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국 시장은 한 달 만에 32.6% 하락했다. 코스피는 8,303에서 5,594까지 밀렸고, 7월 평균 일중 변동폭은 468포인트에 달했으며, 공포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서킷브레이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동됐다. 그사이 7억 원을 레버리지로 투자해 2억 원이 남았다는 이야기, 아파트 중도금과 결혼 자금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들이 산 것은 부실한 자산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가장 믿음직하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데 계좌는 왜 무너졌는가. 모두가 같은 확신에 이르렀을 때 시장은 왜 어김없이 반대로 움직이는가. 태평양 건너 한 헤지펀드의 붕괴는 어떻게 한국의 계좌까지 흔들었는가. 답은 자산의 질보다 랠리를 쌓아 올린 자금의 구조에 있다. 이번 호는 그 구조를 따라가 보려고 한다.
1. 꼬리가 몸통을 흔든 7월
모두가 동일한 생각에 이르렀을 때, 시장은 어김없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1) 왝더독, 파생이 현물을 뒤흔들다
" 꼬리가 몸통보다 커지면, 흔드는 쪽과 흔들리는 쪽이 뒤바뀐다.”
2026년 7월은 파생이 현물을 지배한 전형적인 왝더독(Wag the Dog) 장세였다.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에서 온 이 말은 본래 주가 되어야 할 실물(현물) 시장을 파생 시장이 거꾸로 뒤흔들 때 사용된다.
지난 7월 한국 시장의 변동폭은 최고 수준이었고, 한 달 하락률은 -32.6%, 두 달을 합치면 40%대에 이르렀으며 공포 지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에 걸쳐 나타날 법한 하락이 단 한 달에 압축된 강도였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옵션 등 파생 시장에 유입된 자금, 그리고 일종의 레버리지인 신용융자까지 지나치게 커져 몸통인 현물 시장을 흔들 만큼 비대해진 것이 원인이다. 본래 '파생'이라는 말 자체가 실물 시장에서 파생되었다는 뜻인데도, 파생이 거꾸로 실물을 흔드는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 대형 하락에서도 부채 지표는 선행했다. 상승을 밀어 올린 레버리지는 방향이 바뀌는 순간 같은 힘으로 하락을 가속한다. 이번 복기의 출발점은 바로 이 구조다.

(2) 빚으로 쌓아 올린 랠리와 그 상처
"레버리지는 확신에 속도를 더할 뿐, 그 확신을 지켜 주지는 않는다.”
이번 랠리는 빌린 돈이 유입된 강도와 속도에 힘입어 급하게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빚이 쌓아 올린 랠리였다.
마진 부채로 집계되는 잔고만 6월 말 기준 약 1조 5,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이어 갔다.

그 대가는 컸다. 레버리지 투자자의 99%가 손실을 봤고 손실 규모는 약 56조 원으로 추산되며, 반대매매가 하루 600억 원씩 쏟아졌고, 시장이 18% 반등한 마지막 날에는 8조 원의 개인 매도가 나왔다.
7억 원을 레버리지로 투자해 2억 원이 남고, 6억 원을 투자해 1억 8,000만 원이 남고, 1년 연봉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흔하게 눈에 띄었다. 아파트 중도금을 투자했다가 입주가 어려워진 사례, 결혼 자금을 반도체 주식에 투자했다가 곤란해진 사례처럼 가슴 아픈 이야기가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에서 가장 믿음직한 주식이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다. 레버리지는 그 확신에 속도를 더한 것뿐이다. 문제는 확신의 옳고 그름이 아니었다. 같은 확신이 레버리지와 함께 한곳에 몰렸다는 사실이었다.
(3) 2021년 1월의 데자뷔, 모두가 확신할 때
"자금은 바닥에서 침묵하고 정점에서 몰려든다. 확신은 언제나 마지막에 완성된다.”
같은 현상은 2021년에도 나타났다. 2021년 1월 한 달 동안 개인은 약 22조 원을 사들이며 역대 최대 월간 기록을 세웠고 주문 건수도 월간 최대였다. 주식을 시작한 사람은 456만 명으로 한 해 50%가량 늘었고 계좌는 한 해 동안 2,200만 개가 증가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1월부터 3월 사이의 최대 유입은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뉴스가 나온 직후였는데, 지나고 보니 그 지점은 고점까지 불과 1.5%만 남은 자리였다. 바닥에서 100% 넘게 오르는 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자금이 정점 직전 한두 달 사이에 몰려 들어온 것이다.

