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감정적 억압을 다루고, 책은 자기 부정을 다룬다

작가와의 대화 가즈오 이시구로

2023.09.12 | 조회 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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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청년의 뉴스레터

제가 읽었을 때 좋았거나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나 책을 요약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간혹 제가 쓴 글도 있습니다.

# 오래전 인터뷰지만, 가즈오 이시구로는 매우 솔직하고 신중한 사람 같습니다. 깊이가 있어 보이구요~ 전 '클라라와 태양'만 읽어보았습니다. ㅎ

- 세계화가 작가에게 와닿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일본 독자들에게도 설명하고, 미국 중서부의 농부들에게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자기 정체성의 모든 감각을 상실하게 되어요. 자기 언어와의 접촉도 실제로 상실할 것입니다.

- 인물들은 다소 기이한 공동체에 소속되었는데, 어찌 되었든 그 공동체에 통합되어 있고, 그 바깥에서는 견뎌낼 수 없어요. 하라고 하는 것에 그들이 그토록 수동적으로 따르는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 바깥에 개별자로서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제 인물 상당수는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경향이 있고, 『남아 있는 나날』의 스티븐스 같은 아웃사이더 역시 어느 정도는 아웃사이더가 아닙니다.

- 그래서 저 역시 포스트모던하다고 불리기를 바랐던 시기가 짧게 있었던 듯한데, 그러나 절대적으로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포스트모더니즘의 모델로 제시된 작가들, 도널드 바셀미나 이탈로 칼비노 같은 작가들은 습작기의 저에게 유용한 작가들이 아니었습니다. 막상 써야 할 때가 되자, 찰스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제인 오스틴, 그리고, 맞아요, 톨스토이로부터 배웠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어떤 공동체나 국가가 자기의 과거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그에 함의된 바에 따라 그 공동체나 국가는 현시점에 어디에 있으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의미에서의 스토리텔링이라면 관심 있습니다. 개인은 어떻게 자기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이후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가, 그리고 국가나 공동체는 그러한 일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이 둘 사이에 평행선을 그리고자 한다면 이때 스토리텔링은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 저는 주로 자기의 과거 및 의식과 투쟁하는 개인들에 대해 쓰는데요, 요즘에는 그저 개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동체와 국가가, 어떻게 자기 역사를 기억하고 망각하는지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국가는 망각해야 하고 인간은 사건을 은폐하고 해결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둘 수 있는 시대가 어쩌면 있기도 하지요. 안 그러면 온갖 문제가 들끓어 오를 테니까요. 오래도록 저는 배경과 고투했습니다. 

- 제 홍보 담당자 데버러 로저스가 아주 기막힌 논평을 했어요. "영화는 감정적 억압을 다루고, 책은 자기 부정을 다룬다"라고요. 그게 중요한 차이점이라 생각됩니다.

- 캐릭터 또는 흥미로운 인간을 구축하기 위해 그를 과거의 사건들에 따라 설명하고, 그러면 그 캐릭터는 다 된 거라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실제 삶에서 인간은 훨씬 더 이해불가한데도요. 어떤 사람을 여러 해 알고 지냈어도 설명할 수 없는 커다란 덩어리가 있잖아요. 내게 아무리 완벽한 아이가 있어도 문득 "너 왜 이러는 거니?" 싶은 순간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인간은 앞서 말한 정형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합니다. 

- 『죄와 벌』 텍스트 배후의 모든 장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결과로 그것을 더 높게나 더 낮게 평가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작가와 진지한 독자들 사이의 대화로 간주하는 것이고, 예술 작품의 감상에서 생겨나는 충만과 열광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  회화와 소설에서 작가는 그저 섬처럼 편협해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건만 그러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많은 작가가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을 보았어요. 만약 그들이 다른 협력적 예술 형식에 참여했다면, 나이가 듦에 따라 자기에 대한 것을 알게 되고 변화에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 "그 독주는 왜 그렇게 했나요?" 또는 "그 악절을 왜 그렇게 작곡했나요?"라 물을 때요. 저는 논리적인 대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오로지 음악인이 말하는 방식으로만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게 음색으로나 감정으로나 저에게 좋게 들리니까요. 그게 제가 원한 것이니까요. 

# 기사 요약글입니다. 원문은 링크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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