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장과 내러티브(Narrative)
서사(Narrative)의 힘
“특정 서사(Narrative)가 개인들 사이에 자리 잡는 경우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다… 전염성이 강한 서사가 거시 경제를 이끌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등장한 신조어 ‘바이브세션(Vibecession)’은 견조한 경제 지표와 달리 경제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부정적 인식 사이의 단절을 의미한다. 거시 경제 지표와 달리 개인들의 심리 지표는 나빠져 있었다.
이런 와중 진행된 미국 대선은 트럼프 후보자의 압승이었고, 상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레드스윕(Red sweep)이 나타났다. ‘바이브세션’이라는 단어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현재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선거에도 반영된 것이다.
거시 경제에서 개인의 영향은 쉽게 간과되지만, 특정 서사(Narrative)가 개인들 사이에 자리 잡는 경우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다. 로버트.J.쉴러는 이러한 내러티브 경제(narrative economics)는 힘이 있기 때문에 어떤 내러티브(서사)가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95년 이후 미국 경제는 당시의 내러티브가 경기 주기의 약 20%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초반 경기 침체는 약 32%, 대공황은 18%를 당시 자주 사용되는 서사가 설명한다. 이처럼 내러티브 경제학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같이 침체를 계속 언급하면 실제로 침체가 온다는 점에서 경제와 관련된 서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술적 낙관주의에 대한 전염성 있는 이야기가 1990년대 닷컴 버블과 2000년대 중반 주택 버블 부추겼고, 붕괴와 절망에 대한 전염성 있는 이야기가 그에 상응하는 폭락으로 이어지기도 한 것은 전염성이 강한 서사가 거시 경제를 이끌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사(Narrative)는 주식 시장 내에서 특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는 증권 시장(Stock Market)을 미인 대회에 비유한다. ‘증권의 가격은 투자자 개인의 신념이 아니라 대중의 신념에서 기인한다(Stock Price is determinded not by investors’ own beliefs, but by their belief about others’ beliefs)’ 즉, 개인의 생각보다는 대중을 지배하는 매력적인 서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내러티브와 투자전략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큰 그림
“내러티브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내러티브가 형성될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에서 흐르고 있는 2가지 방향성을 참고해야 한다.”
내러티브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가 향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중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내러티브가 된다. 어떤 내러티브가 형성될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에서 흐르고 있는 2가지 방향성을 참고해야 한다.
첫번째는 유동성이 공급되는 방식의 변화이다. 과거 2000년대의 시중은행 대출 혹은 2010년대 연준의 통화정책 주도의 유동성 공급과 달리 최근 2020년대에 목격되는 유동성 공급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가계 지원을 통해 소비가 일어나고, 특정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일환인 설비 투자가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진다.
유동성은 미국의 강세장을 지속시키고 자산의 우상향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장은 앞으로도 정부의 재정정책을 주목하여 내러티브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리쇼어링이다. 리쇼어링은 미국으로 산업 생산을 다시 이전하는 과정으로,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이미 도입되어 실시한 커다란 흐름의 변화이다. 최근 미국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 투자(FDI)는 팬데믹 이전 대비 300% 이상 증가하였다. 최근 대선으로 인한 정권 변동으로 일부 투자금 집행이 멈추었으나 여전히 제조업에 대한 정부 및 기업의 투자는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리쇼어링의 흐름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함께 맞물리며 지속적으로 중요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의 내러티브
“올해 하반기 빠르게 떠오른 강한 내러티브의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다… 취임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시장은 이를 경계하며 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빠르게 떠오른 강한 내러티브의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다. 미국의 대표 보수 씽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과거 레이건 및 부시 대통령을 지원했고, 트럼프의 연임 실패 이후 ‘project 2025’를 준비하며 보수 정당의 집권이 성공할 경우 실시할 정책적 변화를 미리 계획했다. 즉, 트럼프의 취임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시장은 이를 경계하며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리 준비해둔 인사들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하거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를 임명하는 등 공약과 동일한 방향으로 취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취임하기 전임에도 시장도 이에 발맞춰 트럼프의 정책을 미리 반영하여 움직이고 있다.