이번에도 한국에서는 개인 자금이 두 달 만에 70조~80조 원 규모로 추정될 만큼 레버리지에 집중 유입되었다. 물론 2021년과 달리 지금이 고점을 1% 남긴 자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장기 투자자라면 두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개인은 왜 매번 끝에 가서야 확신을 갖는가. 그 확신은 왜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가. '증권사 객장에 아이를 안은 엄마가 나타나면 꼭지'라는 시장의 오래된 격언이 매번 사실이 되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한 헤지펀드의 붕괴, 국경을 넘은 연쇄작용
국경을 넘어 폭락을 실어 나르는 순환 고리는 과거에도 늘 있었고, 한국은 그 강력한 피해자였다.
(1)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의 부상과 몰락
"가장 빠르게 올라선 펀드가 가장 빠르게 사라졌다. 속도는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은 지수 전체의 하락 폭이 크지 않았으나 반도체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업종은 집중적으로 하락했고, 그 움직임은 한국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번 하락의 중심에는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약칭 SA라는 헤지펀드가 있다.

설립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Leopold Aschenbrenner)는 월가 출신이 아닌 OpenAI 출신으로, 2024년 같은 이름의 보고서를 내놓아 공감을 얻자 자신의 주장대로 운용하기 위해 펀드를 만들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상반기에만 439%의 수익률을 냈고 운용자산은 450억 달러, 원화로 70조~80조 원 수준까지 커졌다. 공시로 드러난 포지션은 38.6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실제 익스포저는 200억 달러를 넘었던 것으로 파악될 만큼 숨은 레버리지가 컸다.
그의 논리는 간단했다. AI 사이클의 전반부에는 AI 인프라 주식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AI 인프라 종목을 적극 매수(롱)하고,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해 하락할 것으로 본 소프트웨어를 매도(숏) 포지션으로, 사실상 헤지 목적으로 보유했다. 양방향 투자를 하는 기관은 이처럼 롱과 숏을 함께 구축한다.
그런데 7월, 반도체는 떨어지고 소프트웨어는 폭등하면서 헤지로 걸어 둔 숏이 방어는커녕 손실의 진원이 되었고, 양방향에서 동시에 손실이 났다. 그 손실이 왜 그토록 빠르게 걷잡을 수 없어졌는지는, 이 펀드가 쓰던 레버리지의 구조를 들여다보아야 이해된다.

(2) 레버리지와 마진콜의 구조
"마진콜도 강제 청산도 투자자의 선택이 아니다. 통지조차 오지 않을 수 있다.”
SA는 네 배 레버리지를 쓰고 있었다. 500만 원으로 2,000만 원어치를 사는 구조다.
이런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고 추가 매수가 가능한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을 프라임 브로커라고 한다. 담보를 맡기면 그 몇 배를 살 수 있게 레버리지를 공급하는 업무이며, 미국 증권사 수익의 30% 이상이 여기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일정 규모를 갖춘 대형 증권사가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전면에 드러나거나 보도되는 영역이 아닐 뿐, 이미 일반화된 구조다.
담보를 맡기고 그 몇 배를 사는 관계에서는 담보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 추가 증거금 요구가 따라붙는다. 이것이 마진콜이다. 유지증거금에 미달하면 브로커는 추가 납입을 요구하고, 응하지 못하면 보유 자산을 임의로 매도한다. 그것이 강제 청산이다. 두 절차 모두 투자자의 선택이 아니며, 약관상 통지 없이도 실행될 수 있다.
담보를 더 넣으려면 다른 곳에 여유 자금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레버리지로 무너진 펀드에 그런 여력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마진콜은 대부분 강제 청산으로 이어진다. 7월의 양방향 손실은 곧 담보의 잠식이었다. 롱과 숏이 동시에 어긋난 순간부터 SA는 이 구조의 역방향에 놓였고, 그 담보의 한복판에 한국 주식이 있었다.

