 대통령 한 마디에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지역영화예산에 관한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사라진 예산들은 과연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10월에 있을 올해 국정감사가 중요해지는 이유인데요. 인디&임팩트에서는 국정감사 특집도 준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긴 연휴 동안 지친 몸과 마음 충분히 재충전하는 시간 되세요🌝

[이슈] 지역영화예산의 소멸

12억 원, 2023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850억 원 중 1.4%마저 사라졌다. 

12억 원, 2023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 관련 사업 예산 규모이다. 이 예산은 2024년 0원이 되었다. 이 예산을 이루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각 지역이 지역의 환경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사업을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업이다. 그래서 지역 사업 중 가장 효용성이 높고, 참여자들로부터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다. 올해는 총 9개 지역이 참여하고 있다.(2023년 지원사업 선정 결과 보기) 

또 하나는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이다. 예산은 4억 원이다. 중앙(영진위)과 지방의 예산을 매칭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영화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자연스레 견인될 수 있었다. 올해는 총 24편의 지역영화가 선정되었다.(2023년 사업 최종 심사 결과 보기)  

대구는 영진위 지역 사업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에 5년 연속으로 참여하면서, 핵심사업으로 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를 운영해 지역의 전문 영화인을 육성을 할 수 있었다. 지역 대학 내 영화과가 전무한 대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 아닐 수 없었다.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서도 많은 지역영화를 제작하고 작품적 성과도 낼 수 있었다. 중앙의 제작지원 사업에서 외면당했던 한 영화는 이 사업을 통해 완성될 수 있었고, 최근 한 국제영화제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소위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훌륭했다. 지역 사업이 어느 정도 당위성 위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고작 1.4%라는 예산을 사용하고 이 정도의 만족도와 사업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영진위는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문화체육관광부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업을 삭제해 버린 건 윤석열 정부인 셈이다.

정치적 결정에 의한 예산 삭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 돈을 썼는데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그런 예산, 또 노조, 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 이런 것들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된다.’고 피력했다. 그런데 효과가 분석되고 입증되었음에도 예산이 사라지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분히 정치적 결정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예산은 다 삭감하라는, 다시 말해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침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 많은 중앙부처가 지역과 협력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 ‘지역’ 사업의 예산은 ‘제로’가 된 것일까? 게다가 영진위는 국고로 운영되는 기관도 아니지 않는가? 올해 상반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걷힌 영화발전기금은 약 84억 원이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약 168억 원이 된다. 이 중 10%만 다시 지역으로 가도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예산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결론은 이 예산이 없어도 지역영화가 와장창 무너져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정도는 상상해 볼 수 있다. 대구를 예로 들자면, 내년부터 대구영화학교는 중단된다. 해마다 12명의 신진 영화 전문인력을 육성해 왔지만 0이 된다. 현장에 사람이 유입되지 않아 활력이 떨어질 것이다. 장편영화 1편, 단편영화 2편 정도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지원사업도 사라질 것이다. 활기가 떨어지고 돈이 없는 곳에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지역 엑소더스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지역 영화씬은 대략 10여 년 전쯤으로 후퇴해 남은 사람들끼리 주린 배 움켜지며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또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다. 말한대로 지역영화는 망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몇몇 지역은 5년 간의 지역 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자체 예산을 일부 마련했거나, 중앙의 예산 없이 지역 차원에서 최소한이라도 보완해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100% 대체되기란 매우 어렵다. 중앙의 예산은 마중물인데, 이것이 없어지니 사업이 원활히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지역 영화생태계는 여전히 허약하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예산이 꼭 살아나야 한다. 성명서도 발표하고, 캠페인도 해야 한다. 예산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만나봐야 한다. 왜인지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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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구 지역의 영화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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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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