대선 이후 자금의 움직임을 살펴보았을 때, 기업친화적 정책(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등)이 주식 시장에 친화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로 SPY(S&P500), QQQ(나스닥), IWM(러셀2000), MTUM(모멘텀), HYG(하이일드) 등으로 자금이 몰리며 상승했다. 그 외에도 트럼프의 정책이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는 XLF(금융주), IBIT(비트코인) 등의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이처럼, 트럼프를 중심으로 형성된 내러티브는 자산 간 자금의 이동을 만들어내며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내러티브가 변화될 때,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어떤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자금이 모여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일시적 변동성일 뿐 그대로 유지되는 내러티브 또한 존재하기에 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달러의 가치 절하는 과거 190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급격한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금,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도 함께 나타났다.
당사는 밸류체인 재편, 패권전쟁, 탈세계화로 인해 비용 증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해서 문제가 되리라 전망해왔다. 이미 시작된 탈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내러티브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는 자산의 경우 단기적인 매매를 하기보다는 보유하는 방식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 유효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3) 향후 투자 전략
미국 투자 전략
“당사는 내러티브의 변화가 나타났고 향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섹터로 2가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첫째는, ‘AI소프트웨어’이다… 두번째로 긍정적 흐름을 기대하는 업종은 ‘금융주’이다.”
BofA에서 실시한 1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는 선거 전후로 기관투자자들의 관점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1)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었다. (2) 트럼프 2기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기대 등으로 인해 경기에 대한 걱정은 감소하였다. (3) 미국주식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내수주가 많은 소형주에 대해 수혜를 기대하게 되었다.
대선 이후 달라진 펀드매니저들의 의견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새로운 내러티브가 시장에 형성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당사는 내러티브의 변화가 나타났고 향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는 섹터로 2가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첫째는 ‘AI 소프트웨어’이다. 당사는 시장을 이끌어갈 산업 중 하나로 인공지능을 유망하게 보았다. 특히, 인공지능 내에서도 하드웨어(반도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B2B에서 B2C로의 확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투자해온 하드웨어(반도체) 분야는 시장 대비 긍정적 성적을 보였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 산업 내에서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인공지능 B2B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 추이가 상승하며 주가 또한 최근 6개월 간 급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가의 횡보한 하드웨어 분야에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섹터의 내러티브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향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두번째로 긍정적 흐름을 기대하는 업종은 ‘금융주’이다. 금융주에서 대표적인 리스크로 언급되는 3가지 요인이 있다. 규제(regulatory), 금리(interest), 신용(credit)이다.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규제완화가 기대되고 있으며,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신용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변화로 인해 금융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 2016년 트럼프 1기 시절 강력한 상승을 보인 업종이 금융(Financials)이었다는 점도 내러티브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어떻게 되는 걸까?
“미국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환율 때문이라면 매매의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기보다 미국의 주도 기업과 달러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 장기적 수혜의 흐름을 함께 하는 것이 향후 유효한 결과를 가져올 전략이 될 것이라 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환율에 대한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과거 역사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사태 등 경제적으로 위기가 발생했던 시기였다. 당사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국가적 위기의 문제가 아닌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유지한다.
트럼프라는 강력한 내러티브의 변화가 발생했지만, 현재 이어지고 있는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을 추세라고 예상한다. 과거 트럼프 1기 때의 달러인덱스를 확인해보면 2018년~2020년까지 무역전쟁의 본격화로 인해 달러 강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이에 영향을 받아 1050원 수준이었던 환율이 최고 1225원 부근까지 치솟았다. 정책의 방식은 다르지만 관세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등 과거와 비슷한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는 트럼프이기 때문에 그의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달러 강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과 관련된 강한 내러티브의 흐름으로 ‘탈세계화’가 있다. 당사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의 흐름이 막을 내리며 패권전쟁,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등 탈세계화의 흐름이 시작되었다고 전제해왔다. 세계화 시기에는 미국의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되나, 탈세계화 시기에는 미국으로의 직접투자가 유입된다. 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높아지며 달러인덱스가 높아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러한 장기적 내러티브는 달러 강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리하면, 미국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환율 때문이라면 매매의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기보다 미국의 주도 기업과 달러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 장기적 수혜의 흐름을 함께 하는 것이 향후 유효한 결과를 가져올 전략이 될 것이라 본다.
- 본 내용은 2024년 11월 13일에 진행된 인모스트투자자문의 시황세미나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