(3) 국경을 넘은 회로
"한 종목의 가격이 태평양을 두 번 건너오는 동안, 하락은 스스로를 키웠다”
SA가 매수한 AI 인프라 종목의 첫머리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아셴브레너는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merican Depositary Receipt, ADR)를 상장하던 당시 강력한 매수 의지가 보도되었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 ADR 상장은 또 하나의 결과를 낳았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가 공식적으로 SK하이닉스를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회로는 이렇게 돌았다. SK하이닉스가 한국에서 하락하면 패시브 상품인 ETF는 장 막판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도한다. 그 매도는 다음 날 한국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를 다시 끌어내린다. 낮아진 주가는 SA의 담보 가치를 깎아 증거금 요구를 부르고, 그에 응하기 위한 매도가 또 한 번 주가를 떨어뜨린다.
어디가 출발점인지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각 단계가 서로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한 바퀴가 돌 때마다 하락이 커지고, 커진 하락이 다음 바퀴를 더 빠르게 돌렸다. 반도체에 집중 투자한 다른 헤지펀드 몇 곳도 같은 회로에 걸려 함께 역회전에 들어갔다.
회로의 종착점은 7월 말이었다. 프라임 브로커 세 곳이 동시에 증거금을 요구했고, 담보를 더 넣을 여력이 없는 SA에 남은 길은 강제 청산뿐이었다.

(4) 시타델의 인수와 오버행 소멸
"팔아야만 하는 사람이 사라지자 시장은 올랐다. 가격을 정한 것은 실적이 아니라 물량이었다.”
강제 청산은 시장에 물량을 쏟아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7월 30일 개장 전, SA의 포트폴리오는 장외에서 약 10% 할인된 가격에 일괄로 매매되었다. 시타델(Citadel)이 원화로 약 70조 원 규모를 통째로 인수했고, 약 100억 달러 상당의 비상장 주식만 남았다.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대량 물량을 장외에서 한 번에 넘기는 이 방식이 이후의 흐름을 갈랐다.

하룻밤에 끝날 규모가 아니어서 사전 평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확인 가능한 결론은 분명하다. 이 인수가 연쇄 청산의 고리를 끊었고, 같은 방향에 집중했던 다른 헤지펀드 몇 곳도 구제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가 이루어진 날 미국 오전장은 폭등했고, 한국 시장도 그대로 연결되어 18% 상승했다. 재료는 오버행 소멸이었다. 오버행이란 대주주 지분이나 보호예수 해제, 담보로 잡힌 물량이 언제 쏟아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매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이슈는 지금도 한국 시장에서 가끔 발생하지만 뉴스가 말해 주지 않으며, 투자자들이 알고 기다리는 동안 주가는 오르지 못하고 흘러내린다.
반도체에 집중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알고 있었기에 매수를 미루며 시장이 눌려 있었다. 그런데 그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장외에서 통째로 넘어가자, 언제 쏟아질지 모른다는 우려 자체가 사라졌다. 비로소 마음 놓고 사자는 매수세가 살아난 것이다. 강제 청산이 일어난 날 주가가 오히려 급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반복되는 역사, 마진콜의 디레버리징
마진콜의 디레버리징이 시작되면, 아무 잘못 없는 시장이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팔린다.
(1) 2008년, 남의 위기가 한국을 더 아프게 했다
“위기가 시작된 곳과 가장 깊이 팔린 곳은 같지 않았다. 팔기 쉬운 시장이 먼저 팔린다.”
마진콜이 국경을 넘어 시장을 무너뜨린 역사에서 한국은 여러 번 피해자였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은행들의 위기였으나 미국 시장이 45% 하락하는 동안 한국은 65% 하락했다. 자기자본의 30배에 이르는 차입으로 주택담보 자산을 쌓았던 미국 금융기관들이 마진콜을 당하자, 보유 자산 가운데 가장 빠르고 편하게 팔 수 있는 한국 주식을 팔아 현금을 메웠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2,000을 넘었던 코스피는 2009년 2월 900이 깨졌고, 2008년 1월 900원대였던 원화 환율은 그해 11월 1,500원까지 치솟았다.

실물의 상처도 깊었다. 위기로 경기가 얼어붙자 러시아는 기아자동차와의 계약을 취소했고, 현금이 3조 원가량으로 넉넉했던 현대자동차와 달리 해외 부채가 많은 정반대 구조였던 기아자동차는 환율 급등만으로 이자 부담이 한 달 새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두 배가 되는 상황에 몰렸다.
당시 러시아 펀드에 2억 원을 투자해 5,500만 원만 남은 투자자가 루블화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이 종합과세로 잡히면서 세금 약 1,00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 세후 -76%였던 수익률이 종합소득세까지 반영하면 -81%로 내려앉는 일도 있었다. 위기 국면에는 이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함께 온다.

(2) 2011년, 이유 없는 6거래일의 폭락
"한국에는 아무 뉴스도 없었다. 그런데도 엿새 만에 17.1%가 사라졌다.”
2011년 8월의 폭락도 같은 구조였다. 어느 주말 오후 갑자기 해외발 뉴스가 쏟아지더니 월요일부터 한국 시장이 무너졌는데, 정작 한국에는 아무런 관련 뉴스가 없었다.
원인은 유럽에 있었다. 당시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 강등되고, 유럽은 소버린 리스크로 불린 재정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던 때였다.
재정 상태가 전혀 다른 나라들이 하나의 통화로 묶이면서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부실이 유로권 전체 신용을 갉아먹고 있었다. 여기에 그리스가 테크니컬 디폴트에 빠졌다. 국가는 문을 닫지 않았지만 금융상 부도로 처리되는 상태다. 그리스 채권을 투자 목적으로 대량 보유한 BNP파리바와 UBS 같은 유럽 대형 은행은 해당 채권을 0으로 처리해야 했다.
자산에 난 구멍을 메우려면 다른 자산을 팔아 현금을 채워 넣어야 하는데, 이때도 가장 빠르고 편하게 팔 수 있는 곳이 한국이었다.
그 결과 한국 시장은 6거래일 연속 2% 이상 하락하며 총 17.1% 떨어졌고, 6거래일간 3조 2,500억 원의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다. 코스피의 외국인 비중이 30%에 이를 만큼 시장의 주된 플레이어가 외국인이라는, 이른바 윔블던 효과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한국의 잘못이 아닌데도 유럽 은행의 디레버리징, 곧 부채의 강제 축소 때문에 한국 시장이 무너진 것이다.

(3) 트러스 모먼트와 실리콘밸리은행
"부실한 자산이 하나도 없어도 무너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장 안전하다던 자산이 먼저 흔들린다.”
이런 일은 대형 위기 국면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022년 영국의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을 내놓았다가 채권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49일 만에 물러났다. 6월 30일 2.56%였던 30년물 국채 금리는 두세 달 만에 4.98%까지 두 배로 뛰었고, 이 급등은 연기금들을 부도 위기로 몰았다. 영국 연기금들은 지급 시기가 확정된 부채 구조에 맞춰 부채연계투자(Liability Driven Investment, LDI)에 레버리지를 걸어 두었는데, 2022년까지 금리가 내려오기만 하던 시대의 전제가 무너지자 레버리지가 역회전한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이 연기금의 채권을 사 주며 사태를 막았다.

2023년 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도 본질이 같다. 실리콘밸리은행에는 벤처기업이 투자받아 맡긴 예금 1,730억 달러가 있었다. 은행은 이 자금을 주로 안전한 미국 국채로 운용했다. 문제는 대출 부실이 아니었다.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MBS) 1,200억 달러를 보유한 상태에서 국채 가격이 급락해 무너진 것이다. 뱅크런이 발생하자 연준은 곧바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 BTFP)이라는 대출 상품을 내놓아 폭락한 채권을 액면 가치로 담보 인정해 주었다. 그대로 두면 도화선이 되어 멀쩡한 은행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금융위기가 오기 때문이다.

(4) 재무부와 연준이 한 몸이 되어 가는 이유
"장기금리를 지키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 오래 지켜 온 경계선이 뒤로 밀린다.”
그리고 지금, 베센트 재무장관이 같은 성격의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엔화 개입에 나서려 하자 베센트는 일본은행에 미국 국채를 팔지 말고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레포 계좌, 곧 미국 국채를 맡기면 달러를 빌려주는 외국 중앙은행용 대출을 쓰라고 제안했다.
실제로는 더 나은 방법이 동원되었다. 미국이 보유한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한 것인데, 이를 수행한 기관이 재무부가 아니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었다. 중앙은행이 재무부를 대신해 움직인, 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이 장면은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주장해 온 뉴 어코드가 사실상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골자로 한 1951년 연준·재무부 협약을 대신해 두 기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새 협약이다.
베센트가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 격인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를, 떠먹여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의결을 내지 못하는 집단의 대표자라며 이례적으로 저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티미라오스는 파월의 의견을 전하기로 유명한 기자이고, 연준의 목소리가 밖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줄이려는 워시의 입장을 재무부 수장이 대신 대변한 셈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분명하다. 미국 국채 1위 보유국인 일본이 개입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미국 국채 매도뿐인데, 일본이 국채를 팔면 장기금리가 급등하고 그 순간 연기금과 은행부터 무너진다. 미국은 바로 그 사태를 두려워하고 있다.

4. 마진 부채가 보내는 경고
부채는 절대 규모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빠르게 쌓인 빚은 천천히 내려올 수 없다.
(1) 수준이 아니라 속도다
“담보가 늘면 빚이 늘고, 늘어난 빚이 다시 가격을 올린다. 가속 페달과 역가속 페달은 같은 페달이다.”
지금 시장이 사이클의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데 가장 유용한 데이터가 마진 부채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 FINRA)이 집계하는 이 지표에서 봐야 할 것은 절대 수준이 아니라 증가 속도다. 2000년 닷컴 버블, 2007년 금융위기, 2021년 팬데믹 랠리 국면 모두 붕괴에 앞서 마진 부채가 전년 대비 40% 이상의 속도로 급증했다. 부채가 많아서가 아니라 빠르게 늘었기 때문에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지난 5월 기준 53.7% 증가해 역사상 네 번째로 그 임계선을 넘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자연히 늘어나는 효과 22%를 감안하더라도 이를 웃도는 초과 증가율이 26%에 이르러, 지금까지 역사상 최고 속도에 속한다. 루톨드그룹(Leuthold Group)의 스콧 옵살(Scott Opsal)은 이를 위험 신호로 규정하며, 최근의 급증이 투자자들의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구조는 가속 페달과 같다. 주가가 오르면 담보 가치가 늘고, 늘어난 담보로 추가 차입과 추가 매수가 이루어지며 주가를 다시 밀어 올린다. 6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속도가 그토록 빨랐던 이유다.
문제는 방향이 바뀌는 순간 이 가속 페달이 그대로 역가속 페달이 된다는 점이다. 빠르게 증가한 빚은 빠르게 하락을 가져온다. 중간은 없다. 그것이 부채의 구조다.

(2)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빚
“보이는 빚이 절반이라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나머지 절반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수치조차 실제의 절반 정도밖에 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와 만기가 당일인 0DTE(0 Days to Expiration) 옵션은 통계 밖에 있다. 0DTE는 큰 레버리지를 쓸 수 있고 미국 옵션 3건 중 1건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신고서에는 원금만 잡히는 헤지펀드의 실제 레버리지, 메타에 이어 구글과 아마존까지 활용하는 부외부채도 빠져 있다. 부외부채는 자금을 조달하되 장부상 부채로 잡히지 않게 설계한 구조다. 미국의 유명 레버리지 운용사들이 내놓은 3배 반도체 상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마진 부채는 집계치의 두 배 이상 쌓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계가 수행하는 리밸런싱은 마진콜보다 무섭다. 마진콜은 사람이 정리하기에 SA를 시타델에 넘기는 것 같은 중단 결정이 가능하지만, 레버리지 ETF와 0DTE의 리밸런싱은 가차 없이 바닥까지 매도를 이어 간다. 하루 31%씩 하락하고 상장폐지되는 상품이 나오는 이유다.
2021년 아르케고스(Archegos) 사태는 이 위험의 크기를 보여 준다. 빌 황이 운용하던 이 헤지펀드는 공시 의무가 없는 스왑으로 자본의 다섯 배에 이르는 익스포저를 쌓았고, 여기에 자금을 대던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는 회수에 실패해 약 55억 달러의 손실을 본 끝에 약 16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UBS에 합병되며 사라졌다. 헤지펀드 하나가 유럽의 유서 깊은 은행을 통째로 날린 것이다.

(3) 레버리지의 산수
“레버리지는 방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먹는다. 오르내리기만 해도 원금은 줄어든다.”
레버리지의 하락은 투자자가 생각하는 속도로 오지 않는다. 두 배 레버리지에서 기초자산이 30% 하락하면, 절반이 빌린 돈이므로 내 자산은 60%가 사라져 100 가운데 40이 된다.
강제 청산의 계산법은 더 가혹하다. 담보 부족분이 1,000만 원이면 1,000만 원어치만 팔면 될 것 같지만, 증권사는 그날 확실하게 회수하기 위해 하한가 가격을 기준으로 매도 수량을 계산하므로 실제로는 1,500만 원어치가 팔려 나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며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변동성 자체도 원금을 갉아먹는다. 세 배 레버리지 상품을 기준으로 한 20거래일 시뮬레이션에서, 지수가 하루 ±5%로 오르내리기만 해도 원금 100은 80으로 내려가고, ±10%면 39가 되어 -61%, 지난 7월 같은 ±15%면 10이 되어 -90%에 이른다. 같은 기간 지수 자체의 하락은 각각 -2.5%, -9.6%, -20%에 불과한데도 그렇다.

실측 기록도 이를 증명한다. 지수가 2% 오르는 동안 두 배 상품은 -6%, 지수가 8% 오르는 동안 세 배 상품은 -53%의 손실을 냈고, 2022년에는 지수가 33% 하락하는 동안 세 배 상품이 -80%를 기록했다. -80%를 복구하려면 400%의 수익이 필요하다. 전문 기관들이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보유자에게 상당한 위험을 주며, 하루를 넘는 보유는 통상 부적합하다고 안내하는 이유다.
그러나 개인은 하루만 투자하지 못한다. 내일은 반드시 오른다는 확신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매일 전량을 팔아 현금으로 마감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데이트레이더조차 대폭락한 날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한 달 내내 하락을 안고 가게 된다고 토로한다.

(4) 멜트업, 그리고 40% 시그널
“신호는 날짜를 알려 주지 않는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려 줄 뿐이다.”
그렇다면 이 경고는 언제를 가리키는가. 역사상 세 번의 사례에서 마진 부채 증가율이 40%를 돌파한 뒤 고점은 4~10개월 뒤에 왔다. 이 지표는 타이밍이 아니라 상태를 말해 준다. 지금이 끝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마지막 구간, 어떤 임계치에 들어섰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구간에는 통상 앞의 상승이 무색할 만큼 가파른 멜트업(Melt-up) 장세가 온다. IT 버블 당시 기술 혁신 5년 차 강세장에서 나스닥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86% 상승했다.
현재 AI 사이클도 5년 차 안팎으로 판단한다. 같은 구간에 진입했다면 지금 선제적으로 시장을 떠나는 전략은 합리적이지 않다.

관찰 기준은 명확하다. 증가율이 40%를 웃도는 지금은 과열 경보이자 관찰 구간이다. 마진 부채가 두 달 연속 감소하면 증가 추세가 꺾이는 롤오버로 판단하며, 증가율이 40%를 하향 이탈하는 디레버리징이 나타나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대폭락, 곧 청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대응에 들어가야 한다. 잔고는 6월까지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이어 갔다.
증가율은 5월 53.7%에서 6월 49.0%로 한풀 꺾였으나 여전히 40% 위에 머물러 있어 아직 청산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7월 수치는 8월 하순에 발표되며, 이 지표는 매달 점검할 가치가 있다.
5. 지금 들고 있는 자산,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을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올려놓는 것은 위기에 의해 쏟아지는 유동성이다.
(1) 미국은 완화할 수밖에 없다
“빚이 많은 나라는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한다. 완화는 선택이 아니라 제약의 결과다.”
미국 정부 부채는 이미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수준을 넘어섰고, 초당 늘어나는 부채를 계산할 만큼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이란과 전쟁을 치른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2027년 국방비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국채를 더 찍어야 한다.
빚이 많은 채무자에게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그 결과 장기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연기금이 먼저 흔들리고, 장기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이 뒤따른다. 회사채 발행을 대규모로 늘린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도 충격의 앞줄에 설 수 있다.

미국이 견딜 수 없는 그림이다. 베센트가 처음부터 '대통령과 나는 10년물 금리에 관심이 가장 많다'고 말하며 장기금리 방어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그 유력한 수단이 스테이블코인 제도로, 통과되면 미국 장기물 금리가 50bp(0.50%포인트)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인 관련 서약 문제로 지연되고 있으나 결국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그 근거 위에서 포트폴리오에 거래소 관련 금융 ETF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자산이 수익을 내는 동안 확신 있는 자산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포트폴리오의 의미다. 이런 부채 상태에서 미국은 부양이 불가피하며, 특히 4분기 중간선거 이후는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2) 강세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버블이라는 진단과 지금 떠나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1~2년의 거리가 있다.”
시장의 시선은 갈린다. 제이미 다이먼은 마진 부채가 역사상 최고이며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가 더 많다고 말했고, 워런 버핏은 시장이 도박판이 되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리와 연준 역시 같은 경고를 이어 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버핏이 자사주 매입과 주식 매수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버핏과 그렉 아벨이 모두 동의해야 매수가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강세론자들은 강제 디레버리징으로 과잉 레버리지가 제거되어 사실상 리셋이 이루어졌고 바닥이 눈앞이라고 본다. 톰 리는 95% 완료를 주장하고, 시티와 모건스탠리는 연말 목표를 8,000~8,100으로 거듭 상향하고 있으며 이는 타당해 보인다. 이익 증가율 29%,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 86%라는 팩트셋(FactSet) 데이터는 실제로 놀라운 수준이고, 미국 반도체로는 실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숨은 빚이 그대로 남아 있고 지금 모습이 고점 전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본다. 우리는 강세론을 부정하지 않지만 신중론에 더 가깝다. 최근 몇 달의 시장에는 버블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다만 버블에 들어선 뒤 끝까지의 기간은 한 달이 아니라 1~2년에 이를 수 있고, 멜트업 구간이 남아 있어 지금 시장을 떠나는 것이 답은 아니다.

(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팔지 않는 것도 투자다
“사는 것만이 투자가 아니다. 가치를 확인했다면 견디는 일 또한 하나의 결정이다.”
자문 고객들에게는 반등이 나오기 전에 이미 의견을 전했다. 하락했을 때는 절대로 리밸런싱하지 않으며, 반도체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긍정적이나, 반등이 나올 때의 목표가는 수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에는 레버리지를 동반한 개인의 집중 매수가 있었다. 본전만 오면 팔겠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면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매물이 나온다. 그만큼 수급상 전고점 돌파는 과거보다 어려워졌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확신과 충성도를 유지하는 개인이 상당하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대신, 한 번 더 크게 떨어지는 국면이 올 수 있다.
역사적으로 바닥은 개인이 공포 속에 물량을 던지는 항복 국면과 함께 확인되어 왔는데, 반등일에 나온 8조 원의 개인 매도는 유입된 자금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아 아직 그 국면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7월에 집중 매도한 것은 이익 증가율 정점에서 파는, 과거 사이클마다 맞았던 공식을 따른 것이다.
이번에 체결된 전략적 장기계약(Strategic Agreement, SCA)이 메모리 반도체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조선·방위산업처럼 수주 잔고의 가치를 주가에 반영받는 산업으로 인정되면 막대한 가치와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 다만 TSMC도 그 인정에 10년가량이 걸렸다. 메모리 반도체는 아직 수주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당분간 실랑이가 이어질 수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분명한 가치가 있기에 보유는 문제가 없다. 팔지 않는 것도 투자다. 다만 떨어질 때마다 추가로 매수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며, 미국 반도체가 휩쓸고 끌어가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반기 앤트로픽(Anthropic) 상장은 상당 부분 긍정적인 재료가 될 것으로 본다.

(4) 위기의 유동성, 확신이 아니라 원칙으로
“확신은 매번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배신했다. 끝까지 남는 것은 미리 정해 둔 원칙뿐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시장을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올려놓는 것은 위기에 의해 쏟아지는 유동성이다. 코로나19 당시 2020년 3월의 급락 이후 시장은 그해 12월과 2021년까지 이전보다 훨씬 더 올랐고, 금융위기 때도 IT 버블 때도 하락 이후의 상승은 하락 폭을 넘어섰다. 경기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돈의 값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떨어지는 구간에서 시장을 떠나 그 상승을 놓친다는 데 있다.
지금의 미국은 부채 때문에라도 유동성을 풀고 금리를 내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 수혜를 입으려면 시장의 생리를 이해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생각에 이르면 시장은 오히려 그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설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행동재무학에 기반한 자문사로서 우리의 결론은 한결같다. 개인의 확신이나 경험이 아니라 정해진 원칙과 패턴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내 돈이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지 모르나 맡겨 주신 돈이기에 철저하게 정해진 대로 운용하며, 그것이 이 시장에서 희생자가 아니라 활용자가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 본 내용은 2026년 08월 12일에 진행된 인모스트투자자문의 시황세미나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